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
회귀빨로 지존 헌터
- 1권 23화
"결국 미리 만들기로 결심했나?"
"응. 그래야지."
"뭐, 네가 알아서 판단하겠지."
태욱은 한 번에 인공지능에 관한 고민을 넘겨 버렸다.
그가 고민을 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 맡겨둬. 너는 더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야 해. 더 강력해져서...... 특별한 하나가 되어야 하니까."
왠지 모를 씁쓸함이 담겨 있는 지원의 표정이었다.
"알았다. 그러면 다음 계획은?"
"일단 네 생각대로가 좋을 것 같아. 다른 강자들을 끌어들여야겠지? 우선 그 소환사부터."
* * *
"사냥 가실 분 구합니다."
"파티 사냥 구해요."
"오늘 2시에 사냥하기로 하신 분? 팀 네임 '절대사냥'입니다."
사람들은 왁자지껄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어휴, 여기는 왜 이렇게 먼지가 많아?"
연신 먼지를 피하려 손부채질을 하는 여성.
바로 김지원이었다.
그녀가 이곳에 온 이유는 단 하나, 태욱과의 대화 때문이었다.
태욱이 이야기했던 미래의 강자.
소환사인 영리 때문이었다.
미래의 강자를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이 생각해 낸 것이다.
일단은 강자를 모아 공격대를 구성하자.
태욱의 입장에서는 그들을 무작정 모을 수 없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믿어 줄 리 만무했다.
그러니, 지원을 찾아온 것이다.
그녀는 그보다 머리가 좋으니, 적절하게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 낼 수 있던 탓이었다.
"그나저나, 이렇게나 많았어?"
지원은 기본적으로 사냥터에 대한 지식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사냥터는 태욱과 오지 않았었다.
그와는 사람이 적거나 없는 곳, 경험치를 터무니없이 많이 얻을 수 있는 곳만 찾아 헤맸기 때문이었다.
어찌 되었든 지원은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고개를 까딱거렸다.
"어디 없나?"
연신 도화지에 그려진 얼굴과 사람들의 얼굴을 대조하면서 바삐 눈을 굴리고 있었다.
'찾았다.'
태욱이 말해 준 인상착의와 동일했다. 양쪽 어깨에 소환수를 두고 다니는 특이한 소환사.
보통의 소환사들과는 다르게 두 마리의 소환수를 데리고 다니며 사냥을 하는데, 레벨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저, 저기......."
"네! 말씀하세요."
지원이 다가가서 말을 걸자 영리는 웃으며 밝게 대답했다.
"혹시 파티를 구하고 있지 않나요?"
"어떻게 아셨어요? 생각보다 구하기가 어렵더라구요."
보통 파티를 맺으면 오랫동안 사냥을 하기 나름이었다.
하지만 남들에 비해 레벨업의 속도가 느린 영리는 계속해서 뒤처지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절로 레벨 차이가 생겨 같이 사냥을 못 나가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 비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다가왔습니다. 저는 열심히 사는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하거든요."
"감사합니다. 근데 파티원은?"
"저 혼자서도 충분해요. 같이 가시죠?"
"아, 그러면 제가 너무 민폐인데. 지불할 수 있는 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요."
미안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는 영리였다.
버스.
흔하게 낮은 레벨의 던전에 오는 고렙을 이야기한다.
일전에 한 번 무임승차를 통해 사냥을 했지만, 그 이후로는 쉽지가 않았다.
일정한 보상을 바란다든지, 아니면 신체적인 접촉을 요구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아니에요. 제가 도와 드리고 싶어서 이야기하는 거예요."
영리의 주저하는 모습에 손사래 치며 지원은 그녀를 붙잡았다.
'어차피 우리가 필요한 사람이야.'
그리고 간단한 던전을 사냥하는 데 있어 그녀의 힘이면 충분했다.
태욱과의 사냥을 통해 일순간 폭풍 레벨업을 했기 때문에 낮은 수준의 던전이라면 능히 클리어가 가능했다.
지원은 자신의 눈에 비친 영리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약간은 경계적인 모습을 보이는 그녀이기에 지원은 사냥을 통해 유대감을 쌓아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물론 더 시간이 드는 것이지만, 그녀가 어디 도망가지 않는 이상 충분하게 시간이 여유로울 것이다.
"준비하시고, 쏘세요!"
지원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게틀링 건의 손잡이를 영리에게 넘겼다.
많은 힘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거치형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반발력에 다칠 염려도 없었다.
"타아타타타타타타탕."
총구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과 더불어 몬스터들이 쓰러져 나가고 있었다.
"우와, 이거 엄청난데요?"
"하하하, 별거 없어요."
"그래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무기 같은데, 이렇게 쉽게 빌려 주셔도 되나요?"
"뭐, 어때요? 부족하면 또 만들...... 아니에요."
지원은 이야기를 하다 말았다.
자신의 말에 영리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밝은 행동과 표정, 말투로 자신을 속이려고 했지만, 실은 엄청난 속앓이를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사냥을 마친 후, 지원은 영리를 데리고 주변 카페로 향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괜찮으시죠?"
"네, 물론입니다. 사 주시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죠."
"혹시, 디저......."
지원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단호한 표정으로 영리가 대답했다.
"초코 케이크요."
"초, 초코 케이크요?"
"되도록이면, 저 안쪽 세 번째 걸로 부탁드립니다."
확실한 취향 고백이었다.
'설마, 케이크의 양을 눈대중으로 계산하는 건 아니겠지?'
만화와 같은 상상을 해 버린 지원이었다.
주문을 마치고 난 이후, 테이블로 오는 와중에 영리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다.
