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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58화 (58/146)

# 58

회귀빨로 지존 헌터

- 3권 10화

"아닙니다. 저희는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정말 몬스터의 공격을 받고 있는 드워프를 그대로 볼 수만은 없었기 때문에, 나선 것입니다."

딱 잘라, 스틸의 호의를 거절하는 태욱이었다.

그도 알고 있었다.

여기서 드워프들의 성대한 선물을 받게 된다면 그것으로 인연의 고리는 모두 풀리는 것이라고. 하지만 태욱이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었다.

계속해서 거절하는 태욱에게 스틸은 이렇게 말했다.

"그럼 나중에라도 생각나면 말하게나. 아주 좋은 무기를 만들어서 건네줄 수도 있고, 좋은 방어구가 필요하다면 그만한 방어구를 만들어서 주겠네."

태욱의 고집을 꺾지 못한 것이었다.

"나중에 생각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한발 뒤로 물러나는 스틸에게 태욱도 부드럽게 뒤로 살짝 물러났다.

"그건 그렇고 일단 우리 축제가 준비됐으니, 같이 즐기겠나?"

"네, 물론입니다."

옆에 서 있던 은비가 앞으로 튀어나오며 대답했다.

"저, 저도."

쑥스러움을 타고 있던 영리도 앞으로 나왔다.

지금껏 좋은 음식은 거의 먹지 못하고 육포나 말린 과일, 전투 식량 등으로 식사를 해 왔기 때문에 저 멀리 나는 향긋한 냄새의 유혹을 참지 못한 것이다.

"허허허허. 그럼 가지."

독촉 아닌 독촉을 하는 은비와 영리의 눈빛이 귀여웠는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을 하는 스틸이었다.

그의 곁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고 꾸준하게 지켜보던 크리트도 같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파티 준비를 마친 다른 드워프들이 스틸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스틸이 도착을 하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와아아아!"

"호우!"

"스틸!"

각기 다른 개성으로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 태욱 일행은 입을 떡하니 벌린 채 바쁘게 눈동자를 움직였다.

은비가 영리에게 물었다.

"이거 왠지 사이비 종교 같지 않아?"

흡사 광신도들이 교주가 나타났을 때 광분하는 모습과 비슷했다.

다른 점이라고 하면, 모두 한 손에는 커다란 맥주 컵을 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영리도 그 모습을 보고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그런 것 같아."

뒤에서 두 사람이 쑥덕거리는 것과 별개로 드워프 제1 장인 스틸이 단상에 올라섰다.

"오늘 우리가 모인 이유는 여기 뒤에 있는 생명의 은인 덕분이요. 이들은 우리의 친구인 페일을 몬스터의 위협으로부터 구해 냈습니다."

"와아아아아!"

"그들의 용감한 행동에 이 축제를 준비했습니다. 모두 오늘을!"

"즐기자!"

한마음으로 외치는 그들의 호흡에 절로 손을 높이 치켜세웠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지만, 마음만은 같이 즐길 준비가 돼 있었다.

* * *

한쪽 끝에서는 드워프와 인간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었다.

"생각보다 잘 먹는 인간이군?"

"글쎄, 아직 어디서 져 본 적이 없어서 말이지."

그들의 곁에는 벌써 3개의 오크통이 쓰러져 있었다.

용량으로만 따지면 약 700L 엄청난 양의 맥주통이 바닥을 드러낸 채 쓰러져 있는 것이다.

주인공은 두 명으로 압축됐다.

한쪽은 드워프들 중에 꽤나 술을 잘 먹는다고 소문난 골드.

그의 유명세는 엄청났다.

마치, 그의 신체는 황금빛 액체로 이뤄졌다고 해야 될 정도로 맥주를 즐겨 먹었다.

아니, 손에서 놓지 않았다.

골드의 손에서 맥주를 보지 못하는 순간이 없을 정도라고 말을 하는 수준이었다.

골드의 바로 앞에는 은비가 서 있었다.

"이, 정도로는 끄덕없지."

사람들 사이에서 은비는 꽤나 맥주 킬러였다.

한 호프집에 가서 생맥주 한 통을 혼자서 다 먹었다는 말이 돌아다닐 정도로 엄청난 양의 맥주를 즐기는 여성이었다.

두 사람이 한 곳에서 만나니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 것이었다.

