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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132화 (132/152)

폭룡왕 벨카론(2)

“와아! 절대자님, 지금 그 녀석들 혼내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미쳤어, 이진영이 초월의 좌에 발을 디뎠어!”

“뭐하고 있어? 절대자님 모셔와!”

이진영이 300마리의 드래곤을 이끌고 55층으로 향할 때, 이계의 존재들은 다같이 환호했다.

드래곤들의 공격은 일행의 털끝 하나 태우지 못했으며 그들의 날개짓은 오히려 진영 일행의 도주에 박차를 가할 뿐이었다.

새하얀 로브를 걸친 이계의 존재들이 각자 방방 뛰고 있었다.

“알아서 오시겠지. 괜히 눈 떼지마! 우리의 주시도도 이진영의 격에 영향을 끼치니까!”

“어쩌면 진짜로 폭룡왕을 쓰러뜨릴 수 있을지도 몰라.”

“아직은 몰라···. 아스리엘한테 진 뒤로 위세가 약해지긴 해졌다곤 해도 탑에서 손꼽히게 강한 존재 중 하나야.”

꿀꺽.

분위기를 초치는 말에 주변 이계의 존재들이 일제히 그를 노려봤다. 그가 억울하다는 듯 손을 들어 올렸다.

“왜? 사실이잖아!”

물론 이계의 존재들도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단 걸 알고 있었다. 이계의 존재들은 탑의 규율에서 엇나간 존재들. 각자의 이계 규율을 가지고 탑의 수 많은 시간축을 엿봐온만큼 폭룡왕이 보여주었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세계에서 폭룡왕과 전투를 치르는 건 이진영이 처음이야.”

“그래, 그것도 맞는 말이야.”

한 때는 탑을 공략하고자 했던 이계의 존재들. 그들은 실패자였으며, 탈락자였다. 자신의 세계를 지키지 못한 패자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탑을 공략할 수 있는 존재를 찾아 헤매는 수 밖에 없었다.

기대하는 수 밖에 없었다.

“51층 돌파···. 압도적이야.”

“보스가 잡몹처럼 죽었어.”

“다른 초월자들 동향은 어때?”

이윽고 진영 일행은 축이 위치한 55층에 도착했다.

“절대자님이 올 때까지 이계의 힘을 소비하지마!”

“당연하지.”

“야, 시작 됐다!”

탑의 규율을 비틀고, 이능을 빌려오는 에너지는 유한했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랐다. 최후의 순간까지 아껴두어야했다.

이진영의 드래곤 슬레이어 벨카론의 심장을 꿰뚫었다.

“와아아아!”

“초월자에게 한 방 먹였어!”

“죽어라, 벨카론!”

그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인간들의 월드컵이나 올림픽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열기였다. 진영 일행에게는 그들의 모든 것이 걸려 있었다.

이어서 염태준이 벨카론의 왼팔을 잘라냈다.

“믿고 있었다고, 엑스칼리버! 염태준이 길들이는데 성공 했나봐!”

“야, 밀지마! 제대로 안보이잖아.”

“아니야, 아직 아니야.”

아까 분위기를 흐트려 놓았던 그 녀석이었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벨카론은 아직 자신의 힘을 모두 들어내지 않았어. 진영이 훔쳐 온 힘은 대부분 300마리의 드래곤에게서 나온 거고···.”

“야, 자꾸 분위기 초칠래? 어차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응원밖에 없는데···.”

“드래곤들이 도착하면 벨카론은 분명 부하들을 전부 죽일거야.”

우울한 전망은 그대로 실현 되었다. 300마리의 드래곤이 쓸려나가며 진영이 가지고 있던 능력치 대부분이 손실 되었다.

“이, 이런···.”

“망한 거 아니야?”

“절대 회귀···. 사용해야하는 거 아니야?”

