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完)
멸망의 탑이 완벽하게 공략 된 지 3개월이 흘렀다.
- 멸망의 탑 공략 완료!
- 인류 재앙에서 살아남다.
- 최후의 플레이어 ‘이진영’ 그는 어디에?
- 리암, 그의 숭고한 희생 잊지 말아야.
- 공략대 전원 생존!
- 수호자 전원 ‘이진영은 살아 있을 것’
아직까지도 인류의 온 관심은 멸망의 탑 공략에 있었다.
스마트 폰의 스크롤을 내리던 염태준이 혀를 찼다.
“쯧, 온 세상이 영웅이라고 칭송해주면 뭐하냐고. 본인이 없는데.”
호화로운 저택 한 켠의 소파에 누워 있는 그의 편안한 자세와 별개로 표정은 착잡해 보였다.
계속 중얼거리는 염태준을 향해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래도 돌아올 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김지훈이었다.
“아직 클래스도, 헌터도, 플레이어도 사라지지 않았잖아요. 진영이 형이 탑의 주인이 되었다는 알람을 봤으니까요.”
탑의 의지와의 최후의 전투 직후.
진영은 사라졌다. 그러나 세계를 구성하고 있던 것들은 그대로였다.
멸망의 탑이 사라졌다는 점을 제외하면 게이트가 있다는 점은 그대로였다.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더 이상 게이트가 붕괴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 정도.
때문에 노심초사하며 게이트를 공략할 필요가 없어졌다.
오히려 안정적으로 마정석과 같은 자원을 채취할 수 있었다.
“그래, 그 놈은 어딘가에 분명 살아 있겠지. 이전 공허에 빨려 들어갔을 때만해도 그랬잖아.”
“문제는 언제 돌아오냐는 건데···. 어, 다른 분들도 오셨나봐요!”
때마침 인터폰이 울렸다. 도착한 사람은 그랑블루의 민아영과 까마귀 길드의 임재천이었다.
“또 같이 있네요. 저 두 사람 사이가 좋나보네요.”
“엥, 두 사람 사귀던데. 몰랐어?”
“···말이 돼요?”
“니가 둔한거야 임마.”
그 둘은 차를 타고 정원을 지나쳐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그 둘의 손에는 쇼핑백이 잔뜩 있었다.
“둘 다 오랜만이네. 이것 좀 받아주···.”
민아영이 쇼핑백을 내밀자 염태준이 화색을 띄었다.
그녀의 말이 끝내기도 전에 쇼핑백을 받아들었다.
“뭐, 이런 걸 다 주고 그러냐. 고맙네.”
“당신거 아니거든요. 진영씨가 돌아 왔을 때 쓸 수 있도록 선물하는거니까, 잘 보관해달란거에요.”
민아영이 정색하며 말하자, 염태준이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 모두가 모인 이 저택은 진영의 소유였다.
매스컴을 타고 모든 이들이 이진영이 세계를 구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저택은 세계를 구한 영웅에게 주어진 사소한 보상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그보다, 새로운 소식은 없나요?”
그들은 이진영이 사라지고 그에 대한 정보를 찾아내려고 노력 중이었다.
아직 사라지지 않은 헌터들의 능력이 있다면 어떻게든 될지 몰랐다.
김지훈의 말에 임재천이 고개를 저었다.
“딱히, 그 예언가 리암도 이진영이 막연히 살아 있다는 말만하고 있고 언제 돌아올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는 것 같던데···. 예언이나 추적 관련된 헌터들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야.”
“어쩔 수 없네요···. 그래도 살아있으니 됐죠.”
그때 주변을 둘러보던 민아영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너희 형이랑 주오령은 어디 있니?”
“저희 형은 게이트 공략 중이라 늦는다고 했어요, 오령이 형은 1달 전까지는 이 저택에서 진영이 형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네. 오늘은 진영씨를 아는 사람이 모두 모여서 이야기 좀 해볼까 했는데.”
민아영이 쇼핑백 하나에서 고급스런 와인 하나를 꺼내들었다.
“먹을 것도 아까 미리 시켜뒀어요! 진영이 형만 있었으면 됐는데···.”
“야, 살아있다잖아. 그 놈이 안 오는데에는 무슨 이유가 있는 거겠지. 오늘은 편안하게 놀자고.”
평화가 찾아 온 세계.
멸망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그들의 앞에 있었다.
