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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83화 (83/152)

이계 존재의 무장(4)

[ 탐욕의 왼손의 효과로 대상의 아이템을 훔쳐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

[ ‘이계 영웅의 칠흑 갑옷’을 획득하셨습니다. ]

[ 아이템이 자동으로 착용됩니다. ]

진영은 보스가 가지고 있던 장비를 훔쳐내는 데 성공했다.

갑옷은 검은 안개의 형상으로 변하더니 보스의 몸에서 진영의 몸으로 순식간에 이동해 왔다.

“진영씨!”

그 모습이 임재천이 보기에는, 위험에 처한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진영이 곧장 손을 들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보다···.”

쿠구구···.

게이트 내부가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게이트 붕괴 직전의 현상이었다.

몇 분 뒤면 게이트와 현실의 세계가 융합되며 마수들은 강력한 마력을 얻는다.

그 전에 보스를 처리해야했다.

- ······.

갑옷을 빼앗긴 보스의 외관은 흉측하기 그지없었다.

얼굴과 몸이 완전히 썩어 문드러진 언데드의 모습.

녀석은 갑옷을 빼앗긴 게 허탈하다는 듯 진영을 바라보았다.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다음 순간 보스가 할 행동은 하나였으니까.

번쩍!

갑주에서 벗어난 보스의 움직임은 상상 이상으로 빨랐다.

섬광이 일더니 진영의 눈앞에 붉은 검날이 들이밀어 졌다.

카앙!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 칠흑의 갑주가 공격을 상쇄합니다. ]

갑주의 성능은 갑주를 사용하던 본인조차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이어서 몇 번의 검격이 날아들어왔다.

카앙! 카앙! 카앙!

물론 모든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임재천보다 못한 공격이었다. 갑옷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 갑옷 굉장한데.’

진영의 눈빛이 예리해졌다.

직접 입어보니 차원이 달랐다.

‘무겁지만, 이 정도면 상정했던 범위 안이야.’

갑옷을 착용할 수 있는 힘 스탯에 제한이 있었던 모양.

보스는 그걸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움직임이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진영의 힘 스탯은 ‘폭군’ 특성의 도움을 받아 상당히 향상된 상태였다.

‘딱 좋아.’

보스의 공격은 더는 공격이 아니었다. 진영은 단검을 들어 올렸다.

“임재천씨, 30초만 더 기다려주시죠.”

“네? 네, 알겠습니다. ”

진영이 갑옷에게 사로잡힌 것이 아니란 걸 알아챈 임재천이 재빨리 대답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몰라도, 그 강력한 갑옷을 진영이 착용하고 있었다.

철컥!

바닥을 박차고 쏘아져 나가는 진영의 단검이 보스를 향해 쇄도했다.

상대의 공격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한 점에 모든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의미기도 했다.

콰아아앙!

보스의 검이 진영의 투구에 작렬했다. 그러나 조금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전세는 역전되었다. 단검이 호선을 그리며 보스의 옆구리를 깊숙이 찔렀다.

- 크아아악!

괴성과 함께 몸부림치는 보스. 갑주를 잃은 알맹이는 연약하기 그지없었다.

푸슉-!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허리, 심장, 머리. 언데드인 보스에게 특출난 약점은 없겠지만, 진영은 신경쓰지 않고 연거푸 단검을 찔러 넣었다.

카앙!

보스가 발악하며 휘두르는 붉은 검이 허무하게 튕겨져 나갔다.

그렇게 연격을 날리자, 보스의 머리 위에도 검은 표식이 떠올랐다.

[ 표식이 새겨진 대상에게 절대 일격 스킬이 발동 됩니다. ]

서걱-!

녀석은 이미 진영보다 약해진 상태.

승부는 이미 끝났다.

푸른 마력이 날카로운 선을 그리며 보스의 목을 날렸다.

* * *

한바탕 펼쳐진 진영과 보스의 전투를 바라보던 까마귀 길드원들.

그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가 제대로 본 게 맞아?”

“누가 설명 좀 해주실 분?”

“길드장! 저희가 이긴겁니까?”

