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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40화 (39/146)

# 40

회귀빨로 지존 헌터

- 2권 15화

태욱은 지금 만불독침이란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적어도 독에 대해서는 어떤 위험도 감수할 수 있는 것이다.

슬라임은 물리적인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

독으로써 상대방을 무력하게 만든 이후 천천히 흡수하는 몬스터였으니, 독이 전혀 들지 않는다면?

절대로 상대방을 녹여낼 수 없는 것이다.

태욱은 이것을 노리고 맹독 슬라임을 찾아 돌아다녔다.

얼마 전 코브라 릴리의 사냥터와 비슷한 느낌은 있지만, 전혀 다른 쾨쾨한 냄새가 코끝을 찔러 들어왔다.

시취(尸臭)가 얼마나 강한지, 코를 막지 않고서는 몇 발자국 움직이기 힘들었다.

'사냥하기 좋다.'

분명 이곳으로 사냥하러 오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길을 잃어 헤매다 오는 사람은 있어도 태욱처럼 의도적으로 이곳에 사냥을 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기 있군."

태욱은 단숨에 달려 나가 슬라임을 향해 검을 내리꽂았다.

물컹.

여타 다른 몬스터와 상대를 할 때와는 다른 촉감이 손끝을 타고 전달됐다.

일정한 막을 이뤄 형태를 갖춘 슬라임이 가볍게 태욱의 공격을 막아 낸 것이다.

"트리플 블레이드."

손에 익숙한 스킬을 사용하고 다시 한 번 슬라임을 공격했지만, 여전히 무용지물이었다.

아니, 의도적으로 태욱 스스로가 공격을 밖으로 흘린 것이다.

몬스터를 앞에 두고 여유를 취한다?

어느 누가 할 수 있겠는가?

할 이유가 보통은 없었다.

그렇다. 보통의 상황에서는 이렇게 사냥을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태욱은 처음 던전에 올 때부터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자꾸만 자신의 주위에 사람이 맴도는 느낌.

감시당하는 기분.

하늘의 눈이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기분에 휩싸여 있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움직인 것이다.

혹시나, 잘못 판단하고는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만약 정말 자신을 추격하고 있다면?

그들을 깊은 곳까지 끌어들일 생각이었다.

태욱의 생각이 정확하게 맞아 들었는지, 그들은 조금 거리를 둔 채, 태욱의 뒤를 면밀하게 쫒아오고 있었다.

* * *

처음 태욱을 조사해 달라는 의뢰를 받자마자 진혁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왜?'

그저 머릿속에 의문이 들 뿐이었다.

일반인에 불과한 그를 조사해 달라고 하니 당연한 것이었다.

정작 조사에 들어가자 진혁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그에게 숨겨진 것이 너무나 많았다.

-헌터가 된 것은 불과 얼마 전.

-한성 중공업의 대주주.

-주식을 매수하자마자, 마정석 합성기 발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나, 최대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함.

굵은 글씨로 적혀 있는 단편적인 정보였다.

그 세부적인 내용은 진혁의 머릿속에 모두 그려져 있었다.

'뭔가 수상해.'

태욱이라는 사람을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그 정보는 너무 방대해져 가기 시작했다.

"리더, 정말 괜찮은 거야?"

진혁은 자신이 수족처럼 부리는 4명의 동료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응 괜찮아. 아직 우리가 쫒아가는 걸 눈치채지 못했어. 행동 패턴이 똑같아."

"근데, 뭐하는 사람이길래? 이렇게 큰......."

"쉿."

손을 들어 그의 발언을 막았다.

떠벌이처럼 앞서 튀어 나가는 그가 어떤 정보를 흘려 낼지 몰랐다.

"어때? 우리밖에 없는 거 아니야?"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우리 말고 얼마든지 그를 쫒을 사람은 많다. 모든 상황에 대비해서 나쁠 것은 없지."

딱딱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남성의 손이 멈춰졌다.

그를 쫒아 이동을 하는 것도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혹시나 자신을 눈치채지 않았을까?

동료들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낀 것은 없었을까?

하늘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천공의 눈이 있다면 이렇게까지 어렵지 않겠지만, 그는 지평선으로 이어진 시선밖에 없었다.

정보를 믿는 것이 아니라, 분석하고 판단한다.

그것이 실패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꽤나 태욱의 뒤를 쫒았다.

사냥터에 도착해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동안 달라진 것은 없는지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그래도 오늘은 조금 더 가까운 것 같은데."

그렇지 않는다면?

저렇게 많은 몬스터가 즐비한 곳에 스스럼없이 뛰어들 리가 없었다.

한 번이라도 안전지대를 더 살피고, 도주로를 확보하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경계심 따위는 전혀 없고, 우직하게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밀어붙이는 불도저와 같은 사람이었다.

손에 쥔 서류철에 연신 글자를 적어 내려갔다.

꽤나 두꺼운 종이에 빽빽하게 적혀 있는 검은색 글씨.

태욱의 뒤를 쫒으면서 세세하게 모든 것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이 종이만 있다면, 태욱이 오늘 한 모든 행동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몇 걸음을 걸었는지, 어딜 통해 이곳으로 왔는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이제 시작이겠군."

그가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태욱은 엄청난 능력을 숨기고 있었다.

적어도, 도착하자마자 했던 행동들 중에, 두려움과 걱정이 보이는 행동은 없었다.

당당함.

자신감.

당연함.

모든 행동에 거침이 없는 모양새를 보니, 단단히 믿는 구석이 있는 듯했다.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확인이 될 때까지 이들은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계획이었다.

"하암. 심심해.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돼? 팀장님 그냥."

