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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46화 (46/146)

# 46

회귀빨로 지존 헌터

- 2권 21화

"진짜 모르는가? 미국헌터클럽의 이면인 다크 나이트를?"

결국 태욱의 입에서 나오면 안 될 말이 튀어나왔다.

헌터클럽의 모든 기밀을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해결책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쪽은 그쪽이고, 우린 우리, 이면이라고 할지라도 서로 다르지."

"글쎄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헌터클럽의 수장이라고 해야 되나? 그 녀석은 잘 알고 있을 텐데."

이름도 불리지 않고 그저 직함으로만 그의 명칭이 나왔지만, 길버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모든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녀석이다.'

길버트는 더 이상 녀석의 대화에 끌려다닐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건 모르겠고, 내 동생. 어떻게 한 거야?"

"저기 멀리, 저쪽 호숫가에 잠들어 있지. 물론 안전은 보장하고 말이야."

태욱은 손끝을 들어 지금과 반대 방향으로 손가락을 찍었다.

"이렇게 끝내서 아쉽기는 한데,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은 이거 하나야. 앞으로 다크 나이트건 헌터클럽이건 상관 안 해. 내 건 건드리지 마."

태욱에게서 차가운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길버트는 그에게서 풍기는 냄새가 너무나 익숙했다.

분명 어디선가 많이 느껴 봤던 기운이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는 없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 그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길버트의 이성적 자아가 판단을 내린 것이다.

적어도 지금 여기서 그가 말한 것 중 진실이 아닌 것이 없다.

모두가 진실이다.

사람의 습관을 캐치하고 그가 어디로 움직일지, 진실을 이야기하는지, 거짓으로 감정을 숨기는지 확인했다.

모든 것들이 진실이었고, 태욱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었다.

철저하게 자신의 먹이를 뺏긴 맹수가 뿜어내는 엄청난 기운.

그것을 정면으로 받아 버린 길버트의 등 뒤에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어찌됐던 목숨을 걸고 싸웠다면 분명 누군가 한 명은 지금 두 발로 서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그 대상은 길버트가 될 것이다.

길버트가 동생을 찾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은 억겁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너무나 더디게 흘러가고 천천히 그리고 가슴을 강하게 후벼 파는 고통과 다름없었다.

드디어 저 멀리 마이크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하자, 왈칵하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침착해, 침착해.'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흘러넘치는 감정을 쓸어 담았다.

"혀, 형?"

의식을 되찾은 마이크는 자신의 어깨를 감싸고 흐느끼고 있는 길버트를 발견했다.

'뭐지? 어떻게 된 거지?'

그저 마이크에게는 의식을 잃었다 되찾았을 뿐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그리고 지금 무슨 상황이 일어나 있는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아무것도 없었다.

감았던 눈을 뜨고 그 앞에는 형이 있고 눈물을 글썽이고 있을 뿐이었다.

"형, 뭐야? 왜 이래?"

"어, 마이크, 일어났구나."

길버트는 마이크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는 아무런 말 없이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왜 이래? 왜 이러는 건데?"

마이크의 외침이 던전 내부를 꽉 채울 때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길버트였다.

* * *

콰아아앙.

미닫이문이 강하게 벽으로 부딪혔다.

그 반발력으로 다시 튀어나오는 것을 거친 손이 막아섰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손의 주인은 길버트였고 목소리의 주인공은 주변 사람들이었다.

길버트가 거칠게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여러 사람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길버트가 마치 문에다 화풀이하는 모습으로 보였으니 당연한 행동이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이렇게 화풀이를 할 거면 클럽에 소속될 필요가 없지 않은가?"

길버트의 어깨를 잡아채며 말을 던진 다른 랭커는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쏘아져 나오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마치 모든 일의 원흉이 네 녀석이냐? 라고 묻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그렇게 바라보면......."

"아무것도 모르면 그냥 조용히."

차분한 태도에서 나오는 그의 말에는 한기가 서려 있었다.

결국 그는 한 발자국 물러섰고 길버트는 클럽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어, 왔군."

담담하게 길버트를 반기는 클럽장은 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지 여유로운 모습이 넘쳐났다.

"제가 왜 찾아왔는지 아시는 것 같은데? 제 착각입니까?"

"글쎄,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대답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길버트는 꽤나 유능한 탓에 클럽장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클럽장의 속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논점을 흐리지 않고 가운데로 파고들었다.

"다크 나이트. 저희의 이면을 알고 있는 녀석이 충고를 하고 떠났습니다."

"그래? 뭐라던가?"

"아직 맛도 보여 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클럽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길버트의 말에 동의를 했다.

"과연, 그럴 만한 인물이었어. 더 할 말 있는가?"

용무가 끝났다는 듯이 길버트에게 축객령을 내리는 클럽장에게 길버트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결국 나와 내 동생은 미끼에 불과한 겁니까?"

