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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115화 (115/152)

이계의 절대자(1)

[ 성좌 이계의 절대자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

“······.”

이계의 절대자.

드디어 만났다.

어찌보면 이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원흉이었다.

지금 진영이 가지고 있는 팔찌 ‘이계 규율 - 절대 회귀’.

착용자에게 무한한 회귀를 제공한다는 사기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아이템.

이것은 진영이 신화준에게서 훔친 물건이었다.

죽기 직전 마지막 순간에 가까스로 훔쳐 낸 팔찌.

신화준은 그리 말했다.

팔찌는 이계의 절대자에게서 받았다고.

‘물어 볼 게 있지만···. 지금 여기에서는 할 이야기는 아니야.’

진영이 시선이 바닥에 엎드려 있는 전 관리자 유자벨을 향했다.

관리자나 초월자들은 이계의 존재를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 했다.

하지만 진영이 보아 온 이계의 존재들은 결코 무시할만한 녀석들이 아니었다.

‘내가 가진 스킬과 클래스. 따지고보면 모두 이계 녀석들이 준 보상에서 나왔으니까.’

[ 모든 이계의 존재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

이계의 절대자의 등장 이후로, 줄곧 소란스럽던 이계 존재들도 잠잠해져 있었다.

주시한다는 전체 메시지 뿐, 방정 맞게 메시지를 날리는 녀석이 한 놈도 없었다.

“당장은 말 할 생각이 없다는 건가.”

진영의 말에 별다른 답은 없었다.

조급해 할 필요는 없었다. 녀석들은 진영이 멸망의 탑을 공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무한한 회귀가 가능한 진영과 달리 급한 쪽은 어디까지나 저쪽이었다.

“일어나라, 유자벨.”

“알겠습니다.”

관리자의 권한을 빼앗기고, 급기야 진영의 부하 노릇을 하게 된 유자벨이 벌떡 일어났다.

“신화급 아이템은 이게 전부냐?”

진영의 목소리는 더 없이 차가웠다. 의도는 명확했다. 있으면 내놓아 보라는 이야기.

“그렇습니다···. 그 공허의 반지가 전부였습니다.”

유자벨이 진영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어줍잖은 거짓말은 포기하진 오래다. 관리자를 상대로 일반 마수가 거짓말을 할 수 있을 리도 만무한데다가, 진영은 회귀자였다.

“그럼 개인 소유의 레전더리는?”

“관리자들에게 신화급 이하의 아이템은 오히려 방해가 되서 말입니다···.”

“······26층에 쓸만한 아이템은 없어?”

“있지만, 진영님을 대비하느라 전부 보스들에게 맡겨 놓았습니다···.”

어차피 대부분의 아이템은 김지훈이 회수 했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이진영이 유자벨을 바라보았다.

“이제 성 위층으로 간다. 엎드려.”

그 말에 유자벨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네?”

성 위층으로 가는데, 왜 자신이 엎드려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

진영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날 수 있잖아. 날 태우고 날아라.”

“그게, 날 수는 있는데···.”

유자벨은 토끼 수인.

그가 날 수 있는 이유는 날개가 아닌 플라이 마법 덕이었다.

즉 진영을 태우게 되면 상당히 꼴사나운 모습이 연출 된다.

그러나 모양이 빠져서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말을 유자벨은 차마 내뱉을 수 없었다.

진영의 눈빛이 너무나 날카로웠다.

‘젠장······.’

초월의 좌에 오를 뻔했던 자신이 어쩌다 이런 꼴이 됐는지.

그러나 모든 것이 끝난 뒤의 후회는 무의미했다.

유자벨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바닥에 엎드렸다.

“타, 타시죠.”

* * *

진영이 유자벨의 등에서 내려오자, 그곳은 이미 플레이어들로 가득했다.

주오령을 따라 성벽을 오른 이들이었다.

“어, 형!”

김지훈이 반갑게 인사하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플레이어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리고는 다들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헉, 관리자잖아.”

“보스를 누가 죽였는지 확인하러 왔나본데.”

“지나가라고.”

유자벨을 본 플레이어들이 자연스럽게 길을 열었다.

뒤이어 그들의 눈에 이진영도 들어왔다.

“잠깐만, 이진영이다!”

“현상금 걸려 있지 않았어?”

애초에 그들의 목적은 진영을 쫒아 현상금을 얻기 위함도 있었다.

주오령의 기세에 눌려 잊고 있었지만, 진영을 보자 다시 떠오른 모양.

그 순간이었다.

[ 다수의 성좌들이 거짓을 고합니다. ]

[ 다수의 성좌들이 거짓된 메시지에 관해 플레이어들에게 진실을 알립니다. ]

[ 이진영 일행에게 걸려 있던 현상금이 취소 됩니다. ]

유자벨에게 다시 넘겨 준 붉은 팔찌가 빛을 발했다.

