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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28화 (27/146)

# 28

회귀빨로 지존 헌터

- 2권 3화

"절벽을 향해 발사!"

태욱은 모든 호넷을 처리할 생각이 없었다.

그들이 지켜 내려는 집. 절벽처럼 보이고 있는 거대한 건축물에 대한 사격을 시작했다.

태욱의 일행을 향해 달려드는 호넷들은 단 일격만으로도 바닥에 쌓여 나갔다.

타격을 입고 죽는 게 아니었다.

그들의 공중 비행을 담당하고 있는 날개들이, 강한 스파크로 인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강한 날갯짓으로 신속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이들의 행동이 오히려 독이 돼 버린 셈이었다.

약간의 찢어짐은 과격한 움직임으로 인해 더 이상 비행을 지속할 수 없는 상태가 돼 버렸다.

날개가 힘을 잃으니, 공중에서 자기 포지션을 잃어버린 상태로 바닥에 떨어져 버리는 것이다.

하늘을 검게 수놓았던 호넷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건축물에 타격을 입히기 시작했다.

펑!

콰카가강!

오밀조밀하게 건축된 자이언트 호넷의 집은 집중사격을 받은 곳만 무너질 뿐, 전체적으로는 당당한 위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태욱의 예측보다 단단한 자이언트 호넷의 집 덕분에 라이트닝 탄알을 다 소모해 버렸다.

철컹.

철컹, 철컹.

"뭐, 뭐야? 벌써 다 떨어진 거야?"

바닥에 추락한 호넷들보다 아직 더 많은 호넷이 한 번에 들이닥치고 있었다.

이미 4정의 총기의 총렬은 붉게 변해 있었고, 강한 열기로 인해 금방이라도 총구가 바닥을 향해 꺾여 버릴 것 같았다.

"대장?"

새카맣게 몰려드는 벌 떼에 대한 공포심에 다들 태욱을 찾았다.

"기사님?"

아무런 대답이 없는 태욱을 보고 발을 동동 구르는 팀원들과는 달리, 태욱의 눈은 무언가를 유심히 찾고 있었다.

'분명 모습을 드러낼 거야.'

태욱이 찾고 있는 것, 바로 자이언트 호넷 퀸이었다.

다른 자이언트 호넷보다 작은 덩치를 가지고 있지만, 더욱 화려한 색을 지니고 있는 호넷 퀸.

구성에 주축이 되고 있는 호넷 퀸을 처치한다면 상당히 높은 효과를 바랄 수 있을 것이다.

태욱의 눈동자는 쉴 새 없이 움직였다.

호넷들의 날갯짓은 그의 눈동자가 움직이는 속도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어찌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지, 정확하게 시각 정보를 전달하는지조차 파악하기 불가능했다.

'찾았다.'

바삐 움직이는 사이, 태욱의 눈동자는 정확하게 호넷 퀸의 꼬리를 발견했다.

다른 호넷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색깔.

자그마한 덩치.

집 깊숙하게 숨어 있는 여왕을 발견한 것이다.

드디어 태욱은 등 뒤에 지고 있던 무기를 꺼내 들었다.

결합을 하는 손놀림이 상당히 빨랐다.

능숙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봐서는 상당히 오랜 연습이 있었던 듯하다.

대구경으로 돼 있는 커다란 총.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 연속적으로 사격을 하는 게틀링과는 달리, 상당히 기다란 총열을 가지고 있었다.

던전으로 들어오기 전에, 태욱은 스킬을 이용해 준비한 것이다.

지원과 영리 그리고 은비까지 모두 호넷 퀸을 끌어내기 위한 훌륭한 바람잡이였다.

하나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많은 숫자가 전투 호넷을 밖으로 꺼내기 쉬웠고, 집 외벽을 깎아 내면서 내부가 잘 보이도록 만들었다.

위잉. 위잉.

후웅, 후웅.

엄청난 속도로 자이언트 호넷이 달려왔다.

"대장!"

"기사님!"

"태욱!"

다급해진 팀원들은 모두 태욱을 불렀지만, 그의 신경은 오롯이 호넷 퀸에 닿고 있었다.

