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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빨로 지존 헌터-14화 (13/146)

# 14

회귀빨로 지존 헌터

- 1권 14화

몸에 피를 뒤집어쓰듯 피를 방출시키는 블러드 샤워.

몬스터들에게 피의 냄새를 맡게 해 흥분을 시키는 스킬이다.

후각이 예민한 몬스터들은 이와 같은 스킬에 거의 빠져들곤 한다.

다음으로 사용한 페로몬 어택.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혼자만 가지고 있는 향기를 강하게 풍기는 것.

이것 또한 후각이 민감한 몬스터들을 유인하는 좋은 스킬이다.

태욱의 스킬이 사용되자마자 소환사들이 각자의 소환수에게 명령을 내렸다.

"금제 해제."

가장 먼저 자신의 분신을 만들어 낸 사내가 스킬을 외쳤다.

금제 해제.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분신은 상황마다 다른 역할을 한다.

딜러가 필요할 땐 딜러를, 탱커가 필요할 땐 탱커를 할 수 있었다.

스텟 포인트를 적절하게 나눠 가며 임무를 수행할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지금 외친 스킬은 일정한 한계를 개방해 주는 일이었다.

최소 스텟을 나눠야 하는 금제를 풀어 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체력에 10포인트가 최소 기준이라면 그것을 절반인 5포인트로 바꾸고, 근력이나 민첩에 나눠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꽤나 효용성이 높겠어.'

분신에게밖에 사용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태욱은 거리낌이 없었다.

"초월적인 흉내 내기."

스킬이 눈에 보이면 익히는 것이고, 차곡차곡 쌓인 스킬은 언제든지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브레인 링크."

"워터 스팟!"

몬스터와 이성을 연결하는 브레인 링크.

주변에 물웅덩이를 생성하는 워터 스팟.

태욱이 가려 가면서 배울 스킬은 없었다.

그저 보이는 대로 모두를 익힐 뿐이었다.

주변을 물웅덩이로 만들어 운디네의 활동 범위와 공격력을 높여 주는 워터 스팟과, 브레인 링크를 통해 3차원의 시선으로 몬스터의 공격을 피하는 능력.

소환사들끼리 손발이 맞아 들어가면서 태욱이 신경 쓰는 부분들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워터 볼!"

"공격해!"

"물어뜯어, 럭키!"

각자 소환수를 통해 쉼 없이 공격을 하던 소환수들은 몬스터가 모두 쓰러지자마자 제자리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휴우, 힘들다."

"그러게요. 이렇게 사냥을 해 본 적이 오랜만인 거 같은데?"

"그래요? 저는 한 번도 없었어요."

처음 대량 몰이사냥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그 모습을 보던 태욱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몬스터 사체의 곁으로 다가섰다.

"사체를 처리하고 바로 사냥에 들어갈게요. 그동안 휴식 취하시면 됩니다."

"아니, 저희가 도와......."

소환사들은 태욱의 행동에 양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려고 하려다 금세 입을 다물었다.

태욱의 거침없는 행동에 오히려 자신들이 방해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욱은 망설임 없이 사체를 적당한 크기로 조각내더니, 이내 아공간을 열어 그 안으로 모두 집어넣어 버렸다.

"허허헙."

"저게 뭐야?"

쉽게 볼 수 없던 아공간을 본 소환사들은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

그들의 입장에서 태욱의 모습은 너무나 완벽했기 때문이었다.

강한 탱킹 능력.

빠른 움직임.

주변을 지켜 낼 수 있는 힘.

아공간.

까도까도 끝이 없는 그의 모습에 소환사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태욱의 배려로 만들어진 5분이란 휴식 시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지만, 이 시간은 소환사들이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다.

양팔을 걷어붙이고 태욱의 행동에 도움을 주려고 하면?

자신이 숨을 돌릴 수도, 잠깐의 회복 시간을 가질 수도 없을 정도였다.

만약 자신들이 지친다면 태욱의 사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며, 그의 발목을 잡는 신세가 될 게 분명했다.

결국 태욱을 도와주기는커녕 제자리에 앉아 쉬는 것이 그를 도와주는 효과적인 방법이란 결론에 다다른 것이다.

"그럼 염치없이 조금 쉬겠습니다."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금방 또 몬스터들을 데리고 올게요."