"쉿. 우리의 목적을 잊은 건 아니지?"

팀장인 진혁이 팀원들을 달랬다.

진지해진 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팀원들은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자이언트 비를 일도에 양단해 버렸다.

단 한 번의 손짓이었다.

적어도 태욱을 지켜보는 이들의 실력은 상당히 높은 수준에 달해 있었다.

사뿐한 발걸음, 그리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긴장하지 않는 모습.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태욱의 뒤를 쫒는지 알 수 없었다.

"팀장, 어때? 여기 생각보다 괜찮지 않아?"

알려지지 않은 던전이라 이곳을 찾아오는 헌터들은 극소수였다.

일정한 파티를 이뤄 사냥하는 그들의 행동은 톱니바퀴가 굴러가듯 정해진 수순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사냥에 들떠 있을 시간은 없다."

"에이, 잠깐 놀자는 건데."

그에게 있어서 이곳에 있는 자이언트 비는 심심풀이 정도인 것이다.

지루한 찰나에 흥미를 동하게 만들어 줄 장난감밖에 되지 않았다.

"최대한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것이 원칙이고 철칙이다."

"사냥에 목을 매자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잠깐."

서늘하게 비치는 리더의 시선에 그는 입을 다물었다.

서로가 돈독한 사이라고 할지라도, 오늘의 임무가 어떤 의미로 작용하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혁은 대화를 하며 태욱에게서부터 거뒀던 시선을 다시 돌렸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몬스터만 덩그러니 있을 뿐 태욱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뭐, 뭐지? 어느 틈에?'

고개들 돌려 태욱을 찾으려고 하는 순간. 들려서는 안 되는 익숙한 목소리가 풀숲에서 들려왔다.

"뭐야? 왜 자꾸 뒤를 쫒아?"

태욱이 그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 *

"뭐야? 왜 자꾸 뒤를 쫒는 거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던 지금까지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들의 행동에 이상함이 느껴졌다.

'뭔가 노리는 것이 있어.'

시간을 보내며 정보를 건네주는 것이 썩 기분 좋은 것은 아니었으나, 어떤 이상행동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두고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일정 선을 넘어서는 순간.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벌써 며칠째, 내 뒤를 쫒는 것은 고사하고, 그렇게 적어 내려가고 있는 거, 그건 돌려줬으면 하는데."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태욱을 상대로 진혁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건 어려울 것 같군요. 그리고......."

"그리고?"

"보내 드리면 안 될 듯 보이네요. 며칠만 더 기다리셨어도 충분했는데."

태욱에게 내뱉은 말은 날카롭고 차가웠다.

단어가 주는 원색적인 의미가 아닌, 목소리의 무게와 톤이 태욱을 압박해 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상당히 능숙하다?'

태욱은 그의 음성에 깜짝 놀랐다.

상당히 능숙하다는 것이 주는 의미는 바로 이런 일을 자주 했다는 것이다.

보통 상대방을 감시하거나, 지켜보는 정보원들은 이런 상황에서 흔하게 두 가지를 선택한다.

도주하거나 그 자리에서 더 큰 정보를 내뱉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강한 전투력을 가졌다면 굳이 상대에 대한 정보를 캐낼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요? 어디 한 번 두고 봅시다."

태욱의 신형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검은 복면을 쓴 5명의 사내 중 한 사람의 곁에 모습을 드러냈다.

퍼어억.

커다란 소리와 함께, 복면을 입은 남성의 신체는 기역 자처럼 꺾여 버렸다.

"......."

순간적으로 목덜미를 내려쳐 의식을 잃게 만들어도 단발마 같은 비명이 새어 나오곤 한다.

복부의 타격으로 정신을 잃게 만든다?

그건 더욱 힘든 일이었다.

태욱은 단 일격, 그것도 복부를 향한 공격으로 상대방의 의식을 끊어 버렸다.

비명조차 내지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한 공격이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실력이군.'

그 모습을 지켜본 진혁은 또다시 수첩을 끼적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모아 둔 정보에 대한 변형이 필요한 것이다.

"아마, 여기 있는 모두를 잡아낼 수 있을 거라 판단한 모양이군?"

"물론이지. 일부로 여기까지 공들여 끌어들였는데, 쉽게 놔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태욱의 하대도 어느 순간 자연스러워졌다.

"그렇다면? 어디 한 번 해 보시게."

진혁이 허공에 손을 휘젓자 4명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튀어 나갔다.

"오호라. 한 명만 도주하면 그만이라는 건가? 이것도 재미있지."

태욱은 4명의 능력을 서로 비교했다.

자신과 대화를 나눈 이가 리더일 가능성이 가장 컸다.

음색의 톤과 신체 신호가 보내는 작은 정보를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가장 평온하게 너스레를 떨 듯 자신과 말장난도 나눴다.

그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태욱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정보.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목숨까지.

등 뒤를 봐주는 사람이 누군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지금부터 캐내야 되는 것이 태욱의 의무였다.

도주를 하는 와중에도 자연스럽게 단도를 던지는 그들의 모습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수려한 원을 그리듯 물 흐르듯 움직이는 행동에 감탄을 자아낼 정도였다.

'너무나 익숙해. 팀인가?'

팀이라고 하기에는 서로의 연대 관계가 보이지 않았다.

보통의 팀이라고 하면 같은 호흡으로 숨을 쉴 정도로 서로의 생각을 맞추고 한 사람처럼 움직인다.

정보원의 기본이 되는 행동이었다.

그런데, 태욱은 그런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지금 추격하고 있는 사람도 개인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팀으로서는 실격이다.

'일시적으로 만들어진?'

빠르게 뒤를 쫒아가다 태욱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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