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114화 (114/152)

대립(5)

[ 26층이 공략 되었습니다. ]

25층이 공략되고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

모든 플레이어의 앞에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 말도 안돼. 벌써?

- 이번에도 이진영이겠지?

그들의 의견이 게시되는 곳은 현실이 아니었다.

이진영이 계획 했던 ‘플레이어 커뮤니티’ 였다.

진영은 레드 리버를 통해 영화수란 플레이어를 영입하도록 했고, 그를 전폭 지원하도록 했다.

그 결과 오늘에 이르러 만들어진 것이 바로 플레이어 커뮤니티였다.

인터넷과 다를 바 없지만, 멸망의 탑 내부에서 기능을 한다는 점이 달랐다.

- 대형 길드에서는 공략 포기라는 소문이 돌던데. 이진영한테 맡길 거래.

- 소문 아니고 ㄹㅇ임

ㄴ응 소문이야 ㅋㅋㅋ

본래대로였다면 이 시스템이 생기는 것은 한참 뒤였겠으나, 진영에 의해 앞당겨진 셈.

‘이진영···. 그로 인해서 많은게 변화하고 있다.’

대예언가 클래스의 리암 스미스도 그 변화를 체감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모르고 있지만, 영웅이라고 불러도 손색 없는 존재.’

그를 전력으로 서포트해야한다는 생각이 리암의 의견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플레이어 사이에서의 발언권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었다.

“21층 공략 준비를 해주게. 공략에 참가할 클랜들도 모으고. 내일 모레 바로 공략에 들어 갈거야.”

리암은 옆에 있는 부하를 향해 말했다.

그 말을 듣는 부하의 표정은 미묘했다.

“······.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뭐가 말인가?”

그의 부하는 오랜 시간 동안 리암을 옆에서 지켜 본 만큼, 리암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건 완전히 이진영이라는 플레이어의 뒤처리를 하는 격 아닙니까.”

이진영이 지름길을 향해 뚫어 놓은 25층 이후를 공략하는 것이 아닌, 그가 공략하지 않고 지나간 21층부터 24층을 공략하는 것.

“예언가께서는 더 큰 일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그가 세상 속에 숨어 보여주었던 놀라운 능력들.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어찌보면 이진영의 행보에 부족함이 없는 일들이었다.

그런 부하를 보여 예언가는 미소를 지었다.

“자네 말이 맞네.”

“역시···.”

그 말에 부하의 안색이 밝아지려는 찰나, 예언가가 고개를 저었다.

“이진영의 뒤를 봐준다는 게 맞다는 말이지. 자네는 뭔가 착각하고 있어. 내 능력이 대단한 것. 그건 사실이지. 하지만 이진영이란 플레이어가 가진 잠재력. 그것은 더욱 거대해. 미래를 뒤흔들 정도로 말이야.”

리암은 잠시 침묵했다. 얼마간의 침묵이 지나고서야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는 진심으로 멸망의 탑을 공략하고자하고 있어. 돈, 명예 이런 것 때문이 아니라 순수하게 자신의 의지로 탑을 공략하려 하고 있단 말일세. 지금 이 순간 그와 같은 플레이어는 이 세상에 몇 없을 걸세. 자네와 나를 제외하면 말이야.”

세계의 멸망.

멸망의 탑을 공략하지 않고서야 막을 길 없는 절망스런 최후.

지금 상황에선 그 멸망을 알고 있는 자조차 얼마 없다.

리암의 클랜 그랜드 크로스의 존재의의는 단 하나였다.

인류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

“최전선? 자네의 기대를 배신해서 미안하지만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야.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하네. 찾아올 아포칼립스의 대비. 그게 진짜 우리의 일이지.”

그제서야 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을 마친 예언가의 눈빛이 깊어졌다.

남에게는 말할 수 없는 고민이 그의 미간을 좁혔다.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이진영의 미래가···. 우리는 그저 최선의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는 수 밖에···.’

* * *

26층, 거대한 왕좌의 끝자락에는 온 몸을 피로 칠한 남자가 서 있었다.

“미, 미친···. 대체 저 놈은 뭐하는 놈이야?”

“우리가 잘못 본 거 아니냐?”

“어디서 저런 괴물이 튀어나온거야?”

그의 꽁무니를 뒤쫓아 온 플레이어들이 웅성거렸다.