몬스터 사체 정리를 모두 끝낸 태욱은 다시 지평선 멀리 사라졌다.

"그래도 조금은 쉴 수 있겠죠?"

"맞아요. 몬스터를 몰이사냥 하니까. 주변에......."

소환사들은 말을 하다 말고 새파랗게 질려서 한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바로 태욱이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뛰어오고 있었다.

"여러분! 몬스터 한 뭉텅이 몰고 갑니다!"

그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버스 기사가 아니라 저승사자가 아닐까?' 하는 착각을 했다.

그때부터 소환사들 사이에서 태욱은 '광란의 버스 기사'로 통했다.

* * *

4일이라는 시간 동안 태욱은 끊임없이 스킬을 익히고 또 익혔다.

'아직 아닌가?'

벌써 그가 만난 사람만 해도 20명.

20명이라는 사람들 가운데 태욱이 찾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20명이라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 그것은 스킬을 20개 이상 익혔다는 방증이었다.

'스킬을 나열하면 한 뭉텅이군.'

한눈에 들어올 수 있을 정도를 넘어선 것이다.

각자 최소한 두 개 이상의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태욱은 쉬지 않고 모두의 스킬을 익히고 배웠다.

빨리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그의 예상과는 달리 시간을 더 잡아먹는 수준이었다.

'20명. 정말 못 찾는 건가?'

태욱이 잡은 한계선은 1주일이다.

오늘을 포함하여 3일이 남았는데, 그사이에 태욱이 찾고 있는 사람이 나올지는 의문이었다.

'꼭 만나고 싶은데.'

그가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오늘도 익숙한 던전 입구에 도달했다.

멀리서 태욱의 모습을 확인했는지 한 무리의 헌터들이 태욱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를 하는 사람들을 향해 인상을 찌푸릴 필요는 없었다.

그때였다.

태욱의 눈에 들어오는 굴곡진 대문자 S.

발육이 남다른 상태의 여성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금발이 만들어 낸 몽환적인 이미지가 그녀를 확신할 수 있게 만들었다.

'드디어 왔나?'

한참을 찾고 있던 인물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안녕하세요, 이영리라고 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이영리.

태욱이 그토록 찾고 있던 여성이었다.

인류 최후의 생존자 중 한 명이었다.

곁을 지켜 주는 소환수들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였으며, 항상 밝은 미소를 지니고 있었다.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이던 그녀에 대한 기억을 뒤로한 채, 아주 작은 녀석들이 그녀의 곁에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저 녀석들이?'

태욱은 그녀의 곁에 있는 소환수들을 보고서는 코웃음을 지었다.

손바닥 위에 놓인 고동색의 작은 거북이가 현무.

흙으로 빚어 만든 것 같은 장난감 같은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작은 불새.

너무나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는 저 새의 이름은 바로 피닉스.

현무와 피닉스.

두 마리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위풍당당한 모습을 한 채 영리의 곁을 지키던 기억 속의 모습과는 달리, 흡사 지금은 그녀에게 보호를 받고 있는 모양새였다.

물론 이 두 마리의 소환수가 그녀 능력의 전부는 아니었다.

"반갑습니다. 강태욱입니다. 이번 사냥의 버스 기사죠."

태욱은 손을 뻗어 영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반가워요."

사실 태욱이 그녀를 찾은 이유는 다름 아닌 그녀의 고유 스킬 덕분이었다.

듀얼 서몬.

바로 소환수를 두 마리 소환하는 기술이었다.

보통의 소환사들은 한 마리밖에 소환수를 소환하지 못한다.

서로가 연결되어 있는 링크의 선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리가 가지고 있는 고유 스킬인 듀얼 서몬은 그 한계를 명확하게 없애 준다.

소환수와 소환사가 연결되는 링크를 열어 주는 것이다.

아직 낮은 레벨 상태의 스킬은 고작 하나의 링크를 더 열어 주는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

하지만 조금의 성장을 하고 나면 두 개가 세 개가 된다.

그리고 하나씩 더 늘어나게 되어 태욱의 기억으로는 인류 최후의 순간엔 열 마리의 소환수를 부렸다고 알고 있었다.

최후의 인류들은 그녀를 이렇게 불렀다.

