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회귀빨로 지존 헌터
- 1권 4화
커다란 바윗덩이 위에서 한 발자국씩 움직인 태욱은 어느새 꽤나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을 했다.
후각이 뛰어난 웨어울프지만, 그들은 이미 핏물에 코를 처박고 있었다.
코끝은 인간의 피로 붉게 물들어 후각적인 효과를 낮추고 있었다.
'앞으로 3미터.'
태욱과 몬스터의 거리는 약 8미터 떨어져 있었다.
지금 그의 손에 쥐어진 무기는 약 2.5미터에 달하는 장창.
단번에 2미터를 뛰어들며 창을 찌를 수 있었다.
단순히 창과 몬스터와의 거리를 합산하면 5.5미터 가량 되는데, 이는 아주 위험한 거리였다.
아무리 은신이라는 스킬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주변에 아무런 은폐, 엄폐물이 없는 이상 눈에 뜨이는 것은 금방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까지 식사에 열중하고 있는 웨어울프 덕분에 이렇게까지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조금만 더.'
스르르륵.
발끝을 끄는 소리가 귓가를 강하게 건드렸다.
쫑긋쫑긋 귀를 세우는 웨어울프가 금방이라도 뒤를 돌아볼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직, 아직 정확한 거리가 확보되지 않았어.'
뛰어든다면 아슬아슬하게 창끝이 도달할 수가 있었지만, 그것은 일종의 도박과 같았다.
적어도, 지금 자신의 신체 능력으로는 한 발자국만 더 접근을 하면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크르렁. 쿠왑. 쿠왑."
게걸스럽게 먹어 대는 웨어울프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태욱은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된 듯이 멈췄다.
'안 돼. 안 돼.'
먹는 데 정신이 팔려 있던 웨어울프가 바닥이 쓸리는 소리에 반응을 하는 것 같았다.
'제발, 제발. 제발.'
속으로 계속해서 고개를 돌리지 말라고 빌고 또 빌었다.
계획대로 이뤄지기에는 아직 조금의 거리가 남았기 때문이었다.
"크왑."
다행히 웨어울프는 태욱의 바람대로 결국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은 채 다시 주둥이를 먹이에 파묻었다.
'휴우.'
태욱은 긴장 서린 한숨을 내뱉고는 더욱 조심스럽게 다가섰다.
마침내, 흙더미가 밀려나면서 정확하게 계산한 거리에 들어오자 태욱은 일체의 망설임도 없었다.
"습격!"
함성을 내지르며 내뻗은 창살은 정확하게 웨어울프의 뒷목덜미를 강하게 찔러 들어갔다.
콰득. 콰드드득.
손끝에 느껴지는 촉감이 상당했다.
"크아어."
고통을 참지 못한 웨어울프가 괴성을 터뜨렸다.
'터졌다. 크리티컬!'
뒷목을 파고든 장창이 녀석의 성대를 건드렸는지, 울음소리는 커다랗게 터져 나오지 못하고 바람 새는 소리가 쉑쉑, 들리기 시작했다.
덜컥.
'이익.'
태욱은 재빠르게 창을 회수하려고 했지만, 어딘가에 걸려 당겨지지 않는 창을 그대로 놓아 버리고 허리춤에 있는 롱소드를 손에 쥐었다.
스르렁.
검을 빠르게 내뽑았지만 그를 공격하는 몬스터는 없었다.
태욱의 습격에 반사적으로 웨어울프들은 뒤로 백스텝을 밟았다.
그리고는 경계를 하듯 주위를 빙빙 맴돌기 시작했는데, 그들의 행동에는 어떤 두려움도 없었다.
'아마 자신감이 넘쳐흐르고 있겠지.'
얼마 전까지 인간들과 전투를 벌이다 승리를 차지했다.
그것도 엄청난 승리를.
자신들이 충분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식량을 확보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웨어울프였다.
상대적으로 약한 외형을 가진 인간. 그리고 특별한 기운을 쓰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충분히 상대를 할 수 있을 것이란 착각에 빠져든 웨어울프 세 마리 중 한 마리는 장창으로 해결했고, 두 마리가 남았기에 웨어울프는 동료들을 부르지 않고도, 자신들이 아주 신선한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란 착각에 빠진 것이다.
