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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109화 (109/152)

위조 성좌들의 밤(5)

관리자 유자벨.

그는 상황을 낙관하고 있었다.

‘플레이어 시몬과 단독 계약을 맺은 초월자 덕분에 일이 쉽게 풀리겠어.’

자신의 주인은 플레이어 이진영이 멸망의 탑에서 제거 되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런 가려운 부분을 다른 초월자가 나서서 해결 해주다니, 더할 나위 없는 찬스였다.

‘이대로 이진영을 죽이기만 하면 된다.’

25층 두번째 시련, 쏟아지는 몬스터들 사이에서 플레이어 시몬이 이진영을 암살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터였다.

자신의 역할은 진영의 정신이 팔릴 수 있도록 강한 몬스터를 보내 숟가락을 올려 놓는 것 뿐.

그랬을 터인데···.

‘없어! 없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유자벨의 한 쪽 눈에 새겨진 상처가 또 다시 욱신 거리고 있었다.

고작 플레이어에 불과한 이진영을 관리자인 자신이 찾지 못하고 있었다.

냄새, 소리, 흔적, 감각···.

모든 수단을 동원해 봐도 진영을 찾을 수가 없었다.

허공을 부유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그들의 일행조차 찾아낼 수 없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 성좌 영원히 타오르는 꽃이 사라진 이진영을 향해 분노합니다. ]

초월자조차 사라진 이진영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제대로 된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든 25층이라지만, 예상 외의 일이었다.

‘당황해서는 안된다. 찾을 수 있어.’

이번 일에 자신이 초월자가 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달려 있었다.

자신의 주인도 밤하늘 어딘가의 아늑한 자리에 앉아 지금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침착하게 일을 처리해야했다.

‘어차피 25층을 공략하려고 한다면, 녀석은 모습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

두번째 시련의 생존이 끝나고 나면, 그 다음 단계인 25층의 보스가 나타난다.

지금 여기에 모인 플레이어들의 수준으로는 상당한 피해를 감수 해야할 난이도.

‘성좌들을 조종해서 여론을 조성한 다음, 보스의 난이도까지 올려 놓으면 된다.’

그렇게 되면 나오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을 것이다.

유자벨의 붉은 눈이 바삐 움직였다.

어딘가에 분명히 숨어 있을 이진영과 그 일행의 흔적을 찾아서.

하지만 찾으면 찾을수록 당혹감만 몰려왔다.

‘말도 안 돼. 초월자가 못찾는 은신 계열? 그런 스킬은 멸망의 탑에 존재하지도 않아.’

이대로 진영이 모든 게 끝날 때까지 숨어 있는다면, 진영의 처리는 질질 끌리게 된다.

녀석이 자신의 관리 지역을 넘어가기라도 한다면 모든 게 끝.

다시 초월의 좌에 오를 기회를 잡기 까지 몇 백, 몇 천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 때였다.

‘찾았다.’

필사적으로 진영을 찾아 헤메는 유자벨의 눈에 진영의 모습이 한 순간 보였다.

‘제기랄! 이기란 말이야!’

시몬 일행을 순식간에 처리한 진영이 시몬에게 달려드는 모습.

시몬은 고유 능력과 자신의 스킬을 중첩 시켜 그 근방을 날려 버리려 작정한 상황이었다.

‘좋아! 좋다!’

그러나 다음 순간, 시몬의 스킬은 허무하게 발동이 중지 되었다.

‘뭐야? 왜 멈춘거야?’

당사자인 시몬도 얼이 빠진채 주위를 둘러 볼 뿐.

[ 일정 수 이상의 마수가 처치 되어 25층의 보스 ‘미노타우로스’가 출현합니다. ]

어느새 생존 미션이 끝이났다. 석상이 부숴지며 보스가 튀어나왔다.

그와 동시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진영의 모습이 보였다.

‘······!’

유자벨의 시야에 들어 온 것은 거대한 언월도였다.

무기를 보자마자 유자벨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저건 가레논의 언월도잖아. 저걸 왜 저 녀석이 들고 있는 거지?’

관리자의 무덤을 지키고 있을 가레논.

그는 자신이 특별한 양 설치고 다녔지만 그도 결국엔 관리자에 지나지 않았다.

‘왜···.’

다만 유자벨은 그가 가진 강력한 힘에 대해서만큼은 잘 알고 있었다.

누구보다 초월자에 가장 근접한 자였으니까.

‘서, 설마 저 놈이 가레논을 쓰러뜨렸다는 건가?’

