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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106화 (106/152)

위조 성좌들의 밤(2)

“뭐야, 너흰 뭔데 따라오는거야? 떨거지면 떨거지끼리 뭉치지 그래?”

진영 일행이 뒤따라오는 것을 확인한 금발의 미남이 손가락질과 함께 미간을 구겼다.

유명한 플레이어 중에 정상은 없다지만, 그는 특히 더 심했다.

그의 이름은 시몬.

에스프리 클랜의 수장인 그는 맥 실버 다음으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플레이어였다.

“뭐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가 다 있냐?”

그러나 그런 강력한 플레이어의 폭언에도 지지 않고 맞서는 자가 있었다.

바로 염태준이었다.

그도 한껏 미간을 구기며 시몬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

20층에서는 게이트에 들어가야지만 서로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었지만, 25층부터는 언어가 공유된다.

염태준의 말을 들은 시몬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너, 내가 누군 줄이나 알고 하는 말이냐?”

“너희야말로 우리가 누군 줄이나 아냐?”

프랑스는 불과 몇 시간 전에 20층을 클리어하고 글로벌 에리어로 올라왔다.

그 상황에서 소문을 듣고 막 25층에 발을 디뎠으니 진영 일행에 대해 알 리가 만무했다.

염태준과 시몬의 말싸움을 시작했다.

[ 성좌 혼돈의 공작이 플레이어 간의 다툼을 좋아합니다. ]

[ 성좌 암흑 파괴자가 싸움을 부추깁니다. ]

양측에서 욕설이 오고가는 일촉즉발의 상황.

그런 상황을 진영은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유자벨이 앞으로 나서며 두 사람을 중재했다.

“벌써 싸우시는 겁니까? 그건 안되지요. 당신들이 착실하게 탑을 공략하길 바라는 성좌들도 있어서 말입니다.”

마력이 담긴 그의 말에 예상외로 시몬이 한 발자국 물러났다.

탑을 공략하며 올라왔다면, 그 아무리 콧대 높은 시몬이라 할지라도 알고 있었다.

관리자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 성좌 선량한 시민이 양측의 이해를 원합니다. ]

[ 성좌 절대적인 힘의 심판자가 협력을 추천합니다. ]

하물며 거기에 성좌들이 엮여 있다면 손익 계산은 더욱 빨라질 수밖에.

“······. 죽기 싫으면 적당히 나대는 게 좋을거야. 방해되지 않게 뒤쪽에 박혀 구경이나 해라.”

시몬은 다섯 명의 정예 멤버들을 데리고, 먼저 앞으로 나아갔다.

거장이라는 별명을 가진 시몬.

맥 실버 보다 한 수 아래라는 평이 지배적이었지만, 진영의 눈에는 달랐다.

그 또한 최후의 10인에 남은 강자.

겉으로는 그저 성질 더럽게만 보여도, 그는 굉장히 계산적인 플레이어였다.

이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감정에 몸을 맡기는 일은 없다.

“휴, 진짜로 싸우는 줄 알았어요.”

김지훈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염태준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나도 쫄렸다, 임마.”

염태준이 1천이라는 숫자가 새겨진 코인을 들어 올리며 씩 미소를 지었다.

“놈한테 시비 걸기가 미션이더라고. 바로 했지. 놈들이 지켜보고 있는 이상 녀석도 함부로 날 어쩌진 못할 거 아니야? 돈 벌기 쉽네.”

의외로 염태준은 성좌들의 행동 양식을 잘 꿰고 있었다.

성향이 선에 가까운 존재가 있으면, 악에 가까운 존재도 있다.

지금은 양측이 다수 존재하는 상황.

시몬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물론 진짜 중요한 건 시몬이 아니다.’

싸움이 발발할 뻔한 순간 중재에 나선 관리자 유자벨.

방금 전 일로 진영은 유자벨의 의도를 어느 정도 간파할 수 있었다.

‘당장은 지켜보겠다는거군.’

위조 성좌들의 의견을 유자벨이 신경 쓸 리가 없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초월자들을 향한 접대.

‘시간을 준다면 나야 좋지.’

진영은 비릿한 미소를 숨기며 시몬 일행을 뒤따랐다.

* * *

각종 벽화가 새겨진 길을 쭉 따라가자 플레이어들을 반기는 것은 흉포한 마수들이었다.

그것도 검은 피부를 가진 다크 오크들.

크르르···.

다섯 마리의 다크 오크가 거센 콧김을 뿜고 있었다.

직접 상대해 본 경험이 있는 진영은 다크 오크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도 알고 있었다.

