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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27화 (26/146)

# 27

회귀빨로 지존 헌터

- 2권 2화

"혼자서는 불가하다니? 말이 돼? 왜 안 되는데? 나 정도 공격력이면 어떤 몬스터든 다 썰어."

"근데, 난 뚫지 못했지."

"아, 그건 네가 방어만 했잖아. 그것 때문에 내가 뚫지 못했던 거고."

"어찌 됐든 뚫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 우리는 단순히 던전을 클리어 하기 위해 가는 게 아니라고 했잖아. 손발을 맞추기 위한 첫 번째 걸음이라고."

"췟, 알았어. 하면 되잖아."

은비는 태욱의 말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지원은 앞으로 나서며 서로의 포지션에 관해 이야기했다.

* * *

"까악, 까악."

던전으로 가는 길목에 까마귀들이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앙상한 나뭇가지 밑으로는 동물의 사체로 보이는 뼈 무덤이 듬성듬성 있었다.

"뭔가 으스스한데요?"

"그러게 말이야."

어느새 영리와 지원은 가까워졌다.

꼼꼼하고 살뜰하게 챙기는 지원의 모습에 영리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도맡아 하면서 상대를 배려하려고 하는 영리의 행동도 지원에게 마음을 열수 있도록 만들어 줬다.

'문제는 은비인데.'

태욱은 고개를 돌려 은비를 바라봤다.

그녀는 팀의 가장 마지막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은비의 행동은 오히려 남자들과 다름없었다.

과격하고, 전투적이고, 폭력적이기까지 했다.

물론, 여자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힌 것은 아니었지만,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다른 팀원들과는 뭔가 달랐다.

'좋은 계기가 필요할 텐데.'

아쉽지만 태욱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 향하고 있는 던전은 레벨 70대의 헌터들이 사냥을 오는 곳.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레벨 70을 넘어가는 헌터의 수는 많지 않았다.

전문적으로 길드나 국가에서 키우는 인재들이 아닌 이상, 레벨 70을 달성하기란 무척이나 힘들었다.

덕분에, 텅텅 비어 버린 던전을 접근하는데도 개미 한 마리 얼씬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장, 너무 사람이 없는 거 아니야?"

"그래서 회의를 한 거잖아."

"그래도 나는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

주위에 있는 던전만을 사냥하고 다녔던 은비는 본격적으로 레벨에 맞는 던전을 찾아다니기 위해 움직이는 이 모습 자체가 어색했다.

항상 쉽게만 사냥을 했던 터라, 왠지 모르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을 주는 이 상황 자체가 긴장을 하게 만들었다.

어깨도 살짝 움츠러들고, 은근히 지면에 남기는 족적에 힘이 들어갔다.

그렇다는 것은 주변을 경계한다는 뜻이다.

어떤 위험에서도 한 번에 튀어 나갈 수 있도록 몸에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본능에 충실한 행동이었다.

'그래도 전투를 벌이기에는 좋겠군.'

태욱은 길 안내를 하면서 팀원들을 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이곳은 태욱이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 주로 사냥하던 곳이었다.

[독물의 소굴]

각종 독성을 지닌 몬스터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모두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몬스터가 가진 독은 피부에만 닿아도 녹아 버리는 강한 산성을 지니고 있는 반면, 어떤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독은 약간의 고통을 줄 뿐이었다.

하지만, 약한 독성을 지닌 몬스터는 강한 전투력을 지녔다.

물리적으로 강함을 가지고 있으면서, 독으로 약간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정확하게 몬스터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있다면?

원하는 목적지를 향해 거침없이 움직일 수 있는 셈이었다.

"이쯤에서 멈추도록 하지."

태욱은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살폈다.

앞쪽으로는 가파른 계곡 사이를 뚫고 지나가야 되는 외길이 있었고, 뒤쪽으로는 평야가 펼쳐져 있었다.

"대장, 아직 몬스터는 안 나왔다고."

은비는 태욱의 이야기에 불만을 토로했다.

"어차피 더 갈 수도 없어. 일단 몬스터를 끌어내야지."