팔찌는 진영이 사용하기에는 심각할 정도로 많은 마력을 소모했다.

‘유자벨이 사용하게 하면 마력도 아끼고 좋지.’

갑작스런 성좌들의 메시지에 플레이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그게 다 거짓말이었다고?”

“어쩐지, 난 그럴 줄 알았어. 말도 안되잖아. 이진영이 뭣하러 그런 짓을 해.”

그들에게 양심의 가책은 없었다.

각자의 목적에 따라 행동했을 뿐.

타오르는 불씨를 발판 삼아 이진영을 처리하고 싶었던 자들도 있는가 하면, 진심으로 궁금했던 자가 있었을 수도 있다.

때문에 진영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꽤 오래간만이네. 주오령.”

진영이 주오령을 향해 말을 건 그때였다.

콰아앙!

바닥을 도약한 주오령이 빠른 속도로 진영을 스치고 지나갔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눈으로 쫒는 것조차 실패했다.

무슨 상황이 일어났는지 알아채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었다.

“맙소사.”

“지금 관리자를 친거야?”

“일단 우리는 지금 도망치자!”

주오령의 발차기가 유자벨의 얼굴에 정확히 직격했다.

발을 털어낸 주오령이 아무렇지 않게 진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파트너, 위험할 뻔했군.”

“여전하군.”

이번 계획은 사전에 주오령이 탑을 공략하고 있다는 가정 하에 이뤄졌다.

진영이 유자벨의 시선을 잡아 끄는 동안, 주오령이 보스를 공략한다.

사전에 협의 따위는 하진 않았지만, 훌륭한 성과였다.

‘오히려 내 예상보다 빨랐어.’

진영이 탑을 공략하는 동안, 주오령도 놀고 있었던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이전과는 확실히 달랐다.

“크윽, 아파! 플레이어 주제에 힘이 더럽게 쎄네.”

얼굴을 부여 잡은 채 일어나는 유자벨.

그 모습에 주오령이 다시 달려들려는 걸 진영이 말렸다.

“이 놈은 이제 적이 아니야. 오히려 아군에 가깝지.”

“음, 그런가.”

주오령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에 그 설명에 뒤에 있던 일행들도 진영을 향해 다가왔다.

염태준은 신기한 눈길로 관리자를 바라보았다.

“저 놈 이제는 관리자가 아니잖아? 어떻게 된···.”

이어서 시선을 진영 쪽으로 돌리던 염태준이 눈을 찡그렸다.

“쳇, 넌 여전히 안보이네. 시커멓게 구름이 낀 것 같구만.”

“뭐야, 그 눈은?”

염태준의 한 쪽 눈에는 새하얀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진영의 의문에 김지훈이 대신 대답했다.

“그 보물의 폭주가 태준이 형한테 있었거든요. 근데 그게 끝나고나니 오히려 모든 각성했다나···. 태준이 형 말로는 그렇대요.”

“이제 멸망의 탑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니까. 이게 대박인게···.”

“그렇군···. 염태준답네.”

진영은 이어지는 염태준의 말을 무시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폭주가 아니라 진짜 각성이었던건가.

그것도 자신의 특성에 맞춘 능력의 각성이었다.

그렇다면···. 당장 다섯개의 보물을 한 곳에 모으는 것보다는 손에 들고 활용하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관리자는 어떻게 된건데요?”

“알고 있겠지만 내기에서는 내가 이겼고, 그 대가로 관리자의 권한을 얻었어. 관리자 권한을 뺏긴 녀석은 이제 일반마수나 다름 없고.”

“그렇습니다.”

유자벨이 고개를 숙이자 일행은 신기하다는 듯 녀석을 바라봤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유자벨은 담담하게 일행의 시선을 받아 들였다.

‘유자벨이 있으니 한동안은 수월하겠어.’

진영은 유자벨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다음으로 진영이 들러야할 곳은 29층이었다.

지금까지는 굳이 챙기지 않았던 히든 피스지만, 소수층인 29층만큼은 들러야 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들려서 나쁠 건 없다.’

그곳에 간다면 이계의 절대자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긴다.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유자벨 29층으로 향하는 지름길로 안내해라.”

* * *

성좌 푸른 달의 악마.

명실상부한 초월자인 그의 진짜 이름은 칼몬.

어찌보면 그의 행동은 다른 초월자들에 비해 독특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멍청한 자식···. 그깟 일 하나를 처리 못하다니.’

자신의 종복이었던 관리자 유자벨이 일반 마수로 전락해버렸다.

더 이상은 자신의 부름이 닿지도 않는 상태.