또한 25층에 올라 성좌의 후원을 받고, 기분이 달아오른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처참하게 그들하게 유린당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콰아앙!

진영 일행이 도착했을 때, 에스프리 클랜은 전투를 시작한 참이었다.

먼저 다크 오크의 공격을 막아낸 것은 에스프리 클랜의 시몬이었다.

전차와 부딪힌 듯한 충격에 그의 눈이 커졌다.

“뭐, 뭐야? 보통이 아닐 거라곤 생각했지만···. 이건 심한데.”

큰 소리 떵떵치며 나아갔던 것과 다르게 시몬은 밀려나고 있었다.

다크 오크가 휘두르는 검에는 지성이 묻어 있었다.

일반 오크들이 힘만 믿고 휘두르는 몽둥이와는 차원이 달랐다.

쿠웅!

시몬이 그 정도인데 다른 클랜원들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었다.

“커헉!”

짧은 순간에 다크 오크의 대검에 치명상을 입은 자도 존재했다.

시몬의 얼굴이 순식간에 구겨졌다.

그러나 절망이나 낙담이 어린 기색은 아니었다.

시몬은 오히려 웃음과 함께 검을 들어 올렸다.

“이래야 재밌지! 새롭게 얻은 능력도 써보고 말이야.”

그가 들고 있던 검 위로 푸른 오오라가 맺히기 시작했다.

주변 일대가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마력이 퍼지고 있었다.

“저 놈, 단독 계약이라도 했나 보네.”

“그런것 같네.”

진영이 염태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의 성좌와 계약을 맺으면, 더 많은 후원과 함께 새로운 능력을 얻을 수 있었다.

“다들 잠시 뒤로 물러나자.”

20층에 막 도착했을 시몬 일행의 능력은 그다지 강하지 않은 게 당연했다.

그러나 성좌와의 단독 계약을 마친 시몬의 능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시몬의 클래스는 ‘먼치킨’.

흔히 소설 속에서 최강의 아이템과 능력으로 무장한 사기적인 존재.

그것이 현실에 그대로 나타난 격이었다.

그의 검이 빛나자, 그가 착용하고 있는 히든 피스들 또한 마력에 반응하며 빛나기 시작했다.

‘먼치킨 클래스의 특성 중 하나. 히든 피스 수급.’

다른 국가의 에리어에도 히든 피스는 존재했다.

그가 히든 피스를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했다.

그 갯수는 진영이 가진 수의 절반 정도인 5개.

다른 플레이어들에 비하면 상당한 수의 히든 피스였다.

‘거기에 먼치킨의 스킬 데우스 엑스 마키나.’

일시적으로 자신의 모든 능력치를 1.5 단계 상승시키는 스킬.

먼치킨 클래스가 사기임을 증명하는 스킬이었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저, 저거 보이냐? 내 눈이 이상한 거 아니지?”

“보, 보입니다.”

“꽃봉오리?”

김영훈과 김지훈이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마력이 형상으로 빚어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시몬의 눈에서 시퍼런 안광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손아귀에 푸른 마력의 꽃봉오리가 맺혔다.

“고유 능력, 개화(開花).”

그리고 다음 순간 마력의 꽃이 만개했다.

거대한 마력의 꽃을 중심으로 쏟아지는 푸른 섬광이 다크 오크들을 난자했다.

콰과과과과!

쉴새 없이 퍼부어지는 공격 앞에서 다크 오크들은 한낱 고블린보다 못했다.

아니, 슬라임도 이보다 무력할 수는 없었다.

“이야! 역시 네임드 플레이어는 뭔가가 다르군요!”

시몬에게 주목하던 관리자 유자벨 또한 감탄을 내뱉었다.

“미친···. 진짜 괴물이잖아. 내가 저런 놈한테 깝쳤단 말이야?”

“이, 입이 안 다물어지네요.”

진영 일행도 입을 벌리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모든 과정을 생생히 지켜보던 진영의 입가에도 미소가 서렸다.

물론 그들과는 다른 의미에서였다.

‘저건 초월자만이 펼칠 수 있는 진짜 고유능력이다.’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은 한가지.

‘시몬은 위조 성좌가 아닌 진짜 초월자와 계약했다.’

시몬이 보여준 압도적인 능력은 진영의 심장 또한 두근거리게 했다.

적으로 상대한다면 고전을 면치 못할 실력과 에너지.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일게 하는 화려한 검무였다.

그러나 진영이 미소 짓는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니었다.

‘이건 도움이 되겠어.’

고유 능력 또한 스킬이었으니까.

* * *

“하하하! 성좌, 고유능력! 미친 시스템이야!”

