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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19화 (18/146)

# 19

회귀빨로 지존 헌터

- 1권 19화

"인류가 멸망한다구요?"

"과거와 똑같다면. 승리를 차지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전멸뿐이다."

"그렇다면 더욱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자신의 어깨에 놓인 무거운 짐을 이제야 느낀 지원이었다.

"그래야지."

태욱은 그녀의 도움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일단 그럼 달려 볼까?"

태욱은 다시 지평선 저 멀리 보이는 몬스터 떼를 향해 달려갔고, 지원은 자신의 스텟을 확인했다.

[김지원]

레벨 : 5

직업 : 마도공학자

힘 7

민첩 6

체력 8

마력 20

여유 포인트 20

단박에 4레벨이라는 폭발적인 레벨업을 경험했다.

하지만 지원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시스템 알림 음 따위는 귓속으로 들어오지 않았고, 자신이 펼쳐 낸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총을 계속 위아래로 훑어보기만 할 뿐이었다.

'아직 더 올릴 수 있어.'

지원은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 태욱이 몬스터를 몰아오려면 시간이 있었다.

그녀의 곁에 있는 것이라고는 나무, 풀, 돌, 자갈, 모래 등등.

총기의 파괴력을 올리는 데 아무런 쓸모가 없는 물품들뿐이었다.

'아!'

아직 놓친 것이 하나 있었다.

삭제가 되어 버린 몬스터들이 있던 위치.

지원은 그곳으로 뛰어갔다.

치칙.

치치치직.

엄청난 전기가 모두 땅속으로 흘러 들어가지 못한 채 머물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 내 생각이 맞았어."

지원이 생각해 낸 것은 바로 배전함.

전류를 머금고 있는 돌덩이들을 한곳에 모아 두는 것이다.

이 돌덩이들이 가지고 있는 전기를 연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지원은 재빠르게 스킬을 영창했다.

"회로 설계."

그녀의 생각이 3D로 표출되어 일정한 형상을 그려 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권총보다는 기다란.

최소 여섯 배는 되어 보이는 크기였다.

그리고 또 하나 곁에 그려지는 커다란 상자.

하부에 구멍이 뚫려 있는 약간은 이상한 모양새를 가진 것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지원이 지금 만들어 내는 것은 기관총이었다.

전류를 머금고 있는 돌멩이나 자갈들을 탄으로 생각하고 사용하는 것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기를 쏘아 보내고, 돌멩이는 버리는 것이다.

일회용으로 사용하는 단발로 끝나는 권총에 비해 많은 몬스터들이 올 때 효과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것이었다.

차분하게 완성되어 가고 있는 동안, 태욱은 몬스터들을 이끌고 지원의 곁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 * *

"탕. 타타타탕."

연속되는 기관총 사격 소리가 대지를 울렸다.

태욱이 몰고 오는 녀석들을 상대로 지원이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태욱의 도움을 받아 움직였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지원이 들고 있는 기관총.

그것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권총으로만 사냥을 하니, 정확한 타이밍이 아닌 이상 빠르게 사냥을 가져갈 수가 없었다.

원하는 포지션에, 정확한 타격으로 한 방에 몰살시키지 않는 이상, 그녀에게 들어가는 경험치는 줄어들 테니까.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냥을 하고 싶은 마음도, 욕구도 없었던 것이다.

이 와중에 지원이 만들어 놓은 도면이 본격적으로 능력을 발휘한 것은 얼마 전이었다.

레벨이 올라가면서 지원이 얻은 스킬.

[프로토 제작]

최초의 설계 도면을 이용하여 도구를 만들어 낸다.

물론 연구실에서 완벽하게 만들어 내는 것보다는 능력이 떨어지겠지만, 전장에서는 이것보다 효과적인 것이 없었다.

지원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총을 분해하여 새로운 타입의 기관총으로 변형했다.

타격 원리는 권총과 같은 모습을 하고 연속 사격이 가능할 정도로 살짝 변형을 해 두었더니 사냥 속도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후우, 후우.'

깊은 숨을 내뱉어 내는 동안에도 시큰한 어깨가 고통을 내질렀다.