벨카론이 가진 힘은 칼몬이나 그렌달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인간이라고 모두의 힘이 같지 않듯, 벨카론이 가진 힘 또한 초월자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아니, 아직 아니야.”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 구우우우——

그 순간, 강대한 기운이 이계 존재들을 훑고 지나갔다. 이계 존재들이 위치한 장소는 멸망의 탑 내부에서도 숨겨진 장소였다. 그럼에도 55층에서 퍼져 나온 기운이 분명히 닿았다.

종말(終末)

더 이상 환호나, 함성 따위는 없었다.

“······.”

“······.”

어떠한 추측도 예상도 없었다.

주오령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

이계 존재들은 그저 주시할 뿐이었다.

* * *

꿀꺽.

그 자리에서 주오령을 목도한 모두가 숨죽였다.

김지훈도, 김영훈도 심지어 염태준조차 입을 열지 않았다.

‘······.’

흉흉하다 못해 흉악한, 공포스럽다 못해 절망스러운 기운이 주오령의 등 뒤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성은 유지 되고 있는건가?’

진영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폭룡왕이 부하들을 지워내는 순간 김영훈의 버프에 둘러 쌓인 주오령이 끼어들어 광폭화 특성을 발동시킨다.

여기까지는 예정되었던 일이다. 동시에 보물의 각성까지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눈 앞에 도래한 힘은 예측이 가능한 수준이 아니었다.

‘만약, 이성이 없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본래 베르세르크 클래스의 광폭화는 이성을 잃는다.

그러나 주오령은 어떤 방법으로 이성을 유지해왔다.

그렇기에 더더욱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고정적으로 능력치를 상승시켜주기 때문에 힘의 한계가 사라진다.

심지어는 보물의 도움으로 초월의 단계를 한참 벗어났다.

‘모두를 데리고 당장 도망쳐야 한다.’

이성이 없다면, 전투에 끼어드는 것만으로 누군가가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

초월자 벨카론보다 주오령이 위험이 될 수 있었다.

숨 막히는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오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저벅.

빠른 움직임도 아니고, 그 자리에 있는 모두의 눈에 보일 정도로 느리게 주오령이 발을 옮겼다.

【 ······. 】

주오령의 붉은 눈은 초월자 벨카론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미세한 움직임조차 놓치지 않겠다는 듯 고정된 시선이 벨카론을 옭아매었다.

저벅.

알면서도 피할 수 없고, 보고 있으면서도 믿을 수 없다.

【 믿을 수가 없군···. 】

성층권을 돌파한 거대 운석, 일제히 발사 된 수 십 발의 핵 미사일처럼 종말이란 도래했다면 거기서 끝이다.

도망칠 수 있는 길은 없다.

- 쿠웅.

주오령의 모든 움직임이 느리게 보이고 있었다. 그가 휘두른 주먹이 느릿하게 벨카론의 오른팔을 찢어낸다. 공간이 통째로 일그러져 간다.

그럼에도 움직일 수 없다.

【 크아악! 】

고통에 울부짖으면서도 감히 주오령을 향해 검을 휘두를 수 없다.

【 커헉! 】

주오령의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 쿠웅!

주오령이 휘두른 주먹의 궤적이, 지나간 공간이 우그러지며 벨카론의 왼팔마저 찢어냈다. 압도적인 격의 차이 앞에 벨카론의 무릎이 서서히 굽혀지고 있었다.

【 이 놈들···! 】

주오령의 주먹이 벨카론의 머리를 노리고 휘둘러졌다. 흉악한 기운이 멸망의 탑 전체로 퍼져나갔다.

[ 다수의 초월자들이 주오령의 존재를 감지합니다. ]

[ 다수 이계 존재들이 숨 죽인 채로 전투를 지켜봅니다. ]

벨카론의 얼굴 위로 붉은 핏줄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서는 피 눈물이 흘러내리며, 입가에서는 검은 피가 끊임 없이 쏟아져 내린다.

초월자조차 집어 삼키는 종말 앞에서 벨카론은 무력했다.

탑의 정점 초월자 아스리엘을 상대하던 때와 마찬가지였다.

절대적인 힘 앞에서 그의 능력은 무의미했다.

