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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38화 (37/146)

# 38

회귀빨로 지존 헌터

- 2권 13화

곁에 있던 은비는 단호하게 외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궁금증을 자아냈다.

단호한 표정으로 양손을 꽉 쥐는 형태가 꽤나 귀여웠다.

"기사님 보고 아티팩트 확인 좀 해 달라고 하려고요."

"아티팩트?"

"네!"

지금 영리가 사용하는 아티팩트는 꽤나 높은 등급의 상품이었다.

태욱이 곁에서 지금 당장 사용해야 될 것들을 조목조목 챙겨 줬기 때문에, 꽤나 높은 수준의 아이템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원정을 통해 레벨을 올렸기 때문에, 새롭게 아티팩트를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 그럼 나도 같......."

"언니는 자제 좀 해 주세요. 그냥 단둘이 갔다가 올게요. 언니랑 같이 가면 조금 힘들어서."

일전에 영리는 은비와 같이 쇼핑을 나선 적이 있었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떨어뜨리고 부수고 훼손하는 통에 제대로 된 쇼핑을 즐기지 못했다.

"그, 그래."

은비도 그녀의 사정을 알고 있는지 쉽게 포기했다.

태욱과 영리의 첫 번째 데이트는 이렇게 성사됐다.

"특별하게 맞추고 싶은 게 있어?"

그가 자상하게 영리에게 물었다.

"그, 그게."

가까이 다가와 이야기하는 태욱의 모습에 영리의 심장은 심하게 요동쳤다.

두근, 두근.

엄청나게 크게 뛰는 심장소리가 들릴까 영리는 살짝 뒷걸음질 쳤다.

'마치, 들릴 것 같아. 이렇게 크게 뛰는데 못 들을 리가 없잖아?'

영리는 양손을 포개 자신의 가슴 위에 올렸다.

어떤 것이라도 심장 소리를 막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나온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저, 저기. 이번에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소환수 용품을......."

영리는 끝말을 흐렸다.

빨개진 두 볼이 부끄러운 영리의 상태를 알려 주고 있었다.

"소환수 용품이라."

태욱은 턱을 잡고 고심에 빠졌다.

지금 상태의 영리의 소환수 용품보다 좋은 물건은 몇 개 없었다.

많은 돈을 주면 구할 수 있었지만, 효율이 좋지 않기 때문에 굳이 구매를 하지 않고 있던 것이다.

태욱은 상점가를 걸어 다니며 눈으로는 재빠르게 스캔을 하고 있었다.

혹시나 아직 가치를 모르는 아이템이 눈먼 주인을 통해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돌아도 그녀가 원하는 아티팩트는 나오지 않았다.

하루 종일 두 사람은 같이 거리를 거닐고 있던 셈이었다.

"이거 미안해서 어떻게 하지? 좋은 아티팩트가 없었네."

태욱은 아쉬움을 영리에게 토로했다.

"괜찮아요."

영리는 뒷말을 마음속으로 삼켰다.

'같이 있어서 그걸로 참 좋았어요.'

이미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태욱의 방을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그저, 신호등 신호에 눈을 집중한 채, 빨간불에서 초록불로 바뀌는 순간 반사적으로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빵. 빵.

저 멀리서 클랙슨 소리가 들렸다.

귓바퀴를 타고 들어오는 소리에 영리는 고개를 돌렸다.

금방이라도 부딪힐 것 같이 쏘아져 오는 자동차에 온몸이 굳어 버렸다.

"어, 어?"

갑자기 다가온 위험에 세상이 천천히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차량도 천천히, 아주 조금씩 움직였다.

5m.

4m.

3m.

2m.

1m.

무섭게 다가오는 차량을 보고 피하려고 했지만, 그 전에 그녀의 신체를 당기는 이가 있었다.

정체는 바로 태욱이었다.

"위험해."

나지막한 그의 목소리가 영리의 마음속 깊은 곳을 파고들었다.

지금은 그렇게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

영리의 능력으로 충분히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차량이 오는데, 능력자가 피해 내지 못했다?

아무리 전방에서 싸우는 헌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상황에서 피해 내지 못할 리가 없었다.

단순한 호의.

태욱이 행한 행동은 누구나 서슴없이 강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영리의 입장은 전혀 달랐다.

따뜻함.

배려에서 나오는 감정.

평소와 다른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배려가 그녀의 마음을 흔든 것이다.

* * *

약간의 일탈을 끝낸 태욱은 자신의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했다.

[강태욱]

레벨 : 60

직업 : 절대 신을 모방하는 자.

힘 240(+475)

민첩 243(+637)

체력 287(+818)

마력 376(+1,260)

[스킬]

-기본 등급 : 379

-A 등급 : 2

-S 등급 : 0

-SS 등급 : 1

-SSS 등급 : 0

단출했던 스킬 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스킬 창을 보는 순간만큼은 지금까지 태욱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반증이었다.

물론, 높은 등급의 스킬은 아직 익혀 내지 못했다.

S급 이상의 스킬.

흔하게 볼 수 있는 스킬이 아니었다.

A급 스킬을 가지고만 있어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헌터가 될 수 있다.

일반 수준의 스킬이라고 한다면 활용도의 차이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태욱이 지금까지 효과적으로 사냥을 한 것은 많은 스킬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적절한 상황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활용도.

그것이 지금의 태욱을 만든 것이다.

처음에 스킬을 익혔을 때와는 다르게, 많은 숫자의 스킬을 익히면서 변경된 것이 있었다.

바로 묶음으로 표시된 것이다.