남자는 갑작스럽게 등장했다.

플레이어들이 중간보스인 엘레멘탈 마스터 메이자에 고전하고 있던 때였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남자는 중간 보스를 단숨에 제압했다.

대단한 기교도, 기술도 없었다.

그저 압도적인 힘 앞에 중간 보스는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남자는 본능에 이끌린 채로 어딘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성벽을 단숨에 타고 올라, 성의 맨 꼭대기로 향했다.

‘어디로 가는거야?’

‘일단 쫒아가 봐! 보스랑 싸우려는 것 같은데!’

플레이어들 또한 그의 뒤를 바짝 쫒았다. 중간보스를 사냥하고도, 그는 아이템 하나 챙기지 않았다. 그의 뒤를 따르면 이득을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처음에는 분명 그랬는데.

콰직-.

그들이 상대해야 했던 보스가 순식간에 쓰러지자 그들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 26층의 보스가 공략되었습니다. ]

‘하, 함부로 다가갔다가는 우리까지 죽겠는데?’

‘야, 밀지마. 이런 미친.’

각국의 플레이어들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누군가가 소리쳤다.

“저 사람 주오령이잖아!”

“주오령? 주오령이 누군데?”

“한국에서 혼자서 20층까지 공략한 미친···. 대단한 사람.”

혹여나 주오령에게 들릴까봐 남자는 황급히 말을 돌렸다.

꿀꺽.

그 자리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한 번씩 침을 삼켰다.

주오령은 보스가 공략 되자마자 자리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이한 분위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27층으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어···. 뭔가 이유가 있는건가?’

‘당연하지 보스 파밍도 안 끝났는데.’

‘다가가면 안 될 것 같은데.’

바지 하나만 걸친 채 명상을 하는 그의 모습은 섬뜩했다.

상반신 전체를 마수의 피로 적시고 있었으니 더더욱 그러했다.

“저 아이템···. 여기서 봐도 장난 아닌 것 같은데···.”

“슬쩍 주워 오면 될 것 같기도 한데···.”

보스였던 왕은 자신의 병사들을 소환해 끝까지 발악했다.

그러나 보스만을 향해 저돌적으로 전진하는 주오령의 모습은 마치 전차와 다름 없었다.

그 광경을 목격 했기에 더더욱 플레이어들은 망설였다.

“용기 없는 새끼들, 내가 가서 주워온다.”

그때였다.

플레이어 중 누군가가 주오령이 처치한 마수들의 전리품을 챙겨가려는 찰나.

슈슈슉!

수 백 개가 넘는 전리품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 광경에 플레이어들이 시선을 빼앗겼다.

“앗.”

그리고 그들이 이게 무슨 일인가 생각할 무렵, 그 아이템들이 전부 한 명의 인벤토리로 빨려 들어갔다.

마치 자석으로 끌어 당긴 것처럼 말이다.

“잠깐만, 지금 장난해?”

“뭔데 갑자기 나타나서 아이템을 가져가는 거야?”

“너 이진영 일행이지?”

머뭇거리고 있었던 주제에 아이템을 빼앗기자 플레이어들은 격하게 반응했다.

김지훈은 그런 반응에도 태연하게 주오령을 향해 걸어갔다.

저벅, 저벅.

“잠깐···.”

주오령의 기세에 눌려 한 발자국도 못 떼고 있던 플레이어들의 입이 벌어졌다.

동시에 웅성거림이 잦아 들었다.

스윽.

김지훈이 다가가자 주오령이 슬며시 눈을 떴다.

‘진영이 형 말대로야. 이 사람은 변함이 없네.’

압도적인 무력. 주오령을 설명하는 단어는 그거면 충분했다.

곳곳에 흩어진 병사들의 잔해를 둘러 본 김지훈이 입을 열었다.

“진영이 형이 얼굴 좀 보재요.”

* * *

[ 관리자 유자벨이 관리자의 권한을 잃습니다. ]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완벽한 패배.

유자벨의 노림수는 모두 빗나갔고, 그가 예상치 못한 일들이 계속해서 터져나왔다.

그 결과 내기의 승자는 이진영이 되었다.

[ 성좌 푸른 달의 악마가 혀를 찹니다. ]

“어째서, 내가 져야하는 거야! 이딴 내기 안해도 됐었는데! 당신, 당신 탓이잖아!”

