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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45화 (45/146)

# 45

회귀빨로 지존 헌터

- 2권 20화

'설마? 내가 땀을 흘리고 있었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기세 싸움만으로 이렇게 전신이 긴장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신체가 단순히 뇌의 지배를 벗어났다는 반증이었다.

"아 맞다. 마이크인가? 그 녀석 아직 살아 있기는 한 것 같은데."

길버트는 태욱의 입에서 마이크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네 녀석이 내 동생을!"

소리를 내지르며 금방이라도 덮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지만,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냉철하게 스스로를 판단하고 있는 것이었다.

머릿속은 분명 분노로 가득 차고 있었지만, 점점 심장은 차갑게 식어 가고 있었다.

당장의 분노보다는 냉철한 판단이 전투에서 더욱 도움이 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본능과 이성.

두 가지 신체를 지배하려는 지배 속성이 서로 대립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 * *

태욱은 길버트의 전투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길버트는 최후의 전투에까지 살아남은 유명한 헌터였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전투에서 성장을 한다는 것이다.

본능과 이성.

길버트를 지칭하는 커다란 요소였다.

차갑고 냉철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살육에 미친 늑대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정확한 판단에 따른 행동 지침이었다.

광기에 사로잡혀 있더라도 상황에 따라 도망칠 줄 알았고, 부드러운 기운으로 상대를 끌어들일 줄 알았다.

두 가지 커다란 지배 속성을 정확하게 저울질하는 능력자였다.

'아마, 지금도 그사이에서 판단을 하고 있겠지.'

야수적인 감각을 믿느냐?

냉철하고 정확한 판단을 믿느냐?

어느 것이든 태욱에게 전혀 부담이 되지 않았다.

두 개의 성격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바로 급변하는 스타일을 알고 있느냐 모르느냐?

두 차이가 만들어 내는 전투 스타일을 태욱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초월적인 흉내 내기.

길버트의 가장 주축이 되는 기술.

체인지 오브 페이스(Change of Face).

순간적으로 본능과 이성의 스타일을 바꿔 버리는 스킬.

이것을 태욱이 익혀 낸다면 그를 상대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신체적인 능력은 갖은 패시브 스킬과 강화 스킬을 이용하면 길버트에게 뒤처지지 않는다.

나머지 하나.

이성적으로 상대를 분석하고 전투를 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경험상으로도 압도적인 능력을 보일 수 있었다.

태욱에게는 회귀 전 기억과 회귀 후의 기억까지 모두 합칠 수 있었지만, 길버트에게는 지금까지의 기억뿐이었다.

많은 경험에서 튀어나오는 돌발 상황에 대한 해결은 태욱이 빠를 것이다.

결국 두 개 중 어느 하나 앞서지 못하는 것이 길버트였다.

태욱은 천천히 이 상황을 즐겼다.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서 그의 스킬을 익혀 낼 수 있다면?

길버트가 체력적으로 지치는 데 필요한 시간만 지나면 그를 능히 제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태욱이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한 과오가 있었다.

"받아라!"

잘 벼려진 칼날이 태욱을 향해 달려들었다.

'본능인가, 이성인가?'

아직 눈빛이 초롱초롱한 것을 보고서 움직이는 그의 모습에 즉시 상태를 확인했다.

'상대방의 수를 노려보는 일격.'

전투를 벌이면서 상대를 파악하는 것은 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일정하게 움직이고 그 패턴을 읽어 내, 예기치 못하는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다.

처음 태욱과의 전투를 벌이는 것은 이성과 이성 간의 대결이었다.

'이것도 나쁘지 않지.'

아직까지 체인지 오브 페이스 스킬을 사용하지 않는 길버트에 경계의 눈초리를 하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태욱도 그의 행동에 맞춰 조금씩 움직였다.

일정한 패턴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지만, 결국 같은 행동의 무의미한 반복이었다.

상대방은 어떠한 약점도 보이지 않고, 완벽하게 움직이는 행동에 어떤 변형식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정석에 맞춘 정석적인 방어.

마치, 서로 합을 맞춘 후 보여 주는 교범과도 같은 행동이었다.

'진짜 이성적인 판단이군.'

냉철한 판단을 보여 주는 길버트를 보고 태욱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적어도 자신과의 경험을 따지면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런 상태에서 깔끔한 공방전을 벌였다는 것 자체가 서로를 비교 할 수 있는 것이다.

태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점점 신체의 한계를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아니, 어떻게 된 거지? 분명 냉철하게.'

어깨선을 비롯해서 호흡까지 모든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어디 하나 뒤바뀌거나 어색해지는 겨를이 없었다.

'서, 설마? 지금?'

태욱은 다급하게 스킬을 외쳤다.

"초월적인 흉내 내기."

태욱은 스킬 영창과 함께 재빠르게 태세 변환을 준비했다.

스킬명은 정확하게 모르고 있으나, 이렇게 상황이 급변했다면 분명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스킬을 사용했을 것이 확실했다.

'언제, 언제.......'

길고긴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태욱이 기다리던 시스템 알림음이 울렸다.

-목표를 선정할 수가 없습니다. 스킬을 확인해 주세요.

전혀 뜻하지 않는 알람음에 태욱은 당황했다.

'스킬을 선정할 수 없다니?'

점점 빨라지는 길버트의 손속을 따르지 못하는 한계선까지 임박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난다면 태욱은 자신의 상태를 보여 주러 왔다가 오히려 당해 버릴 것이다. 치욕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진짜, 스킬이 아니라고?'

태욱은 다시 한 번 스킬을 펼쳤지만, 그에게 들려오는 소리는 같을 뿐이었다.

-목표를 선정할 수가 없습니다. 스킬을 확인해 주세요.