쏘는 순간 호흡을 멈추고 어깨에 정확하게 견착한다고 하더라도, 일시적으로 나오는 반발력을 모두 상쇄시키기는 힘이 들었던 것이다.

전투는 종반에 달했고, 한두 마리 정도 남았을 때 지원은 수평선에 대고 총구를 긁어 버렸다.

"두다다다다다다다."

연속으로 이어진 폭격음에 미노타우르스들이 절로 쓰러졌다.

"잠깐 휴식을 취해야 될 것 같군."

"하아...... 네."

주위를 둘러보니 몬스터 무리 따위는 없었다.

광활한 대지 위에 서 있는 두 사람 말고는 더 이상 보행을 하는 생물은 없었다.

털썩.

지원은 제자리에 그대로 앉아 버렸다.

그 모습을 본 태욱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꽤나 익숙해진 것 같군."

"쉴 수 있을 때 쉬어라.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제 알겠네요."

쉴 새 없이 전투를 치러 왔던 그녀는 잠깐의 휴식 시간도 허투루 쓸 수 없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앉을 공간, 쉴 공간을 찾아 움직이느라 제대로 된 휴식도 취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 것이 가장 좋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하고 있는 그녀지만 체력적인 부담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 속도는 더뎌지고, 그렇다고 몸을 멈출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절로 피로도가 쌓이는 것이다.

"슬슬 때가 온 것 같은데?"

"때가 오다니요?"

손가락 끝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이미 어둡게 변해 버린 하늘을 눈치챌 수 있었다.

"벌써 밤이? 우리가 그렇게 오래 사냥했나요?"

지원은 질문을 하면서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방금 전까지 사냥을 할 때에는 분명 밝은 오후였다.

단순하게 구름이 햇빛을 가린다고 해서 이렇게 변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분명 자신이 모르는 뭔가 새로운 것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준비는 모두 마쳤지?"

"물론이죠."

쉽게 대답을 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아직까지 자신의 공격을 받고 재차 공격을 해 오는 몬스터는 없었으니까.

단 일격을 맞고 모두 소멸되거나 적당하게 힘을 조절해 시체만 남기는 것이 고작이었기에 자신감이 넘쳐흐를 수밖에 없었다.

태욱의 행동은 재빨라졌다.

'꽤 위험하군.'

벌써 그 녀석이 나타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정하게 몬스터의 숫자를 줄여 나가면 나타나는 녀석.

미래의 사람들은 녀석을 이렇게 불렀다.

필드 보스.

일정한 숫자의 몬스터가 죽어 나가면 튀어나오는 몬스터로, 평생 동안 한 번 보기도 힘들었다.

그만큼 한 번 출현하기 위해선 많은 숫자의 몬스터의 죽음이 제물이 되어야 된다는 것이다.

수천만 마리의 희생이 있지 않는 이상 절대로 마주칠 수 없었던 녀석을 상대하게 된 셈이었다.

'재수가 좋다고 해야 될지, 나쁘다고 해야 될지.'

태욱 혼자서 도망치려면 도망칠 수도 있었고, 사냥을 하려고 한다면 할 수 있었다.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바로 지원이었다.

마음대로 전투를 벌일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괜한 행동으로 그녀에게 돌이킬 수 없는 트라우마를 심어 줄 수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좋은 기회였다.

만약 여기서 저 녀석을 잡아 낼 수 있다면 지원의 성장의 시간을 꽤나 당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할 수 있을까? 아니, 해야 한다.'

고민을 할 겨를이 없었다.

만약 여기서 그녀의 희생이 생긴다면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태욱이 모르는 미래가 생겨나고, 또다시 마왕에게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지원을 살려야 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 되었다.

"우리가 충분히 사냥 가능하겠죠?"

싱글벙글 웃으며 지원은 태욱에게 물었다.

그녀에게 이제 몬스터들은 겨우 경험치일 뿐이었다.

"벌써 10레벨이 되었어요."

초보자 딱지를 딱 뗐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의 레벨.

엄청난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태욱의 스킬이 없으면 그 효과가 의문이었다.

"저기 모습을 드러내는군."