"몬스터를 끌어낸다고?"

"그래, 영리. 피닉스와 얼마나 떨어질 수 있지?"

태욱의 물음에 영리는 곧바로 대답했다.

"어, 한 2km 정도 떨어질 수는 있어요. 근데 제대로 된 공격을 하려면 가까이 있어야 해요."

"공격은 상관없어."

태욱의 질문과 동시에 지원이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의도를 눈치챈 것이다.

간단한 병법이었다.

적들을 절벽 아래의 외길로 몰아넣고, 위에서 공격을 감행한다면?

쉽게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근데, 몬스터들이 그렇게 영리한 건가?"

"잘 보면 알겠지. 앞으로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공격을 감행하는 약삭빠른 녀석도 있으니까."

"일단, 이거?"

지원은 자신의 가방에서 무기를 꺼내 들었다.

커다란 쇳덩이.

그리고 연속으로 연결돼 있는 기구들.

"한 사람당 하나씩이면 되겠지?"

4개를 연속해서 꺼내 두더니,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자리를 잡았다.

"다들 하나씩 준비를 하지."

지원이 꺼낸 것은 얼마 전에 엄청난 화력을 뿜어내던 라이트닝 게틀링이었다.

기관총으로 변형한 이후, 연사로 인한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 준 화기였다.

"이봐, 이거 어떻게 쏘는 거야?"

당연히 은비에게도 한 정의 게틀링 건이 나눠졌다.

그저 몸을 쓰면서 상대방을 도끼로 짓이겼기 때문에, 총기 사용법이 서툰 것이다.

지원은 그녀에게 다가서서 차분하게 알려 줬다.

"여기, 여기를 누르면 발사가 될 거예요."

"그래?"

대답과 무섭게 총성이 울렸다.

"탕!"

고요했던 대지에 울린 총성 한 발이, 모든 사람의 시선을 모았다.

"아니, 벌써 쏘면......."

"미안미안, 조심할게."

은비도 자신의 잘못을 알았는지, 쉽게 사과를 건넸다.

호탕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은비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이 잘못을 하면 시인하고 사과했다. 다른 사람이 잘못하면 사과를 받으면 그만이었다.

상대방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일부로 하는 행동이 없으니, 여자들로부터 약간의 이질감을 느꼈을 뿐이었다.

"크흠, 알면 됐어요. 조금 조심해 주세요."

지원도 은비의 성격을 알게 됐는지, 큰소리를 내지 않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서로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피닉스 괜찮지?"

영리는 어깨에 자리 잡고 있던 피닉스를 바닥으로 내려놨다.

작은 크기였던 피닉스는 바닥에 자리 잡자마자 영리와 같은 크기로 변했다.

"이게 편하지?"

피닉스의 붉게 타오르고 있는 머리를 영리는 쓰다듬었다.

손길에 피닉스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연신 하늘을 보고 입을 뻐끔 거리고 있었다.

영리가 피닉스를 준비하는 동안, 태욱 역시 피닉스를 소환했다.

"소환 피닉스."

직접 태욱이 피닉스를 소환하는 모습을 본 영리는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어? 어어? 뭐예요? 어떻게 된 거예요?"

토끼 눈을 한 채로 태욱에게 연신 질문을 퍼부었지만 태욱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마치, 왜 이런 걸 궁금해 하느냐는 표정이었다.

"몰랐어?"

곁으로 다가온 지원이 영리에게 물었다.

"어떤 거요? 기사님이 소환수라는 사실요?"

"아니, 저 녀석 직업이 뭔 줄 알아?"

영리는 단지 태욱이 소환을 했기 때문에 소환수일 거란 착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원의 물음에 머릿속에 혼란이 가중됐다.

"뭔데요?"

"흉내술사."

"흉내술사요?"

"어, 본 건 다 따라 할 수 있지."

영리는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

스킬을 따라 할 수 있다는 말은 어디서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더구나, 자신의 눈앞에서 똑같은 스킬을 보게 됐으니, 충격이 상당했다.

"잡담은 나중에 하고, 일단 피닉스부터 출발시키지."

