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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93화 (93/152)

도둑 잡기(2)

“찾기는 찾았는데···. 영 아닌 것 같단 말이야.”

염태준이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아니, 맞아.”

반대로 진영은 단호했다.

염태준은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

“실버 건의 멤버 중 하나가 다크 스컬의 일원이라는 게 말이 돼?”

그런 반응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염태준은 다크 스컬도, 대예언가도 알지 못한다. 그 둘 모두가 위세를 떨치기 이전의 상황. 반면 맥 실버가 이끄는 ‘실버 건’ 클랜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클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지훈과 김영훈도 의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영이 말한 것 중에 틀린 게 있었던가.

‘실버 건 내부에 다크 스컬 간부가 존재한다.’

진영이 대예언가조차 쉽사리 알지 못하는 다크 스컬의 행적을 알 수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미래에서 얻은 정보.

99층까지 오르며 각종 단체와 인물의 시작과 끝을 직접 듣고 지켜보았다.

정확한 얼굴까지는 몰랐지만 염태준의 도움으로 클래스를 확인한 순간부터 특정 짓는 것은 간단했다.

‘월드 에리어 최초의 게이트가 열렸으니, 실버 건이 참가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각자의 국가에서 멸망의 탑을 공략하던 클랜들이 한 곳에 뭉쳤다.

그들 모두가 여지껏 자신들이 최고라고 외쳐왔다.

그러나 장소가 나뉘어져 있는 한 누가 최고인지 가리는 건 어렵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국가가 한 군데에 모인 지금, 레드 게이트는 최강의 클랜을 가릴 최적의 장소이자 기회였다.

‘실버 건은 공략에 빠질 일이 더더욱 없으니까.’

남은 것은 꼬리를 잡아, 놈의 거처를 알아내는 것 뿐.

“어, 이제 우리 차례에요!”

“일단은 들어가서 생각합시다.”

드디어 그랑블루의 차례가 되었다.

미리 말해 둔 대로 진영 일행은 그들과 함께 게이트 내부로 입장할 수 있었다.

맥 실버가 이끄는 실버 건은 먼저 게이트 내부로 들어갔다.

“뭐, 그 놈이 범인이라고 해도 우리가 따라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 물론 따라잡고 나서도 문제지만.”

게이트 내부는 생물의 몸 속을 연상케 하는 붉은 빛의 동굴이었다.

시작부터 동굴은 수십 가지 길로 나뉘어져 있었다.

입장하고 나서 아직 출발하지 않은 클랜도 많이 있었다.

“실버 건은···. 이미 떠난 모양이네. 그보다 저것 좀 봐라.”

염태준이 진지하게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가락은 다른 클랜의 멤버를 향해 있었다.

정확히는 그 플레이어가 입은 갑옷을 향해 있었다.

“그레이 잭슨의 가이아의 갑옷! 때깔이 미쳤군. 게다가 그 옆에 있는 건 잃어버린 영웅의 검이잖아? 저런 진귀한 물건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염태준은 홀린 듯 플레이어들의 아이템을 훑고 있었다.

“내노라하는 클랜들이 모여서 그런지 아이템 종류부터가 다르네.”

심지어는 진영이 모르는 아이템까지 속속들이 꿰고 있었다.

보물에 관심을 가지면서 아이템에 관심이 끊긴 줄 알았더니 착각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해외 아이템들은 좀 다르지 않아요?”

“멸망의 탑에서도 주기적으로 발간되는 신문이 있었거든. 아이템 관련된 정보는 빼놓지 않고 살폈지.”

김지훈의 물음에 염태준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런 게 있었어요?”

“있었지. 지금도 나오고 있을 걸.”

기자 클래스를 가진 플레이어들이 조직적으로 발간하는 신문이었을 거다.

“그러고보니 너도 새 갑옷을 입고 있었네.”

이제서야 확인했다는 듯 염태준이 진영을 위아래로 훑었다.

칠흑의 갑옷 또한 신화급 아이템.

물론 진영은 정보차단 히든 피스를 가지고 있기에 염태준이 직접 확인할 수는 없다.

염태준은 대충 견적을 재더니, 자신에 차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보이긴해도, 가이아의 갑옷에는 안되지.”

“······.”

“그보다 아이템 이야기하다 생각났는데, 아까 봤던 다크 스컬 그 놈 있잖아, 신기한 아이템을 하나 가지고 있던데.”

“신기한 아이템?”

“그래, 희귀한 건 아닌데 좀 신기한 녀석이지.”

신기한 아이템.

그 말에 진영의 눈빛이 빛났다.

* * *

무질서와 혼돈.

