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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18화 (17/146)

# 18

회귀빨로 지존 헌터

- 1권 18화

"우리 기업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오를 것이란 거죠?"

"높은 수준 정도가 아니라, 세계 제일."

"세계...... 제일."

나지막한 독백이 이어졌다.

그녀는 사실 지금 연구하는 것이 세상에 당장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많은 이슈를 일으킬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고작 사용 퍼센트를 높여 주는 것만으로는 세계에서 앞서 나가는 기업이 될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점잖은 남성은 세계 제일의 기업이 될 거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 우리 한성중공업이 최초로 히트한 제품은?"

"마정석 합성 장치."

마정석 합성 장치.

마정석은 최하급부터 만들어지는데, 마도공학자인 지원이 하나의 획기적인 장치를 통해 변환을 만들어 냈다.

최하급 마정석 두 개를 합쳐서 하급의 마정석을 만드는 장치.

아직 개발 중이었고, 연구에 확신을 가지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는 없었다.

다만 남자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니 그에 대한 믿음이 점점 짙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제 믿을 수 있나?"

"대충은 믿을 수 있겠네요."

확신을 가진 말투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모든 행동을 경계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내가 질문하지."

"물론이에요."

"똑똑한 너에게 묻는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요?"

지원은 고민에 빠졌다.

"나는 미래에서 괜히 이 과거로 돌아온 게 아니야."

태욱은 더욱 자세한 설명을 해 주었다.

미래의 멸망.

그리고 최후의 생존자.

그 모든 것을 자세히 이야기한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지원의 표정이 더욱 진지해졌다.

눈앞의 남자가 하는 말이 과대망상이 아닐 가능성은 현재 높다.

그가 제시한 여러 가지 정보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남자의 말이 사실일 경우.

세계는 확실하게 멸망한다는 것이 기정사실.

'그렇다면?'

지원의 천재적인 두뇌는 빠르게 생각을 이어 나갔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무척이나 많았다.

연구의 결과를 내놓아야 되고, 회사도 크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생각의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생각이 나타났다.

가장 빨리, 그리고 확실하게 해야 되는 것.

"레벨업."

자신이 강해지고 스킬의 레벨이 높아지면 빨리 높은 곳에 올라설 수 있는 것이었다.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려운 것이고, 쉽게 생각하면 너무나도 쉬운 해답이었다.

태욱은 지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언제까지 존칭을 쓸 거지? 나는 이미 말을 놓았는데."

지원은 그의 질문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지금까지 눈치를 채지 못했던 탓이다.

'자연스러워.'

자신에게 평어를 사용하는 것이 어색함이 없어 보였다.

그만큼 익숙하다는 반증이었다.

"저도 편하게 말하라는?"

"그렇지, 나만 할 수도 없는 입장이고."

태욱이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저, 제가 편해지면 그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편한 대로 해."

태욱은 갑자기 부끄러움 타는 지원에 어색함을 느꼈다.

'저런 성격이었나? 굉장히 괄괄하고 적극적이었던 것 같은데.'

자신이 알고 있는 지원의 성격과 지금의 지원은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졌지만, 강요를 할 수는 없었다.

* * *

다음 날, 태욱이 준비한 사냥터에 그녀가 도착했다.

마도공학자 지원.

하루의 시간을 원하는 사람은 지원이었다.

그녀는 태욱으로부터 하루의 시간을 벌었다.

"당장 사냥을 나가더라도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 하루만 시간을 주세요."

"하루?"

미심쩍은 표정으로 되묻는 태욱을 보고 지원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하루면 충분하죠."

태욱의 표정의 의미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아직 성장을 하지 않아서 그런가? 그나저나 아직도 존댓말이네.'

존댓말을 계속 쓰고 있지만,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태욱은 지원이 빨리 준비를 마치고 출발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있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한 시간? 두 시간? 정도만 준다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원이 달라는 시간은 그 이상이었다.

그동안 지원은 사냥에 관한 욕심이 없었다.

아니, 아예 눈을 돌리지 않은 것이다.

만약 사냥에 나가게 된다면 확실하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무기를 들고, 모든 준비를 마친 후에서야 비로소 사냥에 나설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태욱이 불안정한 요소들 중 몇 개를 만족시켜 준 것이다.

