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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56화 (56/146)

# 56

회귀빨로 지존 헌터

- 3권 8화

동굴 밖으로 튀어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하피가 공중에서 강하해 공격을 시작했다.

"쉬이이이이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귓바퀴를 강하게 타격했다.

"어딜!"

태욱의 손은 하피의 발톱을 노렸다.

아니, 발을 잡아챘다는 것이 정확했다.

낚아채려고 하는 하피의 발을 잡고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발목을 잡힌 채 좌우로 흔들기 시작하자 하피가 괴성을 내질렀다.

"꺄아아아악!"

태욱은 이 상황을 일부로 만들었다.

단번에 많은 하피가 공격하는 것이 아니면, 한 마리의 하피 정도는 제압이 가능했다.

지면에서 전투를 벌이는 것이 익숙한 태욱이었다.

공중전에는 하피 쪽이 상당히 유리한 포지션이었다.

그들은 항상 공중에서 지면에 있는 목표물을 낚아채는 전투를 벌인다.

하지만, 공중에서 공격 대상이 보이지 않는다면?

일순간에 전투 방법을 없애 버리는 것이다.

하피들의 공격은 항상 연계 공격으로 이뤄진다.

한 마리의 공격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최소 10마리 이상의 연속 공격이 이뤄지니 쉽게 그들을 낚아챌 수도 잡아낼 수도 없는 것이었다.

단 한 번의 타이밍을 노려 앞으로 뛰쳐나간 태욱이었다.

움찔거리며 공중을 배회하던 하피의 행동을 계산하고 순간적인 반응으로 뛰어 들어올 하피를 예상했다.

정확하게 태욱이 펼쳐 놓은 덫에 걸린 것이다.

"다들 한 부위씩 잡아!"

태욱의 말에 일행은 일사분란하게 팔과 다리, 그리고 몸통을 잡고 하늘로 치켜들었다.

이제 공중에 있는 하피들은 동족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임시방편이야. 빨리 이동하자."

태욱은 저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했다.

당장은 동족이라는 것 때문에 쉽게 공격을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에어리어를 벗어나려고 한다면 그때는 빠른 선택을 할 것이다.

동족의 희생으로 녀석들을 처치하려는 마음이 피어날 것을 예상했기에 일단 혼동을 가지고 있을 때 최대한 많이 움직이는 것을 택했다.

공중으로 동족을 치켜세웠을 때, 하피들의 공격이 일순간에 멈췄다.

흡사 시간이 멈춰진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고요하게 하피의 울음소리와 땅으로 쇄도하는 바람소리는 멈췄다.

다만 이동을 하면서 내뱉는 숨소리만 규칙적으로 들렸다.

많은 거리를 이동한 것은 아니지만, 그 얼음과 같은 잠깐의 브레이킹은 한 마리의 울음소리로 끝이 났다.

"꺄아아아아악!"

그 울음소리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어쩔 줄 몰라 했던 자신들의 행동.

동족을 방패로 삼은 목표 대상.

복합적인 원인의 대한 결과로 하피들의 매서운 공격이 시작됐다.

하피들이 마구잡이로 하늘에서 바닥으로 꽂이기 시작했다.

차분하게 계산돼 움직이던 녀석들의 모습은 사라졌다.

몸통으로 강하게 찍어 누르는 것은 기본이었고, 신체의 생채기 따위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오히려, 자살특공대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신체가 어떻게 되든, 이곳을 절대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그들의 신념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어, 어떻게 해요?"

급격한 태세 전환에 당황을 한 영리는 태욱을 보고 물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해결책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 모양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일단은 뛰세요."

태욱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동료들을 다독였다.

* * *

최선을 다해 뛰어왔지만, 결국 태욱 일행과 페일은 하피의 근거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탈출을 눈앞에 두고 갑자기 바닥으로 내려온 하피들의 모습에 그대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글쎄."