‘다시는 사용하지 않겠다 생각했건만.’

자신이 죽는 것은 상관 없었다. 그러나 벨카론이 여지껏 지켜온 두번째 축을 구성하는 탑의 심장.

그것만은 지켜내야했다.

커헉!

검은 피와 함께 최후의 최후까지 짜낸 막대한 초월력이 벨카론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

주오령의 주먹이 멈췄다. 느려졌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뭐야? 왜 갑자기?”

“어떻게 된거죠?”

김지훈과 염태준이 의문은 곧장 해소 되었다.

그것도 가장 끔찍한 형태로.

“!”

콰드득! 주오령의 팔이 검은 무언가에 의해 빨려 들어갔다.

칠흑.

그보다 새까만 공간이 종말조차 집어 삼키고 있었다.

[ 멸망의 탑이 벨카론의 초월력에 제재를 가합니다. ]

콰지직!

검은 스파크가 벨카론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의 눈에서는 검붉은 피가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벨카론은 검은 공간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었다.

【 인정하마. 너희는 강하다. 나보다 강하다. 그러나 강하다고 해서 승리하는 것은 아니지. 】

공허.

차원을 다루는 디멘션 계열 마법의 이단.

시전자의 존재조차 앗아갈 수 있는 이계의 힘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쿠웅!

주오령이 강한 힘으로 바닥을 꿰뚫고 몸을 단단히 고정시켰지만, 어림도 없었다.

콰드드득!

공허가 주오령을 집어 삼키고 있었다.

* * *

【 죽어라, 영원토록 멸망의 탑에서 사라져라. 】

벨카론이 거친 숨을 토해냈다.

공허를 만들어내는데에 대부분의 초월력을 사용했다.

그에게도 최후의 발악이었다.

“······!”

탑의 규율을 너머 우주의 변칙이나 다름 없는 공허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탑의 정점에 서 있던 초월자 아스리엘 또한 이 힘을 두려워 했기에 공허를 발견한 마녀의 심장을 꺼내 축에 박아넣었다.

주오령의 눈가에 맺힌 붉은 안광이 옅어지고 있었다. 팔을 잘라낸다고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한 번 공허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 존재는 빠져나올 수 없었으므로.

“파트너!”

그의 고함 소리가 퍼져나갔다.

까득.

진영이 입 안을 깨물었다. 그 의미를 이진영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능력을 가져가라는 것이었다.

각성한 힘이 만들어낸 종말. 그 힘을 진영에게 넘기겠단 의미였다.

【 그렇게는 안되지. 】

그때였다.

주오령의 주변 공간이 만화경처럼 산개하기 시작했다.

벨카론의 차원 마법이 공간을 비틀어 진영의 조준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큭···.”

뚝, 뚝.

양 팔을 잃은 벨카론에게도 마지막 기회였다. 치유에 사용할 초월력조차 남지 않았다. 여기서 끝을 봐야했다.

【 걱정마라, 네 놈들 모두 금세 따라가게 될테니. 】

파사삭!

유리처럼 부서지기 시작한 공간이 순식간에 진영 일행을 향해 퍼져나갔다.

동시에 공허와 진영 일행이 있는 공간이 이어졌다.

“미친! 이진영 어떡하냐?!”

“지, 진영이 형!”

“진영씨!”

피할 수 있는 종류의 공격이 아니었다.

일행 모두가 진영을 바라보았다.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

진영이 피를 삼켰다.

벨카론 최후의 공격은 그를 초월의 좌에서 끌어 내릴 것이다. 그럼에도 벨카론은 축을 지켜내고자 했다.

그야말로 혼신의 일격.

‘그 아스리엘이 폭룡왕을 언급했던 이유가 있었어.’

초월자의 공간에서 물러나, 축을 지킴에도 그의 이름이 멸망의 탑에 소문처럼 회자되었던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가 가진 힘이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다.

진영 또한 공허의 인력에 점차 빨려 들고 있었다.

‘이대로는 모두가 죽는다.’

구우우!

