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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17화 (16/146)

# 17

회귀빨로 지존 헌터

- 1권 17화

"투자 가치가 충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투자 가치요?"

아직 한성에서는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것을 생산 중이거나 계획한 것이 없었다.

유섭의 입장에서는 그냥 '회사를 뺏기 위한 장난이 아닌가?' 하는 의심에서 재차 되물었다.

"그렇다면 어느 면에서?"

"세세한 것은 이제 들어 봐야 알겠지요. 아 참, 저는 경영권에 간섭할 생각은 없습니다."

태욱은 점점 표정이 어두워져 가는 유섭을 보고 그가 원하는 답을 먼저 건네주었다.

'회사 경영권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냥 일반적인 투자자라는 의미다.

다시 말해 유섭의 입장에서는 조금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투자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일순간에 표정이 밝아지는 유섭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던가?

처음에 회사 주식을 갑자기 사들이는 사람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묘한 의구심이 들었다.

주식을 사들이는 금액이며, 주식의 퍼센트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을 정도로 높은 주식을 가진 상태가 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유섭은 태욱에게로 직접 연락을 하게 된 셈이었다.

그렇게 마음을 졸이며 그에게 회사 경영에 대한 의구심을 품었을 때, 단숨에 해결을 해 주었다.

경영권을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오랜 시간 동안 마음고생했던 자신의 걱정 한 부분을 크게 덜어 낸 셈이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유섭은 태욱에게 양해를 구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은 전반적인 사항일 뿐이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회사를 운영할지, 신제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정확하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다.

김지원.

자신의 딸이기도 한 그녀는 지금 개발 팀장의 자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회사 주력 상품을 개발하는 중이었다.

태욱이 긍정의 표시를 하자 유섭은 사장실 수화기를 들었다.

딸칵. 딸칵. 딸칵.

내선으로 된 번호를 누르자 다이렉트로 연결되었다.

"사장실로 올라오세요."

간단하게 의사를 전달한 유섭은 다시 돌아와 태욱의 앞에 앉았다.

침묵이 흐르는 것보다는 적당한 소음이 있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든 것이다.

"불편하신 거라도 있으시면......?"

"아니오, 괜찮습니다. 근데 언제쯤......."

태욱이 유섭에게 물었다.

벌써 호출을 한 지 5분 정도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꽤나 지루한 인상을 심어 준 것이다.

"지금 올라오고 있는 애가, 제 딸아이입니다. 회사 개발 팀장으로 있어서 정확하게 설명해 드릴 수 있을 겁니다."

그때였다.

똑똑.

마침내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온 것인가?'

태욱 역시 신경을 문 쪽으로 곤두세웠다.

당연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여성에 저절로 시선이 흘렀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중간 길이의 단발에 갈색 머리.

그리고 두꺼운 뿔테 안경이 이지적인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켜 주고 있었다.

잘록한 허리 라인을 타고 흐르는 매끈한 각선미를 한 여성이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누가 봐도 그녀의 이미지는 과학자와 다름없었다.

다른 거라면 흰 가운을 입지 않았단 정도?

태욱은 일부러 이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괜한 오해를 사며 따로 지원을 불러 달라는 이야기는커녕 회사 소개를 받기 원한다는 핑계를 대고 기다린 것이다.

다시 말해 태욱의 요청이 아닌 그녀 스스로가 이곳에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어서 들어오세요. 지금 들어오는 아이가 저희 회사 개발 팀장입니다."

"안녕하세요, 개발 팀장 김지원입니다."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지원이었다.

지원은 이미 밖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충분히 인지를 한 상태였다.

아버지인 유섭이 오늘 대주주를 불렀다는 것도.

그리고 그 사람이 경영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사실도 모두 전해 들었다.

그렇다면?

엄청난 투자자가 눈앞에 나타난 것과 다름없었다.

때문에 단순한 기업 소개가 아닌, 투자자가 더욱 구미를 당기게 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보여 주어야 한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하고, 지원은 충분한 자신이 있었다.

"반갑습니다. 이번에 최대 주주가 된 강태욱입니다."

태욱은 전혀 모르는 척 지원에게 손을 뻗었다.

서로 가볍게 악수를 건넸다.

유섭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서로 신체 건강한 남녀 사이.

아직 젊은 축에 속하는 자신의 딸과 그리고 투자자.

정분의 스파크는 얼마든지 튈 수 있다.

엄청난 돈을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를 손에 쥐는 것은 나쁠 이유가 없었다.

유섭은 두 사람을 묶어 주기 위해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지원은 태욱으로부터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태욱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방에 젊은 남녀 둘이 있었지만 별다른 분위기는 없었다.

투자자와 개발자의 만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단번에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든 것은 태욱의 말 덕분이었다.

"이제 두 사람밖에 남지 않은 건가요?"

"네, 네?"

담담하게 대답했던 지원은 놀라서 되물었다.

굳이 두 명이 남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뭘까?

"단둘이 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아닙니까?"

태욱의 말에 지원의 표정이 왈칵 구겨졌다.

'설마, 나보고?'

지원은 머릿속에 그려지는 상상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이상한 말씀을 하시면 당장 소리치겠습니다."

최대한 담담하게 말을 하는 지원이었다.

아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저 소파에 앉아 그녀를 보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말을 했을 뿐이니까.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어였다.

"이런, 말을 잘못 알아들으신 것 같은데?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그럼 무슨 의미죠?"

눈을 치켜뜨고 태욱을 바라보는 지원의 시선이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그 시선을 단번에 바꾸는 태욱의 질문이 뒤를 이었다.

"마도공학자로 각성한 건 언제입니까?"