"준비된 거죠?"

"물론이죠."

지원의 오른손에 쥐어진 짧고 뭉툭한 모양.

라이트닝 건(Lightning Gun).

사용법은 일반 권총과 똑같지만, 그 타격 효과는 완전하게 다르다.

단순하게 화학 원소들의 폭발력을 이용하여 극적인 나선형 회전으로 총알을 회전시켜 접지 면에 닿았을 때 위력적인 폭발력을 보여 주는 것이 권총이라면, 라이트닝 건은 조금 다르다.

거추장스러운 총알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었고, 파괴력은 일반 권총에 비해 10배 이상 뛰어나다.

몬스터에게 제대로 타격을 줄 수 없는 일반 권총에 비하면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더 대단한 것은 사용자에게 오는 반발력이다.

권총은 그 반발력이 뛰어나다.

더구나 리볼버처럼 총알 뒷부분이 개방되어 있는 총은 그나마 반발력이 적지만, 그렇지 않은 권총은 온몸에 상당히 무리가 가게 된다.

사격 자세를 잡지 못하고 사격을 했을 때, 어깨가 탈골되는 현상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그 부작용을 없애 버린 것이 바로 지원의 손에 달린 라이트닝 건이었다.

"꽤나 좋은 물건을 구해 왔군."

"이게 구해 온 것처럼 보이나 보죠?"

지원의 물음에 태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그렇다는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정말 어린애군.'

어떻게 보면 순수하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순수하게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고 인정을 받는 것은 무척이나 기분이 좋을 테니까.

"이거 제가 만들었다구요. 그것도 어제부터 오늘까지 딱 하루의 시간밖에 없었는데 완벽하게 만들어 냈죠."

"그럼 사냥에는 지장이 없는 거겠지?"

"하루의 시간을 달라고 했으니 절대적으로 없을 거예요. 내가 장담해요."

"출발하지."

태욱은 휙 하고 고개를 돌렸다.

자꾸 터져 나오려고 하는 웃음을 참지 못한 탓이었다.

'큰일 날 뻔했군.'

씰룩거리던 입꼬리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치솟았다.

태욱이 지원의 앞에서 입꼬리를 올리지 않은 이유는 명확했다.

그녀의 성정 때문이었다.

연구하고 그것에 대한 성과에 민감한 그녀는 자신의 결과물을 보고 평가를 하는 자체를 즐겼다.

긍정이면 긍정, 부정이면 부정.

하지만 평가를 하게 되면 꽤나 오랜 시간을 허비해야 됐기 때문에 태욱은 무표정으로 대처했던 것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흥미롭다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면 그 이유가 뭔지, 왜 그런 것인지 알기 전까지 저기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지원이 눈에 선했다.

"여기서 준비를 하지."

태욱이 데리고 온 곳은 미노타우르스 던전.

널따란 초원 위에 무리 지어 사는 몬스터가 있는 던전이어서 멀리서 저격을 당할 위험이 적었다.

더구나 이 사냥터는 인기가 없었다.

강한 완력을 사용하는 미노타우르스의 돌진을 막아 낼 수 있는 인물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높은 레벨의 헌터가 온다면 능히 막아 낼 수 있었다.

아쉬운 것은 효율.

더 높은 수준의 던전에서 더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데, 굳이 여기로 오려고 하지 않았다.

낮은 레벨의 헌터들은 올 실력이 되지 않고, 높은 수준의 헌터들은 효율이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태되고 사람들에게 잊히기 마련이었다.

저격의 위험, 그리고 시선이 몰리지 않는 두 가지를 가장 주요 포인트로 놓고 던전을 검색하다 보니 이곳이 걸려들은 것이다.

"준비!"

태욱이 뒤에 한 뭉텅이의 미노타우르스를 몰고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간혹 뒤에서 던져지는 커다란 도끼를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개만 까딱거리며 피해 내는데, 마치 뒤에 눈이 달린 사람처럼 보였다.

지원도 재빨리 준비했다.

그녀가 가지고 온 것은 라이트닝 건뿐만이 아니었다.

