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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91화 (91/152)
  • 월드 에리어(3)

    “어, 형!”

    이진영이 의뢰소 안으로 발을 들이자, 김지훈이 환한 표정으로 달려 왔다.

    진영은 손을 가볍게 들어 인사 한 뒤, 테이블에 앉았다.

    “오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큰 일을 하고 오셨군요.”

    알쏭달쏭한 이야기에 염태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뭐야, 둘이 아는 사이야? 아니지, 설마···.”

    염태준의 눈을 크게 뜨며 외국인 남성을 가리켰다.

    “당신도 회귀자?”

    멸망의 탑에서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 게 쉬운 일도 아니니, 서로 미래에서 알고 있던 사이라고 볼 수 밖에.

    그러나 염태준의 말에 남성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대답은 진영의 입에서 나왔다.

    “이 분의 이름은 리암 스미스. 전 세계 유일의 S급 대예언가.”

    클래스에 매겨진 등급이 S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성능을 가진 것은 아니다.

    보통 전투 계열이 더 좋은 취급을 받듯이, 서로의 우위가 나뉘는 것이다.

    대예언가 클래스는 그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였다.

    “뭐야, 또 예언가였던거야? 그 김목성인가 하는 사이비랑 다를 게 뭐야.”

    염태준은 투덜 거렸지만, 리암은 세계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사용한 위인이었다.

    진영이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진짜 선인이었다.

    그가 타인을 위해 죽는 모습을 진영은 직접 두 눈으로 보았으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시죠. 원래 저런 성격이거든요.”

    “하하, 괜찮습니다. 그보다, 본론으로 돌아가고 싶군요.”

    리암의 두 눈은 여느때보다 훨씬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그가 계속해서 예언 능력을 사용하고 있단 증거였다.

    “다크 스컬, 그 수장이 가지고 있는 어둠의 해골을 빼앗아 그들을 저지해야합니다.”

    회귀 전, 리암은 다크 스컬이라는 단체를 사전에 저지 하는 데에 실패 했다.

    그는 그 사실에 큰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항상 다크 스컬에 관한 일이라면 두 발 벗고 나설 정도로 열정적이기도 했고.

    ‘······. 시기가 좋아.’

    때마침 흑익에서도 진영에게 한가지 부탁을 한 참이었다.

    - 최근 영문 모를 플레이어 살해 사건이 늘어나고 있다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혹시 알고 계신가요?

    - 사실 20층에 올라오고 나서 저희 흑익의 멤버 중 하나가 살해 당했거든요. 한국에서 그런 짓을 할만한 사람은 없거든요. 그래서 조사를 좀 해두었는데···.

    이미 녀석들은 게이트에 올라 온 뒤부터 활개치고 있었다.

    ‘꼭 정리하고 넘어가야할 녀석들이기는 했어.’

    덤으로 대예언가의 부탁까지 들어 준다면, 그를 아군으로 삼을 수 있었다.

    회귀를 통한 지식과, 미래의 지식까지 모두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좋지 않겠는가?

    “그런데 굳이 여기까지 찾아 오신 이유가 뭔가요?”

    의뢰소에 온 듯 보이지만, 리암은 이진영을 찾아온 것이나 다름 없었다.

    리암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다크 스컬을 정리하는 미래가 보이지 않던 와중. 당신이라는 사람이 눈에 띄더군요. 동영상이 큰 화제가 되었던데.”

    리암은 스마트폰을 꺼내 툭툭 두드렸다.

    김지훈과 염태준이 놀라며 소리쳤다.

    “뭐야, 멸망의 탑에서 스마트폰을 어떻게 쓰는 거야?”

    “아, 미국에서는 운 좋게도 통신 관련 플레이어들이 많았거든요. 조만간 모두가 사용 가능하게 될겁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리암은 진지하게 말했다.

    “이진영씨를 눈 여겨 보게 된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제 예언이 적용되지 않는 유일한 인물이었거든요.”

    “예언이 적용 안되는데, 어떻게 알고 찾아 온 건데?”

    염태준은 의심스런 눈초리로 리암을 샅샅히 훑으며 말했다.

    “하하, 저도 혼자서 활동하지는 않거든요.”

    그는 염태준의 트집에도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우연인가 싶었지만 당신을 중심으로 무수히 많은 근미래의 예언들이 변화하고 있더군요. 마치 미래를 부수듯이요···. 그러니 당신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 겁니다.”

