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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73화 (73/152)

탑이 품은 다섯 가지 보물(4)

뚝. 뚝.

돌연 나타난 존재는 몸에서 붉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한순간 주오령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크르르···.”

질질 흐르는 침과, 광인 같은 눈빛이 주오령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주오령은 통제되지 않는 맹수 같은 느낌이니까.

“레드 언데드입니다. 개체당 평균 등급 4단계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언데드들의 대장격이죠.”

진영은 경계 상태의 클랜원들을 향해 설명했다.

17층의 마수들은 최상위권 플레이어인 그들조차 직접 접할 기회가 없었던 마수.

레드 언데드가 내뿜는 흉흉한 기세에 클랜원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면 이제···. 명령을 내려주시죠.”

“레드 리버에서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공략대의 시선이 진영에게 모였다.

“저택에 입성할 때까지는 단순하게 베어 넘기면 됩니다. 저희 일행 덕분에 지금 여러분 무기에는 빛 속성 무기가 인챈트 되어 있으니, 어렵지 않을 겁니다.”

“불안해서 그러는데, 저 레드 언데드는 지금 공격안 해도 괜찮은 겁니까? 저희 쪽을 노려보고 있는데요.”

“분위기가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아서 그렇지 선공몹이 아니라 괜찮습니다. 출발하시죠.”

레드리버 5인, 그랑블루 5인 그리고 진영 일행 4인.

총 14명의 인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지훈, 김영훈 형제 그리고 염태준.

새롭게 딛는 층이라 그런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흠···. 분위기가 굉장히 스산한데.”

여태껏 큰 소리치며 다니던 염태준이 얌전한 걸 보니 확실히 17층의 분위기가 지금까지와는 다르긴 한 모양.

일행은 녹이 슨 거대 철문을 지나 정원 안으로 발을 들였다.

오랜 시간 관리가 되지 않은 듯, 말라 비틀어진 식물들이 이곳저곳에 널려 있었다.

그르르륵···.

길 한가운데를 막고 레드 언데드가 플레이어들을 경계하고 있었다.

“지나가려면 처리해야겠군요.”

그랑블루 공략대의 대장을 맡고 있는 백성현이 검을 들어 올렸다.

처음 상대해보는 마수기에 살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백성현과는 15층의 S급 게이트 공략, 16층의 관리자 처치를 함께 했다.

랭킹 4위인만큼 실력은 확실했다.

콰직!

백성현의 검이 레드 언데드의 가슴팍을 파고 들었다.

레드 언데드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녀석은 그대로 검을 붙잡고 백성현과의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

랭킹 4위 기사단장 클래스의 백성현이 밀릴 정도의 순수한 완력.

언데드들은 자신의 몸이 부서지는 것을 신경 쓰지 않기에,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은 힘을 낼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샤아아···.

백성현의 검에서 반짝이는 흰 가루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빛의 사제의 홀리 인챈트의 효과였다.

콰지직!

열세이던 백성현의 검이 순식간에 언데드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러나, 언데드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르륵!

이번에는 팔을 휘저으며 백성현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히기 위해 발악했다.

그러자 녀석의 몸 묻어 있던 피가 튀어 올랐다.

치이익!

피는 백성현의 갑옷에 달라 붙어 연기를 내뿜었다.

하는 수 없이 백성현이 검을 빼고 거리를 벌렸다.

“쉬운 상대가 아니군요.”

이 녀석 하나를 처리하는 거라면 모른다.

그러나 정원 너머를 어슬렁거리는 수 십 마리의 붉은 형체.

그 모두가 레드 언데드라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점이 선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리라.

“언데드를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녀석을 무력화 시키는 겁니다.”

진영이 단검을 꺼내 들며 앞으로 나섰다.

이 정도로 강한 언데드류는 이들도 처음 사냥해 보는 것이다.

시범을 보여두는 게 좋았다.

“먼저 팔과 다리를 잘라내고···.”

서걱-!

[ 자신보다 약한 상대입니다. ]

[ 스킬 ‘절대 일격’이 발동 됩니다. ]

털썩.

팔을 베어냈을 뿐인데 레드 언데드가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일행이 감탄에 차 한마디씩 내뱉었다.

“오···. 역시 소문으로 듣던 실력이 진짜였어.”

“랭커가 쉽지 않다고 한 마수를 한 번에 잡다니.”

“거기가 약점이란 건가요?”

그 모습을 본 진영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운이 좋았던 겁니다. 하여튼 팔과 다리를 먼저 제거한 뒤 머리를 완전히 으깨야 무력화가 되니, 그 점만 주의해주시면 됩니다.”

진영은 이미 쓰러진 언데드의 머리를 연거푸 자르며 시범을 보였다.

“알겠습니다!”

진영이 단숨에 언데드를 처리하자 엉뚱하게도 일행의 사기가 올라갔다.

백성현의 동경하는 듯한 눈빛도 한층 더 진해졌다.

“역시 진영씨군요. 저도 더 정진하겠습니다.”

* * *

“젠장, 너 내가 안 본 사이에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냐.”