적어도 클럽장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너털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든 행동은 상대가 예상 그대로의 행동을 자행했을 때 나오는 무의식과 같았다.

계획대로 움직이고, 예상이 맞았다면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함이었기 때문이다.

길버트가 억울함을 느끼고 있는 사이 그의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후후훗. 그건 느끼기 나름 아닌가?"

오묘한 뉘앙스를 풍기며 클럽장이 말을 내뱉은 것이었다.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절로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꽈아아악.

피부 표면의 세포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통증을 자아냈지만, 길버트는 아무런 고통을 느낄 수 없었다.

신체가 느끼는 분노와는 달리 그의 두뇌에는 왠지 모를 공포감이 실렸기 때문이었다.

덜덜덜.

분노의 찬 떨림과는 달랐다.

주체할 수 없는 공포가 그의 어깨를 짓눌러 나오는 현상과도 같았다.

"네에, 알...... 겠...... 습니다."

떨리는 목소리가 그대로 분출됐지만, 클럽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착각했을 수도 있는 거지."

그대로 길버트는 클럽장실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털썩하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대화를 하며 소모된 심력이 체력적인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갑자기 풀린 긴장과 더불어 신체에 있는 근육들이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반면 길버트가 문 밖으로 나가자마자 클럽장은 수화기를 들었다.

"이번에 해 줘야 할 게 있는데 부탁 좀 하지."

클럽장의 말에 수화기 건너편에서 응답을 하는 신호를 보냈다.

"어, 어, 그래. 일전에 이야기한 대로 잘 부탁하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전화기를 내려놓는 그의 눈빛은 한없이 차갑고 어두웠다.

* * *

태욱은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공항에서부터 쉽게 보내 주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을 했지만, 상대도 더 이상 대외적으로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진 듯 보였다.

'그래도 누군가는.......'

태욱은 알고 있었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은밀하게 자신에게 접근해 오는 사람이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졌다.

비행기 내부에서 자신의 자리 곁으로 오는 사람에게도 스튜어디스에게도 아무런 신호를 받지 못한 채 한국에 떨어지자,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아니, 슬슬 나타나고도 남을 시간인데,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니?'

의심을 거두고 인천 공항 밖으로 나서자,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태욱을 기다리는 금발의 미녀가 있었다.

자신을 배웅할 사람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미국에 며칠 일정으로 가는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으며, 한국에 따로 연락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자신을 찾은 사람은?

미국에서 어떤 힘을 펼치는 한 그룹일 것이다.

"좋은 여행 되셨습니까?"

"아, 네, 물론입니다. 아주 좋은 선물을 사 오지는 못했지만, 꽤 유용한 여행이 된 것 같군요."

태욱이 이야기하자, 순간 씁쓸한 표정이 올라오더니, 이내 감춰지는 금발 미녀였다.

"아, 제 소개를 하지 않았네요. 저는 미국연방 소속의 엘리스입니다."

"아, 그러셨군요. 저를 잘 알고 있으니 제 소개는 필요가 없으시겠죠."

태욱이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엘리스는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이번에 미국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 함구하겠다는 연락을 드리기 위해 직접 배웅 길에 나섰습니다."

"그런가요? 전 미국에서 한 일이 없는데.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단번에 태욱은 그녀의 말을 일단락시켰다.

결국 자신은 미국에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는 말을 한 것이다.

너희들이 묻고 넘어가거나,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아, 물론입니다. 이번 여행길에 도움이 돼 드리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다음에는 아주 좋은 코스를 준비해 두겠습니다."

약간은 발음을 뭉개며 이야기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좋지 않은 감정이 실려 있었다.

어찌됐던 자신은 미국의 대표 격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무시를 받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물론, 그가 자신의 컨트롤에 들어올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오는 틈이었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겠습니다. 미국의 여행은 제가 정하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합니다. 그런 도움은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태욱이 웃으며 한 번 더 도발을 넣자, 귓가에 울리는 첨예한 소리가 있었다.

-미국 내부에서 있었던 일을 문제 삼지 않겠다고 정부 측 입장을 전달하러 왔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앞으로 태욱 씨의 모든 행동거지를 지켜보겠습니다.

태욱은 엘리스의 전음을 듣고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하루살이가 귓가를 맴돈다는 듯이 손부채질을 하며 그녀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이만 집에 돌아가 봐도 괜찮을까요?"

태욱의 앞을 막아서고 있는 엘리스에게 존칭을 사용해 가며 그녀를 옆으로 살며시 밀어냈다.

결국 자신을 홀대한다는 기분이 든 엘리스는 솟아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터뜨렸다.

-경고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나 보지?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어디까지 가능한가?

뇌리를 울리는 음성에는 분노가 차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두 사람의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멀리서 보기로는 서로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엘리스는 미소를 짓고, 그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태욱의 모습 말고는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당신만 이런 스킬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란 착각을 하는데, 어디 한 번 해 봐? 내 이름을 걸고서라도 확실한 결과를 보여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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