다크 스컬이 추구하는 목표를 가장 잘 나타낸 두 단어라고 볼 수 있었다.

‘간만에 게이트 공략이군.’

실버 건에 속하면서, 동시에 다크 스컬의 간부 자리를 겸하고 있는 마이클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슬슬 몸이 근질근질하던 차인데 잘 됐어.’

그는 계획이나 예정을 세우는 사람은 아니었다. 즉흥적으로 떠오르는대로 사건을 일으키는 분탕종자에 가까웠다.

그러나 철저했다. 때문에 들키지 않았다.

멸망의 탑을 오르며 그가 가지고 있던 도덕적 관념은 닳고 달아 희미한 수준에 이르렀다.

‘걸리지만 않으면 무슨 짓을 하든지 상관 없다는 거지.’

이미 수십 건의 살인을 반복해 온 그에게 이제 살인과 같은 범죄 행위는 놀이나 마찬가지였다.

다크 스컬의 간부직을 겸하고 나서부터는 그의 ‘놀이’가 더욱 쉬워진 기분이었다.

마이클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우리 클랜에도 위기 의식을 좀 심어주고 싶은데.’

그것은 마이클 나름의 선의였다. 오랜 시간을 실버 건에 몸 담으며 마이클은 나름대로 자신의 클랜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동료 몇 명 정도 죽으면 충분 하겠지.’

일반인은 상상조차 하지 않을 방식의 사고가, 마이클의 두뇌에서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다크 스컬다운 사고방식이었다.

‘그렇다면 틈을 좀 찾아야겠는데.’

그들은 실리나 이익을 취하기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 악당들과는 결이 달랐다.

‘맥 실버 클랜장은 여기까지 쉽게 올라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그건 오산이야. 우리가 유유자적하게 커피숍을 드나들 듯 게이트를 공략해 온 건 아니거든.’

층수가 오를수록 마수들의 지능과 힘은 커져만 간다. 전투가 한창이되면 각자의 싸움에 정신이 팔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 세계적인 클랜이라 할지라도 예외는 없었다.

‘마수들의 수가 충분히 불어나면, 그 때를 노리면 되겠어.’

지금껏 마이클이 살펴 본 결과, 맥 실버의 실력은 알려진 것만큼 출중하지 않다.

동료와 기막힌 협업으로 과대평가 된 것일 뿐, 개인의 무력은 상상할 수 있는 범위 내다.

‘내 진짜 실력조차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는데, 좋은 점수를 주긴 힘들지. 그런 클랜장에게 내가 제대로 위기가 뭔지 알려줘야겠어.”

마이클은 자신이 끼고 있는 목걸이를 매만졌다.

“위험해!”

“모두 침착하게 움직여!”

마이클의 예상은 정확했다. 동굴 안쪽으로 들어설수록 전투는 거칠어졌다. 나타나는 마수의 수와 강함도 차원이 달라지고 있었다.

“죽여!”

“치고 나오는 거 조심해!”

대열은 무너지고, 클랜원들은 각자의 전투로 빠져든다. 물론 이것은 실버 건 특유의 싸움 방식이기도 했다.

결국 극한까지 치달은 전투 속에서 믿을 수 있는 건 개인의 판단 뿐이었다.

개인의 강력함이 모여, 실버 건이라는 최고의 집단을 만드는 것이었다.

쿠우우웅!

방대한 마력이 분출되며 큰 폭발을 일으켰다. 징그러운 모습의 생물 마수 다섯 마리가 한꺼번에 처치되었다.

“와아···.”

“역시 맥 실버.”

“게이트 공략은 실버 건이 하겠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근처 클랜의 플레이어들이 감탄을 내뱉었다.

중간 쯤 되는 길에 들어서자, 나뉘어졌던 길들이 다시 합쳐지고 있었다.

실력있는 클랜들이 서로서로 합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봤어? 이게 우리 클랜장이야!”

실버 건 중 한 명이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연이은 클랜들의 합류로 마수들은 의외로 금방 정리되었다.

마이클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조금 더 기다려 볼까. 이 게이트의 형태는 점차 강한 적을 내보내며 실력있는 클랜들만을 남기는 방식이야. 기다리면 더 강한 적이 나타나겠지.’

그 틈을 노리면 충분히 하나 둘 쯤은 암살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뭐, 안되면 안되는 거고.’

이 모든 것은 즉흥적인 놀이에 불과했다.

실패하더라도 상관 없는, 패널티 없는 놀이.

* * *

‘이거 쉽지 않은데···.’

맥 실버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새겨졌다.

콰앙! 쿠웅! 콰직!