태욱의 곁을 맴돌던 웨어울프가 순식간에 치고 들어왔다.
마치 수신호를 주고받으며 한 번에 덮치는 현상을 보는 것 같았다.
'예상대로다.'
180도 방향으로 찢어진 두 마리의 웨어울프가 태욱의 시선을 흐리기 위해 뱅뱅 돌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동시에 달려든 것이다.
태욱은 그 자리에서 당황하지 않고 재빨리 백스텝을 밟았다.
정확하게는 뛰어들기 전에 밟았다는 것이 맞았다.
웨어울프가 달려드는 형상은 일자에서 벗어나 커다란 틈을 벌리고 있는 V 자 형태가 되었다.
하늘로 점프해서 날아오는 웨어울프는 공중에서 더 이상 방향을 바꿀 수 없었다.
태욱은 미소를 지으며 크게 외쳤다.
"트리플 블레이드."
검신의 양쪽으로 푸른 마나가 형상을 이루더니 이내 자리를 잡았다.
자리 잡은 검신은 양쪽에서 날아오는 웨어울프들의 목젖 부분을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정확하게 강타했다.
호흡을 할 수 있는 기도가 망가진 웨어울프들은 제대로 착지를 하지 못한 채 바닥을 뒹굴었다.
푸드드득.
트드득.
"쒜액, 훼액."
뭔가 소리를 내려고 하지만 정확하게 파고들어 간 태욱의 공격에 울음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축축하게 젖어 들어가는 붉은 얼룩이 발끝으로 이어질 때쯤, 동시에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검술 숙련 스킬 획득.]
[레벨이 상승하셨습니다.]
두 개의 알림 음이 동시에 울렸다.
"나이스!"
긴장감으로 팽팽해졌던 어깨 근육이 사르르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좋아. 레벨 3이다. 이 정도 속도라면......?'
태욱의 머릿속에는 차분하게 계산이 이루어졌다.
"레벨 10은 충분히 가능하겠는데?"
상당히 흡족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는데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저, 저건?"
생각지도 못한 아이템이 굴러떨어졌다.
정확하게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필요한 모든 것을 챙길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현재 태욱은 굵직하고 커다란 사건에 대한 기억만 한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지, 사소하고 세세하게 그 당시 어떤 아이템이 있었는지, 옷은 무엇을 입고 액세서리는 어떤 것을 했는지에 대한 모든 기억을 할 수는 없는 셈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반짝이는 가방.
가방을 보니 기억이 난 것이다.
바로 리더가 들고 다니던 아공간 가방이 아닌가?
보통이라면 아공간 가방이라도 짐꾼에게 맡긴다.
하지만 그 리더는 이 가방만큼은 절대 맡기지 않고, 자신이 주로 메고 다녔던 기억이 흘렀다.
"뭐 얼마나 대단한 것을 넣고 다닌 거야?"
태욱은 가방을 뒤로 뒤집어 탈탈 털었다.
툭.
투투투둑.
별다르게 떨어지는 것은 없었다.
거칠게 흔들어 대도 가방 속에서는 떨어지는 물건이 없었다.
'뭐 때문에 그렇게 혼자 감싸고 다닌 거야?'
그때였다.
툭, 하고 번쩍이는 무언가가 떨어졌다.
몬스터의 정수.
수많은 몬스터의 정수를 어떻게 혼자 들고 다녔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아공간에 몬스터의 정수를 넣고 다녔다는 거지?'
매번 사냥을 통해 정수를 채취했던 헌터가 그것을 어디에 보관을 하는지 당시엔 도무지 알 수 없었던 장소를 파악하는 순간이었다.
"으쌰, 그럼 이건 다시 집어넣고."
태욱은 바닥에 떨어진 정수를 아공간 가방 안으로 집어넣었다.
사냥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정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바닥에 버리고 갈 정도는 아니었다.
"이거, 생각보다 출발이 좋은데?"
회귀 전에는 그저 목숨 줄 하나 연명한 것만으로도 크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는 해야 할 일이 있었고, 한시라도 늦장을 피울 수가 없었다.