태욱의 피닉스와 영리의 피닉스는 나란히 출발했다.

앞장서 나가는 태욱의 피닉스의 뒤를 졸졸 쫒아가는 영리의 피닉스는 지상으로부터 약간 높게 비행했다.

"조금 더 낮춰서 보내."

"네, 알겠어요."

태욱은 영리의 피닉스의 위치를 살짝 조절했다.

두 마리의 피닉스가 움직이는 반경은 정확하게 태욱이 노린 것이다.

양쪽으로 갈라진 절벽의 정체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가장 경계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실 절벽으로 보이는 곳은 다름 아닌 독충의 집이었다.

중간 정도 피닉스들이 지면과 맞닿고 이동하자 절벽 여기저기에서 검은 구름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구름의 정체는 자이언트 호넷(Giant Hornet)이었다.

커다란 몸체를 가지고 있고, 꼬리에 붙은 강한 독으로 상대방을 제압해 둥지를 지키거나 먹이를 얻어 낸다.

자이언트 호빗들을 사람들은 위대한 건축가라고 부르기도 했다.

엄청난 크기의 집을 건설하면서, 단 한 번도 스스로 부서진 것이 없었다.

구조적으로 완벽한 6각형의 틀로 무게를 분산시켜 만들어 놓은 집이, 멀리서 보기에 절벽처럼 보일 정도로 커다랗게 변했는데, 무너지기는커녕 더욱 튼튼하게 보일 뿐이었다.

자이언트 호넷은 피닉스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집을 공격한 침투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위잉.

위잉.

강한 날갯짓을 하며 피닉스에게 접근을 하던 호넷들은 갑자기 바닥으로 픽 쓰러지곤 했다.

태욱은 일부로 피닉스 두 마리를 선발대로 보낸 것이다.

연구 결과로 알려진 것이지만, 지금 그 연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오직 태욱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자이언트 호넷은 고온에 약했다.

사실 모든 독을 가지고 있는 곤충형 몬스터는 모두 열에 약하기는 했지만, 특히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녀석이 호넷이었다.

피닉스에 적의를 가지고 가까이 가기만 해도 상당한 온도를 느꼈을 것이다.

한 뭉텅이의 호넷들이 피닉스에게 재대로 다가서지 못하는 상태가 돼 버리자, 그들은 자신의 집으로 복귀했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태욱은 돌아간 호넷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알고 있었다.

준비를 하는 단계.

선발대로 나선 이들이 피해를 입었고, 그 피해가 정확하게 보고됐을 것이다.

곧 본대가 한 번에 날아와 공격을 감행할 것이다.

"모두 사격 준비!"

태욱의 외침에, 다들 신경이 곤두선 채로 집중을 하고 있었다.

위잉. 위잉.

우웅. 우웅.

와앙. 와앙.

약한 날갯짓 소리에서 점점 커다랗게 변하더니, 이제는 귀를 먹먹하게 할 정도로 커다란 비행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전투 호넷들이 일제히 집에서 밖으로 튀어나와 피닉스를 향해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지금이야, 사격 개시!"

태욱의 신호와 함께, 일제히 사격에 나섰다.

탕.

타타타타타탕.

타타타탕.

어정쩡한 신호탄으로 발사를 한 영리를 필두로 무자비한 사격을 감행하는 은비, 오랜 사격으로 인해 적당하게 나눠서 사격을 하는 지원까지. 한 번에 4대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유후, 이거 속이 시원한데?"

날아가는 라이트닝 탄에 맞아 호넷들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모습을 보자, 은비는 기쁨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던 은비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화염을 뚫고 들어온 호넷들이 일격에 피닉스를 역소환시켜 버렸고, 자신을 공격하는 녀석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기 위한 단체 비행을 시작했다.

하늘은 까맣게 물들고, 햇빛 한 점 들이치기 힘들도록 빽빽하게 정렬했다.

날아오는 라이트닝 탄에 의해 후두둑 호넷들이 바닥을 메웠지만, 충원되는 숫자가 더 빨랐다.

위잉. 위잉.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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