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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85화 (85/152)

관리자의 무덤(2)

이진영은 불길한 기운이 넘쳐 흐르는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괜찮겠죠?”

유수아가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임재천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나도 몰라. 무슨 생각으로 여기를 잡아달라 한 건지.”

예상과 다르게 해당 게이트를 넘겨받는 건 어렵지 않았다.

라이벌 관계에 있는 오성 길드가, 넙죽 넘겨 줄 정도였으니까.

‘놈들이 같이 넘겨준 보고서에 따르면···.’

게이트에 조사하러 들어가서 살아나온 헌터는 단 한 명.

여기서 조사란 5명 정도의 인원이 전투 없이 게이트 내부의 구조와 마수들의 종류를 파악하는 일이었다.

‘오성 자체적으로도 절대 공략 불가 판정이라니. 별 웃기는 게이트가 다 있군.’

콧대 높은 오성 놈들이 급하게 발을 뺄 정도다.

일전 까마귀 길드가 공략했던 특 S급 게이트를 뛰어넘는다는 의미.

임재천은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마 안 괜찮을 거다.”

오성이 폭탄 넘기듯 던져 준 보고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 해당 게이트는 현 인류가 공략할 수 없는 단계에 있음.

제대로 된 계약과 투자가 들어 오기 전에 발을 뺀 것만 해도, 꺼림칙한데 현 인류가 공략할 수 없다니.

임재천의 말을 들은 유수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런 곳을 왜 들어가겠다고 한 걸까요.”

“내 말이 그 말이다.”

보고서의 내용은 길지 않았다. 오성의 조사대는 게이트에 들어간지 30분만에 뿔뿔이 흩어졌고, 그 중 한 명이 기적적으로 게이트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내용과 그곳의 마수들이 가진 힘이 생전 마주한 적 없었다는 것 정도.

“어쨌거나 죽으려고 들어갔을 리는 없지.”

이진영은 회귀자다. 미래에 벌어질 일을 알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게이트를 잡아달라고 했을 리가 없었다.

‘어쩐지 이번 게이트도 아무렇지 않게 공략해 버릴 것 같단 말이야.’

임재천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게이트에 머물렀다.

헌터가 보기에도 흉흉한 기운이 느껴지지만, 그가 본 이진영이라면 어쩐지 해낼 것만 같았다.

* * *

게이트 내부는 황금빛으로 가득했다.

마치 신전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였으나, 그 안에서 맴도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관리자의 무덤이라···.’

게이트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멸망의 탑에서 관리자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를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플레이어들을 장난감처럼 여기는가 하면, 압도적인 힘으로 플레이어들을 농락한다.

그런 자들이 최후에 묻히는 무덤.

‘이 끝에 관리자의 열쇠가 있다.’

진영은 절대 은폐의 공간 속에서 주변을 둘러 보았다.

복도 양 끝에 금빛 석상들과 묘비가 줄을 지어 서 있었다.

- 관리자 렐, 탑의 규율을 어겨 목숨을 잃다.

- 관리자 물푸레, 플레이어 시몬에게 최후를 맞다.

석상에는 관리자들의 외양이 새겨져 있었고, 묘비에는 그들의 사인이 적혀 있었다.

급할 것은 없었기에 진영은 은폐 장소를 서서히 옮겨 가며 묘비를 구경했다.

‘익숙한 녀석도 있군.’

- 관리자 가일, 플레이어 이진영에게 목숨을 잃다.

녀석은 미로를 관리하던 가고일 관리자였다. 이런 식으로 목숨을 잃은 관리자들은 이곳에 석상이 세워지는 듯 했다.

‘이곳은 대체 무슨 목적으로 있는 걸까.’

멸망의 탑 내부도 아닌, 게이트와 연결된 특별한 지역이었다.

심지어 이 게이트는 붕괴 가능성조차 제로였다.

다른 게이트들과는 차별 되는 점이기도 했다.

저벅, 저벅.

진영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던 그 때였다.

푸른 불꽃의 몸을 가진 기사 하나가 다가오고 있었다.

진영은 은폐 구역 내에서 숨을 죽이고 단검을 들었다.