태욱은 자신에게 묻는 지원에게 모른다며 어깨를 들썩였다.

자신의 머릿속에도 하피가 저렇게 행동하는 것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왜 막아 내려고 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성난 표정을 하면서 괴성을 내지르는 녀석들은 바닥에서 겹겹이 태욱 일행을 둘러쌀 이유가 없었다.

아무것도 전혀 예상되지 않았다.

"꺄아아아악!"

개중 가장 큰 몸집을 지니고 있는 한 마리가 앞으로 튀어나왔다.

날개를 활짝 펼쳐 보였다.

흡사, 앞으로 더 이상 나오지 못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뭐지?"

이지(理智)를 가지고 있는 이종족이나 가능하지, 호전적인 모습을 보이는 몬스터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언제라도 달려들 것 같은 하피들이 그가 앞으로 나서자,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설마? 대화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지고 있어?'

인간과 거래를 할 수 있는 수준의 자아를 가진 이종족은 얼마 없었다.

드워프, 엘프 등과 같이 인간의 형상을 하고 마을을 꾸려 살고 있는 종족들이었다.

어디서도 오크, 하피, 리자드맨과 같은 녀석들이 인간과 거래를 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무엇을 원하지?"

태욱은 앞으로 나서며 천천히 물었다.

만약 대화가 가능하다면 서로 전달할 수 있는 언어는 하나뿐이었다.

바디랭귀지(body language).

몸짓과 발짓 그리고 시선으로 대화를 해야 한다.

최대한 공격의 의사가 없다는 듯이 양손을 벌리고 천천히 다가섰다.

고개를 갸웃하며 주위를 살피던 하피는 태욱에게로 다가섰다.

천천히 천천히.

그리고 그의 목덜미로 입을 들이밀었다.

"자, 잠깐!"

말릴 틈도 없이 벌어졌던 하피의 입이 다물어졌다.

"꺄아아아악!"

그 모습을 보고 영리는 눈을 감았고, 금강철인은 재빠르게 태욱의 곁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주변 동료들의 순간적인 반응이 무색할 정도로 태욱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오히려, 화들짝 놀라며 다른 녀석들이 달려들려고 하는 행동을 대장 하피가 막아 세웠다.

"꺄아아아악!"

그의 함성에 달려들 듯 앞으로 뛰쳐나온 하피들이 그대로 공중으로 치솟았다.

그러고는 몇 바퀴 공중을 맴돌았다.

"뭐야?"

"왜 이러는 거지?"

일단은 하피들에게 공격 의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정한 강한 힘에 짓눌려 있는 모습이었다.

본능에 충실한 녀석들이기 때문에 자신보다 더욱 강한 힘을 가진 녀석에게 복종하는 것이다.

여기 자리하고 있는 하피들 중 태욱과 대면한 녀석이 가장 강한 녀석임에는 틀림없었다.

"어떤 이유야?"

태욱의 귓가로 지원이 물었지만, 태욱은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나도 무슨 의미로 이러한 행동을 보이는지 알지 못해.'

순수하게 태욱의 목덜미에 무언가를 낚아채 간 이후 하피들은 그대로 공중으로 치솟았다.

그러고는 그들의 권역 밖으로 나갈 때까지 아무런 공격도 이어지지 않았다.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하피들의 생각에 대한 결론은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예측만 할 뿐이었다.

"왜 우리를 이렇게 보내 주는 걸까?"

"무슨 행동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우리 모르게 태욱이 준비해 놓은 건 아닐까?"

그들의 말 중에서 정답은 하나도 없었다.

태욱이 준비를 해 놓은 것도 없었고, 하피들이 인간들의 행동을 보고 뭔가 의미를 이해한 것도 아니었다.

정작 그 의미를 알 때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 * *

하피들의 공격을 피해 마을로 온전하게 돌아온 페일은 마을로 가장 먼저 뛰어 들어갔다.

