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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50화 (50/146)

# 50

회귀빨로 지존 헌터

- 3권 2화

'뭐지?'

이상한 움직임을 발견하자마자 페일은 지체하지 않고 몸을 순식간에 숨겼다.

'뭐가 오는 거지?'

손아귀 끝에 잡히는 손도끼가 유일한 그의 무기였다.

꿀꺽.

긴장한 나머지 마른침 넘어가는 소리가 밖으로 크게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진정해, 진정해. 아직 어떤 생물인지 알 수가 없어.'

페일의 눈은 기척이 느껴지는 곳에서 떨이지지 않고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바스락.

바스락.

나뭇잎이 바스러지는 방향으로 귀를 쫑긋 세웠다.

'누군가 오고 있어, 몬스터인가? 아니면 순찰대?'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기척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는 뉘앙스가 풍기자, 페일은 몬스터로 확정지었다.

'네, 녀석을 어떻게 해서든 너희 모두의 목숨을 다 가지고.......'

손에 쥔 도끼를 들고 타이밍을 노리는 순간 고성의 가냘픈 목소리가 숲속에서 튀어나왔다.

"어, 엄마야!"

백옥같은 피부를 가진 인간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녀의 어깨에는 거북이 모양의 정령과 또 다른 어떤 소환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인간?"

페일은 인간을 처음 봤다.

어느 서적에도 인간을 좋게 그려 놓은 것은 없었다.

머리의 뿔을 달고 있든가, 아니면 등 뒤에 커다란 단도를 숨기는 등 다양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좋은 추억이나, 이야기는 없었다.

"네 녀석들이 여기를 어떻게 알고?"

보통 인간들은 드워프 마을을 찾지 않는다.

경계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자, 대장 격으로 보이는 사내가 앞으로 나와 말을 걸었다.

"죄송합니다. 저 숲속에서 그만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길을 잃었다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여기는 숲 한가운데, 숲 밖으로 나가려면 족히 하루는 꼬박 걸어야 하거늘."

양손을 코앞으로 모으더니, 다시 한 번 이야기하는 남성의 목소리가 꽤나 간절해 보였다.

"정말입니다. 진짜, 진짜 길을 잃어서."

"그렇다면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봐라, 나 혼자서는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니."

페일은 경계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훑었다.

'이상한 갑옷을 입은 녀석 하나, 꽤나 튼튼한 몸을 지닌 전사 한 명, 그리고 이상한 무기를 허리춤에 두르고 있는 녀석. 실없이 웃는 제일 수상한 녀석. 그리고 마지막.......'

그는 마지막에 떠올린 여성의 모습을 보고 두 볼이 빨개졌다.

세차게 고개를 흔들더니 다시 그들을 바라봤다.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어."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녀오세요."

페일은 재빨리 마을로 향했다.

가만히 있으라고 이야기했지만, 정말 그들이 그대로 있을지 예상할 수 없었다.

"헉헉헉. 스틸 아저씨! 크리트 아저씨!"

목청 높이 내지른 그의 함성이 마을에까지 전달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그의 목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오는 드워프가 있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단 5분도 안 되는 거리지만, 급한 만큼 시간은 더디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아무리 외쳐도, 마을에서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대장간 문을 열고 페일이 목소리를 높이는 순간까지 아무도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이었다.

깡. 깡. 깡.

모루와 망치가 부딪히는 소리가 대장간을 가득 메우고 있어서 그랬는지, 아무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스틸 아저씨! 크리트 아저씨!"

우레와 같은 목소리에 다들 페일을 바라봤다.

"아저씨 마을 밖...... 에, 밖...... 에."

"밖에 뭐? 밖에 뭐가 어쨌는데?"

신경질 내며 걸어 나오는 스틸에게 페일은 가까스로 숨을 가다듬고 이야기했다.

"흐음, 후우, 흐읍, 후우. 마을 밖에, 인간이 찾아왔어요."

"뭐? 인가, 간이?"

