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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94화 (94/152)
  • 도둑 잡기(3)

    이번 공략은 특별했다.

    조사대 없이 바로 시작되는 공략.

    플레이어들은 게이트 내부에서 어떤 마수가 등장하는지,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할지 전혀 몰랐다.

    그래도 맥 실버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세계 최강의 클랜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부족한 정보는 개인의 무력으로 메꾸면 그만.

    실제로 그 방식은 꽤나 효과적이었다. 그들이 최강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그러나 레드 게이트는 달랐다.

    촤아악!

    맥 실버가 오른팔에 상처을 입으면서 마수 하나의 처리를 끝냈다.

    뒤를 돌아보자 펼쳐진 것은 아비규환의 전쟁터.

    ‘여기까지인가.’

    다른 클랜들이나, 자신의 부하들에게서도 부상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목숨을 잃은 플레이어도 있을 것 같았다.

    한 수 물러난다면 여기였다.

    ‘아쉽지만, 다시 도전하는 수 밖에.’

    애시당초 레드 게이트에 도전한 이유는, 각국의 클랜들 앞에 자신들의 힘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목적이라면 달성했다.’

    맥 실버가 이끄는 실버 건은 눈에 띄게 강했다.

    다른 클랜들도 충분히 보았을 것이다.

    비록 단 번에 게이트를 공략하지는 못했으나.

    맥 실버는 실리를 챙길 줄 아는 자였다. 겉으로는 무모한 듯 보여도 현 상황을 적절히 파악해 올바른 결과를 도출해 낸다.

    지금은 도망쳐야할 때였다.

    “실버 건은 여기까지하고 게이트를 빠져나간다!”

    때문에 맥 실버가 후퇴를 외쳤을 때, 그의 부하들은 단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후퇴해! 공략은 여기까지다!”

    “부상자는 데려가!”

    다섯 개의 클랜 중에 가장 강한 실버 건이 후퇴를 지시했다.

    나머지 4개의 클랜의 결정도 비슷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랑블루 후퇴!”

    “레드리버, 부상자를 엎어라!”

    “빅 벤, 빅 벤도 실버 건의 뒤를 따라가!”

    단 하나의 무리를 남긴 채, 클랜들은 모두 퇴각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카앙! 카앙!

    다른 플레이어들이 마수의 칼날을 막아내며, 도망갈 수 있는 길을 열어내는 와중에도 진영 일행은 담담히 마수들과 싸우고 있었다.

    “응?”

    이를 이상하게 여긴 맥 실버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들은 촉수 마수를 압도하고 있지는 않았으나, 부상자는 일절 없는 상태로 전투를 지속해 나가고 있었다.

    ‘다른 생각이라도 있는 건가.’

    맥 실버의 눈이 잠시 가늘어졌었지만 이내 그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 있는 모든 클랜들이 철수한다면 진영의 일행도 물러서는 수 밖에는 없다.

    다른 마수들 모두가 그들을 노릴테니까.

    “저기 구멍으로 가면 왔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침착하게 움직여!”

    기력이 남은 자들이 검을 휘둘러 마수들의 진격을 막고, 구멍을 순서대로 빠져나간다.

    도망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마수들의 크기는 구멍보다 훨씬 컸으니까.

    “다음 웨이브가 온다! 서둘러!”

    벽면 곳곳에 있는 붉은 구멍을 통해서 꿀렁꿀렁 마수들이 솟아나고 있었다.

    도망친다면 지금 밖에는 없었다.

    그러나 맥 실버는 모르고 있었다.

    다크 스컬의 간부가 자신의 클랜원이라는 것을.

    “마, 막혀 있는데?”

    “여기 말고 길이 있던가?”

    그 자리에 있는 40명 가량의 클랜원들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클랜원 모두가 분명히 지나왔던 길이, 무너진 돌들로 완벽하게 막혀 있었다.

    “돌아갈 길을 찾아!”

    유일한 출구가 막혔다. 플레이어들이 분주해졌다.

    그런 분주함 속에서 유일하게 마이클만이 미소 짓고 있었다.

    막힌 출구는 그의 작품이었다.

    ‘재밌군, 재밌어.’

    다크 스컬의 간부 마이클.

    그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맥 실버가 고전하며 상대했던 마수조차, 자신의 눈에는 애들 장난으로 보일 뿐이었다.

    이번 기회에 완전히 확인했다.

    숨겨온 자신의 힘은 이미 클랜장을 아득히 뛰어 넘었다.

    이제 이 상황은 자신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 슬슬 움직이면 되겠어.’

    마이클은 자신의 목걸이를 꺼내들었다.

    * * *

    “없어! 없다고!”

    “싸워야 돼!”

    “저 괴물들하고 싸운다고?”

    “그러면 어쩔 건데?”

    갑론을박이 오고 가는 급박한 상황.

    플레이어들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맥 실버 또한 선택을 내려야했다.

    “실버 건이 마수들을 저지하고, 나머지 클랜은 돌아가는 길을 다시 복구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수였다. 머뭇거리던 부하들도 맥 실버의 한 마디에 눈빛이 변했다.

