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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96화 (96/152)

다크 스컬(1)

“커허헉!”

목을 부여 잡은 마이클이 바닥을 거칠게 굴렀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아공간은 해제 된 상황.

그의 등줄기를 흐르는 따뜻한 기운.

마이클은 다시 한 번 치유 마법을 받고 있었다.

“미,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전부 말할게!”

그를 내려다보는 진영의 눈은 더 없이 차가웠다.

멸망의 탑을 오려 이 자의 손에 사라진 플레이어의 수만해도 백에 가까울지 모른다.

말 그대로 인간이길 포기한 존재. 그저 살인에 쾌감을 느끼는 괴물에 불과한 놈이었다.

더욱이 다크 스컬로 인해, 진영과 같은 범죄 계열의 클래스들은 셀 수 없는 차별을 받게 된다.

“지, 지금까지 내가 저질렀던 일 전부 말하면 되는 거지?”

마이클은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넙죽 엎드렸다.

진영은 마이클을 치유 시키고, 아공간에서 쥐어 패기를 몇 차례 반복했다.

마이클은 진영이 보통 놈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못 이겨, 절대 못이긴다고. 싹싹 비는 게 최선이야.’

치유를 해준다는 것은 일종의 기회였다. 아공간에서 기회만 잘 잡는다면, 마이클이 주도권을 가질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마이클이 진영을 넘어서는 일은 없었다.

“자, 다크 스컬이라는 범죄 조직의 간부였어.”

어둠의 맹약이 사라진 지금, 마이클에게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인데 소란이야?”

“어떻게 된 거래?”

“마이클이 뭘 어쨌는데?”

그 사이 마수들은 모두 정리 되어 있었다. 게이트 최후의 장소로 넘어가기 전, 플레이어들의 이목은 마이클과 진영에게로 집중 될 수 밖에 없었다.

맥 실버 또한 날카로운 눈빛으로 마이클을 바라보고 있었다.

“난 말이야, 사람을 죽이거나 내 마음 속에서 치솟는 욕망대로하지 못하면 몸을 주체할 수가 없거든? 그래서 지금까지 사람을 여럿 죽여왔어.”

갑작스런 고백에 그와 함께 했던 클랜원들이 술렁였다.

“너 머리라도 다쳤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마이클과 친하다고 생각했던 클랜원이 앞으로 나섰다.

그러나 몇 걸음 가기도 전에 맥 실버가 그를 제지했다.

“제이스, 그만.”

“클랜장···.”

마이클은 순간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해 볼까 싶었지만, 진영의 눈빛을 보고선 바로 단념했다.

다시 아공간으로 끌려가면 이제는 죽을지도 모른다.

그가 인벤토리에서 무언가를 꺼내 늘어 놓았다.

“미라···?”

“미친···.”

“뭐야?”

그 정체를 확인한 플레이어들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나한테 당한 희생자들···. 이런식으로 전리품을 모으거든. 클랜장을 배신하려고 했던 것도 별 뜻은 없었어. 그냥 내가 이런 놈이라 그런거지.”

공감과 감정의 결여. 전형적인 사이코 패스였다.

자신의 죄를 털어놓는 와중에도 마이클에게 후회의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멋쩍은 듯 미소를 지을 뿐.

좌중이 모두 경악하는 동안, 마이클이 소리쳤다.

“다 말했으니까, 이제 살려줘!”

“아직 다크 스컬의 본거지를 말하지 않았잖아.”

“3일 뒤 새벽, 공원 분수대 앞. 전체 소집이니까 무조건 있을 거야.”

그 때였다.

푸욱!

맥 실버의 검이 마이클의 심장을 정확히 꿰뚫었다.

“!”

“커헉!”

“클랜장!”

검을 쥔 맥 실버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네 녀석을 동료라고 생각했던 내가 부끄럽다. 동생과도 다름 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던 내가 한심해 질 지경이야.”

촤악!

맥 실버의 검이 뽑아졌다. 마이클은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바닥에 고꾸라졌다.

“이진영. 구해줘서 고맙다.”

조용히 검을 집어 넣으며 맥 실버가 감사 인사를 표했다.

진영의 일행이 아니었다면, 마이클에게 배신 당해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여기 살아 있는 모두가 진영 일행이 아니었다면 마수에게 당해 죽었을 것이다.

“정말 고맙다.”

맥 실버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실버 건의 멤버들 또한 천천히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고맙다.”

“덕분에 살았어.”

“고마워.”

그들을 시작으로 영국의 빅벤, 한국의 그랑블루와 레드 리버도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뭐라 감사 인사를 드려야할지.”

