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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62화 (62/146)

# 62

회귀빨로 지존 헌터

- 3권 14화

"이거 물품이 많이 부족할 것 같은데요?"

"그러게,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이 모일 줄은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했는데."

하위 헌터들은 다급하게 상부에 추가 물품을 요청하고 사람들을 다독였다.

물건이 줄어드는 모습이 눈앞에 보이자, 점점 흥분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아니, 차분하게 줄을 서야지, 왜 자꾸 새치기를 하는 거야?"

"뭐? 니가 봤어? 어디 증거도 없으면서 목소리를 높여?"

남은 물건이 얼마 보이지 않자, 근거리에 있는 사람들끼리 싸우기 시작했다.

자신만 받을 수 있다면, 앞에 있는 상대를 슬그머니 밀어내는 모습도 더러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나타나 정리를 하는 사람들은 헌터들이었다.

"크흠, 거기 줄 똑바로 서세요, 안 그러면 제일 뒤로 보내 드립니다!"

커다란 덩치를 가진 남성이 위협적인 말투를 사용하자, 웅성거림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차분하게 기다리면 모두 받아 가실 수 있어요."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

소심하게 그의 말에 대꾸를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에게 웃으면서 헌터가 대답했다.

"모두에게 나눠 드리기 위해, 추가로 물량이 오고 있습니다. 차분하게 기다리시면 다 받으실 수 있어요."

난동을 피우는 사람에게는 엄격함을 담고 있었고, 의문이나 질문이 있는 사람에게는 차분하게 설명하는 두 가지 모습을 보이자, 사람들은 모두 통제를 따르기 시작했다.

한성 중공업의 구호소 설치 작업은 결국 정부의 귀까지 흘러 들어가게 됐다.

* * *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요?"

회의실 가운데 앉아 있는 대통령은 각 부처 장관들에게 노성을 터뜨렸다.

"저렇게 대기업도 국민들을 위해 구호소 증축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무런 계획도, 이렇다 할 보고도 올라오지 않고 있소."

대통령도 답답할 따름이었다.

대기업에서 운영되는 것들을 국가에서는 운영하지 않는 점에 대해 꼬집고 있는 것이었다.

"그, 그것은 저희가 조사를 해 본 결과, 천문학적인 비용과 더불어 가용 인력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꾸짖는 대통령의 말에 핑계 아닌 핑계를 대는 장관이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오? 천문학적인 비용? 가용 인력 부족? 그렇다면 한성 중공업은 어떻게 하는 것이오?"

결국 노기를 터뜨리는 대통령이었다.

핑계 섞인 대답을 듣기 싫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만약 '준비가 부족했다거나, 거기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말이 나왔다면 이렇게 불편한 감정을 토해 내지 않았을 것이다.

부족하면 받아들이고 따라 하면 된다.

하지만, 자신이 잘못한 것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잘못이라고 폄하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특히, 정부의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앞서 나가지는 못하더라도, 뒤를 재빠르게 쫒아갈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대통령이었다.

"그, 그게."

"우리가 정말 할 수 없는 것이오? 저렇게 한성 중공업은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것들을?"

꼬집어 이야기하는 대통령의 질문에 장관은 식은땀을 흘렸다.

대통령이 원하는 대답이 뭔 줄 알겠으나, 확실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조사를 해 보고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내가, 지금 여기에 앉아서 그런 이야기만 몇 번을 들었는지 숫자를 세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지금까지 만족스러운 답변을 가져다주는 장관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럼, 내가 뭘 해야 될까요?"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그를 조급하게 만든 것이었다.

"여기에 저를 보좌하는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제가 할 수 있는 어떠한 일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게 제대로 된 비상대책 본부입니까?"

그의 물음에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침묵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대통령님의 지시면 할 수 있습니다, 라는 말을 들었다면 이렇게까지 여러분을 향해 소리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들 검토해 보겠습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얼굴이 붉어진 대통령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비상대책은 평소와 다른 혼란스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책을 찾기 위해 설치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어떤 것이라도 일단 해 봐야 되는 것 아닙니까? 나중에 돌아올 정치적인 이슈, 책임을 묻는 것은 다음으로 미뤄야 되는 것 아닙니까?"

지금껏 참아 왔던 울분을 한 번에 토해 내는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은 비상대책회의실에 들어와서 책임지지 않으려고만 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질려 버린 것이다.

"책임은 모두 내가 집니다. 결국 화살은 나한테 돌아옵니다. 내가 결정권자고, 여러분은 해결책이 있다면 어떤 것이든 나에게 가져오세요, 직책, 위치 이런 것 전혀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독백과도 같은 그의 말이 쏟아진 이후에도 사람들은 머리에 충격이라도 받은 듯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제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

"......."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던 그때, 한 여성이 대통령의 곁으로 다가섰다.

"대통령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무도 앞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차가운 분위기 가운데, 용기 내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선 것이다.

그녀는 이곳에서 전화를 담당하고 있었다.

전화로 모든 상황을 직접 듣고, 간단하게 적어 내려가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저는 전화를 받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가장 많이 들었던 소식은 바로 사망자에 관한 것입니다. 사상자가 몇 명이라는 말은 거의 듣기 힘든 수준이었습니다."

"그렇군요."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결국 부상자를 어떻게 관리하고 챙기는 것이 아니라, 몬스터를 보다 빠르게 막아 낼 수 있는 라인을 구축하시는 게......."