지원은 허리춤에 달려 있는 여섯 개의 짧은 막대를 사방으로 뿌렸다.

막대들은 바닥에 떨어지더니 이내 살포시 자신의 위세를 드러냈다.

치직.

치치치칙.

전기가 번뜩이며 마치 자신이 화가 나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듯했다.

"아기들아, 나 좀 도와줘."

지원이 뿌려 놓은 것은 화력 증진용으로 사용되는 보조 무기였다.

라이트닝 건에서 쏟아져 나가는 전력의 위력을 일순간 상승시키는 무기.

혹시나 자신의 공격력이 부족하지 않을까 염두에 두어 준비한 물건이었다.

어차피 숨길 필요도 없었고, 빠르게 사냥을 하기 위함에서 온 힘을 다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에 지원은 모든 준비를 끝냈다.

"언제든지 오세요."

태욱은 꽁무니에 달라붙은 미노타우르스 한 마리를 제거하고 지원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가더니 순식간에 스킬을 영창했다.

"휴미더티(Humidity)."

"아이스 포그(Ice fog)."

대기 중에 습기를 올려 버리는 휴미더티와 더불어, 안개를 만들어 내는 아이스 포그.

급격하게 대기 중의 온도를 낮춰, 작은 얼음 알갱이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이스 포그의 원리였다.

태욱은 더욱 짙은 안개를 만들어 내기 위해 휴미더티와 아이스 포그를 연속으로 사용한 것이다.

"휘유, 연계가 좋은데요?"

그 모습을 본 지원이 휘파람을 불었다.

과학의 원리를 아는 것이 꽤나 신선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태욱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연속해서 스킬을 펼쳐 냈다.

"연혼설풍(演掍雪風)"

그의 움직임을 따라 바람과 눈이 일렁이더니 금세 또 다른 안개를 만들어 냈다.

냉기가 같은 냉기를 끌어당기자 안개가 짙어져 단 1미터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이 정도면 괜찮지?"

태욱은 일부러 그녀의 공격과 궁합이 맞는 스킬을 사용한 것이다.

뇌(雷).

수(水).

운(雲).

경험이 가져다준 실력이었다.

"갑니다."

쾅!

그녀의 총구 끝에서 날아간 플라즈마가 안개 내부를 향해 맹렬하게 솟구치더니, 이내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반작용을 만들어 냈다.

쿠우우웅.

콰가가가가가강.

마치 일순간에 공기를 날려 버린 듯한 파괴력이었다.

"흐아아압."

갑자기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균형을 잃은 지원이 소리를 지르며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비틀거리며 잠깐의 시간을 버텼다.

약 2초에서 3초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대기는 평안한 듯 조용해졌다.

'서, 설마?'

지원은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았다.

무(無).

초원에 피어나던 푸르른 잡초.

그리고 많은 숫자를 자랑하던 몬스터. 단 1미터 앞도 보이지 않던 강한 안개.

그 모두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눈을 크게 떠도 변하지 않았다.

"이, 이게?"

어느새 옆으로 온 태욱에게 지원은 물었다.

"휘유, 엄청난데? 이거, 잘못했으면 나도 휩쓸릴 뻔했군."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이야기하는 태욱의 표정은 담담했다.

마치 예상이라도 했던 것인가?

"설마? 이 정도의 힘이 나올 수가 없을 텐데."

"맞아. 내가 조절을 했지."

"조절이요?"

지원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정확한 수치가 아닐지라도 자신의 무기의 파괴력을 높이는 스킬만 사용한 것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미래에는 효과적인 전투를 벌이기 위해 다들 이런 힘을 사용하나요?"

"물론."

"하지만 대 전쟁에서 패배했다면서요?"

태욱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8년밖에 없다고 했죠?"

말이 없는 태욱에게 지원은 다시 물었다.

지금까지는 그저 정신병자 아니면 장난 정도라고 여겼었다.

온전한 믿음이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태욱과의 단 한 번의 전투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자신의 힘으로 가질 수 없었던 것을 보여 주는 이 사람이 정말 미래에서 온 것이라고.

그리고 자신은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빠르게 성장을 해야 된다는 결심도 생겼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생각의 결론을 도출하자마자 지원은 태욱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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