고작 플레이어 따위에게 가레논이 목숨을 잃었다는 결론.

그것말고는 진영이 언월도를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만약 그렇다면···. 저 놈은 내가 손 댈 수 있는 놈이 아니다.’

파앗!

유자벨이 언월도의 등장에 기겁하는 사이, 진영의 스킬은 모두 준비 되었다.

진영의 몸 위로 피어오르는 푸른 마력의 꽃봉오리를 확인하는 유자벨의 눈이 한 층 더 커지고 있었다.

* * *

멸망의 탑은 공평하지 않다.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클래스도, 그 클래스가 가질 수 있는 스킬도 결코 공평하지 않다.

언월도를 빼어든 진영의 몸을 하얀 기운 그 증거였다.

모든 스탯을 일시적으로 1.5단계 올려주는 먼치킨 클래스의 스킬 ‘데우스 엑스 마키나’.

‘여기에는 아무런 대가가 없다는 게, 진짜 사기 스킬이란 거지.’

[ 모든 스탯이 일시적으로 1.5 단계 상승합니다. ]

[ 6단계 : 역사(歷史) => 7단계 : 전설(傳說) ]

영웅이라한들,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그저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되어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게 전부.

그러나 영웅 중의 영웅 또한 존재하는 법.

압도적인 업적과 전무후무한 결과물.

그곳에서 펼쳐진 거짓말 같은 이야기는 후대 사람들조차 반신반의 할 정도.

그렇기에 전설이라 불려 마땅한 존재.

진영이 전설의 경지에 올라섰다.

콰드득!

가레논의 언월도를 부여 잡은 진영의 팔과 다리에 막강한 힘이 더해졌다.

진영에게는 이미 한 번 거쳐왔던 단계.

새로운 힘에 적응할 시간은 필요치 않았다.

- 개화

시몬에게서 훔쳐 온 스킬은 하나가 아니었다.

초월자의 고유 능력 개화.

사용자의 잠재력을 한순간 극대화 시키는 초월자의 고유 능력.

[ 성좌 영원히 타오르는 꽃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분노합니다. ]

녀석의 분노에는 이유가 있었다.

고유 능력은 플레이어의 한계를 뛰어 넘은 초월자 고유의 것.

여기에 부담 되는 것은 95%가 초월자의 힘일 수 밖에 없었다.

갑작스레 자신의 힘을 빼앗긴 녀석의 분노는 정당했다.

쿠웅!

진영이 한 걸음 내딛자 바닥을 중심으로 거미줄 같은 금이 퍼져나갔다.

무기를 뒤로 빼며 자세를 잡는 진영의 이마에서는 한줄기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언월도를 부여 잡은 진영의 손이 마력의 반동으로 떨리고 있었다.

가레논이 사용하던 언월도는 그의 고유 무기.

스틸로 소유권까지 가져왔다지만, 주인이 아닌 자의 손길을 쉽사리 따르려 하지 않는 게 당연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나 전설의 경지에 오른 진영 앞에서 무의미한 저항.

“아, 안 돼!”

관리자 유자벨이 급하게 손을 뻗어 보스에게 ‘광화’ 버프를 걸었다.

비정상적으로 근육이 부풀어 오른 미노타우로스가 진영을 향해 도끼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진영의 눈에는 그 모든 게 슬로우 모션처럼 보일 뿐이었다.

스윽-!

당겨졌던 진영의 팔이 앞으로 내밀어졌다.

느릿한 움직임이었지만 언월도에 담긴 모든 마력을 방출하기엔 충분했다.

모든 것은 단 한 순간에 이뤄졌다.

푸른 마력이 미노타우로스를 통째로 집어 삼키고, 유자벨의 팔 하나를 날려 버렸다.

멍하니 반대편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시몬 또한 마력에 삼켜졌다.

콰아아아앙!

진영의 마력이 밤하늘을 새하얗게 물들였다.

* * *

“크아아악!”

진영의 공격에 휩쓸린 유자벨이 비명을 질렀다.

욱신거리던 눈가의 상처에서는 어느새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방금 공격으로 잘려나간 팔.

“크아악! 이 새끼가!”

더 이상 플레이어들을 향한 존중의 태도는 없었다.

번뜩이는 눈으로 진영을 노려보는 유자벨의 눈에는 강한 살의가 담겨있었다.