진영이 가진 팔찌 ‘이계 규율 - 절대 회귀’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듯 황금빛을 뿜어냈다.

‘내가 목숨을 끊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공허가 존재마저 집어 삼킨다면 회귀는 불가능할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면 지금이 기회였다.

‘하지만···.’

죽어서는 안된다. 도망쳐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으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 모든 이계 존재들이 진영을 주시합니다. ]

[ 멸망의 탑의 초월자들이 당신을 주시하기 시작합니다. ]

콰드득!

몸이 산산히 부서지는 아찔한 격통. 진영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마지막 보물을 움켜 쥐었다.

‘이제 내 차례다.’

창조자의 걸쇄가 뿜어내는 새하얀 빛이 진영의 왼손으로 흘러들었다. 주오령, 김지훈, 염태준 그리고 김영훈까지. 모두가 각성을 거쳤다.

이제 진영의 차례였다.

[ 보물의 기운이 당신을 감쌉니다. ]

[ 잠재된 능력이 극한으로 깨어납니다. ]

[ 탐욕의 왼손이 일시적으로 숨겨진 힘을 각성합니다. ]

진영의 눈에 새하얀 이채가 서렸다.

보는 이로 하여금 극심한 한기를 느끼게하는 차가운 눈빛.

모두가 공허에 의해 삼켜지기 일보직전.

샤아아.

새하얀 빛이 진영의 몸을 감쌌다.

덕분에 극한의 상태에서도 진영은 냉철한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동시에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 스틸

진영의 왼손이 벨카론에 의해 비틀린 공간을 훔쳐냈다. 만화경처럼 뿌옇게 시야를 가로막던 비틀린 공간이 순식간에 말끔해졌다.

【 ! 】

이변을 느낀 벨카론의 눈이 커졌다. 그러나 더 이상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 스틸

진영의 왼손에서 넘실넘실 검은 마력이 퍼져 나갔다. 검은 마력은 앙상한 손 하나를 만들어냈다.

카가각!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 벨카론이 계속해서 공간을 비틀려고 시도했지만 전부 허사로 돌아갔다.

【 뭐냐, 뭐란 말이냐? 】

비쩍 마른 거대한 왼손이 그곳에 닿는 모든 것을 훔쳐내고 있었다.

【 플레이어가 어떻게 탑의 시스템을···? 】

마력, 체력 그리고 초월력까지. 벨카론의 모든 것을 남김 없이 훔쳐가고 있었다.

벨카론은 그 모든 것을 두 눈 똑바로 뜬 채 빼앗기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투둑.

무한한 탐욕으로 가득 찬 다섯 개의 손가락이 벨카론의 심장을 뽑아냈다.

[ 초월자를 처치하셨습니다. ]

벨카론이 쓰러졌지만 공허는 사라지지 않았다. 한 번 존재를 빨아들이기 시작한 공허는 결코 멈추지 않는다.

떨어져 있더라도, 모두의 존재는 계속해서 빨려들어가고 만다.

진영이 소리쳤다.

“모두 가지고 있는 보물을 들어 올려!”

그 외침에 일행들이 하나씩 자신의 보물을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염태준의 영원불멸의 고리.

김지훈의 육망성의 귀걸이.

김영훈의 영혼 파쇄자의 투구.

주오령의 타이탄의 창.

마지막으로 진영이 가진 창조자의 걸쇄.

이계의 존재들이 흩뿌려 놓은 과거 영웅 플레이어들의 잔해.

초월자가 될 수 있단 것은 보물을 흩뿌린 이계 존재들의 속임수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품었던 보물에는 막대한 힘이 숨겨져 있었다.

그것이 무슨 힘을 내뱉을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각성된 보물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을 때.

[ 탑이 품은 다섯 개의 보물을 전부 모으셨습니다. ]

[ 다섯 영웅의 기운이 공허의 기운으로부터 모두를 보호합니다. ]

[ 공허가 일행을 집어 삼킵니다. ]

[ 두 개의 상반된 힘이 충돌합니다! ]

기적이 생기는 것만은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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