‘특 S급 게이트의 보스처럼, 직감 계열 스킬이 있다면 내 존재를 알아챌 수도 있다.’

칠흑의 갑주의 주인이었던 보스는 진영이 위험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보이지도 않고, 눈치챌 수도 없는 은신을 자신의 직감만으로 대처한 것이다.

다행히 기사가 진영의 존재를 눈치채는 일은 없었다.

녀석은 그대로 진영을 지나쳐갔다.

‘그래도 내 침입 자체는 들킨 상태다.’

게이트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떠올랐던 메시지.

[ 게이트 내부의 존재들이 당신의 침입을 감지합니다. ]

이곳의 마수들은 이미 진영의 침입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진영은 철저히 위치를 숨기고 있었다.

‘직접 눈에 보이는 것하고, 아닌 건 또 다르니까.’

녀석들은 진영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진영이 나아가는 동안, 기사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게 그 증거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 나아갔을 무렵, 진영의 발치에 시체 한 구가 걸렸다.

‘죽은지 얼마 안 됐군.’

앞서 들어 왔던 조사대원 중 하나일 것이다. 소속을 살피니 오성 길드였다. 대한민국에서 이름을 떨치는 길드 중 하나였다. 멸망의 탑으로 따지면 레드 리버와 비슷한 포지션이었다.

‘기사한테 당한 건가?’

가슴에 뚫린 구멍이 사인이었다. 조사대이기는 하지만, S급 헌터 이상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헌터가 제대로 된 반항도 못하고 죽을 정도로 이곳의 마수는 강력하다.

“이, 이 자식이!”

진영이 계속해서 나아가려고 하는 그 때, 앞 쪽에서 분노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수 주제에 잘도 내 동료를 죽였겠다!”

그건 한 남자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푸른 불꽃의 기사 하나가 그를 무감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 내가 할 말을 대신하는군. 침입자 주제에 오래도 버텼다. ]

슈슉!

기사의 창이 푸른 마력을 흩날리며 남자의 가슴께를 향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곧고 빠른 공격.

스슥-!

진영의 육안으로도 파악하기 힘든 공격을 남자는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피해냈다.

“겨우 그 정도냐? 얼마든지 피해주마.”

[ 잔재주 하나만큼은 인정하지. ]

그러나 공격을 계속해서 피해내고 있다뿐이지 제대로 된 반격은 하지 못하는 상황.

진영의 눈이 가늘어졌다.

‘회피 스킬의 레벨이 상당하다. 클래스는 도적 계열인가.’

스킬의 레벨은 총 3단계가 있다. 1단계에서는 스킬 자체의 능력이 중요시 되는 반면, 2단계가 되면 비약적인 성능의 향상을 보인다.

진영의 ‘스틸’을 예로 들면 반드시 대상에게 접촉해야 물건을 훔칠 수 있는 Lv1과 달리 Lv2에서는 대상에게 손을 대지 않고도 물건을 훔칠 수 있다.

그 정도의 차이. 눈앞의 남자가 상당한 강자라는 증거였다.

[ 간만에 재미는 있었다만, 또 다른 침입자가 늘어나서 오래 상대해 줄 시간은 없다. ]

불꽃 기사의 번지르르한 말이 읊어지고, 다시 한 번 창이 쇄도했다.

슈슉-!

그러나 남자는 또 다시 창을 회피했다. 자신의 능력이 통한다는 것을 확인하자, 남자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거 입만 살았지 별 거 없구만.”

[ 미물에 불과한 녀석이 입만 살아 있군. ]

그러나 언제까지고 창을 피해내는 거로는 끝이 나지 않는다. 심현식의 이마에서 한 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오성의 길드의 조사대였다.

이곳에 들어오고 나서 우연히 스킬의 레벨이 올라 버티고는 있다만···. 이대로가면 죽는 건 시간 문제였다.

“저 창만 없었어도 해볼만한데···.”

공격을 피하는 것과, 그것을 피하고 카운터를 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기사의 창술은 이미 심현식의 수준을 아득히 넘어가 있었다.