스틸의 떨리는 목소리를 뒤로한 채, 다들 자신의 곁에 있는 어떠한 무기라도 손에 쥐고 마을 밖으로 뛰쳐나갔다.

"네, 이 녀석들!"

"감히 우리 마을을 습격하려고 하다니!"

망치, 끌, 정, 호미, 도끼, 괭이 할 것 없이 손에 집히는 대로 들고 나온 드워프들은 마을 입구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어디, 어디 있냐?"

마을 밖으로 우수수 쏟아지는 드워프들을 보고 인간 일행은 긴장을 했는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버렸다.

주위를 둘러싸는 데 걸리는 시간은 찰나였다.

자주 위치를 잡는 훈련을 해 온 것인지, 군더더기 없이 착 하고 달라붙은 드워프들의 움직임은 체계적이었다.

"무슨 용건이 있어서 여길 찾아왔느냐?"

"설마, 우리 마을을 노리는 것은 아니겠지?"

스틸과 크리트가 번갈아 가며 위협적인 표정으로 물었다.

한마디라도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는 순간 공격에 임하겠다는 기세를 여기 있는 누구라도 느낄 수 있었다.

"저, 죄송합니다만,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있을까요?"

위협적인 태도로 그들을 감싸고 있었지만, 생글생글 웃는 남성의 표정에서는 두려움 따윈 없었다.

어떠한 위해도 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양손을 하늘 위로 높이 들고서는 천천히 스틸과 크리트 앞으로 종이 하나를 던졌다.

"그곳을 찾아가려고 하다가, 길을 잃었습니다."

그가 던진 종이에 그려진 곳은 바로 이곳에서 멀지 않은 광산이었다.

"여기 광산은 왜 찾으려 하는 거지?"

"광산에 뭘 찾으러 가겠습니까?"

"설마, 네 녀석 광물을 노리고서!"

노기를 내뿜는 스틸의 모습에 남성은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몬스터를 찾고 있는 중......."

"뭐? 몬스터?"

몬스터라는 말 한마디에 드워프들의 표정이 분노에서 의문으로 바뀌었다.

분명 얼마 전 몬스터에게 습격을 당한 드워프들이었다.

몬스터에게 좋은 감정이 생겨날 리가 없었다.

적의 적은 일시적인 아군.

동맹군이나 다름없었다.

지금 드워프 마을에 가장 큰 적은 바로 몬스터였다.

하지만, 의심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인간들이란 항상 간악하기 때문에 그 속내를 쉽게 알아차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방향만 알려 주시면 알아서 이동 방향을 잡겠습니다."

마을에는 얼씬도 하지 않겠다는 말에 스틸은 손을 들어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 방향으로."

드워프들은 스틸의 말을 끝으로 다들 마을 안쪽으로 사라졌다.

"페일, 이리 좀 와봐."

스틸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있는 인간들의 모습을 끝가지 바라본 채, 곁에 있던 페일을 불러냈다.

"네, 네? 무슨 일이라도."

"저 녀석들을 쫓아가 봐. 어떤 목적인지 알 수 없으니까."

"저, 혼자 괜찮을까요?"

"괜찮아.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면 돼."

"네, 알겠습니다."

페일은 그대로 그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 * *

가장 먼저 숲을 해쳐 나가는 은비가 태욱에게 물었다.

"대장, 정말 이걸로 괜찮은 거야?"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한 채 묻는 그녀의 두 볼에도 의심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녀가 이러는 것은 바로 약 5분 전의 일 때문이었다.

태욱은 드워프 마을 근처에 다가섬을 느끼자 팀원들을 모두 불러 세웠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단 하나였다.

"절대로 드워프들 앞에서 무기를 꺼내 들지 마."

몇 번을 강조하는지, 듣는 사람이 지겨워질 정도로 반복했다.

"진짜 무기를 꺼내 들면 안 돼, 절대로 손도 대지 말고."

"응?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래."

어떤 영문인지 알지 못한 채, 무기를 꺼내지 말라는 소리만 벌써 수십 번째 들었다.