자신의 힘에 취한 시몬은 계속해서 나타나는 마수들을 썰어대었다.

클랜장의 힘이 강해지자, 에스프리 클랜원들의 사기가 올랐다.

“이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거에요?”

에스프리 클랜의 뒤를 따라가던 김지훈이 물었다.

사실상 진영 일행이 나설 필요가 없었다.

알아서 마수를 처리해주니, 사실 이보다 더 좋을 건 없었다.

너무 편하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다.

“계속 편하게 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진영의 시선은 관리자 유자벨을 향했다.

녀석은 에스프리 일행과 진영의 일행 중간 즈음을 부유하고 있었다.

그 때 한 홀로그램창이 진영의 시야를 스쳐지나갔다.

[ 성좌 영원히 타오르는 꽃이 더 강한 적이 없냐 묻습니다. ]

그러자 유자벨의 붉은 팔찌가 희미하게 빛을 발했다.

[ 성좌 혼돈의 공작이 무의미한 학살에 지겨워합니다. ]

[ 성좌 마계 제일의 지배자가 뻔한 먼치킨에 싫증을 냅니다. ]

[ 성좌 이계의 근원이 이대로가 좋다고 소리칩니다. ]

“이거···. 성좌님들께서 싫증이 좀 나신 것 같은데. 조금 난이도를 조정해 볼까요.”

[ 해당 필드의 마수들이 광화 특성을 획득합니다. ]

[ 등장하는 마수들의 수가 두 배로 증가합니다. ]

쿠구구구···.

마수들이 발을 구르며 돌진하는 소음이 진영 일행이 있는 곳까지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윽, 잠시 후퇴하자! 저 자식들 비겁하게 구경만 하고 있어?”

곧이어 시몬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염태준이 낄낄 댔다.

“지가 구경하래 놓고, 이제와서 말 바꾸는 거 봐라. 이제 가면 되는 거야?”

“아니, 아직.”

갑작스레 난이도가 올라갔다.

이유를 짐작키는 어렵지 않았다.

초월자 영원히 타오르는 꽃.

그가 원했기 때문이다.

시몬과 단독 계약을 맺었은 장본인이지만, 이대로 뻔하게 흘러가는 공략은 보기 지겨웠던 모양이다.

‘위조 성좌들의 여론을 유자벨이 쥐락펴락하고 있는 건 분명한데···.’

초월자 하나가 지루하다고하자, 금세 다른 성좌들의 여론이 들끓었다.

그 와중에 이계의 근원만은 뚝심있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웠다.

‘유자벨도 이계의 존재들은 어쩌지 못하는 것 같네.’

그때였다.

“야, 너희들 뭘 보고만 있어? 아까 그 깐족대던 자신감은 어디가고 쭈그려 있는 거야?”

“그래! 지금까지 쉬고 있었으면 뭐라도 해라!”

“양심이 있으면 도와!”

인상을 구긴 채 마수들을 막아내는 시몬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클랜원들도 덩달아 외쳤다.

불어난 수의 다양한 마수들. 심지어 ‘광화’ 상태에 빠져 있기까지 했으니 힘들 법도 했다.

진영은 무표정으로 그들을 향해 말했다.

“우리가 왜 도와야하지? 방해가 되니 빠져 있으라고 하지 않았나?”

염태준과의 다툼에서 시몬이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었다.

시몬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새겨졌다.

“꺼져! 치사한 새끼들 같으니!”

어차피 진영 일행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거다.

시몬은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다시 한 번 고유능력 ‘개화’를 사용할 수 있었다.

진영 일행을 먹잇감으로 던져주고, 시간을 번 다음 한 번에 처리할 생각이었건만.

그게 안된다면 어쩔 수 없었다.

아슬아슬하지만, 최대한 버텨보는 수 밖에.

그때였다.

진영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며 소리쳤다.

“도와주겠다. 지금 바로 가지.”

“저도요!”

“갑니다!”

생각지도 않은 때에 진영 일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와줄 마음은 처음부터 있었다.

그저 적절한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뿐.

[ 성좌들이 일행에게 협력을 요구합니다. ]

[ 승낙시 성좌가 제공하는 코인을 획득합니다. ]

- 영원히 타오르는 꽃 : 4만 코인

- 절대적인 힘의 심판자 : 2만 코인

- 백색의 천사 : 3만 코인

···

..

.

+ 총합 : 34만 코인

성좌들이 적절한 보상을 내놓기를 기다렸을 뿐이었다.

쏟아지는 마수들 틈으로 진영 일행이 뛰어들었다.

염태준이 소리쳤다.

“성좌님들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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