처음 두 명은 서로 다른 테이블에 앉아서 각자 자신의 맥주를 즐기고 있었다.

끝과 끝.

중간에 맥주가 떨어지면 바로 옆에 테이블로.

두 사람은 이동을 하다 그 끝에 결국 한 테이블에서 만나게 됐다.

먼저 도발을 시작한 것은 은비였다.

"드워프들은 맥주를 즐긴다고 하는데, 이렇게 적으면 누구 코에 붙이라는 거지?"

그 말을 들은 골드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은비의 말이 비수가 돼 날아와 꽂힌 것이었다.

"어디 제대로 된 맥주를 먹어 봐야 정신을 차리지."

독백과도 같은 낮은 말이었지만, 그 말이 정확하게 은비의 귓가에 들렸다.

골드의 앞에 우두커니 일어선 은비가 그를 내려다보며 거친 말을 내뱉었다.

"뭐? 뭐야?"

그녀의 행동에 골드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올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무슨 못할 말 했나?"

이렇게 인간 대표와 드워프 대표의 맥주 마시기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처음에는 커다란 나무 컵을 가져와 서로의 앞에 내려놨다.

10000cc.

일반인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양.

10L를 누가 먹을 수 있으랴?

하지만, 두 명 모두가 한 방울도 남기지 않은 채 꿀꺽꿀꺽 삼켜 냈다.

입가로 흐른 맥주가 거의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모두 마셨다.

그때부터 시작됐다.

서로가 더 잘 먹는다며 계속해서 맥주를 주문한 것이다.

곁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이 배가 터질 것 같아 더 이상 구경하지 못하겠다고 떠날 정도였다.

"이만 포기하지 그래?"

"글쎄, 네가 포기하는 게 좋을걸?"

서로의 자존심 싸움은 멈출 줄 몰랐다.

더 빨리 마시기.

한 번에 털어 넣기.

맛을 음미하고 어떤 맥주인지 맞히기.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결국 축제를 위해 꺼내 놨던 오크통 3개가 모두 동이 나 버린 것이었다.

그러던 와중에도 두 사람의 대결은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 맥주가 다 떨어졌으니, 이대로 시합 종료."

결국 그것을 지켜보던 스틸이 나서서 중재를 하기 시작했다.

"아니, 스틸 맥주는 더 꺼내 오면 그만이잖아."

"그래요! 전 더 먹을 수 있다구요."

서로 더 마실 수 있다며 말하는 두 사람에게 스틸은 이렇게 말했다.

"아니, 이렇게 처먹을 거면 뭐하러 축제장에 와서 먹어? 어디 술집을 가든지 니네 마음대로 하라고!"

그렇다.

두 사람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마실 맥주가 모두 동이 나 버렸다.

분위기를 흩어 버리는 두 사람에게 축객령이 내려 버린 것이다.

"얼마나 먹는지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고! 많이 먹기 대결을 하려면 네 돈 내고 술집 가서 먹어!"

재차 이야기하는 스틸의 모습에 주위에 있던 구경꾼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 내가 저럴 줄 알았다."

"그래, 항상 마무리는 이런 식이었지."

맥주를 위해 날뛰는 골드가 항상 축제의 마지막을 찍었지만, 오늘은 은비라는 동료가 있어서 골드는 덜 쑥스러웠다.

* * *

햇볕이 창살을 뚫고 들어왔다.

눈꺼풀을 뚫고 들어오는 빛이 상당히 강렬했다.

"으음."

이불을 잔뜩 끌어올리며 얼굴을 덮자 표정이 온화하게 변했다.

"으으으음, 일어나기 싫어."

잠투정 같은 말을 뱉어 내는 사람은 지원이었다.

처음 드워프들의 축제를 즐기기 시작했을 때, 지원도 기쁜 마음을 가지고 축제에 참여했다.

드워프들과 친해진다고 해서 자신에게 손해는 없었다.

오히려 이득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들의 사고와 행동에 대해 직접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볼 수 있다는 것이 지원에게는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었다.

"아, 그건 말이야."

지원이 묻는 공학적인 질문에도 각자의 사고에 맞춰 생각하고 만들어 내는 드워프가 너무 많았다.

"완전,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인 것 같아."

지금까지는 그녀의 곁에서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사람은 오직 태욱뿐이었다.