조준경을 통해, 정확하게 호넷 퀸의 가슴 부분을 향했다.

머리, 가슴, 배로 이뤄져 있는 호넷의 약점은 가슴.

가운데 부분이 가장 약한 껍질로 돼 있기 때문에, 지금 태욱이 들고 있는 라이트닝 라이플 한 방으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호넷 퀸의 죽음.

그것이 지금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었다.

"탕!"

태욱의 손끝에서 시작된 탄알은 호넷들을 관통해 나가며 퀸을 향해 나가고 있었다.

번개가 내리치듯, 전방으로 튀어 나가는 강한 전력이 퀸에 다다랐을 때, 퀸을 밀어 버리는 전투 호넷이었다.

정확하게 타격 지점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이런."

재빨리 다음 사격을 준비하고 장전을 하는 사이, 가장 먼저 달려 나왔던 호넷이 마침내 지원의 곁으로 다가섰다.

"꺄악!"

호넷의 꼬리에 달린 독침이 지원을 공격하려고 할 때, 은비가 제자리에서 튀어 나갔다.

"이런 호로 잡놈이 어디서!"

커다란 도끼가 강하게 휘둘러지면서 호넷을 갈랐다.

콰직.

껍질이 단단했는지, 완벽하게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호넷의 공격을 막아 내기에는 충분했다.

꼬리 끝에 달려 있는 독침이 울컥거리면서 물방울을 뿜어냈다.

"독이에요."

어느새 영리도 지원의 곁으로 찾아왔는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하지만, 경고를 하기 무섭게 은비가 독을 온몸으로 뒤집어썼다.

"크아아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강한 정신력으로 버티려고 하지만, 자꾸만 굽혀지는 무릎을 막아 낼 수는 없었다.

털썩.

"안 돼!"

지원은 자신을 대신해 독을 뒤집어쓴 은비의 모습에 절규했다.

곁으로 다가섰던 영리는 재빨리 소환수를 이용했다.

"현무, 부탁해!"

계속해서 호넷들은 날아오고 있었지만, 그들은 두려움에 떨지 않았다.

동료의 부상만이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처음 호넷들을 불러냈을 때, 그때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봤던 지원은 영리에게 소리쳤다.

"피닉스, 피닉스!"

"소환 피닉스!"

지원의 악에 담긴 외침에 절로 피닉스를 다시 소환해 냈다.

아직 작은 크기에 지나지 않지만, 열기만은 확실하게 있었다.

"아까, 피닉스에 접근하던 호넷들이 정신을 못 차렸어."

"맞아요."

일시적으로 호넷들을 막아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 영리는 순간 음흉한 표정이 됐다.

그러고는 단번에 피닉스에게 강한 열을 뿜어내도록 만들었다.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더욱 강한 힘을 내는 소환수이기 때문에, 아까와는 차원이 달랐다.

엄청나게 강한 열을 내뿜어, 호넷이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만들었을 때 갑자기 총성이 들렸다.

탕!

태욱이 다음 사격 준비를 마치고 곧바로 사격에 나선 것이다.

날아간 총알은 정확하게 호넷 퀸을 관통했다.

열기로 인해 접근을 하지 못하던 호넷들은 호넷 퀸이 사망하자, 바로 등을 돌려 벌집으로 돌아가기 바빴다.

이곳은 두 마리의 호넷 퀸이 자리를 잡고 서로 상부상조하며 커다란 몸통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하지만, 둘 중의 한 마리의 호넷 퀸이 죽자 그 균형은 여실히 무너졌다.

한쪽 호넷 퀸의 수하로 있던 녀석들은 자신의 여왕이 죽어 버리자 바로 곁에 있던 호넷 퀸으로 갈아탔다.

단번에 수하가 두 배로 늘어 버린 호넷 퀸은 지금의 보금자리로는 유지를 할 수 없다고 판단, 결국 새로운 둥지를 틀 곳을 찾아 이동하는 것으로 상황이 종료된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지원과 영리는 그저 당황할 뿐이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일단, 치료가 시급해."

지원의 눈은 오직 은비를 향해 있었다.