뒤에서는 부하들의 전투가 한창이었다. 마수들은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처음에는 일격에 다섯을 날리던 맥실버의 공격이 이제는 고작 하나를 간신히 쓰러 뜨리는 정도.

심지어 마수들은 쉴 틈을 주지 않고, 구멍 곳곳에서 솟아난다.

그들을 따라오던 주변 클랜들도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이제 남은 클랜은 고작 5개.

정말 실력 있는 자들만이 남았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쿠우웅!

거대한 굉음을 끝으로, 밀려들던 마수들의 기세가 주춤해졌다.

플레이어들에게 주어진 휴식 시간이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 휴식 시간.

맥 실버는 전력을 파악해 두고 싶었다.

‘실질적인 리더는 우리 실버 건이 되겠군.’

그것은 편애나, 독단이아니었다.

남은 체력과 전투력을 고려한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각 클랜을 운용할 지도 생각해 놔야겠다.

“영국, 빅 벤 클랜.”

“한국, 레드 리버 클랜입니다.”

“한국, 그랑 블루입니다.”

“한국, 저희도 그랑 블루 소속입니다.”

현재 20층 월드 에리어에 도달한 국가는 한국, 영국, 러시아, 미국 총 네 나라였다.

‘흐음···.’

언어의 장벽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게이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서로의 말을 이해 할 수 있었으니까.

‘한국이 강세긴한데, 아까 싸우는 모습을 보면 영 신통치 않아.’

사실상 자신의 클랜인 실버 건이 앞에서 위험한 일을 전부 부담하고 있었다.

살아 남았다고 해서 그들과 실버 건의 수준이 같단 의미는 아니었다.

“자신 없는 클랜들은 지금 이 자리에서 돌아가는 게 좋겠는데? 여기까지 뚫고 왔다는 것만 해도 자랑할 정도는 되니까.”

도발적인 말이었지만, 반발하는 클랜은 없었다. 맥 실버의 성격은 원래 이렇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자극이 되고 있었다.

“농담이 아니라, 발목 잡을 놈들은 미리 빠지는 게 좋을거야.”

솔직히 쓸만한 인재가···.

그렇게 생각하며 클랜들의 면면을 자세히 훑어보는 맥 실버의 눈에 익숙한 청년이 보였다.

‘오, 저 사람은···.’

왜 지금까지 몰랐나 싶었다. 비록 그의 무위를 본 것은 동영상에서였기는 하지만, 흥미가 동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맥 실버가 눈치채지 못했다는 건 두드러지는 실력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동영상이 너무 과대하게 포장되어 있던 건가.’

그래도 식사를 같이하기로 한 사이 아니던가.

맥 실버가 그대로 이진영에게 말을 걸려는 그 때였다.

콰아아앙!

붉은기를 띈 동굴이 부숴졌다. 부숴진 틈새 사이에서는 피투성이의 마수들이 튀어나왔다.

사족보행을 하는 머리 없는 사자.

녀석들은 머리에서 돋아난 자신의 촉수에 날카로운 칼날을 하나씩 달고 있었다.

“일단 처치하고 다시 얘기하자고!”

콰앙!

맥 실버의 검과 마수의 칼날이 격돌했다.

찌르는 듯한 마력이 맥 실버의 검을 울렸다.

동시에 그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놈, 강하다.’

지금까지 맞서왔던 어떤 마수들과도 차원이 다른 놈이 나타났다.

스스스-!

한 놈과 맞대결을 펼치는 맥 실버의 주변 시야로 열 마리가 넘는 마수들이 지나갔다.

맥 실버의 이마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너무 많다!’

자신도 한 마리를 상대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정도다. 그렇다면 그들의 부하는? 다른 클랜들은?

아니나 다를까 곳곳에서 비명이 울려퍼졌다.

“크아악!”

“끄악!”

“조심해!”

“으아아!”

열 마리가 넘는 마수들이 촉수에 달린 칼날을 하나 휘두를 때마다, 플레이어들의 피가 흩날렸다.

천하의 맥 실버조차 보고 있는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마수를 상대하는 게 최선이었다.

‘그래, 클랜장이라고 해봤자 겨우 이 정도지.’

그런 아비규환 속에서 비릿한 미소를 짓는 마이클.

다크 스컬의 간부가 되며 그의 힘은 몇 배나 강해졌다.

고전하고 있는 맥 실버를 보면 마이클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 틈을 타서 하나 둘 처리 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마이클은 꿈에도 몰랐다. 그가 꿍꿍이를 드러 내려는 지금 이 순간, 네 쌍의 눈이 그를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태준, 김지훈, 김영훈 그리고 이진영까지.

진영 일행 모두는 기다리고 있었다.

마이클이 움직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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