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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32화 (31/146)

# 32

회귀빨로 지존 헌터

- 2권 7화

태욱은 재빠르게 몇 개의 열매를 따고서는 영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터덜터덜 걸어오는 보고는 지원이 뛰어왔다.

"자 받아."

손을 뻗으며 내밀자, 그의 손바닥에는 작은 붉은 열매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게 뭐야?"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움직이는 그의 행동에 이제는 지원이 제제를 가하기 시작했다.

"우리한테 말을 해 줄 수는 없어?"

"급해서 그래, 일단 영리부터 먹여. 그리고 설명해 줄게."

태욱의 손에 쥐어 있는 붉은 열매를 낚아챈 지원은 재빨리 영리의 입에 캡슐을 털어 넣었다.

영리는 입안에 들어온 열매를 반사적으로 오물거리다 삼켰다.

꿀꺽.

태욱이 준 캡슐을 먹은 영리의 상태는 좋아지기는커녕 갑작스럽게 급변하기 시작했다.

붉게 타오르는 두 볼 하며, 조금씩 경련을 일으키는 팔과 다리.

"쿨럭."

영리가 갑자기 기침과 함께 붉은 선혈을 토해 냈다.

왈칵하고 쏟아진 핏물이 손바닥을 적시고 바닥까지 떨어졌다.

급격하게 상태가 악화된 영리의 모습에 다들 화들짝 놀랐다.

마치 졸도하듯 점점 눈을 감아 가는 영리의 상태를 보고서는 지원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먹이라며? 어떻게 된 건데?"

노성을 지르는 지원과 대비되게 태욱의 표정은 아주 차분했다.

마치, 이런 결과를 당연하게 알고 있다는 듯 보였다.

아주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영리의 표정은 고통에 몸부림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아주 편안한 모습이 됐다.

"뭐,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숨을 헐떡였는데."

태욱을 죽일 듯이 바라보던 두 사람은 궁금증을 가지고 그를 바라봤다.

미소를 지으며 태욱이 대답했다.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

독 내성을 만들기 위해 이곳에 온다고 했지만, 이런 식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속적인 노출이나 경험을 통해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열매를 먹여 해결을 하다니?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조금만 있으면 영리는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거야. 그때 물어보면 정확하게 알 수 있겠지."

동료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저거 하나 때문에 이런 고생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던 것이다.

* * *

한 줄기 빛밖에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식탁.

그 가운데 한 남성이 홀로 무언가를 즐기고 있었다.

"흐음. 스멜."

와인 잔 안에 담긴 액체를 휘휘 돌리며 지그시 바라봤다.

스월링(Swirling).

잔을 흔들어 안에 들어 있는 액체의 공기 접촉을 늘려 향이 더욱 강하게 만드는 행동이다.

그리고 와인 잔의 외벽을 타고 흐르는 농도로 액체의 농도를 알아내는 행위를 복합적으로 진행한다.

"흐음, 얼마 만에 느껴 보는 휴식이람."

남성의 목소리는 아주 이질적이었다.

중후한 목소리가 흘러나올 것 같은 외형과는 달리, 아주 고성의 찌르는 듯한 음색은 이질감을 주기에 너무나 충분했다.

그의 이름은 트리옥시, 변종 뱀파이어 중 하나였다.

보통의 뱀파이어들은 흡혈이 주는 최고의 쾌감을 즐겼다.

입안 가득히 느껴지는 비릿한 혈향(血香)과 부드러운 목 넘김이 전달해 주는 완벽한 하모니를 즐긴다.

하지만, 트리옥시는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달랐다.

진하고 끈적끈적한 액체를 좋아하는 것은 같았지만, 주체가 조금 달랐다.

그는 피가 아닌 독을 즐겼다.

강한 힘을 쌓기 위해서는 피를 즐겨야 하지만, 그는 독을 즐기면서 체질 또한 변형됐다.

피를 먹으면서 강해지는 것과 같이 트리옥시는 독을 먹으면서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다.