    그게 리암이 진영을 찾아 온 이유였다.

    * * *

    “받아들이죠.”

    진영으로서는 거절할 게 없는 제안이었다.

    ‘어차피 할 일이다. 대예언가와의 연을 만들고, 흑익에도 빚을 지울 수 있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지.’

    리암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테이블 위에 올려진 코인 주머니를 진영 쪽으로 밀었다.

    “이건 계약금입니다.”

    “뭐, 뭐요?”

    염태준의 입이 떡벌어졌다.

    빵방한 코인 주머니는 어림잡아 1만 코인은 되어 보였다.

    100코인짜리 커다란 은화가 뒤섞여 있었으므로.

    이게 겨우 계약금이라니.

    리암은 그만큼 진심이었다.

    “다크 스컬에 대한 정보도 지속적으로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그 범죄 조직에 의해 다가 올 미래를 알고 있는 리암의 눈은 착잡해 보였다.

    미래를 알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없는 자신을 한탄하는 눈.

    ‘대예언가가 나에게 의존할만큼 다크 스컬이 강하다는 말이기도 하겠지.’

    미래를 예측하고, 선점할 수 있는 예언가를 어떻게 따돌릴 수 있었는가.

    그 이유는 다크 스컬이 상징물로 삼고 있는 어둠의 해골에 있었다.

    해골에 맹세한 플레이어는 예측과 규칙에서 벗어나며 운이 크게 상승한다.

    플레이어가 악에 물들면 물들수록, 혼돈과 무질서를 따를수록 그 효과는 강해진다.

    ‘녀석들의 아이덴티티나 다름 없지.’

    세계는 이미 멸망했으니, 원하는 것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 구호 아래 그들은 잔혹한 살인, 강도, 강간, 고문 등의 이루 말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고 다닌다.

    “그래서 이 의뢰는 다같이 맡는 거 맞지?”

    “신경써야 할 게 많으니, 그렇게 되겠네.”

    계약금의 지분을 논하려는 것 뿐이었지만,

    리암은 한결 편안해진 얼굴이 되었다.

    “그러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기초적인 정보는 이 종이에 적혀 있습니다. 몇몇 끄나풀에 불과하지만요.”

    “이 정도로 충분합니다.”

    의뢰는 받아들여졌다. 리암은 지체하지 않고 의뢰소를 떠났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대예언자로서 그가 처리하고 있는 일이 수 십개는 될 것이다.

    멸망의 탑을 공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인물 중 하나였다.

    진영은 가벼운 동지애를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 그러면 세부적인 설명을 몇가지 더 할게.”

    “그깟 범죄 조직 그냥 쳐부수고 어둠의 바가진가 해골인가 하는 것도 들고 나오면 되는 거 아냐? 우리한테는 코인도 있고.”

    염태준이 흐흐거리며 코인들을 살폈다.

    다크 스컬이 어떤 조직인지 잘 모르기에 나올 수 있는 태도였다.

    그 녀석들은 악당 따위가 아니다. 순수한 악에 가까운 놈들이다.

    “이걸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올까 싶군.”

    진영은 리암이 두고 간 종이를 내밀었다.

    자신만만하게 종이를 읽어내려가던 염태준의 얼굴 서서히 굳어갔다.

    “지금 시점에서 다크 스컬의 간부진 3인의 능력은 아래와 같다. 비공식적으로 각 세계 10위, 9위, 8위의 수준에 머물며···.”

    우두커니 종이를 보던 염태준이 실소를 흘렸다.

    “예언가가 아니라, 사이비 맞네. 순개소리만 적어놨구만.”

    “어, 잠시만요. 여기 저희에 대한 이야기도 적혀 있는데요?”

    종이의 내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대예언가는 신중하게 의뢰를 행할 것을 당부하며, 의뢰소 인원들의 랭킹도 적어두었다.

    “의뢰를 맡길 대상의 파티 수준은 아래와 같다. 비공식 세계 429위 김영훈, 430위 김지훈···. 세계에는 강한 플레이어들이 참 많네요.”

    “나는 어디래?”

    “염태준씨는 450위라는데요?”

    “응? 45위를 잘못 말한 거 아니냐?”

    염태준은 성질을 내며 다시 종이를 들어 올렸다.

    “그 양반은 자기가 뭐라고, 우리를 평가하고 난리야?”