이진영이 돌아오기를 바라며, 각자의 위치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 * *
멸망의 탑이 있었던 자리, 이제는 흔적 밖에 남지 않은 그곳에서 주오령은 타이탄의 창을 들고 서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남겨준 유일한 유산.
과거 영웅들의 잔해이자 현 세계와의 유일한 연결고리.
우웅.
탑이 있었던 자리에 가까이에 서자 타이탄의 창이 미세하게나마 진동하는 것만 같았다.
‘······.’
멸망의 탑은 사라졌지만, 이진영에 의해 세계는 계속되고 있다.
아버지 오딘은 아직도 살아 있는 걸까. 아직도 공허 속에서 빠져나갈 날만을 기다리며 생존하고 있을까.
주오령 특유의 직감이 왠지 그런 느낌을 느끼게 했다.
주오령은 주머니 속에서 관리자의 열쇠를 꺼내었다.
저벅.
그때, 누군가가 그의 뒤로 다가왔다. 주오령이 반사적으로 휘두른 주먹이 그의 코 앞에서 멈췄다.
“자, 잠깐만요. 접니다. 저. 유자벨.”
토끼의 얼굴을 한 마인이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주오령의 주먹이 거둬졌다.
“살아 있었나.”
“네, 다행스럽게도요. 여기 말로는 라인을 잘 탔다고 하나요.”
“나한테는 무슨 볼 일이지?”
주오령의 흉흉한 눈빛에 유자벨이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
“그, 그렇게 적대적일 필요 없지 않나요···. 저도 최근에는 인간들 사이에 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중이란 말입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제 주인님에 대해서 입니다.”
그 말에 주오령의 한쪽 눈썹이 올라갔다. 유자벨은 진영과 멸망의 탑 아래 계약을 맺은 주인과 종의 관계였다. 이진영의 행방을 알 가능성도 있었다.
“일단 살아 계신 건 확실합니다. 계약이 깨지지 않았거든요. 더군다나 이 세계의 게이트도 유지되고 있고···. 아무래도 이진영님께서 멸망의 탑을 손에 넣으신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유자벨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말을 이었다.
“그런데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것은 굉장히 먼 곳에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전 세계와 현재의 게이트의 모습이 완전히 다르다는 건 알고 계시죠?”
“모른다만.”
“아···. 그렇네요. 당신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죠. 하여튼 그게 이진영님께서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제 추측상 이진영님은 멸망의 탑에 먹혔던 세계를 수복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몇몇 게이트는 다른 세계와 완전히 연결되어 있다는 소문도 있더군요.”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주오령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렇게 성큼 유자벨의 앞으로 다가가더니 물었다.
“그렇다면 게이트를 통해 공허로도 갈 수 있나.”
“수복이 한창 진행중이니···. 아마도···.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거면 됐다.”
주오령은 돌아서서 관리자의 열쇠를 멸망의 탑의 흔적이 있는 바닥에 꽂아넣었다.
“어쩌시려고 그러는겁니까?”
“······.”
철컥.
유자벨의 말을 무시한 채 주오령의 관리자의 열쇠를 돌렸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는 평평한 흙바닥에서 투명한 대문 하나가 열리기 시작했다.
탑 내에서 모든 문을 열어낼 수 있는 이 열쇠라면, 원하는 공간으로 가는 것도 가능하리라.
스스스···.
주오령이 들고 있는 타이탄의 창에서 나온 하얀 빛이 검은 암흑 속으로 뻗어나갔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파트너와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라. 파트너가 돌아오면 날 찾을 수 있도록.”
“네? 그게 무슨?”
그러나 말릴 새도 없이 주오령은 암흑 속으로 뛰어 들었다.
그렇게 다시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 * *
1년 뒤, 서울 도심에 있는 빌딩의 옥상.
헬기 한 대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프로펠러가 만들어내는 바람을 뚫고 염태준이 나타났다. 염태준이 올라타자, 헬기가 바로 출발했다.
그는 옆에 있는 수행 비서에게서 필요한 이야기를 보고 받았다.
“붕괴 직전으로 보이는 게이트라···. 이진영이 사라지고 나서는 처음 있는 일이네. 우리쪽 물건은 전달했어?”
“예,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까마귀 길드와 그랑블루 길드에 나누어 했습니다.”