염태준은 쑥쓰럽다는 듯 볼을 긁적였다.

“이런 취급 받는 건 또 처음이네.”

“그러게 진작에 착한 일 좀하고 살지 그랬어요.”

“나 원래 굉장히 괜찮은 놈이거든?”

김지훈의 말에 염태준이 발끈하는 사이 진영은 쓰러진 마이클을 들어 올렸다.

“죽은 척하지 말고 일어나. 영훈씨 부탁합니다.”

“끄으윽···.”

죽어가는 마이클이 눈이 진영을 향했다.

따스한 기운이 그의 몸을 파고 들었다.

쉽게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 그만하면 됐잖아. 살려줘···.”

그 말에 진영이 무슨 소리냐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아니지, 다크 스컬을 찾을 때까지는 우리랑 같이 있어야지.”

마이클의 눈이 공포로 가득 물드는 순간이었다.

* * *

“야, 넌 또 어디서 그런 아이템을 얻어왔냐?”

완전 포박된 마이클을 끌고 가던 염태준이 진영에게 물었다.

잠시 무슨 소린가 했지만,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게 있지.”

원거리 스틸에 대한 이야기였다.

염태준이나 다른 플레이어들은 진영을 여전히 회귀자 클래스로만 알고 있다.

즉 도둑 클래스나 사용하는 스틸 스킬을 사용할 거라곤 생각치도 못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함께 해 온 김지훈은 어느 정도 눈치 챈 모양이지만.

‘Lv2로 오르고 나서부터는 원거리 스틸이 가능해졌으니 더욱 알아채기 힘들겠지.’

염태준의 입장에서는 진영이 다양한 아이템을 활용하는 걸로만 보였다.

“하여튼, 대단한 놈이야.”

자세히 생각해 봤자 머리만 아플 뿐이었다.

“그나저나 저기만 넘어가면 보스가 있다는 거지?”

“그럴 겁니다. 강력한 마력이 느껴져요.”

대답한 것은 김영훈이었다. 빛의 사제 클래스로서 무언가가 느껴지는 게 있는 모양.

김영훈은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바깥에 있는 대형 악마와 기운이 비슷한 걸로 봐서는···.”

“대형 악마의 분신일겁니다.”

진영의 말에 김영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영 일행을 필두로 뒤따르는 4개의 클랜.

공략에 실패할 뻔 했었지만 여기까지 왔다면 돌아갈 수 없었다.

‘끝장을 본다.’

그러나 그 형태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실버 건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무리가 이제는 진영 일행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누구도 여기에 반문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마수 사냥에서 보여주었던 압도적인 실력 덕이었다.

“작전은 따로 있는 건가?”

보스 방에 입장하기 전에, 맥 실버와 다른 클랜의 우두머리들이 진영의 옆으로 다가왔다.

“일단 들어가기 전에 다시 저희 멤버가 모두에게 버프를 드릴 겁니다.”

악마와 반대 되는 빛 속성 버프를 받으면 공략은 한결 수월해진다.

공략대장들은 크게 놀라는 눈치였다.

“아까부터 계속 버프와 치유를 반복하느라 마나가 많지 않을텐데···. 대단하군.”

“공략이 끝나면 그 쪽 버퍼하고 꼭 만나보고 싶군.”

“저희는 짐꾼 클래스의 그 분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해방된 보물로 강화된 능력은 진영의 상상 이상이었다.

파티원들 모두가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고 있었으므로.

“지금은 공략에 집중해주시죠.”

보물의 남용은 금지였지만, 보물에 심취하지만 않는다면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진영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작전의 나머지를 설명했다.

“이렇게만 하시면 클리어 될 겁니다.”

* * *

[ 보스의 분신이 처치 되었습니다. ]

[ 20층을 지키는 악마 ‘가우 데빌’이 약체화 됩니다. ]

쿠구구구···!

20층에 위치한 모두의 얼굴 위로 푸른 정보창이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300m 크기의 거대한 악마가 점차 줄어 들기 시작했다.

“나, 나왔다!”

“공략 성공인 것 같은데?”

“실버 건이다! 그랑블루도 있어!”

붉은 게이트 바깥으로 플레이어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오고 있었다.

내부에서의 치열한 사투를 알리듯 그들의 갑옷과 머리는 피투성이였다.

“레드 리버, 빅 벤까지!”

“4개 클랜 동시 공략! 굉장하군!”

모두의 시선이 레드 게이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번 공략의 주역이 분명할 맥 실버를 찾는 눈길들이었다.

‘맥 실버의 주가가 한층 더 올라가겠어.’

‘매번 전설을 써내려가는군.’

