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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104화 (104/152)

내기의 결과(4)

[ 탐욕의 왼손의 제한이 일부 해제 됩니다. ]

[ 스틸에 새로운 부가 효과가 추가 됩니다. ]

진영의 특성창 위로 금빛 글자가 새겨졌다.

[ 스틸의 부가효과 목록 ]

- 탐욕의 왼손

- 특성 탐식

- 스킬 절도

세번째 부가효과 ‘스킬 절도’.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상대방의 스킬을 훔쳐올 수 있는 효과.

진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제 특성과 스킬 모두 가져올 수 있게 됐어.’

상대방의 클래스 자체를 뺏어올 수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 오히려 여러개의 스킬을 조합해 기존에 없던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 또한 가능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진영을 집어 삼키려했던 왼손에서 하얀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 탐욕의 왼손의 발동 확률이 증가합니다. ]

[ 이제 25% 확률로 모든 대상에게서 아이템을 훔쳐 올 수 있습니다. ]

[ 탐욕의 왼손이 계속해서 당신을 주시합니다. ]

전체적으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물론 부가효과인 탐욕의 왼손이 어째서 살아 있는 것처럼 행동했던 것인지는 의문이었지만.

“대체 나한테 뭘 준거야.”

진영의 중얼거림에 이계 존재들의 대답은 없었다.

반응을 보면 아마 놈들도 모르는 것 같지만···.

단순히 말해 줄 생각이 없는 걸 수도 있다.

‘근처에 보물이 없었으면, 내가 잡아 먹혔을 수도 있겠어.’

그렇게 생각하니 아찔했다.

덕분에 한숨도 못잤다. 다크 스컬을 처리하고 초월자와 내기를 하는 동안 상당히 지쳤었다.

조금이라도 휴식을 취해두어야했다.

진영은 반사적으로 다시 침대 위에 누웠다.

‘······.’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던 진영이 눈을 깜빡였다.

피곤함이 씻은 듯 사라졌었다.

“신기하군.”

왼손의 영향인가? 왼손과 씨름하느라 밤을 새웠는데도 오히려 피곤이 말끔히 가셔있었다.

똑똑.

그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조금 열린 문 사이로 얼굴을 들이민 건 김지훈이었다.

“진영이 형. 다 쉬셨어요?”

김지훈의 얼굴은 잠을 설친 듯 초췌했다. 동시에 궁금해 죽겠다는 얼굴이었다.

진영의 말을 듣고 싶어서 잠을 제대로 못 잔 모양이었다.

“형 힘드시면 천천히 오셔도 돼요.”

말과 달리 김지훈은 당장이라도 이야기를 듣고 싶은 듯 입술을 달싹였다.

“그래, 그럼 나가 볼까.”

20층의 거대 보스가 진영이 있던 자리로 날아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모든 플레이어들이 손도 제대로 못쓰던 그 보스가 증발하듯 없어졌다.

진영이 무슨 일을 벌였던 건지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야, 야! 그 사람 왔다!”

뒤쪽에서 염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람이 누군데요?”

“그 뭐냐, 우리한테 의뢰 줬던 사람. 리암 뭐시기.”

대예언가 리암 스미스.

진영에게 다크 스컬의 처리와 어둠의 해골의 회수를 의뢰했던 자였다.

어둠의 해골이 사라졌으니, 어젯밤 있었던 일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 나가 볼까.”

“정말요? 저희 형도 불러 올게요.”

“그래, 그래.”

김지훈이 눈을 빛내며 복도를 달려 나갔다.

의뢰소 안쪽에서는 염태준의 탄성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와! 미친! 야, 이진영 빨리 와 봐!”

* * *

코인.

멸망의 탑에서 사용되는 필수적인 재화.

정점에 오르고자 하는 플레이어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추구하는 목적 그 자체.

“뭐, 뭐야.”

은빛으로 빛나는 코인들이 가득 담긴 주머니가 의뢰소 안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이 사람 진짜 뭐하는 사람이었던거야?”

염태준이 입을 떡 벌린 채 리암스미스를 가리켰다.

처음 찾아 왔을 때의 누추한 행색을 벗은 그는 하얀 양복을 쫙 빼 입고 있었다.

지저분했던 리암의 수염은 깔끔하게 잘려 있었다.

해외의 잘 나가는 사업가를 연상케하는 모습이었다.

그의 남성 뒤로 수트를 입은 떡대들이 계속해서 코인 자루를 옮기고 있었다.