멸망의 탑 붕괴 이후, 염태준은 헌터 전용 아이템을 제작 및 판매하는 기업 ‘로드코프’의 총수가 되었다.
“다른 수호자분들도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최근에 너무 바빠서 얼굴 볼 새도 없었는데 잘 됐네.”
헬리콥터는 빠르게 지상을 날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가 도착하자 미리 현장에 나와 있던 임재천이 그를 반겼다.
“염태준! 잘 지냈나? 보급은 잘 받았다. 전부 상태가 S급이던데.”
“당연하지, 누구네 회산줄 알고. 그러니까 당분간 계약 끊을 생각하지마라. 그보다 게이트는 좀 어때?”
“음, 솔직히 말해서 안좋아. 역대급이야. 우리쪽 탐지 결과 대규모 군대가 주둔하고 있다는 걸로 결론이 났어.”
“지구 침공이라도 하려는 건가.”
최근 게이트를 통해 다른 세계에서 이 쪽으로 넘어 오는 경우가 있었다. 엘프나 드워프 같은 이종족이 시민권을 받고 살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쳐들어 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대놓고 이쪽 세계를 침략하려 할 줄이야.
물론 그들은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감히 우리한테? 잘못건드려도 한참을 잘못 건드린거지.”
“혹시 모르니까 해외 헌터들에게도 원조 요청은 해놨는데···. 아, 저기 다른 수호자들도 오네.”
김지훈과 김영훈이 나란히 걸어오고 있었다.
“수호자분들 왔다.”
“와, 이러면 든든하지.”
“싸인 가능합니까?”
“저는 사진 한 장만!”
주변에 있는 그랑블루와 까마귀 길드 헌터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헌터계에서 수호자가 가지는 위상은 이미 이전의 것을 뛰어 넘어 있었다.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전설.
자그마한 팬서비스를 마친, 김지훈이 염태준의 옆으로 다가왔다.
“슬슬 시작될 것 같네요.”
게이트는 붉은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당장이라도 붕괴될 것만 같은 낌새였다.
“그러게 말이야.”
녀석들은 지금까지의 마수와는 달랐다. 탐지와 예지 스킬로 살펴 본 그들은 지성이 있는 마족. 그들의 우두머리는 스스로를 마왕이라고 부르며 자신의 세계를 점령한 뒤, 게이트라는 차원의 틈을 이용해 이쪽 세계까지 침략하고자 하는 듯 했다.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쿠구구···.
붉은 게이트가 점차 팽창하더니, 금이 가기 시작했다. 헌터들이 날카로운 눈빛과 함께 대열을 정비했다.
“모두 준비해!”
“대열을 흐트리지마!”
“상대는 입구가 좁아! 최대한 몰아 넣고 전멸시켜.”
녀석들은 모른다. 자신들이 침략하려는 세계가 얼마만큼의 고통을 겪고, 얼마만큼 지독한 멸망의 순간을 뛰어넘었는지.
그렇게 정돈 된 세계는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콰과과!
집채만한 게이트가 유리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안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하는 마족들. 그들 하나 하나가 값비싼 중무장을 하고 있었다. 세계의 자원을 긁어 모아 만든 마법 무구들이었다.
그러나.
쿠구구구!
단 두 개의 길드가 그들을 완전히 막아섰다.
레전더리 아이템으로 전신을 두른 200명 가량의 정예 길드는 가볍게 그들을 제압했다.
들이치는 마족들의 물살을 간단하게 틀어 막았다.
녀석들은 손도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다.
“이대로만 가자!”
“상대는 절대 못 나온다!”
아쉽지만 기합과 함께 그들을 막아내는 것도 잠시 뿐이였다.
쩌저적···!
게이트의 주변 공간이 거대한 균열과 함께 확장되기 시작했다. 마족들이 몰려들기엔 좁았던 틈이 넓어지고 있었다.
“아직, 아직은 괜찮다!”
“일단 막아!”
“당황하지 마!”
쩌저저저적!
밀어닥치는 마족들의 눈에는 탐욕이 어려 있었다. 이 세계 또한 정복하겠다는 일념이 그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좌우로 펼쳐지는 게이트의 공간이 끝도 없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자들이여! 차원을 조작하는 우리의 주군을 네 놈들이 이길 수 있을 것 같느냐!”
일방적인 학살에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된 가운데, 수호자들 또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따라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이럴 때 이진영이나 주오령. 둘 중 하나만 있었어도···!’