마치 소풍 전날 어린아이의 모습과 같았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참지 못한 채 밖으로 고스란히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저, 괜찮으세요?"
영리는 입가에 고인 침이 흐를 뻔했으나, 지원의 질문에 정신을 차리고 황급하게 침을 삼켰다.
"츄룹, 괜찮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시선은 케이크로 향해 있었다.
'설마?'
지원은 테이블 위에 놓인 접시를 살짝 밀어 보았다.
케이크를 따라 이동하는 시선에 지원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올랐다.
"일단 먹고 할까요?"
지원의 말과 동시에 영리는 폭풍처럼 파고들어 케이크를 입 안으로 욱여넣었다.
우걱우걱.
그 모습은 누가 같이 케이크를 먹더라도 손조차 대지 못할 것 같았다.
너무나 맛있게 먹으며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를 정도로 정말 맛있게 케이크를 먹는 영리였다.
"다 드셨으면, 이제 이야기를 해 볼까요?"
"어머, 죄송해요. 제가 초코 케이크만 보면 눈이 돌아가서."
"괜찮습니다. 뭐 그럴 수도 있죠."
지원은 가방에서 노란 서류 봉투를 꺼냈다.
"꺼내서 읽어 보시겠어요?"
-영입서.
이번에 새로 개설되는 한일 공격대에 좋은 능력을 지니고 있는 귀하를 영입하기 위한 서류입니다.
"이건 뭘까요?"
시작부터 안쪽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알려 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아직 초코 케이크의 단맛이 입 안을 감싸고 있었기 때문에 영리는 웃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야기를 듣는 수준에서 그 값어치를 하는 게 초코 케이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뒤쪽의 내용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세세한 계획적인 내용이라든지, 자신에게 주어지는 혜택들이 적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리는 맨 앞장의 종이만 읽은 채, 지원에게 답을 바라는 것이었다.
"이번에 새로 출범하는 한일 공격대에서 당신을 캐스팅하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아직 아무런 힘도 없는 저를 왜?"
영리는 기분이 좋을 뿐이었지 변별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짜고짜 자신에게 좋은 혜택을 주겠다고 이야기하는 사람 중, 꿍꿍이가 없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었다.
아직 생글생글 웃고 있는 것은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함이었다.
"사실, 제가 이 의견을 낸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주 좋은 분이 계시다는 것을 듣고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아직 상대가 자신을 모두 믿지 않고 있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
99%의 진실과 1%의 거짓을 섞으면 완벽하게 믿을 수 있는 하나의 거짓말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해야 의심을 적게 사겠지?'
지원의 판단은 정확했다.
약간이지만 영리의 눈꼬리가 살며시 내려온 듯싶었다.
"제가요? 전 약하기만 할 뿐인데, 제대로 된 스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구요."
"아닙니다. 지금 어깨 위에 올라가 있는 두 마리의 소환수를 부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겁니다."
지원은 영리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혜택을 말씀드리면 사냥에 적당한 레벨이 될 수 있도록 파티 사냥을 지원하며, 거주지, 옷, 그리고 일정 지원금도 있습니다."
"네? 그렇게나 많이요?"
뒤쪽의 세부 내용을 확인조차 하지 않고 말을 내뱉었기 때문에 영리는 살며시 종이를 들어 뒤의 내용을 확인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지원은 적절한 타이밍을 찾아 그녀의 마음을 강하게 찔렀다.
"당신의 능력은 상상 이상입니다. 잘 생각해 보시고 결정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잠깐 생각 좀 해 볼게요."
영리의 대답에 지원은 속으로 '나이스!'를 외쳤다.
고민에 들어간다면 자신이 내민 영입서는 완벽했다.
독소 조항도 없었고, 그렇다고 계약 당사자를 부려 먹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까.
반면 영리는 고심에 빠졌다.
지금 혼자 살고 있는 단칸방은 언제 빠져도 문제가 없었다.
솔직히 사냥을 이어 나가고 있는 지금, 어떻게 해야 될지도 잘 모르겠다.
'남들에 비해 자꾸 뒤처지는데, 괜찮을까?'
어디에서도 이런 혜택을 준다는 곳은 들어 보지 못했고, 경험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다는 건.
진짜 사기일 가능성이 농후해졌다는 의미다.
"정말인가요? 근데 절 누가, 어디서 봤다는 거죠?"
"아마 알고 계실 거예요. 광란의 버스 기사라고."
"아!"
순간 영리의 뇌리에 스치는 강한 기억이 있었다.
바로 자신을 도와줬던 버스 기사.
분명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고 약간은 틱틱거리는 모습도 있었지만, 책임감은 훌륭했다.
"그분이라면...... 믿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럼 영입서에 사인 부탁드리겠습니다."
지원의 활약으로 영리는 영입서에 차분하게 사인을 마쳤다.
* * *
부아아아앙.
고속도로에 들어간 태욱은 액셀러레이터 위에다 발을 올려놓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속도감.
신체가 아닌 다른 물질을 통해 엄청난 속도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색다른 기분이었다.
그가 지금 향하는 목적지는 불의 나라였다.
주위가 산지로 둘러싸여 주변보다 낮은 지형을 하고 있는 곳.
바로 대구다.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한여름의 온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최소 3도에서 5도 이상 올라가는 어마무시한 지역이었다.
이곳으로 향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미래에는 18명의 최강자들이 있었다.
개중 한국 사람은 5명.
한국 사람 대다수의 인원이 여성으로 되어 있었다.
소환사 영리, 마도공학자 지원, 광전사 은비.
한일 공격대에 자신을 포함한 세 명이 들어와 있으니 나머지 사람들을 데려온다면?
완벽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