"저, 저 왔어요! 페일이 왔다구요!"

입구부터 우렁차게 울리는 페일의 목소리 탓에 다른 드워프들은 문을 빼꼼 하고 열더니, 페일의 모습을 살폈다.

그들 중에서는 버선발로 뛰어나와 페일을 반기는 드워프가 있었다.

스틸과 크리트였다.

페일을 보낸 장본인인 두 명은 페일 걱정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는지 꽤나 퀭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된 거야?"

"빨리 돌아와야지,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거야?"

거리상으로 하루밖에 되지 않았지만, 약 3일 동안 페일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에 큰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 마을에 큰일이 있었고 또다시 자신의 선택에 의해 희생자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걱정한 스틸과 크리트였다.

그들의 걱정이 극에 달했을 때, 온전한 모습을 하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마을로 들어오는 페일의 실루엣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랐다.

와락 하고 품에 안는 갑작스러운 그들의 행동에 페일은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쿠, 쿨럭. 아니 수, 숨은 쉬게......."

더듬더듬 이야기하는 그의 말은 크리트와 스틸에게는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

더욱 강하게 조여 오는 힘이 페일로 하여금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아니, 이 양....... 반....... 들....... 아!"

한 호흡씩 거칠게 내뱉는 그의 음성이 전달됐는지 조금은 힘을 푸는 스틸이었다.

"미, 미안하다."

연신 가슴을 두드리며 큰 숨을 내쉬고 있는 페일에게 던져진 사과였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페일은 스틸을 나무라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살아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건가? 아니면 반대여서 아쉬워서 죽이려 하는 건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스틸이 대답했다.

"아니, 너무 반갑고 기뻐서 그렇게 했지."

"그런데, 이렇게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껴안는 드워프가 어디 있어요? 장인이라는 사람이."

툴툴거리며 내뱉는 페일의 목소리에는 악감정이 하나도 실려 있지 않았다.

다음에는 주의해 달라는 느낌의 뉘앙스였지, 스틸이 내면부터 끓어오르는 불호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 어디 다친 건 아니지?"

두 사람의 재회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크리트는 페일의 어깨를 두드리며 살며시 물었다.

눈으로는 혹시나 보지 못한 상처가 있는 것이 아닌가 훑어 내려가고 있었고 손에서 잔잔하게 느껴지는 떨림은 그동안 큰 마음고생을 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물론이죠, 저 이렇게 멀쩡합니다."

과시하듯 근육을 드러내려는 페일의 행동에 크리트는 그대로 공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에잇, 이렇게 인사만 하고 들어가는 건가?"

아쉬운 마음을 담아 내뱉는 그는 말과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페일은 크리트가 공방 안으로 들어가며 파르르 떨리는 어깨를 봤다.

'아마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간 거겠지.'

약한 모습은 보여 주기 싫다는 그의 신념과 더불어 매일 하던 행동들이었다.

정작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페일과 붙어서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할 것이었다.

자신이 마음 조렸다는 것을 들키지 않게 모습 전체를 감추는 것이 버릇이 된 크리트의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페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따로 그를 불러내지 않고 그만에 시간을 내 줬다.

'그래, 나도 그렇고 크리트도 고생을 했을 거니까.'

약간은 마음을 놓은 페일은 자신이 있던 일을 차분하게 스틸에게 털어 놓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은......."

가감 없이 전부를 전달하기 시작한 페일이었다.

그의 입에서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 모두 드워프들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정말? 그런 맥주가 있다는 건가?"

다른 드워프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바로 맥주 이야기였다.

드워프들의 관심사는 많지 않았다.

물론 무구들의 종류와 이름에 따라 수많은 부류로 정리될 수 있었지만, 대표적으로 말하면 두 개뿐이었다.

맥주와 무구.

그들의 큰 관심사 중 하나가 튀어나오자 절로 곳곳에서 질문이 쏟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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