만면에 이해할 수 없다는 물음표를 띄운 길드원들에게 임재천은 이렇게 대답했다.

“직접 확인해 봐.”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그들의 앞에 나타난 정보창이 모든 정보를 담고 있었으니까.

[ 게이트가 공략 되었습니다. ]

길드원들의 눈이 커지기 시작했다.

“크, 클리어 됐다.”

“진짜로?”

“여기까지 와서 의심을 하냐.”

길드원들 사이로 걸어 온 임재천이 소리쳤다.

“게이트는 공략 됐다, 모두 철수한다!”

어리둥절해 하던 길드원들도 하나둘씩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진영! 이진영!”

“미친 거 아닙니까? 대체 어떻게 하신 겁니까?”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이진영이 보스를 처리하는 모습을 그들은 직접 보았다.

가능하면 자신들의 손으로 죽은 길드원들의 복수를 해주고 싶었으나.

그게 불가능하단 건 그들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진영은 해냈다.

“고생하셨어요. 그 갑옷은 대체 어떻게 뺏으신 거에요?”

어느새 다가온 유수아가 엄지를 척 들며 물었다.

진영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묻고 싶은 게 산더미인데, 일단은 이 지긋지긋한 게이트에서 나가서 합시다.”

임재천이 이진영의 등을 밀며 재촉했다.

* * *

특 S급 게이트 바깥.

그곳에는 기자들과 다른 길드의 플레이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플레이어들은 붕괴를 대비한 보험이었고, 기자들은 기삿거리를 찾아 모인 것이다.

한 번 실패 했던 게이트 공략이 다시 실패했을 경우.

유례 없는 대사건이 일어나게 되는 셈이었다.

때문에 몇몇 몰상식한 기자들은 그런 상황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건은 화제가 되고, 화제거리는 기사로 쓰여졌을 때 큰 반향을 얻는다.

“나, 나왔습니다!”

“게이트가 사라졌다!”

“공략 성공이야!”

그러나 까마귀 길드는 그런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고, 게이트 공략에 성공했다.

이건 이것 나름대로 나쁘지 않았다.

성공이든 실패든 결국에는 기삿거리인 것은 맞았으므로.

“공략 성공하신겁니까?”

“소감 한마디 해주시죠!”

달려드는 기자들을 제치고 길드원들이 자신의 차로 이동했다.

그들은 일반인들과는 힘을 달리하는 헌터.

“한마디만 해주세요!”

기자들은 아무것도 못한 채 밀려나야만 했다.

임재천은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쩌렁쩌렁 소리쳤다.

“공략은 성공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까마귀 길드를 통해 공식 발표하겠습니다.”

더 이상의 인터뷰는 없었다.

임재천이 차 안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많이 소란스럽죠? 항상 이 난리라 저희는 익숙한데, 진영씨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임재천은 옆자리에 탄 진영에게 말했다.

갑옷은 사라지고 평범한 차림새로 변해 있었다.

“이번 공략은 모두 진영씨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하는 임재천에게 진영이 고개를 저었다.

“임재천씨가 있으셔서 가능했습니다. 고생하셨어요.”

실제로 지속적인 공격을 통해 갑주에 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진영이 갑옷을 훔칠 수 있는 기회는 없었을 거다.

임재천이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약속했었던 공략불가 던전에 대한 권한은 저희가 꼭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와 별개인 이번 게이트 공략 보수도 바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영은 명실상부한 실력자였다. 대한민국 최고라는 자신감이 있었던 자신보다 더욱. 진영이 아니었다면 이번 게이트 공략은 분명 실패 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저희 쪽하고 연락하면서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임재천은 가지고 있던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진영에게 건내었다.

멸망의 탑에 있는 그랑블루와 레드 리버는 이 사람의 진가를 모르고 있다.

알았더라면 어떻게 해서든 친분을 쌓기 위해 노력했을테니까.

진영은 명함은 받았지만, 고개를 저었다.

“공략 불가 던전에 관한 문제만 해결 되면, 저는 멸망의 탑으로 들어갈겁니다. 바깥의 일에 대해서는 도와드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언젠가는 나오시는 거 아닌가요?”