그녀의 상태가 어떤지, 호흡하는 흉부와 신체 전체를 살펴보는 데 정신이 없었다.

"으으윽."

고통스런 신음 소리를 내뱉는 은비의 상태는 좋지 않아 보였다.

이따금씩 미간을 찌푸리며 고통의 주기를 알려 주는데, 처음에는 그 속도가 현저하게 느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속도가 절반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떻게 하죠?"

발을 동동 구르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두 사람의 뒤에 태욱이 다가와 세 사람을 살폈다.

'특별한 이상은 없는 것 같군.'

태욱은 은비가 독을 뒤집어쓴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신체적으로 약한 녀석들이 독을 뒤집어쓴다면?

혹시나 모를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이번 전투에서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태욱의 안일함도 포함됐다.

단번에 호넷 퀸을 맞출 자신이 있었고, 또 그럴 실력도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일어난 돌발 상황에 재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동료 하나를 고통스럽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자기반성을 하고 있는 사이 지원은 힘들어 하는 은비의 행동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나, 나도 몰라. 태욱이라면 알고 있을지도."

얼마나 정신이 없는지 벌써 곁으로 다가온 태욱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지원은 은비에게 모든 신경이 쏠려 있었다.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지원은 모든 결과가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호넷이 독을 쏘아 낼 때, 분명 자신을 향해 있었다.

순간적으로 그사이를 은비가 튀어나와 막아 버린 탓에 독을 한 방울도 닿지 않았다.

그녀가 없었다면 지원이 고스란히 독을 뒤집어썼을 것이다.

"괜찮아야 돼, 제발 아무 이상이 없어야 돼."

간절한 지원의 목소리 뒤로 태욱의 음성이 흘러 들어왔다.

"괜찮아."

딱 한마디였다.

태욱은 호넷이 뿜어낸 독의 효과를 알고 있었다.

지독한 고통과 일시적인 시력 상실.

부작용도 없었고, 후유증은 더욱 없었다.

물론 신체적으로 약한 사람은 고통에 졸도를 하거나, 스스로의 신체를 지켜 낼 정신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큰 후유증을 앓을 수도 있지만, 은비는 전혀 그럴 일이 없었다.

강한 정신력과 강한 육체를 가지고 있으니,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다.

사실 호넷이 뿜어내는 독은 상대를 무력화시키기 좋은 것이지, 독으로 상대를 죽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강한 힘과 턱을 가지고 있기에 무력화를 시킨다면 충분히 자신들의 힘으로 적군을 초토화시킬 수 있었다.

이것을 재대로 알지 못하는 지원은 그저 간절하게 바랄 뿐이었다.

* * *

"으윽."

살짝 열린 은비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신음 소리에 지원은 고개를 돌렸다.

은비의 상태를 확인한 후, 지원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휴우."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크게 반응하는 것이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괜찮겠지?'

그녀의 온 신경은 은비에게 향해 있었다.

자신을 위해 희생한 것이 단번에 거리를 줄여 주는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은비의 곁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지원에게 태욱이 다가왔다.

툭툭.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괜찮을 거야."

태욱의 말에도 지원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몇 번이고 훌훌 털고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지만, 마음에서 동하지 않았다.

공학자로 자라 온 환경 덕분에 지원은 눈으로 직접 보고 증명되지 않는 이상 쉽사리 믿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태욱의 말을 무시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미안. 일부로 그런 건 아니야."

지원의 말에 태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욱의 말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단순히 자신의 마음이 불편해서 은비의 곁에서 간호를 하는 것이다.

'아무 일 없이 일어나 줘.'

그녀의 간절한 기도가 닿았는지, 연신 미간을 찌푸리며 고통의 찬 신음 소리를 내뱉던 은비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흐음."

몸을 뒤척이며 감았던 눈을 뜨자, 지원이 은비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괜찮아? 어디 아픈 덴 없어?"

"어? 어?"

은비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와 이곳저곳을 확인하는 지원의 모습이 어색했다.

"그래. 괜찮아."

남장부 같던 은비의 모습은 사라지고 어색한 그녀만 자리하고 있었다.

자신을 걱정하는 지원의 모습이 꽤나 어색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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