‘이진영···. 그 플레이어가 더 활개치게 두는 건 좋지 않다.’

이미 잃은 말에 신경을 쓸 필요는 없었다.

다른 초월자들이 진영의 행보에 덤덤한데에 비해 칼몬만은 그를 경계하고 있었다.

‘불과 몇 백 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 플레이어 하나 때문에 멸망의 탑이 공략 될 뻔한 사건이.’

오랜 시간을 살아와 무뎌진 다른 초월자들과 그는 확실히 달랐다.

다른 초월자들은 멸망의 탑이 가진 자체적인 시스템을 맹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칼몬이 보기에 멸망의 탑의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았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게 이곳이야.’

멸망의 탑을 구성하는데 문제가 되는 종자는 빠르게 싹을 제거해주는 게 좋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탑의 꼭대기에 자리 잡은 초월자들은 자신의 초월력을 아끼고 보전하는데에만 관심이 있었다.

멸망의 탑 자체가 존속하는데에는 일말의 관심도 없었다.

콰과광!

푸른 번개가 31층의 대지를 강타했다. 번개로 그슬린 땅 위로 젊은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피부에는 푸른색 문신이 다채롭게 새겨져 있었다.

“무, 무슨 일로 여기까지 강림하신 겁니까?!”

그가 몇 걸음 걷기도 전에 31층의 관리자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사자의 얼굴을 한 관리자는 당혹스런 표정이었다.

콰앙!

청년은 바닥을 내리쳤다. 그러자 마른 땅 아래로 거대한 구멍이 생겨났다.

“서, 설마···.”

“그래, 그 설마가 맞다.”

관리자는 그대로 멱살을 잡힌 채,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들어 올려졌다.

“저, 저는 30층부터 관리자의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려가게 되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그렌달이 당했으니, 너도 대충은 알고 있겠지. 이진영이라는 플레이어를 죽여라.”

“대체 무슨 권리로 이러시는 겁니까!”

관리자가 발버둥치며 소리치자, 청년의 눈이 푸른 빛으로 번뜩였다.

“권리? 네 놈이 권리를 따질 위치던가?”

“히익!”

관리자. 30층의 관리자나 되는 존재가 그의 눈빛에 반항도 못한 채 벌벌 떨고 있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청년의 정체는 초월자 칼몬의 분신이었으므로.

“시키는대로만한다면, 초월력을 나눠주도록 하지. 30층은 내가 잘 보고 있을 테니 내려가라. 네 놈도 초월의 좌가 탐날 것 아니냐.”

“그거야 그렇지만···. 끄아악!”

관리자의 답에 의미는 없었다. 칼몬은 관리자를 구덩이 안으로 내던졌다. 비명과 함께 구덩이 밑으로 관리자가 떨어졌다.

[ 탑의 규율이 제재를 가합니다. ]

자신의 구역에 위치한 관리자를 다른 층으로 내쫓았다.

탑의 규율은 여지 없이 작용했다.

파지직!

탑의 규율이 칼몬에게서 초월력을 거두어갔다.

초월자라고 한들 피할 수 없는 처벌.

‘여기까지 왔다면 물러설 것도 없지.’

물론 그에게도 30층 밑으로 직접 내려가는 것은 너무 위험부담이 컸다. 소모해야하는 초월력의 단위가 수십 배까지 차이났으니.

‘올라오기만하면 순식간에 끝장을 내주마.’

스스으!

새하얀 빛이 칼몬의 팔과 머리를 감쌌다.

‘그 놈은 특성과 스킬을 훔쳐가는 놈이지. 그렇기에 아무런 특성도 없는 분신으로 직접 강림했다.’

빛은 점차 형태를 이뤄가며 각각 각반과 왕관으로 변했다.

나름대로 진영을 관찰한 결과 얻어낸 결론이었다.

당황해서 제대로 된 관찰을 하지못한 유자벨과 달리 칼몬은 나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이진영의 클래스는 회귀자, 특이하게도 상대의 스킬과 특성을 훔친다는 것까지.

그렇기에 나온 결론.

‘스킬 없이 아이템의 효과와 능력치 차이만으로 찍어 눌러주마.’

칼몬은 진영을 잡기 위해 두 개의 신화급 아이템을 준비했다.

마나의 농도와 양을 압도적으로 늘려주는 ‘지혜의 왕관’.

착용자의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을 두 배 올려주는 ‘완고의 각반’.

‘이 두 개를 꺼내는데도 상당한 초월력이 소모 됐다. 이 이상의 소모는 좋지 않다. 여기서 끝을 봐야겠지.’

30층의 관리자가 실패하면, 진영을 상대하는 것은 자신이 될 터.

척박한 땅에 자리를 잡고 진영을 기다리는 칼몬의 눈은 어느때보다 더욱 날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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