처음 그가 독 맛을 본 것은 혈액 수급을 위한 인간 사냥으로부터 시작됐다.

인간의 피를 흡수하고 더욱 강력해진 자신의 힘을 보여 주기 위한 축제를 시작한 것이다.

트리옥시는 이 축제에 참가해 인간의 마을을 습격했고, 그곳에서 예기치 못한 충격을 받게 됐다.

바로 독(Poison).

그가 습격한 마을의 사람들은 독을 다뤘다.

숲속에 숨겨진 작은 마을.

암살자 집단을 키워 내는 마을이었다.

보통 사람에 비해 월등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지만, 트리옥시는 밤을 지배하는 뱀파이어다.

독을 이용해 트리옥시의 공격을 막아 내려고 노력했지만 모든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팔이 뜯겨져 나가거나, 상체와 하체가 두 동강 나며 잔인하게 죽어 나갔다.

피부가 따끔따끔할 정도로 전신에 독을 뒤집어쓴 이후에야 전투가 끝났지만, 트리옥시는 색다른 기분을 느꼈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세차게 뛰고, 선명하게 보이던 시야는 어느샌가 흐려졌다.

'뭐지?'

그러고는 갑작스럽게 다가온 공포.

신체가 제멋대로 움직이려고 하는 기이한 현상.

쉽게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트리옥시는 독으로 인해 환상을 보고, 육신의 한계에서 나타나는 카타르시스를 처음 느낀 것이다.

기분이 좋은 듯하면서도 무섭고 정리가 되지 않는 상태에 놓인 트리옥시는 절대 그 감정을 잊을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당시의 감정을 다시 느끼려고 조금씩 복용해 오던 독이 어느 순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점진적으로 늘려 가던 그에게 이상 현상이 일어났다.

힘을 늘리기 위해 먹었던 피는 아무런 감흥을 주지 않았고 조금 더 자극적인 독만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으아아아악!"

비명을 내지르는 그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있는 촛대를 집어 벽으로 던져 버렸다.

푸욱.

빠르게 날아간 촛대는 벽면에 틀어박혔다.

어지간한 강한 힘으로 내던지더라도 쉽게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었다.

"뭐야! 너는 누구야?"

환상으로 가려진 현실을 보지 못하는 트리옥시가 돼 버린 것이다.

뱀파이어들은 거친 행동을 보이는 트리옥시의 주변을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그의 중독 현상이 만들어 낸 나비효과였다.

신체의 독이 줄어들면 그에 따른 금단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트리옥시의 곁을 지키는 이가 아무도 없어질 때쯤 신체에도 이상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피부가 주저앉거나,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은 약과였다.

신경이 때때로 날카로워지며,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부수지 않고는 답답한 마음이 해결되지 않을 정도가 됐을 때, 결국 그는 무리로부터 버려졌다.

아니, 배척당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군집을 이뤄 여생을 지내는 뱀파이어 군락으로부터 추방을 당한 것이다.

그렇게 마을 밖으로 나온 트리옥시가 정처 없이 헤매다 도착한 곳이 유파스 나무의 주위였다.

공터에 홀로 우두커니 서 있는 나무에서는 미량의 독소가 흘러나왔다.

공기를 타고 아주 먼 거리에 퍼져 나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확실하게 치명적인 독이었다.

그 독을 정면으로 맞서고 있자, 트리옥시에게는 생기가 맴돌기 시작했다.

"그래, 이거야."

트리옥시는 삶의 이유를 찾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기력하고 힘없이 지내던 과거, 동족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것은 머릿속에서 잊혀진 지 오래였다.

이 기분을 오랫동안 느끼고 싶은 욕구만이 가득했다.

그때였다.

유파스 나무에 열린 붉은 열매가 눈에 들어왔다.

그 열매를 보자, 절로 목젖이 움직였다.

꿀꺽.

강한 식욕(食慾)이 들끓기 시작했다.

무언가에 홀린 듯 트리옥시는 그 열매에 손을 뻗었다.

형용할 수 없는 욕구에 사로잡힌 그는 나무의 열매를 거칠게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크왑.