[ 축하드립니다! 25층을 클리어하셨습니다. ]

[ 가장 많은 기여를 한 플레이어 : 이진영 ]

[ 해당 플레이어에게는 추가 코인이 수여됩니다. ]

진영은 아무렇지 않은 듯 저벅저벅 걸어가 시몬이 있던 자리에 놓여 있던 검은 반지를 주웠다.

‘이건 못 쓰겠군.’

초월좌가 플레이어를 위해 만들어 준 전용 아이템이었다.

시몬이 죽자 성좌 영원히 타오르는 꽃의 메시지도 떠오르지 않게 되었다.

‘시몬의 죽음은 초월자에게도 상당한 타격이다.’

단순한 후원이면 몰라도, 단독 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상당한 힘이 소모 된다.

분신 취급을 받는 단독 계약자가 죽었으니, 데미지가 클 터.

초월자들이 위조 성좌를 만들어 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끄, 끝난건가?”

“미, 미쳤어.”

“돌아가면 되는 거야?”

보스가 순식간에 처치 되자 플레이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워낙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들이 목격한 것은 보스가 죽었다는 것 뿐이었다.

“저 놈이 우리한테 무슨 짓을 하기 전에 빨리 튀자고.”

플레이어들은 하나둘씩 새로 생긴 포탈을 통해 20층 거주지역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분노하는 관리자를 눈 앞에 오래 둬서 좋을 건 없었으므로.

“네 놈···.”

다행히 유자벨의 붉은 눈은 진영만을 노려보고 있었다.

“엄살은 그만 떨지. 유자벨.”

진영의 차가운 목소리에 유자벨이 씩 미소를 지었다.

스스슷.

팔 하나가 복구 되는 건 눈 깜짝할 사이였다.

그러나 유자벨의 분노는 여전했다.

“지금 내게 싸움을 거는 거냐? 감히 플레이어 따위가?”

“너희들은 하는 소리가 항상 한결 같군.”

흉흉한 기세와 달리 유자벨은 진영에게 달려들거나 하지 않았다.

그가 주인과 맺은 계약이 유자벨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직접적인 관여는 곤란했다.

한 순간의 감정에 못 이겼다간, 초월의 좌가 영영 물건너 가는 것이므로.

진영은 그 사실을 대강 눈치채고 있었다.

네 명의 초월자 중 하나는 이곳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셋.

진영은 품안에서 열쇠 하나를 꺼내들었다.

곧이어 그 정체를 확인한 유자벨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네 녀석 정말로 가레논을 쓰러뜨린거냐?”

“글쎄.”

[ 성좌 푸른 달의 악마가 미간을 찌푸립니다. ]

[ 성좌 행성의 창시자가 눈을 의심합니다. ]

[ 성좌 잊혀진 도시의 패자가 진위 여부를 묻습니다. ]

관리자의 열쇠를 보이자, 지금껏 숨어 있던 초월자들이 반응을 드러냈다.

‘예상대로야.’

본래 가레논의 품에 숨겨져 있어야 할 관리자의 열쇠가 진영의 손에서 나타났다.

고작 필멸자의 손에 쥐어질 물건이 아니었다.

물론 진영은 고작 한 명의 필멸자가 아니었다.

초월좌 그렌달과의 내기에서 승리해 초월자의 권한을 손에 넣은 존재.

그걸 알기에 그들의 반응은 더욱 거셀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반응을 확인한 진영은 확실히 깨달았다.

‘여기에 제대로 된 초월자는 없어.’

진짜 탑의 주인으로서 군림하는 자들은 이 자리에 없다.

만약 있다하면 이미 열쇠의 존재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어야 했다.

플레이어인 자신 앞에서, 연기를 할 이유도 없으니 저들의 경악은 진심이었다.

[ 성좌 행성의 창시자가 단독 계약을 제시합니다. ]

[ 성좌 잊혀진 도시의 패자가 당신에게 단독 후원을 약속합니다. ]

관리자의 열쇠.

그것의 진짜 힘을 알고 있는 초월자들의 반응은 정해져 있었다.

중립이었던 초월자들이 우호적으로 돌아선다.

그 틈에서 오직 하나의 초월자만이 진영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푸른 달의 악마.’

진영에게 적대적인 초월자.

그의 존재는 위협이 된다.

‘해결 방법은···.’

진영의 시선이 유자벨을 향했다.

그가 차고 있는 붉은 팔찌.

위조 성좌들의 여론을 조작할 수 있는 신화급 아이템.

진영은 비릿한 미소를 숨기며 입을 열었다.

이를 으득으득 갈고 있던 유자벨을 향해서.

“유자벨, 내기 하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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