언젠가.

멸망의 탑이 공략되는 날.

진영은 바깥으로 나올 것이다.

‘멸망의 탑이 무너진 뒤에도 헌터와 플레이어들은 남아 있을까?’

알 수 없는 대답이었다.

한 때, 영웅이라 불리웠던 신화준조차 그 끝은 보지 못했으니까.

“그러고보니, 드릴 말씀이 몇 가지 있습니다.”

진영의 눈빛이 깊어졌다.

“멸망의 탑 가속화와, 아포칼립스에 대해서입니다.”

꿀꺽.

임재천이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진영은 자신이 17층에서 왔다고 밝히고 있지만, 직접 그의 실력을 확인한 임재천은 믿을 수 없었다.

분명 더 많은 미래를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진영이 그 미래에 대해 말하려 하고 있었다.

* * *

진영이 바깥으로 나온 이유는 ‘EX급 던전 : 관리자의 무덤’에 숨겨진 관리자의 열쇠를 훔치기 위해서였다.

‘내 기억으로는 곧 등장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해당 던전은 너무나 높은 난이도로 인해 결국 공략 불가 판정을 받는다.

진영의 목표는 까마귀 길드를 통해 그 게이트의 공략 권한을 손에 넣는 것.

이미 성공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들어가기 전에 제대로 점검해놔야겠어.’

진영은 지금 까마귀 길드의 트레이닝실에 있었다.

이번에 얻은 칠흑의 갑주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였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 이계의 감시자가 당신의 활약에 감탄하며 아이템을 제공합니다. ]

[ 이계의 근원이 든든한 갑주에 만족합니다. ]

이계의 감시자가 건넨 아이템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달라보였다.

‘이게 대체 뭐지?’

스킬석도 아니고, 강화석도 아니었다. 돌멩이처럼 생기기는 했는데···.

진영으로서는 처음 보는 모양새.

일단은 사용해 봐야···.

“진영씨!”

진영이 새로 얻은 아이템을 이리저리 보는 사이, 유수아가 그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지금 인터넷에 난리 난거 알아요?”

“네? 인터넷이요?”

“저희가 게이트 내부에서 찍은 동영상이 있는데, 그게 누군가의 실수인지 의도인지로 유출이 됐거든요.”

자기 길드의 정보가 유출되었다는데도 유수아는 싱글벙글이었다.

“근데, 그 부분이 진영씨가 나오는 부분이에요. 한 번 보세요.”

진영이 보스를 처리하는 부분이었다.

단순하게 공격했다고 생각했는데, 진영의 검은 보스의 급소를 빠르고 정확하게 찔러내고 있었다.

그 아래로 진영에 대한 덧글이 쭉 이어졌다.

- 와, 이 사람 누구야? 헌터 중에 이런 사람 없는데.

- 멸망의 탑에서 왔다는데? 자세한 정보는 없음.

- 지금 기사 떴어. 이 사람이 진짜 다 했다고 하는데?

- 우리나라 최초 SSS급 헌터 등장인듯ㅋ

“나쁘지 않네요.”

“근데 더 대단한 게 뭔지 아세요? 여기에 맥 실버가 댓글 달았어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화면을 확인하던 진영도, 맥 실버라는 말에는 눈빛이 깊어졌다.

미국 최고의 플레이어라고 불리는 그가 자신의 영상에 댓글을 달았다.

관심이 갈 수 밖에.

아니, 어쩌면 세계에서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어도 부족하지 않은 그였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그 맥 실버가 직접 만나 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거 좋네요.”

그는 20층 월드 에이리어 이후로 탑의 밖과 안 모두에서 지대한 활약을 펼치는 인물이었다.

덧글로 한 말이 빈말이 아니라면, 게이트가 나타날 때까지 빈 시간을 메꾸기에 나쁘지 않았다.

맥 실버는 최후의 10인에 들었을 정도로 강자.

특히 그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은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한 번 만나 봐야겠는데.’

EX급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에, 그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하나 ‘빌려’ 오면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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