막을 수는 있다. 그러나 아예 피해가 없을 순 없었다. 모두를 잡아 없애는 건 이들이 깊숙히 침투한 뒤가 되고만다.
함성과 함께 들이 닥치는 녀석들의 기세가 등등했다.
“우선 전열을 가다듬으면서 후퇴한다!”
임재천이 소리치자, 두 개의 길드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적들이 쳐들어 오는 공간의 크기가 너무 넓었다.
200명이란 인원으로 그들 모두를 막아낼 순 없었다.
“후퇴하고, 다른 길드의 지원을 받는다!”
“잡아라! 저 놈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모두 죽여!”
길드와 마족 군대가 치열하게 다투며, 각자의 목적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이건 안좋아···.’
이 지역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예측했던 것보다 마왕의 능력이 뛰어났으며 상대의 군세가 컸다.
“놈들이 도망간다! 우리의 승리다!”
“다 죽여버려!”
길드원들이 후퇴하는 기색이 보이자,
마족들이 기세가 등등해 달려들던 그때였다.
반대쪽에서 새하얀 빛무리와 함께 일 백이 넘는 수의 존재들이 나타났다.
가뜩이나 상황이 안좋은데, 엎친데 덮친격이었다.
임재천과 염태준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크윽, 포위 당한건가?”
반대편의 무리는 다양한 종족들로 이뤄져 있었다. 그런 착각을 할만법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소리치며 달려왔다.
“저희는 당신들의 편입니다! 같이 마족들을 막아냅시다!”
“이계의 존재들이라고 하면 알겠습니까?”
그 말에 수호자들의 눈이 커졌다.
“이계의 존재들! 우리 편이에요!”
“후퇴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진영이 사라짐과 동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던 그들이었다.
“설마···.”
수호자들의 눈이 바빠졌다.
그러나 마족들이 보기에 몇 백 명 정도의 지원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후퇴하지 않는 그들이 우습게 느껴질 뿐.
“위대한 마왕의 군대여, 전진하라!”
“달려들어!”
“죽여!”
이진영이, 여기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는걸까?
바삐 근처를 둘러보던 수호자들의 눈이 어딘가에서 멈췄다.
구구구구구···.
공간은 세계를 집어 삼킬 듯 계속해서 확장되기 시작했다. 마왕의 군세가 근처 숲을 새까맣게 물들이며 넘어오고 있었다.
그럼에도 수호자들은, 그리고 이진영의 얼굴을 아는 자들은 그 자리에 굳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발견했다.
그토록 기다리고 있던 한 사람을.
이 세계를 멸망에서 구원해 줬던 한 사람을.
“모두 오랜만이야.”
이계의 존재들 사이를 뚫고, 이진영이 나타났다.
모두가 기쁨의 함성과 함께 이진영의 이름을 외쳤다.
“형!”
“야, 이 이진영 이 새끼야! 왜 이제 왔어!”
“진영씨!”
“이진영이다!”
“이진영이 돌아왔어!”
마족들의 군대도 무시한 채,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그런데, 그들뿐만 아니라 마족들의 상태가 어쩐지 이상했다.
“······!”
아니, 이상한 수준이 아니었다.
“모두 멈춰라!”
“신께서 강림하셨다!”
“모두 머리를 조아려라!”
“신께 예의를 표하라!”
진영의 모습을 확인한 지휘관들이 다급하게 명령을 내렸다. 마족들의 군대가 파도처럼 바닥에 머리를 박는 기이한 풍경.
심지어는 그 끝에 있는 마왕까지 예외 없이 진영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 뭐야? 이 놈들 왜 이래?”
“형···? 대체 그 동안 뭘하고 다녔던거에요.”
그 물음에 진영은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다. 하도 많은 일이 있어서 잘 모르겠네. 저 놈들 세계를 내가 훔쳤던가.”
진영은 손짓 한 번으로 눈 앞에 열린 게이트를 닫아버렸다.
군대가 연기처럼 흩어지며, 일순간에 그들이 있던 세계로 돌아갔다.
까마귀, 그랑블루 할 것 없이 모두가 입이 떡 벌어진 채 진영만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미친 능력이네, 저거.”
“새삼스럽지도 않네요. 이젠.”
염태준이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김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하는 그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진영 또한 환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그러면 이제 돌아왔으니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이야기 좀 들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