기본 등급을 따로 확인하려고 하면, 장황하게 펼쳐져 각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따로 확인하려고 하지 않았을 때는 위와 같이 깔끔하게 표기되는 것이다.

'이건 보기 좋네.'

저렇게 조금씩 채워지고 있는 스킬들이 힘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다.

매 전투의 시간이 성장을 할 수 있는 힘이었고, 또 아직도 높은 등급의 스킬은 눈으로 확인한 것이 거의 없었다.

기본에 불과한 스킬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지금껏 전투를 하면서 전방에 나섰던 탓에 체력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올랐다.

각종 패시브 스킬을 익히면서 그 효과가 배가 되기 때문에, 상당히 높은 스텟을 지니고 있었지만, 태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스텟 말고 다른 것이었다.

용체린(龍體鱗).

만불독침(萬不毒侵).

두 개를 얻은 특수 능력이었다.

용체린은 드라고니아 리자드맨을 상대로 얻은 스킬이고, 또 하나는 우연과도 같이 그에게 날아왔다.

스킬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일종의 기연(奇緣)과 다름없다.

A 등급의 이하 스킬들은 모두 삼류 무공이나 다름없었다.

지나가면서 발에 치이는 정도의 수준이고 익혀 낸다고 하더라도 최상의 위치에는 오르기 힘들었다.

태욱이 얻어 낸 만불독침.

그저 독 내성을 얻기 위해 움직였지만, 생각보다 커다란 결과가 자신을 더욱 성장시킬 수 있는 것으로 다가왔다.

번쩍이는 두 개의 스킬을 보고 있으면서도 태욱의 표정은 여전히 밝지 않았다.

'아직 부족해.'

남들은 하나도 가지지 못한 엄청난 패시브 스킬을 두 개나 지니고 있었지만, 태욱은 여전히 목마름을 갈구했다.

계속해서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역시 그게 필요한 것 같아.'

태욱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스킬은 바로 [근원의 심장]이었다.

지금 태욱이 마력 회복에 사용하는 스킬은 연단공이다.

간편하게 사용하기에 적절한 스킬이었다.

몸에 부담도 되지 않고, 실제로 이 연단공을 통해 많은 효과를 톡톡히 얻었다.

하지만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낮은 등급의 스킬로서는 일정한 벽을 허물기 힘들었다.

물론, 극에 달할 정도로 스킬의 이해도가 엄청나게 높다면 그 벽을 뚫고 나아갈 수 있다.

그렇지만 같은 노력이라는 것을 전제로 둔다면 스킬 등급의 차이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100m 달리기 선수가 아무리 빨리 뛰어나간다고 해도 일정 속도의 한계가 존재한다.

차량에 탄 일반인이 100m 선수와 시합을 한다면?

누가 더 빨리 달릴 수 있겠는가?

태생부터가 다른 것이다.

낮은 등급의 스킬은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높은 등급의 스킬은 그 결과를 쉽게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태욱은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근원의 심장에 관한 욕심을 내는 것이다.

근원의 심장.

마력 회복력의 한계를 돌파하도록 만드는 스킬이다.

일정 스킬을 사용하는 데 마력이 5가 소모된다면 100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20번을 사용할 수 있다.

만약 스킬을 사용하고 나서 회복력이 사용하는 속도보다 빠르다면?

이론적으로는 계속해서 스킬을 남발할 수 있다.

물론, 스킬의 재사용 시간도 존재하고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만 이야기되는 것이다.

그러나, 태욱처럼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을 가지고 있다면?

이론을 실제로 적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근원의 심장을 얻기 위해서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용의 동굴이라는 던전에 살고 있는 엄청난 몬스터와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스킬을 익히고 싶은 욕망은 마구 솟구쳤지만, 실질적 능력은 너무나 부족했다.

'아직 레벨이 부족해.'

그렇다.

그는 아직 낮은 레벨이라 지금 당장 아크 드레이크를 만나게 된다면 제자리에 굳어 버릴지도 모른다.

강대한 몬스터 앞에서 나타나는 현상.

몸이 일시적으로 굳어지거나, 생각의 회로가 멈춰 버리는 무시무시한 현상이었다.

육체적인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도 위와 같은 현상이 발생했고, 지식적으로 뛰어나다는 마법사, 현자들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최소의 기준이 있는 것이다.

정신력 몇 이상, 체력 몇 이상이 돼야 능력치 하락의 퍼센트를 낮출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을 스테이너스 포인트로만 정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포함돼 있지 않은 상태의 사람이라도, 어떤 이는 그것을 극복하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현상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았다.

나는 괜찮겠지.

나는 그렇지 않을 거야.

몬스터 앞에서 굳어지는 현상? 그건 나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지.

가볍게 이야기하며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태욱은 그것을 몸소 경험했다.

눈앞에 커다란 몬스터가 나타나고, 그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신체와 정신이 분리되는 기분.

뇌는 죽음의 신호를 감지하고 도망치라고 신호를 보내는데, 신체는 전혀 반응하지 못하는 상태.

흡사 식물인간이 되면 이런 기분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레벨을 올려야 돼.'

자신의 기준에 있어서 안전한 가이드라인 위쪽으로 올라가고 싶은 태욱이었다.

강해지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 낸 만용과 자만이 아니라, 완벽한 준비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스스로가 더 멋진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상태에서 가장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는 곳.

태욱의 머릿속에는 한 장소가 떠올랐다.

'그래, 거기가 있었지.'

안전을 보장하면서 가장 큰 효율을 얻을 수 있는 곳.

능숙한 사냥이 가능한 곳.

경험이 없지 않은 곳.

여러 가지 수식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독성의 소굴.

그래, 태욱은 그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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