스킬 완전 회피가 Lv2에 오르지 않았더라면 그 또한 동료처럼 싸늘한 주검이 되어 바닥에 누워있었을 것이다.

[ ······. ]

눈앞의 기사는 작정한 듯 창을 들어 올렸다. 푸른 불꽃이 창을 감싸고, 이전과는 다른 위압감이 주변을 감쌌다.

‘이건 못 피하겠는데···.’

꿀꺽.

죽음을 직감한 심현식이 침을 삼켰다. 그러나 눈을 감지는 않았다. 죽기 직전까지는 끝까지 해봐야 했으므로.

그리고 다음 순간.

[ ! ]

주위를 짓누르던 위압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게다가 기사가 허공에 대고 헛손질을 하고 있었다.

‘창이 사라졌어?’

여지껏 그를 위협하던 창이 사라졌다. 불꽃의 기사 또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러면 해 볼 만하지!’

심현식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콰직!

그가 들고 있던 곡검이 기사의 갑옷을 꿰뚫었다.

* * *

“쯧.”

거대한 몸집의 악어가 혀를 찼다.

악어였지만 그는 두 다리로 걷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관리자의 무덤을 지키는 묘지기 가레논.

그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균열이 생겼다 했더니, 바깥의 버러지들이 기어들어 오는군.”

이곳은 관리자들의 사후를 책임지는 신성한 장소.

평범한 인간들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런 식으로 침입이 발생한다는 것은 가레논에게는 불쾌한 일이었다.

그런 가레논의 심기를 살피는 듯, 새의 머리를 한 인간형 마수가 입을 열었다.

“그래 봤자, 인간들입니다. 기사들에 의해 금방 처리 될 겁니다. 균열도 금방 메꾸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그렇게 신경을 끄려고 하는 순간.

콰직.

묘지기실에 띄워진 무덤 내부들 중 하나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그 이변이란, 인간이 기사를 때려눕히는 일이었다.

가레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가 잘못 본 건가?”

“······.”

새 머리의 마수 호클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곳 관리자들의 무덤은 멸망의 탑에서 목숨을 다한 관리자들의 넋을 기리고 추모하는 곳.

그리고 그들의 영혼을 달래는 곳.

인간들 ‘따위’는 감히 발조차 붙여서는 안 되는 장소였다.

그런데 한낱 인간이 기사를 쓰러뜨린다? 아무리 기사들이 이곳에서 가장 약한 존재라할지라도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바로 저 쪽으로 기사들을 보내겠습니다.”

우그러진 가레논의 안색을 살피는 호클의 목소리가 떨렸다.

가레논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호클에게 말했다.

“그러고보니 가장 마지막에 들어 온 놈은 어떻게 됐어?”

“아, 아직 못 찾았습니다.”

“못 찾았다고?”

가레논의 목소리에 담긴 마력에 호클조차 오금이 저려올 정도였다.

초월의 좌에 가장 근접했다고 여겨지는 가레논.

그에게 거역하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빠, 빨리 찾아내도록 하겠습니다. 아예 제가 직접 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진작 그렇게 했어야지. 가는 김에 저기 저 녀석도 치워버려.”

가레논이 투박한 손가락이 화면에 보이는 남자 심현식을 가리켰다.

“알겠습니다.”

고작 인간 하나 처리하는데 자신이 나서야한다는 게 분하기도 했지만, 호클은 가레논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호클이 무기를 준비하고 바깥으로 나가려는 채비를 하는데, 가레논의 입이 다시 열렸다.

“잠깐, 뭔가 이상하지 않냐?”

“무엇이 말씀이신지요?”

“저 놈,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이쪽으로 들어 오고 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이곳에 들어온 인간들은 모두 바깥으로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화면의 남자 심현식은 기사를 처리한 뒤 안쪽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씨익.

“아예 실성했나보군!”

가레논이 어이 없다는 듯 미소지었다.

“예,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금방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펄럭-!

호클이 좌우로 거대한 날개를 펼치더니 한순간에 날아올랐다. 호클과 가레논은 둘 다 착각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 제대로 된 침입자가 없었던 탓이었다.

그들은 싸워야할 상대가 누군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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