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회귀빨로 지존 헌터
- 1권 7화
'빠른 건가?'
아직 초반이고 파티 사냥에 비해 혼자서 많은 경험치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이 태욱을 빠른 속도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조금 더 빠르게, 아직 여유가 남아 있어.'
태욱은 자신의 몸을 더욱 몰아붙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처 치료."
붉은 실선이 그어졌던 피부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깊은 상처를 입은 것도 아니고 작은 생채기였다.
스킬 한 번이면 금방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한 번에 다섯 마리는.......'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빠른 성장을 가져다줄 수 있다.
10의 능력을 가지고 7이나 8을 사용한다면 그만큼 손해를 보는 것이다.
물론 10의 능력으로 11을 사용하려고 하면?
목숨은 하나뿐이니 그 자리에서 사망을 할 수 있다.
적당한 욕심과, 자신을 파악하는 것만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태욱은 손을 쉬지 않고 몬스터의 사체를 정리했다.
혹시나 몬스터의 정수가 있지는 않은지, 헌터들이 재가공해서 사용하는, 흔하게 잡템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있는지 잘 체크를 해야 한다.
사체 수거를 마친 태욱은 사냥을 하러 나섰다.
"광기의 도발!"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는 태욱이었다.
[레벨업을 하셨습니다.]
태욱의 움직임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사냥을 하고, 몬스터 사체를 수거하고, 그리고 다시 사냥하고를 무한 반복 중이었다.
그가 얻은 스텟 포인트는 5포인트.
쉬지 않고 사냥을 한 결과였다.
"그사이 레벨이 한 단계 더 올랐군."
거침없이 포인트는 모두 마력에 투자를 했다.
[강태욱]
레벨 : 5
직업 : 절대신을 모방하는 자
힘 8 민첩 9 체력 10 마력 24
태욱이 이렇게 마력에 집착을 하는 이유는 바로 마력이 주는 스킬 때문이었다.
'아마, 처음은 50마력부터 시작을 했던가?'
마력 수치는 50개 단위로 스킬을 나누어 준다.
가장 기초가 되는 저급 마력은 50.
그다음으로 중급은 100, 고급은 150 등 한 단계씩 올라가며 마지막으로 300마력에 도달하면 '초월급 마력'이라고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적어도 초월급 마력을 손에 넣으려면 수치상 모든 스텟 포인트를 마력에 투자한다고 했을 때, 60레벨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스텟을 모두 마력에 준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마력을 감당할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 되는 것.
즉, 신체가 마력을 부담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체력에도 스텟 포인트를 나눠 주어야 한다.
그 기준은 적어도 80포인트.
최소한 76레벨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76레벨이 무슨 개 이름도 아니고.'
태욱은 레벨 50을 찍고 나면 성장이 더디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레벨 76은 까마득히 먼 시간이었다.
게다가 혼자 강해지는 것은 인류 구원을 위한 발판이 아니었다.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해 나가면서 착실하게 준비를 해 나가야 된다.
"우워어엉!"
깊은 생각을 깨뜨리는 울음소리.
한데, 지금까지와는 뭔가 달랐다.
'웨어베어?'
태욱의 눈에 커다란 곰탱이가 들어왔다.
웨어울프만 계속해서 나오던 상황에서 태욱에게 흥미 요소를 만들어 준 것이다.
"오냐, 이번에는 곰 새끼구나!"
잘하면 오늘 저녁은 포식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태욱이었다.
* * *
눈부신 태양 아래 내리쬐는 햇빛이 한 남성을 비치고 있었다.
옷은 여기저기 찢어져 있었고, 본래의 색상이 어떠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을 정도로 피딱지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킁킁, 냄새 나나?"
남성의 정체는 태욱이었다.
3일 동안 밤낮 가리지 않고 수많은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다녔다.
그 결과.
[강태욱]
레벨 : 15
직업 : 절대신을 모방하는 자
힘 8 민첩 9 체력 10 마력 74
결국 레벨 15라는 기염을 달성하게 되었다.