"이제 그 말을 들으면 100번이 넘어. 그만 좀 하면 안 될까?"

"반사적으로라도 무기를 꺼내 들면 안 되니까."

"그, 그건 좀."

은비는 태욱에게 어렵다는 듯이 어깨를 들썩였다.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평생 훈련을 해 온 그녀였다.

정말 다급한 상황에서 무기에 손이 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나는 감각으로 움직인다고. 온몸에 살기가 가득 쏘아져 오는데, 무기에 손도 대지 말라니? 가능한 거야?"

"물론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겠지."

태욱도 인정을 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신용을 얻는 데 그것보다 더한 것은 없어."

"신용을 얻기 위해? 우리가 뭘 지불하는 건데?"

"믿음."

"믿음?"

믿기지 않는다든 듯이 되묻는 지원이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믿음이라는 것은 배신하기, 아니 뒤통수 맞기 가장 좋은 것이다.

믿을 만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의 연구를 모두 알려 준 그녀는 아주 보란 듯이 통수를 맞았다.

그녀에게 믿음이란 가장 보잘것없는 거래 물품이었다.

"그 믿음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지는 거래하는 사람에 따라 달렸지."

"설마? 드워프들이 원하는 것이 믿음이라고? 다른 새로운 물건이 아니고?"

"물론 새로운 물건으로는 흥미를 끌어낼 수 있겠지. 그들은 장인이고 보지 못한 물건에 굉장한 호기심을 끌어내니까."

"그래, 그러니까 그들이 보지 못한 새로운 발명품을 가져다주면?"

태욱이 동의를 하자 되묻는 지원의 표정에 모든 것이 드러나 있었다.

기쁨,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나타나는 어두운 표정.

"결국, 호기심은 호기심에서 끝난다는 거네."

"정답이야. 결국 드워프들과 거래를 하려면 믿음이 필요한 거지."

태욱의 말에 동의를 한 지원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저, 기사님. 저는?"

"영리는 아마, 공격하지 않을 거야."

태욱은 영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그녀의 정령과 소환수들은 악의와 살기를 구분할 줄 알았다.

정말 목숨을 노리고 들어오는 공격이라면 소환수들이 제 힘을 발휘해 줄 것이다.

태욱의 미소에 영리도 밝은 미소로 대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드워프 마을을 발견했다.

'저기, 저쪽에 있는 모양이군.'

태욱은 일부로 입구 쪽이 아닌, 방책 주변을 배회했다.

혹시나 밖으로 흘러나온 드워프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의 말을 들어 주고, 절대로 거짓말하거나 배신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가장 기본이었다.

움직이지 말라고 하면 그대로 있고, 무구를 버리라고 하면 버린 채, 그들의 말을 기다린다.

태욱은 여기 드워프 마을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다.

생명을 함부로 여기지 않는 마을.

동료들의 복수를 철저히 해내는 의리가 있는 마을.

친우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감추는 마을.

태욱의 기억에 가장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이 가장 마지막이었다.

한 번 서로가 믿음을 주고받고 신뢰가 쌓이면 더할 나위 없는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내가 찾아가기만 하면 볼 수 있었다.

'스틸, 크리트.'

태욱의 머릿속에 떠오른 두 사람이 금방이라도 앞에 튀어나올 것 같았다.

'금방 갈게, 조금만 기다려.'

세 사람의 재회는 얼마 남지 않았다.

* * *

드워프 마을을 떠나고 은비는 뒤를 쫓아오는 기척을 느꼈다.

은비는 태욱의 곁으로 다가서서 살며시 물었다.

"이것도 다 계획에 있는 거지? 드워프들이 쫓아오고 있어."

의문을 가지고 은비는 태욱에게 물었다.

기분이 썩 좋지 않은 탓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뒤를 쫓고 있다는데, 기분 좋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응. 계획에 있는 거야."

태욱은 그런 은비의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대답했다.

은비는 아무런 거부감 없이 행동하는 그의 모습에 의문을 가졌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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