소환의 여제.

그녀를 넘어설 수 있는 소환사는 아무도 없었고, 명칭답게 넓은 아량을 베푸는 여인이었다.

'영리. 그녀가 이런 모습이었군.'

순수하고 밝은 미소를 지녔다.

태욱의 머릿속의 그녀는 항상 굳어진 얼굴을 한 채 칼날 같은 심판을 하는 여성이었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많은 위기와 경험이 그녀를 그토록 냉철하게 만든 것이다.

마냥 밝은 모습만 보고 있자니 괜스레 씁쓸한 마음이 드는 태욱이다.

'찾았다. 그런데.'

계획 속에 그려져 있는 영리를 찾았지만, 그녀의 곁에 있는 현무와 피닉스는 너무나도 약한 상태였다.

극악의 레벨업.

그녀가 가지고 있는 단점이었다.

남들의 비해 두 배 아니, 세 배 이상 느린 그녀의 성장 속도는 확실한 족쇄가 되었다.

정확하게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소환수들의 능력이 너무나도 탐이 났다.

공격 능력과 정화 능력을 가지고 있는 피닉스.

방어막 능력과 회복 능력을 가지고 있는 현무.

두 소환수들의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녀가 소환의 여제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가장 주요한 소환수였다.

'어떻게 해야 될까?'

태욱은 머릿속으로 그녀를 파티원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고심했다.

신뢰?

믿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미래에 살아남은 강자를 육성하는 일.

분명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도움이 없이도 최후의 인류로 자리 잡았던 그녀이기 때문에 태욱의 보조가 있다면 필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성장한 그녀는 분명 태욱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래도 정확하게 연결된 고리가 필요해.'

서로의 관계를 정확하게 나누기 위한 뭔가가 필요했다.

'계약서 정도로 시작해야 되나? 아니면 다른 것부터?'

고민의 결과는 쉽게 내려지지 않았다.

사냥을 하면서도 고심 깊은 태욱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 * *

다음 날.

태욱은 리자드맨 던전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소환수 두 마리를 한 번에 소환했다.

"사방북현수(四方北玄水)."

"소환 머드맨!"

거북과 뱀이 뒤섞인 모양을 하고 있는 현무와, 온몸이 진흙으로 이루어진 머드맨이 태욱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방신 계약을 할 때 약간의 불안한 마음이 드리워졌었다.

혹시나 다른 사방신과 계약을 하게 될까 걱정한 셈이었다.

하지만 그의 바람대로 거북이와 뱀을 뒤섞어 놓은 모양을 한 동물이 튀어나왔다.

현무(玄武).

거북이의 딱딱한 갑옷에 뱀의 날카로운 이빨을 지닌 북쪽의 수호신이었다.

'현무가 나오다니 운이 좋았었어.'

태욱은 현무의 주변에 있는 흙에 물을 뿌려 대고 있었다.

모래 알갱이로 되어 있던 흙더미들은 어느새 질척거리는 진흙으로 변해 있었다.

아주 미세한 퇴적물이 물을 만나 찐득찐득한 상태의 진흙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주변의 진흙이 머드맨 주위로 조금씩 모여들었다.

"으어어어."

괴성을 질러 대는 머드맨은 현무가 만들어 낸 진흙을 계속해서 흡수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5세 정도의 청소년의 크기에 달했던 머드맨은 어느새 2미터 장신의 장군이 되었다.

머드맨은 일종의 골렘이었다.

자신이 구성된 물질을 흡수하면 흡수할수록 더욱 커다란 몸체를 가질 수 있다.

현무의 주위에 만들어지고 있는 진흙과 더불어 태욱이 불어넣어 주는 마력이 끊이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유지가 가능했다.

더구나 머드맨의 육체는 진흙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어지간한 공격에는 부서지거나 상처 입지 않는다.

잘리는 것은 물론 죽지도 않는다.

재생이나 부상을 당한다는 개념이 없는 것이다.

그저 진흙의 한 덩어리가 떨어져 나가는 것이지, 인간과 같이 육신의 한 부분에 피해를 입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었다.

이 녀석만큼 상대를 짓누르는 데 있어서 효과적인 놈은 없으니까.

질척거리면서 움직임을 제한해 버리는 것이다.

"이제 전력으로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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