혼자서 이렇게 빠르게 레벨업을 했다는 소리는 어디에서도 듣기 힘들었다.
레벨 말고도 또 다른 수확도 있었다.
[마비독 부여]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무기에 옅은 독성을 품게 만들 수 있다.
능력에 따라 마비되어 있는 시간의 차이가 있다.
[화염의 숨결]
내뱉은 숨에 뜨거운 화염의 기운을 담아 낼 수 있다.
[저급 마력]
마력 사용 효율을 증대시킨다.
마력 사용 시 소모되는 마력량을 20% 감소시켜 준다.
생각지도 않던 리자드맨 일족의 스킬을 얻어 낸 것이다.
웨어울프, 웨어베어만 나오길래 동물형 몬스터 던전이겠거니 생각하다가 뜻밖의 성과였다.
'깊은 곳까지 사람들이 가지 못해서 일어난 현상이다.'
가장 깊은 곳까지 다녀온 태욱만이 알 수 있는 경험이었다.
던전 내부 전체를 다 돌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꽤나 많은 몬스터들이 태욱의 경험치가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바로 저급 마력.
마력 소모량을 20% 감소시켜 주는 엄청난 스킬이었다.
그동안 태욱이 왜 마력에 모든 스텟 포인트를 투자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슬슬 나가 볼까?"
등 뒤에 메고 있는 가방엔 가득 짐이 실려 있었고, 더 이상 이곳에서 레벨업을 하는 속도도 느려지고 있으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오랜만에 보이는 커다란 철문.
위풍당당하게 웅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저 커다란 벽이 밖에 있는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저 벽은 던전 출입구 앞에 구축이 되어 있는 상태다. 몬스터 브레이크를 대비한 구조물이었다.
최초에 포털 앞에는 별다른 방어선이 없었다.
몬스터 브레이크가 있을 것이란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헌터가 아닌 이상 포털 주위로 올 이유조차 없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몬스터 정수나 가죽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생기자, 많은 사람들이 포털 주변을 기웃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첫 번째 몬스터 브레이크 때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
태욱은 활짝 열려 있는 던전 입구에 있는 공무원에게 다가갔다.
"잘 다녀오셨습니까?"
인사 차 고개를 숙이며 이야기하는 공무원에게 태욱은 비보를 전했다.
"3일 전 짐꾼 네 명과 헌터 여섯 명이 파티를 하고 사냥에 나섰습니다."
"한데, 나머지 분들은?"
"저, 그게......."
고개를 숙이고 절레절레 흔드는 태욱의 모습에 담당 공무원은 차마 더 이상 말을 이어 가지 못한 채 다급하게 사과를 건넸다.
"아...... 죄송합니다."
일부러 태욱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침묵이야말로 슬픔을 전달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괜한 입방정을 떨어 봐야 진심으로 슬퍼하는 모습을 표현하기엔 모자라다.
하물며, 슬픔에 잠겨 말을 잃었다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서걱, 서걱.
흰 종이에 새겨지는 검은 글씨가 차곡차곡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하나, 둘 자신의 할 일을 찾아 떠났다.
사냥을 나서는 헌터들과 짐꾼은 그 뒤를 따르고, 던전의 출입구를 지키는 공무원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태욱은 던전 내에서 있었던 일을 적당히 각색해 작성하였다.
헌터들이 욕심을 내면서 감당할 수 없는 숫자의 웨어울프에게 습격을 당하고, 자신은 그 순간 각성을 하며 가까스로 탈출을 할 수 있었다는 식으로 작성했다.
그리고는 등 뒤에 봇짐처럼 메고 있던 가방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사망자의 유품이었다.
본래 태욱에게 등록되어 있는 물건이 아닌지라, 공무원에게 모두 넘겨야 한다.
물론 태욱이 급하게 주워 입은 옷들도 마찬가지였다.
담당 공무원은 태욱이 입을 수 있을 만한 옷을 급하게 가져오더니 그에게 건넸다.
"입을 옷이 없는 것 같은데, 이거라도 입고 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가방 안에 있는 물품은 모두 정산을 해 드리겠습니다."