그녀는 정치적 세력이라고는 아무것도 몰랐다.

자신의 행동에 어떤 결과가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하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의 생각을 대통령에게 밝힐 뿐이었다.

"몬스터가 출현했을 때, 재빠르게 대처를 할 수 있는 직통 라인이라......."

대통령은 턱을 매만졌다.

정확한 해결책도 아니었고, 뜬구름 잡는 듯한 행동을 보이는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조언은 정확했다.

"직통 라인,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대통령은 처음으로 조언다운 조언을 얻었다고 생각해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호의적인 태도로 조언을 받아들이는 대통령의 모습에, 높은 직책을 가지고 있는 장관들이 아닌, 일반 평직원들이 하나둘씩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 * *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태욱은 빠르게 구호소 설치를 시작으로 몬스터 처리에 힘을 쏟았다.

어떻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될지 전혀 모르고 있을 때, 은비의 조언은 상당히 강력했다.

"일단 사람들이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과 먹을 게 중요해."

"체온 유지, 식사."

은비의 조언에 태욱은 그대로 시행했다.

갑자기 일어난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바로 경험이었다.

과거에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것부터 순차적으로 해야 될지는 경험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은?"

"다음은 바로 몬스터 처리지."

스스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졌다면 다음으로 가져야 할 필수 덕목은 바로 몬스터를 제거하는 일이었다.

이것은 헌터가 아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몬스터는 처리된 게 아니야?"

"응, 아마도 정부의 대처는 조금 늦을 거야,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만약 정부가 먼저 움직였다면, 구호소를 설치하지 않았어도 충분했겠지."

은비의 쓸쓸한 독백이 이어졌다.

정부가 조금만 발 빠르게 움직였다면, 살아날 수 있는 사람이 더욱 많아졌을 것이다.

늑장 대처가 만들어 낸 대구의 피해는 고스란히 대구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받았다.

자꾸만 늦어지는 상황에서 결국 헌터들이 시민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기 시작했다.

중심으로 은비가 있었고, 결국 위급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럼 지금 해야 할 일은?"

"몬스터 처치."

은비의 눈은 매섭게 변했다.

도심지로 빠르게 이동한 은비는 눈에 들어오는 오크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이런 커다란 돼지 새끼가!"

소리를 내지르며 달려 나가는 은비의 시선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오크의 입가에는 검붉은색 선혈이 묻어 있었다.

발밑을 살펴보면,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진 고깃덩어리가 발치에 구르고 있었다.

덩어리의 정체를 알고 있는 은비가 광분하지 않을 상황이 아니었다.

달려드는 은비의 모습을 보고 오크는 콧바람을 강하게 내뿜었다.

"취익?"

어떤 이유에서 은비가 달려드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오크는 멀뚱멀뚱하게 서서 은비의 도끼를 그대로 맞았다.

촤악!

은비의 도끼는 손끝에 적나라한 감각을 전해 줬다.

그녀의 손에 제자리에서 두 동강이 나 버린 것이다.

"취이익!"

"킁킁."

바로 곁에서 동족이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본 오크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오크는 동족애가 강하다.

동족의 뼈만 보고서도 흥분을 하는 녀석들일진데, 눈앞에서 살해당하는 모습까지 확인했다.

광분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크아아아압!"

분노에 가득 찬 괴성을 내지르는 오크의 목소리에는 슬픔이 담겨 있었다.

오크들의 한가운데로 들어간 은비의 움직임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좌측에서 달려오는 오크의 팔을 단숨에 짓이기고 또 다른 목표물을 찾았다.

"크아악!"

오크로부터 튄 핏물이 그녀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흘러내리고 있었다.

전장 한가운데, 오크들 사이에 덩그러니 서 있는 그녀를 보면 한마디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광전사.

미칠 광자가 모자랄 정도로 그녀의 눈에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저, 언니 괜찮은 걸까요?"

멀리서 지켜보던 영리는 태욱에게 물었다.

"......."

태욱은 침묵을 지킨 채 그대로 고개만 끄덕였다.

'크게 타격을 입지는 않았어.'

자잘한 상처가 몆 개 눈으로 보이기는 했으나, 그녀의 몸에 흐르고 있는 피들은 모두 오크의 피였다.

치명상을 적절하게 피하면서 자신의 살을 내주는 전법이 고스란히 먹혀들고 있었다.

'왜 이런 선택을 하는 거지?'

하지만, 태욱은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온전하게 몸을 보전하면서도 오크들을 처치해 나갈 수 있었다.

물론, 빠른 속도는 아닐지 몰라도 오랜 시간 동안 전투를 하다 보면 자잘한 상처들이 방해가 되기 때문이었다.

'설마?'

태욱은 은비의 속셈을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은비에게 있어서 몬스터 퇴치는 장기전이 아니었다.

속도전.

몬스터들이 퍼져 나가는 대구의 상황에서는 헌터들이 많지 않았다.

혼자서 해야 될 일은 산더미 같은데, 일이 줄어들지 않고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렇다면?

3명분의 일을 혼자서 다 해야 된다는 게 생긴다.

'빠른 속도로 번식력을 줄이는 것인가?'

자잘한 몸의 상처들은 다른 힐러들을 만나 회복할 생각을 하고 가장 빠르게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몸으로 깨우친 은비의 행동이 태욱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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