    “대예언가라잖아요. 참고로 진영이 형은 측정 불가래요. 근데, 이렇게 차이가 나는데 저희가 진영이 형을 도울 수 있을 까요?”

    이야기를 잠자코 듣던 진영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거기 있는 보물 하나씩 드세요.”

    * * *

    [ 플레이어가 보물의 해방을 인지합니다. ]

    [ 다수 이계 존재들의 주시로 보물이 해방 됩니다. ]

    ‘관리자의 열쇠’를 훔쳐 오면서 추가로 해방된 보물은 두 개.

    이로써 총 세 개의 보물이 해방 되었다.

    “그러고보니, 뭔가 빛이 엄청나더니만. 역시 네 짓이었구만.”

    “뭔가 신기한 느낌이네요.”

    영원 불멸의 고리, 육망성의 귀걸이, 영혼 파쇄자의 투구.

    이것을 염태준과 김지훈 김영훈이 각각 나뉘어 착용했다.

    보물에서는 은은한 무지개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해방된 보물을 착용해 해당 플레이어의 능력이 각성 됩니다. ]

    각각의 보물들의 능력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목성과 마찬가지로 클래스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참고로 보물에 너무 의존하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김목성이 폭주 했던 것처럼?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폭주라기보다는 일시 각성이었다는 생각도 드는데.”

    “확실히 능력이 한 단계 달라진 기분이에요.”

    “와···.”

    진영 혼자 세 개의 보물을 다 사용할까도 했지만, 김목성처럼 폭주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했다.

    해방은 진영도 처음 보는 새로운 힘이었으므로.

    어쨌든 이걸로 간부들을 상대할 준비는 충분해졌다.

    “의뢰는 탑 공략이랑 병행 할 겁니다.”

    “내가 잘못들은 건 아니겠지?”

    “그리고···.”

    진영은 김지훈과 김영훈 형제를 바라보았다.

    “두 분은 계속 함께 가실 겁니까? 이제 탑 밖으로 나가서 헌터가 되셔도 괜찮습니다. 저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실 필요도 없구요.”

    “형, 서운해요. 저희 형제가 형한테 진 빚은 평생가도 못갚죠.”

    “맞습니다. 진영씨.”

    즉답이었다.

    개인의 의사도 모두 확인했으니, 이제 거리낄 것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20층 사냥터로 이동하죠. 거기가 포인트가 될 겁니다.”

    진영이 신화급 단검을 테스트하며 마수를 학살한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번 20층의 미션은 거대 보스의 저지.

    거대한 보스를 보면 어떻게 클리어하나 싶지만, 난이도 자체는 어렵지 않다.

    녀석이 깨어나기 전까지 사냥터에서 생성되는 마수들을 잡으면 보스는 저절로 약화 된다.

    ‘거기에서 다크 스컬 놈도 하나 잡아낸다.’

    워낙에 종잡을 수 없는 놈들이지만, 20층 월드 에리어가 오픈 되었을 때 일어 났던 사건을 진영은 하나 알고 있었다.

    ‘플레이어 대량 사망 사건.’

    다크 스컬이 점차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사건이었다.

    20층 초반, 사냥터의 구역이 정해지지 않았을 때 플레이어들은 클랜 구분 없이 사냥을 했다.

    그걸 이용해 다크 스컬의 간부들은 플레이어들을 하나 둘씩 살해 한다.

    “염태준, 네가 가진 아이템 중에 상대의 클래스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스킬이 달린 게 있지?”

    “호루스의 눈? 있지.”

    “그러면 그걸로 범죄 관련 클래스를 가진 플레이어를 모두 찾아내면 돼.”

    후에 다크 스컬에 의해 범죄 관련 클래스들은 모두 멸시와 차별를 받게 된다.

    그게 왜 그렇겠는가? 다크 스컬에 있는 플레이어 대부분이 범죄 클래스였기 때문이다.

    특히 간부진은 예외가 없었다.

    “싸이코패스, 살인자, 어쌔신, 시프, 강도···. 모두 걸러내면 그 중에 하나는 무조건 나올 거야.”

    다크 스컬 때문에 받아왔던 지긋지긋한 클래스 멸시.

    그 탓에 진영은 제대로 된 동료를 찾기도 힘들었고, 무슨 일이 생기면 의심 받기 일수 였다.

    그게 모두 다크 스컬이 만들어낸 이미지 탓이었다.

    이제는 그 설욕을 갚아 줄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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