태욱의 시선을 따라 지원 역시 그 형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사냥을 해 온 미노타우르스의 형태.

하지만 그 크기는 궤를 달리했다.

"저, 저게?"

지원은 믿기지가 않았다.

5배, 아니 10배는 더 커 보이는 크기에, 숨을 쉴 때마다 콧구멍에서 나오는 희뿌연 연기.

그리고 위세가 흘러넘치는 엄청난 기운이 그녀의 어깨를 짓눌렀다.

"미노타우르스 킹 정도랄까?"

태욱은 몬스터의 이름을 명명했다.

미노타우르스 킹.

사실 진짜 미노타우르스 킹의 크기는 저렇게 크지 않았다.

저것보다 조금 더 작은 크기를 지니고 있었지만, 주위에 호위병도 많았고 꽤나 지략적인 모습을 보였던 녀석이었다.

그에 반해 저 녀석은 주위에 호위병이 없다.

적어도 태욱이 지원의 곁에서 전투를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였다.

"생존을 최대 목적으로."

태욱은 말을 마치자마자 튀어 나갔다.

땅을 구르며 타격을 입히는 어스퀘이크.

상당히 넓은 반경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태욱은 일부러 다가서는 것이다.

지원이 그 피해 반경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였다.

'만약 어스퀘이크가 펼쳐지면 지원은 살기 힘들어.'

바닥이 갈라지고 그 진동으로 인해 대지가 뒤엉킨다.

하늘로 솟아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는 이상,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갑자기 바닥이 꺼지고, 주변의 흙들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신체적 능력이 부족한 공학자라면 더욱 피해 낼 수 없을 것이다.

"일보섬광(一步閃光)."

걸음걸음마다 빛이 흘러나와 거대한 미노타우르스를 향해 날아갔다.

콰가가강.

마치 폭격을 이뤄 내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일순간 먼지가 피어오르고, 시계가 흐려졌다.

'타격이 있나?'

피어오르는 먼지 사이로 멀쩡한 피부가 보였다.

전혀 타격이 없던 것이다.

'역시 듣던 대로 표피의 방어력이 엄청나군.'

미노타우르스는 기본적으로 항마력과 방어력이 뛰어났다.

마법으로 타격을 입히기도, 검으로 타격을 주기도 힘이 들었다.

하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타격을 받는 순간 힘없이 전투가 끝나 버린다는 것이 그들의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다.

커다란 크기를 가지고 있는 미노타우르스는 항마력과 방어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차라리 드래고니아 리자드맨이 나았을지도.'

태욱의 입장에서는 일전에 상대했던 드래고니아 리자드맨이 오히려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 * *

지원은 앞으로 튀어 나간 태욱에게 들었던 마지막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생존을 최대 목적으로."

분명 그가 이야기했던 말을 웃어넘기기는 힘이 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지원은 자신의 자리에서 타격 준비를 끝냈다.

'솔직히 이 정도면 충분한 힘을 낼 수 있을 걸?'

조준 사격으로 녀석의 눈 하나 정도는 능히 뺏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지원이었다.

'눈...... 가늠자...... 가늠쇠.......'

미노타우르스의 눈, 그리고 가늠쇠를 거쳐 가늠자까지 일직선이 되었을 때, 반사적으로 오른손이 움직였다.

"탕, 타타타타타타타타탕."

연속해서 불을 내뿜는 총구.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지원은 아무것도 예상하지 못했다.

정확하게 날아가던 전류는 목표물의 지근에 달하자 갑자기 방향을 잃고 뿔로 향했다.

치치치칙.

미노타우르스의 뿔 끝에서 생성되는 전류에게로 움직여 버린 것이다.

'어?'

지원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와는 뭔가 다른 방향으로 전투가 흘러가고 있었다.

바로 책상에만 앉아서 머리를 쓰던 이들이 자주 행하는 잘못이었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전투를 치러 성장을 해 온 다른 헌터들과는 달리, 급격한 성장을 한 지원이었다.

자신의 힘 앞에 힘없이 무너지는 몬스터들과 대량의 경험치가 만들어 낸 오만이었다.

그 오만은 스스로에게 엄청난 위험이 되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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