독사눈을 하고 흘겨본 것이 방금 전이었다고 인식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지원은 커다란 토끼 눈을 한 채로 태욱을 바라보았다.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였다.

대외적으로 알린 적도, 아니 아직 자신밖에 모르고 있는 일을 최대 주주라는 자가 알고 있었다.

곧바로 경계심 가득한 눈이 된 지원은 태욱에게 물었다.

"어떻게 알았죠?"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시지 않겠습니까?"

태욱이 손을 뻗으며 자리를 권하자 지원은 그 자리에 앉았다.

한편으로 젠틀하게 다가서는 태욱의 모습에도 경계심을 풀지는 않았다.

언제든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도록 다리에 긴장을 풀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안 거야?'

혹시나 자신을 떠보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에 지원은 포커페이스를 한 상태에서 태욱이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사실 저는 미래에서 왔습니다."

태욱은 지원에게 시선을 맞춘 채 이야기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하는 찰나, 태욱의 입에서 나온 말이 그녀의 발을 붙잡았다.

"포천초등학교 미끄럼틀에서부터 세 번째 나무그루에서 열 발자국."

* * *

마도공학자인 지원은 마지막 전투에 나서기 전 한탄 같은 아쉬움을 표했다.

"우리가 조금만 일찍 알았다면?"

"누군가 과거로 돌아가서 이 상황을 전달할 수 있다면?"

"그럼 좋겠지만 아무도 믿지 않겠지. 지금 상황도 믿을 수가 없으니까."

"맞아."

다들 동의했다.

과거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믿을 수가 없을 것이다.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서 한다는 말이.

"미래에 세상은 멸망합니다. 그러니 빨리 성장하세요."

이런 개소리를 누가 믿겠는가?

더구나 이곳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과학자.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을 지워 내고, 있는 사실 그대로만 믿는다.

픽션은 픽션일 뿐.

진실은 항상 제자리에 서 있을 뿐이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

"아마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은 사실? 당사자만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 수긍이 갈지도 모르지."

"그래?"

지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마도 당장은 믿을 수가 없겠지만 조금의 신뢰는 가겠지. 그리고 시간을 두고 지켜볼 거야, 나 같은 경우는."

지원이 이야기하는 것을 태욱은 옆에서 주워들었다.

정확하게 직접 대화를 하며 들은 것이 아니라 주위를 지나다 흘러가는 말을 귓바퀴로 주워 담았을 뿐이다

과거의 기억을 조금씩 되짚으면서 오늘을 준비했다.

최선을 다해 그녀를 설득하는 것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 생각한 태욱은 돌직구처럼 그녀의 비밀을 하나 던진 것이다.

* * *

태욱의 말에 잔잔한 호수 같던 그녀의 마음에 파도가 생겨난 것이다.

"그 말 하나로 내가 믿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인가요?"

"물론, 정확하게 모든 것을 믿을 수는 없어도, 시간을 두고 지켜볼 거라는 사실만은 알고 있지."

지원은 자신의 마음을 꿰뚫는 태욱의 말에 흠칫 놀랐다.

'정말인가?'

의심부터 들었다.

물론 그가 저 말을 했을 때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은 말로 하는 것을 믿지 않았다.

오직 눈으로 직접 보고 관찰한 것만 믿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사람은 드물뿐더러, 비밀을 아는 사람도 없었다.

가족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은 비밀.

바로 자신이 숨겨 놓은 타임캡슐이 위치한 곳을 정확하게 집어내며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눈앞의 남성에게 과학적 호기심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아직 믿지 못해도 상관이 없어. 나는 당신이 필요하고, 당신은 내가 필요하게 될 테니까."

"글쎄요.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은 너무나도 많이 봐 와서 잘 알고 있습니다."

"일단은 내 능력을 보여 주는 것이 우선이겠지."

"내 능력은 복제. 당신의 스킬을 복사할 수 있지."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지원에게 엄청난 충격이 되었다.

'스킬을 복사할 수 있다고?'

믿기지 않는 말을 태연하게 내뱉는 태욱의 모습에 지원의 머릿속은 더욱 혼란이 가중되었다.

"말로 하는 것을 믿지 않는다고 하니, 실제로 보여 줘야 되겠군. 지금 한 번만 보여 주겠어, 네 스킬인 회로 설계를?"

"어, 어떻게?"

태욱의 입에서 자신밖에 모르고 있는 스킬명이 튀어나오자 경악하는 지원이었다.

"내가 그랬잖아? 난 미래에서 왔고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행동은 모두 하겠다고."

태욱이 눈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결국 지원은 자신의 스킬을 태욱 앞에서 보였다.

"회로 설계."

"초월적인 흉내 내기."

스킬을 펼치고 있는 지원을 보면서 태욱 역시 스킬을 펼쳤다.

푸른 실이 하나의 설계 도면을 만들었다.

3차원으로 되어 있는 공간 안에 입체적으로 그려진 하나의 물체.

지원이 머릿속으로 설계를 하며 그려 온 장치였다.

조금 더 마정석의 활용을 높이려고 하는 기계 장치.

태욱은 그 스킬을 그대로 따라 했다.

어차피 보여 주는 것이다.

'내 머릿속으로는 이 모든 기계 장치의 설계를 완벽하게 마칠 수 없어.'

그렇다.

스킬을 어떻게 따라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기계적인 완성도까지 완성을 시킬 수는 없었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을 따라 하고 유지할 뿐이다.

"이 정도면 된 거 같은데?"

똑같은 설계 도면이 보이자 지원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당신 말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하나만 묻겠어요."

"얼마든지."

태욱은 어깨를 으쓱하며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질문을 할지 뻔히 눈에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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