보통이라면 헌터로 정식으로 등록을 하고 처분을 해야 된다.
몬스터 포털로 경제가 구축되고 있는 마당에, 국가가 적당한 세금을 측정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태욱은 헌터로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
전리품을 가져갈 수는 없지만, 입구에 있는 공무원이 편의를 봐준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포털 입구에서 해야 될 일을 마친 태욱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띡.
<올라갑니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오자 익숙한 기계음이 태욱의 귓가를 반겼다.
'벌써 몇십 년 전인데 용케도 이걸 기억하는군.'
태욱은 스스로의 기억에 깜짝 놀랐다.
짐꾼 생활을 하면서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구한 원룸.
두 다리 쭉 펴고 누울 수 있다면 어디든 좋다고 헤벌레 웃고 다니던 시절을 떠나, 조금이나마 살 만한 공간을 찾으며 계약한 첫 집이었다.
짐꾼 역할을 오래 할수록 요령도 생기고, 수입도 꽤나 짭짤했기 때문에 다 쓰러져 가는 판잣집에서 살 이유는 없었다.
매일이 목숨을 거는 일의 연장이었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조금 많은 돈을 벌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헌터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주변 짐꾼들에 비해서는 조금 더 많은 돈을 벌었다.
"킁킁, 아무래도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새 옷을 입었다고 할지라도 몸에서 나는 냄새는 어떻게 하지 못한다.
피떡이 된 채 몬스터들과 매일 뒹굴었으니, 쿰쿰하고 시큼한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지사.
태욱은 재빨리 옷을 벗어던지고 화장실로 향했다.
치익.
물을 틀자마자 쏟아지는 물방울.
그 물방울이 몸에 닿자마자 태욱은 자연스럽게 반응했다.
"앗, 차거!"
그저 씻을 생각만 하던 태욱은 차가운 물을 흠뻑 뒤집어쓴 이후 깨달은 것이 있었다.
'맞다. 뜨거운 물은 조금 늦게 나왔었지.'
펑펑 따뜻한 물을 맘껏 쓰면서 살았던 버릇이 조금은 서글퍼지는 태욱이었다.
그래도 집다운 집이라고 생각했는데 영 아니었던 것이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태욱은 자연스럽게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았다.
잔고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야 했기 때문이었다.
'4억이라.......'
태욱이 본래 예금으로 가지고 있던 1억.
오늘 정산으로 들어온 금액은 3억.
정말 악착같이 모았던 1억이었다.
자신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얼마나 힘들게, 남들보다 두 배, 아니 세 배를 더 열심히 일하며 모았다.
쉬고 싶을 때 쉬지 않고, 놀고 싶을 때 놀지 않고 일하며 모은 돈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악착같이 모았던 돈은 허무하게도 헌터가 되고 하루 동안 벌 수 있는 돈이랑 맞먹었다.
물론 혼자 사냥을 해서 그렇게 된 셈이었지만, 간단한 셈으로는 하루에 1억씩이었다.
고심에 빠졌던 태욱은 메모장을 펼쳤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정리를 해 두어야 좋을 것 같았다.
"헌터가 된 나이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의 나이.
22살.
각성을 한 나이를 잊을 수 있을쏘냐.
30살이 되자마자 포털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천천히 생겨난다면 주변에 안전 구조물을 배치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설치 속도를 넘어서는 포털이 생성된다면?
놓치는 것들이 하나둘씩 생겨날 것이다.
태욱은 거기에서 일정을 늦추는 사소한 실수들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8년, 8년 남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왕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녀석.
베리엘이 출현을 한다.
15년 이후 대 전쟁이 펼쳐지지.
몬스터는 그냥 사냥 거리, 생산을 위한 발판 정도로만 생각했다면, 마왕이 등장하고는 완전하게 판도는 달라진다.
'그리고 마지막 기억은.......'
태욱은 분명히 기억했다.
45세.
최후의 순간에 마왕의 공격을 막아 내며 희망을 걸었던 마지막 스킬 시전.
그리고 23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이곳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