우적우적.

입안에 타고 흐르는 육즙이 그의 혀끝을 강하게 자극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쾌감이었다.

"맛있어."

열매의 맛을 보고 난 이후, 나무에 달린 열매가 모두 사라질 때까지 그는 정신없이 입안으로 집어넣기 바빴다.

트리옥시는 처음 이곳에 자신이 도착했던 기억이 떠오르자,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너무나 맛있던 그 열매.

어디서도 쉽게 맛볼 수 없었던 그 열매를 키워 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그의 손에 쥐어진 와인 잔에 담긴 것 역시 우파스 나무의 열매로 만든 독주이었다.

"으으, 식도를 저릿저릿하게 만드는 이 감각. 너무나 오랜만이야."

그는 참으로 오랜만에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가꾸던 나무에서 드디어 열매가 맺혔고, 그것을 축하하기 위해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이다.

그때였다.

트리옥시의 기분을 거스르는 시그널이 그의 감각에 잡혔다.

"인간인가?"

가끔 가다 인간이 이곳을 찾아오기는 했지만, 금방 그 자리를 떠나곤 했다.

그들에게 우파스 나무의 열매는 욕심을 낼 거리가 아니었다.

기분이 조금은 상했지만, 오늘 같은 날 기분 좋게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시 한 번 입안 가득 독주를 머금었을 때, 예기치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우파스 나무 열매의 힘이 확 줄어든 것이다.

"뭐, 뭐지?"

온 힘을 들여 기른 우파스 나무기에 식물이 내는 알파파를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는 트리옥시였다.

일정 주파를 유지하던 알파파에 극심한 변형이 생긴 것이다.

감히 트리옥시가 정성을 다해 키워 놓은 열매를 누군가 욕심을 낸 것이다.

쨍그랑.

트리옥시는 손에 쥐고 있던 와인 잔을 거칠게 내던졌다.

"어떤 녀석이 감히 내 열매를!"

분노한 얼굴을 한 채로 트리옥시는 우파스 나무를 향해 내달렸다.

* * *

"으으윽."

신음을 토해 내던 영리의 귓가에 시스템 알림음이 울렸다.

[초급 독 내성]

고열과 환상, 그리고 어지러움을 호소했던 영리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았다.

'뭐지?'

처음 스킬을 알게 됐을 때 나타났던 현상이었다.

자신이 헌터가 되고 들었던 이질적인 목소리였다.

"초급 독 내성?"

또렷하게 정신이 들지는 않았지만, 귓가에 들린 소리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영리가 목소리를 내자, 곁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은비와 지원이 소리를 높였다.

"괜찮은 거야?"

"정신 차렸어?"

그녀들의 질문에 영리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다시 한 번 읊조렸다.

"초급 독 내성."

영리의 입에서 이곳에 사냥을 온 목적이 튀어나온 것이다.

화들짝 놀란 지원과 은비는 고개를 돌려 태욱을 바라봤다.

태욱은 그들의 시선에 어깨를 들썩이며 양팔을 들었다.

두고 보라는 그의 말은 이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코브라 릴리의 체액에 당한 그녀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

바로, 독의 내성을 만들어 주면 되는 것이다.

코브라 릴리는 강력한 독을 지닌 몬스터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노출돼 버린 영리의 상태는 어지간한 해독제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신체가 버텨 낼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강한 해독제도 사용할 텐데, 영리의 상태는 아주 나빴다.

쉽게 말해 해독제를 사용하더라도 몸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태욱은 이 상태를 단번에 해결했다.

그녀가 독 내성을 갖게 함으로써 아주 간단하게 해결한 것이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단 급한 불은 끈 것 같군."

하지만, 태욱이 원하는 수준은 고작 초급 독 내성 정도가 아니었다.

상급.

아니, 그 이상을 바라고 원하기 때문에 이곳을 찾았다.

하급은 거쳐 가기 위한 발판일 뿐이었다.

한데, 중요하게 하나 놓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파수꾼.

유파스 나무를 지키는 뱀파이어. 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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