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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119화 (119/152)

이계의 절대자(5)

커헝!

수 천 이르는 마수들의 무리가 진영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한 마수 하나 하나가 가진 힘 또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르게 강하다.

오크의 몽둥이에는 검은 마기가 서려있고, 고블린의 날붙이는 날카로운 검으로 대체 되어 있었다. 마수들의 속도, 힘, 체력 모든 것이 한 단계 이상 상승해 있었다.

‘막을 수 있을까.’

김지훈은 끊임없이 달려드는 마수들을 베어 넘기면서도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이렇게 많은 마수들을 한 자리에서 상대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생존이 아니라, 모든 마수를 처리해야 하는 미션.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어.’

손에 든 검을 휘두를 때마다 그런 불안감이 김지훈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마수들의 공격은 날카로웠고, 인간 이상으로 정교했다.

실수는 곧 치명적인 진영의 붕괴로 이어진다.

샤아아-!

그러나 숨이 턱까지 차 오를 즈음에, 한계라고 느꼈을 즈음에 뒤쪽에서 뻗어나온 빛이 김지훈 감쌌다.

“지훈아 조금만 더 힘내라!”

자신의 친형, 빛의 사제 김영훈이 걸어준 체력 회복 스킬이었다. 바닥에 다다랐던 체력이 전부 차오르고, 흐려졌던 정신도 또렷해졌다.

‘실수 하고 싶어도 실수를 할 수 없을 정도야.’

해방된 보물이 빛의 사제 김영훈에게도 스며들고 있었다. 염태준과 같은 각성에 다다른듯한 모양.

콰아아앙!

아까 전부터 터져나오는 거대한 굉음 앞에서 김지훈은 자신의 의심을 말끔히 지워낼 수 있었다. 보물을 손에 쥔 주오령은 전에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방출해 내고 있었다.

‘공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김지훈의 시선이 이진영에게 닿았을 때, 김지훈은 확신할 수 있었다.

촤악! 촤악!

김지훈 그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전투가 바로 자신의 등 뒤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진영의 단검을 한 번 휘두르면, 수 십 마리의 마수들이 실이 끊긴 인형처럼 쓰러졌다.

촤아악!

그것은 힘을 모은 공격도, 필살의 공격도 아니었다. 그저 단조롭게 단검을 휘두르고 있는 것 뿐인데도 눈 앞의 마수들이 순식간에 쓰러져갔다.

크르르!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 늑대 한 마리가 김지훈의 목을 노리고 달려 들었다.

‘이런······!’

꼼짝 없이 당했다고 생각한 순간, 두동강이 난 늑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괜찮아?”

“아, 네. 한 눈 팔아서 죄송해요.”

진영은 마수를 쓰러뜨리면서도 일행에게서 주의를 놓지 않았다. 99층을 오르며 갈고 닦은 압도적인 전투 감각과 센스는 끝 없이 몰려드는 마수 앞에서도 유효했다.

“정리 한 번 할게요!”

“오케이!”

정신을 다잡은 김지훈이 짐꾼의 스킬 ‘완전 회수’를 발동시키자 근처에 산처럼 쌓여있던 마수들의 시체가 깔끔하게 분리되며 인벤토리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다시 주변이 깔끔해졌고, 일행은 걸치적거리는 장애물 없이 마수들을 상대했다.

“거의 끝났어!”

거침 없는 진영 일행의 일방적 학살 앞에서 마수들은 녹아내릴 수 밖에 없었다.

몇 시간의 전투 후, 척박한 검은 땅과 붉은 하늘 아래 남아 있는 것은 진영 일행 뿐이었다.

[ 모든 마수를 처치하셨습니다. ]

[ 히든 피스가 생성 됩니다. ]

29층 히든 플레이스의 미션이 클리어 되었다.

“어···?”

그때, 히든 피스를 확인하는 김지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지훈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일행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히든 피스는 하나만 나오는 거 아니었어?”

모두의 앞으로 각각 다른 형태의 아이템이 떠올라 있었다.

[ 미션을 클리어한 모든 플레이어게 히든 피스가 지급됩니다. ]

[ 이계의 절대자가 일행을 주시합니다. ]

‘이건 예상 외인데···.’

히든 피스를 집어드는 진영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이계의 절대자의 환영 인사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주오령을 제외한 모두가 각자의 히든 피스를 집어들었다.