지원에게 태욱이 아닌 사람이 자신이 모르던 지식을 전달한다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러면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 시스템에 대한 설계도를 보여 줬다.

드워프들은 자신의 특성에 맞춰 한마디씩 거들었다.

"여기, 팔꿈치 부위가 상당히 부드러운 제품을 사용해야 되는군."

인간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에게 중요한 것은 팔의 관절이라고 생각하는 드워프의 말이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진다면, 자신의 곁에서 도구를 잡아 주거나, 힘을 줘 밀어내기 위해 사용한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았다.

하지만, 다른 드워프는 또 다르게 이야기했다.

"하체는 안정적이긴 한데, 밸런스가 조금 맞지 않아. 여기를 이렇게 조금만 수정을 해도."

무언가 도면위에 쓱싹쓱싹 그리는 것 같았다.

결과물은 투박한 드워프의 손에서 그려져 나왔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무척이나 깔끔했다.

'역시 드워프는 드워프인가?'

감탄을 연발하고 있을 때, 그녀의 곁에 조금씩 드워프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여기는 내가 전문이지."

"그래! 그렇게 만들어야지. 뭘 좀 아는 것 같은데?"

결국 시간이 지나자 드워프들의 성토장이 돼 버렸다.

"여기는 막 관절을 돌리도록 설계를 하면 다른 쪽 밸런스가 무너지는 거 아니야?"

"그럼 어떻게 하자고? 여기는 꼭 이렇게 돌아가도록 설계를 해야 되는데!"

"뭐 이 난쟁이 똥자루 같은 게, 뭘 안다고 큰소리야!"

"난쟁이 똥자루? 이런 반바지 같은 녀석이!"

자신이 생각한 것을 더욱 관철시키기 위해 움직이는 드워프들의 결과물은 처음 지원이 그렸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라졌다.

각자의 특성에 맞는 모든 기능들을 집어넣으면서 조금씩 크기는 커다랗게 변했고, 수많은 광물들의 조금씩 포함되기 시작했다.

이런 논란을 잠재운 것은 바로 처음 말을 꺼냈던 지원이었다.

"아니, 저는 이렇게까지 커다랗게 만드는 것은 의미가 없어서."

그녀의 말은 잔잔한 호수에 커다란 돌을 던진 것과 같았다.

지금까지 기준점 없이 모든 기능을 삽입하려던 것과 달리, 정확하게 사용자를 이해하고 그를 도와주기 편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일단 가장 크게는 외형부터 시작했다.

몬스터 퇴치를 위한 강력한 장갑들을 하나씩 걸러 내고, 최소한의 방어를 위한 철갑을 둘렀다.

전체적인 무게가 가벼워지니, 절로 사용되는 기계 부품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이 정도 크기면 적당한 것 같아요."

설계 도면에서 표현되기로 180cm 정도의 크기로 그려졌다.

드워프들이 그려 냈기 때문에 실제로 만들어 낸다면 그 크기와 거의 흡사할 것이다.

완성된 도면도를 가지고 기뻐하며 연신 술을 퍼부었던 지원이었다.

저 멀리에서 은비가 술 대결을 시작할 때쯤에는 그녀는 정신을 잃고 누군가에 등에 업혀서 숙소로 이동하고 있었다.

어제의 기억이 떠오른 지원은 자신의 자리에서 벌떡 하고 일어났다.

"내, 내가 무슨 짓을?"

허겁지겁 주머니를 뒤졌지만, 완성도 높은 설계 도면은 어니서도 나오지 않았다.

"아니 그게 어떤 건데, 이렇게 쉽게 잊어버려도 되나?"

기쁨에 취해 술을 거하게 먹고 도면을 잃어버린 자신을 미워하기 시작했다.

아니, 저주했다는 표현이 맞았다.

머리를 쥐어뜯고, 흔드는 것은 기본이었고 때때로 스스로의 뺨을 세게 내려치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붉어진 두 볼은 얼마나 그녀가 스스로에게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똑똑똑."

그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요? 어제 많이 먹은 것 같은데?"

"흐흡, 네에 괜찮아요."

양손으로 입을 다급하게 막고서는 조용하게 말을 내뱉는 지원이었다.

"아래 스프 끓여 놨어요. 내려와서 조금이라도 먹는 게 어때요?"

"네, 알겠습니다."

씩씩하게 대답을 하니 문 밖에 인기척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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