“말했잖아. 대예언가라고.”

리암 스미스의 푸른 눈이 진영을 발견했다.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팔을 벌려 보였다.

여전히 어눌한 말투로 직접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진영씨, 고생하셨습니다. 전부 진영씨 덕입니다.”

그는 근처의 의자를 끌어 자리에 앉았다.

“솔직히 말해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제가 부탁드린 것은 다크 스컬이 소유한 어둠의 해골의 회수였지 않나요? 제가 볼 수 있는 것도 거기까지였습니다. 그런데 아예 다크 스컬을 멸망의 탑에서 없애 버리실 줄이야!”

그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대예언가로서 대부분의 미래를 보아온 그에게 예측불허의 진영은 흥미 그 이상의 존재였다.

“당신의 업적에 비하면, 여기 이 코인들은 새발의 피일겁니다.”

흥분은 잠시였다. 감사를 표하는 리암 스미스의 눈빛이 깊어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저는 알고 있으니까요. 얼마나 큰일을 하신 건지.”

다크 스컬이란 조직이 미래에 벌일 악행과 테러, 잔혹하기 그지없는 사건들.

회귀 전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초월자가 배후에 있었기에.

그런 다크 스컬을 진영은 막아냈다.

“100만···. 100만 코인이라고. 이게 말이 되냐?”

떡대들이 들여온 코인 주머니를 세어보던 염태준이 혀를 내둘렀다.

구역 하나의 건물을 모두 구입할 수 있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어떠한 플레이어도 도달하지 못한 평균 능력치 7단계에 도달할 수 있는 양이기도 했다.

“제 조그만 성의 표시일 뿐입니다. 진짜 중요한 건 코인이 아니지요.”

리암 스미스의 말에 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중요한 것은 리암 스미스와의 연결 고리였다.

다크 스컬이 사라졌기에 그의 능력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었다.

“그보다···. 이제 슬슬 어제 있었던 일을 듣고 싶군요.”

초월자에 의해 차단된 정보는 리암도 알지 못한다.

때마침 김지훈과 김영훈도 도착해 코인 주머니를 구경 중이었다.

이야기를 꺼낼 타이밍이었다.

“여기 있는 모두가 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하는 게 끝이 아니었다.

멸망의 탑에서 향후 일어날 일에 대해, 이들도 알아 둘 필요가 있었다.

“다크 스컬의 배후에는 초월자라는 거대한 존재가 있었습니다.”

그 말에 염태준의 눈이 커졌다.

“역시 초월자라는 건 존재했던 거였어! 그러면 보물의 전설도 사실이라는 건가?”

“글쎄, 그건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지.”

리암 스미스는 진영의 말을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가면 인류는 멸망해. 탑의 바깥은 아포칼립스, 내부도 탑 공략은 절망적인 상황이 찾아온다. 초월자들은 탑의 공략되지 않도록 플레이어들을 억압하고, 우리는 거기에 저항할 만큼의 힘을 길러야 해.”

진영은 17층보다 더 높은 곳에서 왔다.

직접 말한 적은 없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절망적인 사실이었다.

이어서 진영은 어제 있었던 초월자의 내기에 대해 설명했다.

조커 카드를 뽑아, 20층의 보스를 불러 온 것 그리고 게임이 끝나며 자연스럽게 공략으로 이어진 것까지.

믿기 힘들지만 진영은 승리했고, 그 보상을 쟁취했다.

“초월자란 정말 실존했던 것이군요···.”

리암 스미스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는 여태까지 의문으로 품고 있던 먼 미래에 대해 결론을 내렸다.

그가 보았던 거대한 암흑.

그것은 인류의 멸망을 의미했다.

흥미로 어제의 이야기를 들으러왔던 김지훈과 김영훈도 무거운 분위기가 되었다.

진영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어렵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결국에는 탑을 공략하느냐 못하느냐의 이야기니까요. 앞으로는 더욱 공략이 빨라질 겁니다. 상대하는 적도 차원이 다를테고요. 그러니까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셔도 좋고, 저를 따라오셔도 좋습니다.”

“······.”

그때 이야기를 잠자코 듣던 염태준이 입을 열었다.

“뭐, 이 놈 말이 다 진짜라고 치고, 어차피 인류가 멸망한다고 치면···. 이진영 옆에 붙어 있는 게 제일 좋은 거 아니야?”

“그건 그렇네요.”