[ 이계의 절대자가 일행을 환영합니다. ]

그리고 잠시 뒤, 일행의 앞으로 황금빛 포탈이 솟아 올랐다.

* * *

[ 히든 플레이스 : 이계 중심부 - 기억의 도시 ]

“와아···.”

일행을 맞이한 것은 황금빛으로 가득한 신기한 도시였다. 곳곳에 기이한 문양이 새겨진 건물들은 다양한 건물 양식을 따르고 있었다.

현대와 중세, 고대가 이리저리 뒤얽힌듯한 곳.

“이진영이다!”

“이진영 일행이 왔어!”

“드디어 왔다!”

“빨리 안내 안하고 뭐해?”

금테가 둘린 새하얀 로브를 뒤집어 쓴 무리가 진영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이, 이 사람들은 뭔가요?”

마치 유명 가수의 팬클럽처럼 몰려드는 로브들을 바라보며 김지훈이 물었다. 진영의 답은 간단했다.

“이계의 존재들.”

그 말에 일행이 놀라며 로브 무리를 바라보았다. 성좌처럼 메시지를 보내고, 후원까지 해 준 존재들. 마치 초월자나 다름 없는 그들의 모습을 직접 보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이리 오세요!”

“절대자께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실물이 훨 낫네.”

수 백 명에 달하는 그들이 일제히 갈라지며 길을 열었다. 새하얀 돌 길은 신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 뭔가 익숙하군.”

“꺄악, 무슨 짓이세요!”

주오령은 지나가는 로브를 하나하나 들춰보고 있었다. 이계의 존재들은 자신의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듯 주오령을 피해 슬금슬금 물러났다.

“흐음······.”

이계의 존재들이 도망치자, 주오령도 억지로 그들을 따라가진 않았다. 그러나 무언가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그때였다.

“자, 비키세요. 비켜요! 이진영을 최초로 주시한 이 몸이 나가십니다!”

스스로를 소개하며 저 멀리에서 달려오는 흰색 로브. 진영은 보자마자 그게 누군지 알아챌 수 있었다.

“이계의 근원.”

“오, 역시 알아보는구나.”

진영을 마주한 이계의 근원은 머리에 쓴 하얀색 로브를 벗었다.

“···엘프?”

김지훈이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멸망의 탑에서는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은 종족이었으나, 영화나 책을 통해 알 수 밖에 없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오, 어떻게 알았어? 엘프 맞아.”

이계의 근원의 정체는 금발의 남성 엘프였다. 소년의 모습을 한 그는 성별이 쉽사리 구별가지 않는 미형의 얼굴이었다. 그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진영에게로 다가왔다.

“내가 아끼던 플레이어가···. 이렇게까지 크다니···. 이젠 나만의 작은 플레이어가 아니라 아쉽···.”

꾸욱.

진영이 이계의 근원의 볼을 잡아당겼다.

“분명 이계 외곽에서 나한테만 올인해서 투자한다하지 않았나? 왜 제대로 된 지원을 못받은 것 같지.”

“그, 그겅 나릉대로의 사정이···.”

이계의 근원은 진영의 최선을 다해 시선을 피했다.

“그, 그보다 절대자께서 기다리고 계시다구.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된 건 기쁘지만 절대자님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 자, 다들 따라오세요.”

진영의 손에서 벗어난 이계의 근원이 애써 쾌활한 척 일행을 안내했다.

“대체 너희들은 뭐고, 여기는 뭐하는 곳이야?”

“다~ 이계의 절대자님께서 대답해주실 겁니다.”

염태준의 질문에 근원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 녀석들은 누구냐. 그게 중요하다.’

회귀에 성공한 뒤, 이계의 근원을 시작으로 해서 많은 이계의 존재들이 진영의 뒤로 따라 붙었다. 한 때는 둘 셋에 불과 했던 이계의 존재들이 몇 백으로 늘어나, 지금 이렇게 진영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회귀에 성공한 진영이 유일하게 모르는 점.

회귀 전에는 알지 못했던 존재들이 바로 이계의 존재들이었다.

이 녀석들은 누구인가, 어째서 자신을 돕는가.

그 답을 내릴 시간이 왔다.

“그러면 들어가시죠. 저희는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진영 일행의 뒤를 쫓아 오던 백이 넘는 하얀 로브들이 일제히 멈춰섰다.