    “그래야, 이래야 실버 건이지.”

    “아까 제대로 힘을 다 못쓴 것 같아서 아쉬웠는데 잘 됐어.”

    “폼 잡기는. 나는 세 마리는 잡고 가야겠다.”

    마수들은 그들보다 강했다. 다시 싸우면 이길 자신도 없었다. 그럼에도 실버 건의 클랜원들은 허세를 떨며 앞으로 나섰다.

    맥 실버 또한 무기를 세차게 휘두르며 달려나갔다.

    그의 시선이 마수 너머를 향했다.

    ‘이진영의 일행들은 마수에 둘러 쌓인 모양이군.’

    도망칠 타이밍을 놓친 것인가?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지금 눈 앞에 닥쳐드는 마수들을 막기만도 벅찼으므로.

    대화라도 한 번 나눠보고 싶었건만.

    콰아앙!

    실버 건 여덟 명과 붉은 촉수 마수 다섯이 격돌했다.

    맥 실버는 다쳤던 오른팔에 포션을 들이 부으며 검을 휘둘렀다.

    카앙! 카앙!

    마수들은 다수의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았다.

    그들의 머리 위로 솟아난 촉수에 달린 칼날 탓이었다.

    자유자재, 전 방향에서 날아드는 칼날은 위협적이었다.

    “우리 목적은 녀석을 쓰러뜨리는 게 아니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칼날이 다시 발목을 노리고 휘둘러진다.

    인간과 달리 준비 동작이나 불가능한 동작이 없기 때문이었다.

    “버티기만 해라! 다치지 않는데 주력해!”

    그렇다고 해서 위력이 낮은 것도 아니었다. 스치기만해도 치명상으로 이어지는 속도와 파괴력이었다.

    촤악!

    마수의 칼날에 누군가의 팔 하나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스티브!”

    “괜찮아!”

    실버 건의 멤버 다웠다.

    스티브는 치명상을 입고도 눈에 불을 켜고 마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래야 실버건이지!”

    맥 실버도 스티브의 공격에 맞춰 맹공격을 퍼부었다.

    콰과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 빠르게 맥 실버의 검이 휘둘러지고 있었다.

    연달아 공격을 막던 마수의 칼날이 따라가는 게 벅찰 정도.

    마수의 촉수가 점차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서걱-!

    맥 실버의 검이 촉수를 잘라냈다. 그 다음은 간단했다.

    무기를 잃은 촉수 마수는 일방적으로 맥실버의 검에 잘려나갔다.

    “출구 쪽은 아직 멀었나?!”

    가장 중요한 건 출구 쪽이었다.

    마수들의 수는 계속해서 들어나고 있었다.

    이미 그들의 앞은 마수들로 꽉 차 있었다.

    더 이상은 막는 게 어려웠다.

    “······.”

    뒤쪽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맥 실버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그가 절망하는 것도 당연했다.

    크르르르···.

    머리 부분에서 뻗어나온 두 개의 촉수.

    두 개의 칼날을 가진 검은색 마수에 의해 다른 클랜원들은 모두 바닥에 누워 있었던 것이다.

    “끄으으···.”

    “이런···.”

    “클랜장···.”

    아니, 다른 클랜원들이 아니었다. 실버 건의 부하들 또한 여지 없이 치명상을 입은 채 바닥에 누워 있었던 것이다.

    ‘고작 한 마리 때문에?’

    꿀꺽.

    검은 촉수 마수를 바라 보는 맥 실버의 목을 타고 마른침이 넘어갔다.

    뒤쪽에서는 마수들이 득실 거리고, 모든 클랜이 당한 지금.

    희망은 없었다.

    “하, 웃기는 일이군.”

    그럼에도 맥 실버는 검을 들어 올렸다.

    * * *

    콰앙!

    두 개의 촉수를 가진 마수는 공격의 가짓수가 더욱 다양했다.

    그의 검은 촉수가 뻗어 올 때마다, 맥 실버는 심장이 철렁해지는 기분이었다.

    ‘빠르게 승부를 못보면 내가 죽는다.’

    기이잉-!

    맥 실버의 검에 붉은 기운이 모였다.

    그의 클래스는 ‘검제’.

    날렵하게 움직이는 그의 검은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었다.

    그러나 검은 촉수의 쌍검의 보여주는 움직임 또한 가히 현실적이지 않았다.

    카앙! 카앙! 카앙!

    붉은 빛을 내며 치열하게 오고가는 공방 속에서 맥 실버는 숨을 참았다.

    숨을 쉬며 생기는 한 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 치열한 승부였다.

    ‘조그마한 틈. 조그만한 틈만 있으면 된다.’

    실력 자체는 완전한 호각.

    촉수 괴물도 생명체다. 분명 어딘가에 틈이 있을 터.

    어지럽게 쏟아지는 공격 속에서 맥 실버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콰직!