태욱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길버트의 이중인격이었다.

회심의 일격이라고 생각했던 스킬이 먹히지 않자, 그의 표정에는 당혹감이 몰려들었다.

'일단, 거리를 벌리자.'

그의 전투 스타일은 알고 있었다.

광분해 공격에 급급한 스타일에서는 시야가 좁아지고 틈틈이 약점을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다.

태욱은 최대한 거리를 벌리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뒤를 끈질기게 쫒아오는 길버트의 몸짓에 쉽사리 떨쳐 내지 못한 채 바삐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와서 길버트를 목표로 삼은 태욱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헌터클럽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

바로 실전 투입 전력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태욱이 가장 대결하기 좋은 상대로 삼았던 길버트의 특성을 살피고 나니, 망치에 머리를 맞은 충격을 입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사실 길버트는 일반인과 조금 달랐다.

그의 신체를 지배하는 인격은 두 개로 나뉘어 있었다.

한 개의 신체를 가지고 두 개의 인격이 서로 번갈아 가며 튀어나오는 것이다.

보통 이렇게 두 개 이상의 인격이 생기게 된다면 벌어지는 일들이 존재한다.

가장 크게는 서로를 부정했다.

한 개의 인격이 튀어나왔을 때는 다른 인격이 존재하는 것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서로 다른 인격은 각자가 행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각자의 구간이 나뉘어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현상은 바로 상대를 죽이려 하는 것이다.

다른 인격이 튀어나오지 못하도록 하나의 인격이 신체를 쥐락펴락한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하나의 인격은 다른 하나에게 흡수돼 버린다.

하지만, 길버트의 인격은 그것과는 궤를 달리했다.

두 개의 인격이 서로를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각자가 서로의 장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신이 나서야 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이다.

서로가 배척하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인격 변화가 이뤄지기 때문에 변화의 부작용이나, 순간적인 졸도, 기절이 존재하지 않았다.

태욱은 안일했던 자신을 탓했다.

약간을 알고 있는 것 가지고 전부를 판단했다.

그 결과, 위험을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한참 동안 도주에 목적을 둔 채로 움직이고 있으니, 길버트도 체력이 떨어졌는지 어깨를 들썩이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두 사람의 경계와 전투는 5분 동안 이뤄졌다.

동물들이 세포 속에 저장할 수 있는 최대의 시간은 5분이 넘지 않는다.

지속적인 전투를 통해 얻는 것은 각종 젖산이었다.

육체에 쌓인다면 결국 반사 신경은 조금씩 떨어지게 돼 있다.

물론 훈련을 통해 빠른 속도로 회복이 가능하지만, 그것도 회복되는 수준이었다.

과도한 호흡을 통해 순간적으로 회복을 하는 것이다.

몸에 쌓인 젖산을 방출시키는 능력을 지닐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무호흡으로 서로가 경계를 하며 공격을 주고받은 5분.

"잠깐. 잠깐 기다려 봐. 네 동생이 궁금하지 않아?"

태욱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던 길버트가 동생이 궁금하다는 소리에 움찔거렸다.

"그래, 궁금할 거야? 그렇지? 근데 이렇게 흥분한 상태가 된다면 말을 할 수가 있나?"

태욱은 길버트의 이성적인 자아가 튀어나오기를 바랐다.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한 본능적인 자아는 이러한 면에서 단점을 보일 것이라 생각한 이후에 내린 결론이었다.

태욱의 판단은 정확하게 맞아 들어갔다.

"후우, 후우. 그래 아까는 도발적이었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하고 싶은 모양이군."

길버트는 자신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더욱 여유로운 모습을 하고 태욱을 바라볼 수 있었다.

'기세 싸움에서 이겼다.'

사실, 길버트는 동생이 이미 죽은 줄 알고 있었다.

다른 헌터들이 돌아온 시간에 비해 두 배 이상 흘렀고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흔하게 머리카락 하나 남지 않았다고 해야 되나?

가뜩이나 제대로 화력을 조절하지 못했던 동생은 솔로잉 사냥을 즐겨 했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처음에는 적대적인 성향을 보이던 녀석도 지금은 약간은 부드러운 성격을 보이고 있었다.

"장난이면 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다."

"장난은 아니지. 하지만, 나도 들어야 할 것이 있거든."

태욱은 길버트에게 넌지시 던졌다.

"다크 나이트 녀석들이 왜 한국으로 온 거지?"

길버트는 태욱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 표정이 굳어졌지만, 금세 표정 관리를 끝마쳤다.

'이 녀석이 우리 이면을 어떻게 알고 있지?'

머릿속으로는 한참이나 생각을 굴리고 있었으나, 눈은 꿈쩍하지 않고 태욱을 향해 있었다.

이런 정보까지 알고 있다면 분명 길드 차원의 일이었다.

하지만, 밝은 쪽을 향하고 있는 그는 전혀 알 수 없는 정보였다.

"글쎄 나는 모른다. 그리고 그 길드에게 불만이면서 왜 나와, 내 동생 그리고 우리 헌터클럽에게 이런 치졸한 짓을 벌이는지 전혀 이해를 할 수 없군."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길버트의 모습에 태욱은 콧웃음을 쳤다.

"후훗, 미국헌터클럽에서 다크 나이트를 모른다고 이야기하다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지경이군. 난 단순히 나를 뒤쫒다간 큰일 난다는 것을 알려 주려고 왔어."

"뭔 소리야? 큰일이 나다니, 그리고 그걸 우리 헌터클럽에 풀어 놓고 마음대로 떠나겠다고?"

길버트는 표정이 구겨졌다.

단순히 길드 차원의 일이면 길드에 이야기를 할 것이지, 왜 죄 없는 동생과 자신 그리고 약한 길드원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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