‘역시 세계 최강은 맥 실버가 틀림 없지.’

기자 클래스를 가진 플레이어들이 몰려들고, 공략 소식을 듣고 달려온 플레이어들도 모여들어 게이트 근처는 인산인해였다.

“한마디 해주시죠!”

“이번 공략 어떻게 하셨습니까!”

“실버 건 덕분입니까?”

평소였다면 귀찮다며 군중을 헤치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러나 맥 실버는 굳이 근처에 있는 음성 증폭기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번 클리어는 전부 이진영이라는 플레이어와 그의 동료들 덕분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멸망의 탑 밖에서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웅성웅성.

그의 말에 플레이어들이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이진영? 또 그 플레이어인건가.’

‘그 회귀자! 대단한데?’

한국 플레이어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게 누군데?’

‘바깥에서 동영상으로 화제가 된 사람?’

‘처음 듣는데 누구야? 한국인?’

외국 플레이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맥 실버가 주의를 끄는 동안 진영 일행은 빠르게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나왔다.

그들의 옆에는 실버 건의 마이클도 함께였다.

염태준과 어깨동무를 한 그를 의아하게 여기는 자들은 없었다.

‘게이트에서 친해졌나?’

‘실버 건 멤버들 친화력 좋은 건 알아 줘야지.’

마이클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진영 일행을 뒤따랐다.

* * *

- 이번 다크 스컬 본거지에는 나 혼자 갈게.

- 네.

- 그래.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진영을 믿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래도 말리는 척은 할 줄 알았는데.’

레드 게이트 공략 시에 마수들 틈에서 보여준 진영의 무력.

그것은 이미 플레이어의 수준을 넘어 있었다.

맥 실버가 한 마리를 힘들게 상대하는데, 진영은 아무렇지 않게 죽여대고 있었으니.

일행이 무감각해지는 것도 당연했다.

“여기야. 여기서 만나기로 했었어.”

달이 떠오른 새벽녘.

진영은 마이클을 앞세우고 20층 C구역의 공원 앞으로 나왔다.

“이제 된 거 아니야? 나는 풀어줘도 되잖아.”

“아직이다.”

“······.”

진영의 차가운 음색에 마이클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공원은 한적했다. 시간대도 시간대지만, 아직 이 넓은 구역을 가득 채울만큼 플레이어들이 올라 오지 않았다.

비밀 조직이 움직이기에는 그만큼 적절한 시기였다.

부스럭.

공원 근처의 수풀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튀어 나왔다.

그걸 신호로 어딘가에 숨어 있던 검은 인영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간부 길버트, 소집.”

“간부 레이카, 소집.”

“간부 스티어, 소집.”

진영이 옆구리를 찌르자, 마이클도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간부 마이클 소집.”

스르륵.

네 개의 목소리가 전부 들리자,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스터 화이트 보이스. 이걸로 다크 스컬 핵심 간부 전 인원이 모였군.”

다크 스컬의 수장 화이트 보이스 하얀 가면을 쓰고 있었다.

길쭉한 키와 몸에 걸친 정장이 썩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아니지, 마이클은 맹약에서 벗어났으니 간부가 아닌가?”

“크윽······.”

마이클은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듯 몸을 꿈틀거렸다.

진영은 마이클을 놔주었다.

“나, 난 이제 관련 없어. 난 빠지겠어!”

마이클이 뒤돌아 걸어나가려는 그 순간.

촤악-!

그의 등줄기에서 붉은 피가 치솟았다.

털썩.

쓰러진 마이클에게서 진영은 시선을 떼었다. 다크 스컬은 배신을 용납하지 않는다.

“대신 불청객께서 우리와 함께 하실 예정인 것 같군.”

다크 스컬의 대장 화이트 보이스.

그의 표정은 하얀 가면 뒤에 감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의 의도를 읽기라도 한 듯 나머지 간부들이 자신들의 무기를 들어 올렸다.

달빛에 간부들이 들어 올린 무기의 날이 번들거렸다.

“용건이 어떻게 되시는지?”

진영은 답하지 않고 단검을 꺼내 들었다.

신화급 단검 ‘던 브레이커’의 붉은 검날이 낮게 진동했다.

다크 스컬의 일원들은 이미 마이클의 계약이 끊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거다.

그 결과 그들이 정한 행동은 진영의 살해.

즉, 그들은 도망갈 생각이 없었다.

자신들이 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므로.

‘그렇게 나와주면 나야 고맙지.’

진영은 느릿하게 왼손을 뻗었다.

무기를 쥐지 않은 왼손 끝에 푸른 빛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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