눈에 보이는 족족 아공간 가방에 집어넣은 태욱은 사냥터 밖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태욱은 자신의 스텟을 확인했다.
[강태욱]
레벨 : 3
직업 : 절대신을 모방하는 자
힘 8 민첩 9 체력 10 마력 4
여유 포인트 10
태욱의 현재 레벨은 3이다.
처음 이곳으로 돌아와서 웨어울프를 사냥했을 때 1레벨이 상승했고, 마지막 포식을 하고 있던 웨어울프 세 마리를 잡았을 때 한 번 더 레벨이 상승했다.
착실하게 한 단계 한 단계 밟고 올라가고 있었다.
'스텟 포인트는?'
태욱은 망설임 없이 한곳에 손을 가져다 댔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충분한 의문을 가질 수 있는 곳이 마력이라는 포인트였다.
분명 체력에 포인트를 몰아주면 일시적인 상승 효과가 나타난다.
더욱 오래 달릴 수 있거나, 아니면 몬스터의 공격으로부터 오랜 시간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근력도 마찬가지였다.
강한 공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근력이다.
하지만 태욱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 모든 포인트를 투자했다.
'나는 마력이 곧 체력이자, 근력이다.'
그의 직업은 바로 흉내쟁이.
아니, 지금은 그것을 넘어선 '절대신을 모방하는 자'이다.
그렇다면 태욱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마력이 될 수 있다.
마력으로는 체력도 회복할 수 있고, 전투를 벌이는 데 있어 강한 공격력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응용성 면으로만 따지면 태욱에게 마력만큼 좋은 효과를 나타내는 스텟 포인트는 없는 셈이었다.
물론 지금부터 모든 포인트를 마력에 쏟아붇는 것은 아니었다.
적정량이 되었을 때 체력과 근력을 나눠 투자를 할 속셈이었다.
효율성의 문제였다.
높은 수치를 가지고 있다면 마력의 도움을 통해 그 이상의 효과를 발휘한다.
어느 정도 기준점이 높아야 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는 5의 체력 포인트 혹은 5의 근력 포인트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마력에 모두 투자를 해 버린 것이다.
[강태욱]
레벨 : 3
직업 : 절대신을 모방하는 자
힘 8 민첩 9 체력 10 마력 14
태욱은 당당히 두 자릿수를 나타내는 마력 포인트에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
단 몇 번의 사용만으로도 바닥을 치던 마력 포인트에 여유가 생기자 한층 여유로운 운용이 가능했다.
태욱은 자신의 마력을 신체 주위 표면에 방출시키기 시작했다.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마나의 효용성 때문에 아직까지 한 번도 활용하지 못한 것.
바로 마나의 활용을 통해 신체 활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땀샘을 통해 작은 입자로 뿜어져 나온 황금빛 기운이 차분하게 피부 위에 안착을 한다.
그리고는 살짝 응고되듯이 변하더니 이내 피부 속으로 흡수되어 버렸다.
[스킬 마력 운용 생성.]
'됐다.'
기초적인 마력 운용법이다.
너무나 간단한 수준에 불과했다.
그저 피부를 통해 마력을 방출하여 다시 흡수를 하면 그만인 셈이니까.
근력을 몇십 배 강화한다든지, 순발력을 올린다든지, 상처 회복률을 엄청나게 높인다든지 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은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스킬을 익힌다면 충분히 사용을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런 스킬을 얻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무척이나 희귀한 스킬이며, 사람들은 쉽게 눈으로 볼 수조차 없었다.
태욱은 분명 그들과 다르지만 지금은 똑같았다.
스킬을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 이상 배우지 못한 이들과 같은 입장인 셈이었다.
"한시가 바쁘다."
태욱은 마력 운용을 멈추고 다시 허리춤에 있는 검을 빼들었다.
스르르륵.
부드럽게 뽑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디가 상처가 났는지, 이질감이 느껴지는 쇳소리가 났다.
아무래도 검신에 문제가 생긴 듯 보였다.
하지만 태욱이 지금 하려고 하는 행동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