바닥에 엎어진 유자벨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초월자를 탓했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는 법.

[ 성좌 푸른 달의 패배자에게 볼 일은 없다며 발을 뺍니다. ]

[ 성좌 행성의 창시자가 볼거리에 만족하며 퇴장합니다. ]

진작에 사라졌던 잊혀진 도시의 패자를 포함에 모든 초월자가 모습을 감췄다.

이제 이곳의 하늘 아래 남은 것은 위조 성좌와 이계의 존재들 뿐이었다.

[ 이계의 근원이 당신의 승리에 축배를 듭니다. ]

[ 다수의 성좌들이 당신을 응원합니다. ]

“하, 하···.”

바닥에 쓰러진 채 허탈한 웃음을 짓던 유자벨이 슬쩍 고개를 들었다.

“초월자들이 사라졌으니···. 연기는 필요 없겠어.”

파지직!

유자벨의 몸 안에서 강한 마력의 스파크가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관리자의 권한을 박탈 당한 건 아쉽지만,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 탑의 규율에서 벗어나게 됐으니까!”

관리자의 자리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가지고 있는 힘마저 빼앗기는 것은 아니었다.

힘만으로 따지고 본다면 유자벨의 강함은 멸망의 탑 상층부에 걸맞았다.

쿠구구···!

마력에 공명한 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기는 졌지만, 네 놈의 목숨은 가져가겠다!”

극한까지 끌어 올린 마력이 유자벨의 손 끝에 맺혔다.

그런 마력은 제스스로 형체를 갖추며 붉은 가시의 형상을 띄게 되었다.

마력의 구현화.

이 모든 게 스킬 없이 이루어진 것 자체가 유자벨이 강자라는 증거였다.

관리자로서 군림했던 세월은 결코 헛것이 아니었다.

“죽어라!”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한 마력!

그러나 그 앞에서 진영은 담담했다.

“유자벨, 헛짓거리하지 말고 엎드려라.”

“?!”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그극!

항거할 수 없는 억지력에 의해 유자벨이 몸이 바닥에 넙죽 엎드려졌다.

“뭐, 뭐냐?”

“뭐긴, 나는 관리자고 넌 내 관리 지역의 몬스터인거지.”

관리자의 영역에서 떨어진 유자벨.

그의 취급은 이제 단순한 마수와도 다름 없었다.

기껏해야 보스 몬스터 정도.

그마저도 관리자의 관리를 받는다는 사실은 변치 않았다.

“크윽···. 네 놈···.”

“내 이름은 이진영이다.”

퍼억!

진영은 유자벨을 발로 차서 굴렸다. 그럼에도 유자벨은 어떠한 반항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이 관리자와 몬스터라는 멸망의 탑이 정한 상하 관계였다. 초월자와 관리자의 권한보다 확실한 것이 바로 이 관계였다.

“크윽, 알겠습니다, 이진영님···.”

유자벨은 마지 못해 진영의 이름을 불렀다.

진영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러면 이제 회수 해 볼까.’

왼손을 들어 올려 유자벨의 팔찌를 향했다.

녀석이 착용하고 있는 팔찌는 본래대로라면 플레이어가 가질 일이 없는 아이템이다.

‘위조 성좌들의 여론을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는 아이템.’

사기적인 성능인만큼 사용되는 마력의 양은 막대할 것이다.

그렇기에 사용한다고 해도 직접 사용하기 보다는 유자벨을 이용하는 게 나았다.

그럼에도 진영이 팔찌를 손에 넣으려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샤아아-!

스틸 스킬의 성공을 알리는 알림참과 함께 붉은 팔찌가 진영의 손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 이계 시간축에서 가장 빠르게 해당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

[ 새로운 이계의 존재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

[ 이제 모든 이계의 존재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

이계의 존재들이 진영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메시지를 읽은 진영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두 가지라는 것을.

첫번째로.

[ 다섯번째 보물이 해방됩니다. ]

드디어 모든 보물이 해방되었다는 것이고.

두번째로.

[ 이계의 절대자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

신화준에게 ‘이계 규율 - 절대 회귀’라는 팔찌를 건네 주었던 바로 그 이계의 절대자가 진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제야 이야기 좀 해볼만 하겠어.”

진영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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