“그렇죠.”

김지훈 김영훈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무조건적으로 도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리암 스미스도 환한 미소와 함께 진영을 바라보았다.

심각하게 꺼낸 이야기였지만 염태준에 의해 가볍게 정리가 되는 분위기였다.

진영 또한 가볍게 미소지었다.

회귀 전 자신은 동료들에게 배신당해 죽었다.

믿고 있던 동료들은 그가 죽는 순간까지 그를 믿어 주지 못했다.

서로를 믿을 수 있는 동료가 있었다면 그 끝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제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 *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여기입니다. 찾기 어렵지는 않더군요.”

다크 스컬에 대해 의뢰를 부탁했던 ‘흑익’의 멤버 김서윤이 진영에게 고개를 숙였다.

동료의 원수를 갚아준 진영은 더 이상 외부인이 아니었다.

“감사합니다. 이제 잠시 뒤에 이곳의 정보를 퍼뜨려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 외로도 부탁하실 게 있다면 얼마든지 해주셔도 됩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한국 1위 까마귀 길드의 비밀 조직 흑익.

게이트를 직접 공략하지는 않지만, 정보를 모으는데에 있어서는 단연 탑에 드는 조직이었다.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지금 진영 일행은 20층 외곽에 숨겨진 거대한 문 아래에 서 있었다.

“와···. 20층 거주 지역은 진짜 별 게 다 있네요.”

등에 커다란 배낭을 맨 김지훈이 문을 올려다보았다.

거대한 문이지만, 멀리서 볼 때는 평범한 절벽으로 보인다.

흑익의 조사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찾을 수 있었다.

“이게 그 지름길이란 말이지···. 근데 저기 저 구멍은 뭐냐.”

거대한 문 아랫쪽에 사람 하나가 지나갈만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부순 듯 울퉁불퉁한 구멍이었다.

“주오령이겠지.”

“허, 진짜 미친 놈이네.”

염태준의 물음에 진영이 대답했다.

20층 보스 공략 당시 주오령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하나였다.

녀석은 진작에 다른 층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러면 우리도 저 구멍으로 들어가면 되는 거야?”

“아니,다른 플레이어들도 지름길을 이용하려면 문을 직접 열어야 해.”

탑의 각 플로어들은 서로 얼기설기 엮여 있다.

눈 앞의 거대한 문은 25층과 연결된 지름길인 셈이었다.

제대로 문을 개방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지만, 지금 진영에게 복잡한 절차는 필요 없었다.

진영은 인벤토리에서 열쇠 하나를 꺼내 문 앞으로 가져다 대었다.

[ 관리자의 열쇠가 사용자의 권한을 확인합니다. ]

[ 사용자가 가진 초월자의 권한을 확인했습니다. ]

쿠구구구···.

[ 해당 권한에 따라, 탑의 구조물을 움직입니다. ]

육중한 문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열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야, 꼬맹아···. 몇 개 담아봐. 팔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름답게 새겨진 석상들이 즐비한 신전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곳곳에 부서진 석상의 잔해도 상당히 많았다.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았더라면, 석상들이 일행을 공격했으리라.

그 신전의 중앙에는 거대한 신상이 새겨져 있었다.

진영의 경고하듯 말했다.

“이제부터는 플레이어들의 땅이 아니라, 성좌들의 땅이야. 어느 성좌가 도움이 될지 잘 골라야할 거야.”

[ 25층에 입장하셨습니다! ]

[ 탑 전역으로 플레이어들의 입장 소식이 알려집니다. ]

[ 충분한 성좌와 플레이어가 모일 때까지 미션 대기 상태가 이어집니다. ]

아직은 진영 일행 4명이 전부지만, 곧 흑익의 소식을 듣고 다른 플레이어들도 몰려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였다.

“허억···!”

“자, 잠깐만. 너, 뭐야. 그거?”

무심코 진영을 바라본 일행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눈가를 찌푸린 채,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내뱉었다.

“······?”

진영의 주변으로 백이 넘는 광채들이 번쩍이고 있었다.

쳐다보는 게 눈이 부실 정도로 환했다.

“아.”

그제서야 진영이 빛들의 정체를 알아챘다.

[ 이계의 근원이 당신을 후원하고 싶어 합니다. ]

[ 이계의 본질이 당신에게 단독 후원을 제시합니다. ]

[ 대다수의 이계 존재들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

이계의 존재들도 성좌의 일부로 취급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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