    단검 하나가 촉수 괴물의 옆구리를 정확히 찔렀다.

    괴물의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둔해졌다.

    예상치 못한 행운이었다.

    “클랜장, 지금입니다!”

    상처를 입은 척 쓰러져 있던 마이클이 몸을 일으켜 세우며 괴물을 노린 것이다.

    “좋았어, 마이클!”

    콰악!

    마력으로 붉게 달아 오른 맥 실버의 검날이 촉수 괴물의 중심을 파고 들었다.

    검은 뜨거운 철이 플라스틱을 녹이듯 괴물의 몸을 관통했다.

    촤아아악!

    검은 피가 하늘 위로 솟구치며 마수의 죽음을 알렸다.

    그러나 승리에 취해 있을 시간은 없었다.

    출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모두가 죽는 건 시간 문제였다.

    “마이클, 아직 더 움직일 수 있겠냐? 내가 빠르게 출구를 만들테니, 잠시라도 마수들을 견제 해라.”

    “얼마든지요.”

    다크 스컬의 간부. 마이클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미소 짓고 있었지만, 그 이유는 하나였다.

    ‘차라리 맥 실버가 죽는 건 어떨까?’

    그런 미친 충동이 그의 머리를 뒤흔들고 있었다.

    상황이 극한으로 치달은 지금이 절호의 시기였다.

    ‘맥 실버는 나보다 약해.’

    검은 촉수 괴물의 옆구리를 칠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괴물이 방심해서가 아니었다.

    마이클이 녀석이 예측할 수 있는 움직임보다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레드 게이트의 유일한 생존자···. 마이클이라. 나쁘지 않군.’

    그럴만한 난이도였다. 맥 실버와 실버 건이 무력하게 당할 정도였으니까.

    “뭐하는거냐? 가서 마수들 주의나 끌라니까!”

    소리치는 맥 실버의 목소리는 더 이상 마이클에게 닿지 않았다.

    그는 목걸이를 손에 쥔 채 맥 실버에 다가갔다.

    “아뇨,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끝나고 해라! 이 상황에 무슨!”

    맥 실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무슨···?”

    마이클의 검이 맥 실버의 옆구리를 정확히 뚫고 들어갔다.

    동시에 맥 실버가 피를 토해냈다.

    있을 수 없는 동료의 배신에 그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왜?”

    “좋아서 하는 일에 이유가 어딨습니까.”

    맥 실버도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 않았다.

    그의 검이 곧장 마이클을 향했지만.

    까앙!

    마이클은 가볍게 왼편에 차고 있던 단검을 꺼내, 검을 막아냈다.

    콰악!

    그리고 단검을 맥 실버의 옆구리에 다시 한 번 박아 넣었다.

    일련의 동작이 맥 실버의 인지 능력을 뛰어 넘어 있었다.

    “어차피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은 모두 죽을테니, 죽는 방식이야 아무래도 좋겠지만.”

    마수들의 방해는 성가시다.

    마이클이 분절의 목걸이를 꺼내 들었다. 사용자와 대상을 잠시 동안 격리된 아공간에 가두는 목걸이였다.

    이걸 사용하면 클랜장을 마음껏 유린 한 뒤, 마수 밥으로 던져 줄 수 있다.

    최강이었던 사내를 자신의 손으로 뛰어 넘게 되는 것이었다.

    마이클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목걸이를 사용했다.

    “응?”

    마이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목걸이가 작동하지 않았다. 아니, 작동하기는 커녕 목걸이 자체가 어딘가로 사라져 있었다.

    “맥 실버씨!”

    뒤 쪽에서 맥 실버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흐려지는 맥 실버의 시야 사이로 마수들이 터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마수를 단숨에 도륙내며 뛰쳐 나오는 검은 갑옷.

    “뭐가, 뭐가? 어떻게 된거지? 저 놈들 뭐야?”

    동영상에서 보았던 압도적인 모습 그대로, 진영은 근처의 촉수 마수들을 아무렇지 않게 베어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촤악! 촤악!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시원하게 마수들이 갈려 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보조하며 따라오는 일행.

    푸슉.

    마이클은 맥 실버에게 꽂았던 단검을 다시 뽑아 들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목격자는 살려줄 수 없지.’

    그러나 다음 순간.

    “!?”

    그의 손에 들고 있던 단검조차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검은 갑옷이 이쪽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연관성을 찾아낼 정도의 행위가 아니었다.

    “거기까지다. 다크 스컬의 간부 마이클.”

    칠흑의 갑옷이 마수의 파도를 뚫고 마이클과의 거리를 단숨에 좁혔다.

    “무슨?!”

    “분절의 목걸이 발동.”

    없어졌던 목걸이는 갑옷을 입은 동양인 플레이어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화아악!

    일대의 공간이 검은 아공간으로 뒤덮혔다.

    이 공간에 있는 건 오직 진영과 마이클 둘 뿐.

    “뭐야? 네 놈은 뭐냐?”

    당황한 마이클의 눈빛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눈 앞의 상대는···. 무언가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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