그들의 시선은 모두 진영을 향해 있었다.

“이진영 파이팅!”

“이겨라! 절대자님한테 지지마!”

“싸우는 것도 아닌데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환호를 받으며 진영 일행은 신전으로 발을 딛었다.

* * *

[ 이계의 절대자가 온전히 당신을 주시합니다. ]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짙은 마력. 초월자의 본체를 직접 마주한 적이 있다면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쳐다보는 것만으로 온 몸이 짓눌리고 괴로운 느낌.

“어서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행의 앞에는 황금빛 로브를 걸친 채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단조로운 왕좌에 앉아 일행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으윽···.”

격의 차이가 일행을 덮쳐왔다.

상대를 괴롭게 하고자한 것도 의도적인 악의도 아니었다. 그저 격이 다르기에 생길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격차.

“크윽···.”

“잠시만요···.”

격의 차이란 그런 것이었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생리.

일행의 무릎이 하나둘씩 구부려졌다.

쿵.

일행 모두가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의해 무릎을 굽힌채 바닥에 머리를 숙였다. 그제서야 가까스로 숨이 쉬어졌다.

그 격 앞에서 멀쩡하게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이진영과 주오령 뿐이었다.

‘하물며 진언조차 사용하지 않고 있다. 나름대로 우리를 배려한 조치란 거겠지.’

버티고 서 있는 진영 또한 멀쩡하지는 않았다. 몸이 저리고, 당장이라도 주저 앉고 싶을 정도로 격의 차이가 아득했다.

‘아직 부족하다는거겠지.’

100층. 그 아득한 높이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초월자와도 대등히 마주설 수 있어야만 했다. 아직은 부족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지금 이곳에 서 있는 것이었다.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다.

“······.”

이계의 절대자가 그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이진영. 우리 이계의 존재들은 당신에게 모든 것을 걸기로 했습니다. 탑을 공략한다는 당신의 목적과 우리의 염원은 일치하니까요. 그 전에···. 먼저 우리가 누군지부터 이야기하는 게 좋겠죠.”

회귀 후에나 진영은 이계의 존재들에 대해 깨달았다. 이미 죽은 신화준은 이계의 절대자에게서 무한회귀의 팔찌를 받았다는 말을 남겼다.

그들은 누구인가.

“우리는 관리자도 아니고, 마수도 아닙니다. 탑에 거주하는 NPC는 더더욱 아니죠. 성좌처럼 후원을 하고 메시지를 보낼 순 있지만 초월자도 아닙니다. 탑의 주인들은 우리를 그저 찌꺼기에 불과하게 생각하죠.”

그러나 이계의 존재들의 가진 힘은 결코 대수롭지 않았다. 탑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만들어내고, 기적을 만들어냈다.

“탑에는 다양한 세계가 포함되어 있다는 걸 여러분도 알고 있을 겁니다. 다양한 세계의 일부가 탑의 층으로 구성되어 플레이어들에게 조건을 걸고 클리어를 강요하죠.”

이계의 절대자의 손에 푸른 빛이 맺혔다가 떨어져 내렸다. 빛은 진영의 앞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탑에 속한 각 세계는 분명히 존재했던 곳입니다. 저희는 탑이 집어 삼킨 그러한 세계에서 탈출한 존재들···. 말 그대로 이계의 존재입니다.”

화아아-!

푸른 빛은 산산히 쪼개어지며 무언가의 형태로 바뀌었다.

[ 드래곤 하트를 획득하셨습니다. ]

펄떡. 펄떡.

아직도 살아 있는 듯 꿈틀거리는 심장을 진영이 집어들자 시스템 창이 아이템의 획득을 알렸다.

‘이건······.’

평범한 드래곤 하트와 달랐다. 멸망의 탑에서 볼 수 있는 드래곤 하트는 보석과 같은 결정 형태다. 살아있는 심장이 아니었다. 그 차이를 알아챈 진영을 향해 이계의 절대자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제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아이템을 다시 확인 해보세요.”

[ 이계의 절대자의 영향으로 아이템의 숨겨진 정보가 드러납니다. ]

[ 아이템에 수식어가 추가 됩니다. ]

[ 이계 : 드래곤 하트(SSS) ]

“그게 저희가 이계의 존재라는 증거 그 자체입니다. 멸망의 탑에는 존재하지 않는 힘을 가져오는 것. 그게 우리의 능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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