진영의 움직임을 본 염태준이 내뱉은 말이었다.

기술 자체는 99층에 올랐을 때와 크게 다를 게 없겠지만, 능력치가 이전 염태준을 상대했을 때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나 몰래 무슨 아이템을 주워먹었길래, 녀석들이 픽픽 쓰러지는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염태준은 고전하며 쓰러뜨리는 레드 언데드를.

진영은 단 한 방에 쓰러뜨리고 있었다.

서걱-!

[ 스킬 절대 일격이 발동됩니다. ]

레드 언데드가 무리의 위에는 붉은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진영보다 약한 상대라는 증거.

그리고 약한 상대는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서거걱-!

동시에 세 마리의 레드 언데드가 바닥에 누웠다.

간신히 팔 다리를 자르고, 머리를 으깨는 염태준이 박탈감을 느낄만 했다.

‘언데드의 생명 자체를 빼앗는건가?’

스킬의 원리는 알 수 없었지만 효과만큼은 확실했다.

[ 이계의 감시자가 스킬의 성능에 매우 만족합니다. ]

[ 이계의 근원이 감시자의 말에 동의합니다. ]

“홀리 인챈트, 디스펠, 홀리 힐”

빛의 사제 김영훈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버프를 걸어주고, 레드 언데드의 피에 중독된 이들을 치료했다.

A급 클래스 빛의 사제는 그야말로 신성계의 만능 클래스였다.

S급 지원 프로그램을 받은 김지훈의 활약도 도드라졌다.

“치유 물약입니다, 무기가 녹았다고요? 여기 임시 무기가 있습니다.”

어디서 구해 왔는지, 제때 필요한 아이템을 꺼내 클랜원들을 지원했다.

짐꾼의 특성 ‘다재다능’으로 전투와 보조를 동시에 맞추는 모습은 훌륭했다.

그야말로 재능있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다.

정원에 있던 70마리 가량의 레드 언데드가 순식간에 정리 되었다.

스스스···.

언데드가 내뿜던 나쁜 기운이 사라지자 정원의 식물들이 생기를 되찾으며 아름다운 정원으로 변화했다.

“와···.”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에 감탄이 자아질 정도.

그러나 여기서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주오령은 보스를 처리할 수 없다···.’

이곳의 보스는 물리 면역과 여러가지 특성 가지고 있다. 마력을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면 상대할 수 없다.

물론 주오령은 억지로라도 쓰러뜨리려 하겠지만, 기합만으로 모든 게 되지는 않는다.

주오령이 쓰러지기 전에 지원을 가주는 게 중요했다.

‘죽을 거라는 생각은 안들지만.’

덜컹.

일행이 문 앞에 다가가자, 저택의 문이 저절로 열렸다.

한 때 대부호의 저택이었던 이곳은 오랜 시간이지나 유령과 망자들의 은신처가 되었다.

염태준이 불안한 듯 중얼거렸다.

“이거···. 살아서 돌아올 수 있겠지?”

“당연하죠. 진영이 형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죠.”

“아예 이 놈을 믿는 종교라도 만들지 그러냐. 진영교로 해서.”

염태준이 질린다는 눈으로 김지훈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뜬금 없이 그랑블루 공략대의 백성현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이런 식으로 계속 활약을 반복하시면, 정말로 그런 추종자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 이 놈들은 농담이 뭔지 모르나.”

그때, 생각 깊게 하고 있던 진영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택 안은 의외로 심플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복도가 펼쳐져 있을 뿐, 공략대를 맞이하는 마수나 함정은 없었다.

그러니 무언가를 설명하기에는 좋았다.

“이제부터는 제가 하는 말을 잘 들어주셔야 합니다.”

“문제 없습니다.”

레드 언데드를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 레드 리버 클랜원들도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그들도 플레이어들 중 최상위권에 위치한 자들이다.

그런 자신들이 공들여 잡아야 레드 언데드를 진영은 고블린 잡듯 처리했다.

심지어 빛의 사제를 데려오는 준비성까지 완벽했다.

“말씀만 하시죠.”

17층을 공략하는 자리에 함께 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는 것도 당연했다.

진영은 진지한 목소리로 그들에게 이야기했다.

“지금부터는 저 혼자 가겠습니다.”

* * *

이곳 죽음의 저택은 말그대로 죽음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장소.

정원을 돌파하는 것과, 저택을 공략하는 것은 그 난이도가 다르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야, 아무리 그래도···.”

당황한 일행들이 한마디씩하자 진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여러분의 역할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잘 해 주셔야 제가 죽지 않습니다.”

진영은 복도 옆에 주르륵 나열 된 호실들을 살폈다.

“101호부터 106호까지 공략해주세요. 그 동안 저는 이 복도의 끝을 향해 가겠습니다.”

회귀 전, 16층 공략 후 17층에 입성한 플레이어들은 큰 혼란에 빠진다.

17층의 공략을 위해서는 보스를 쓰러뜨려야하는데, 문제가 생긴 것이다.

‘보스 방에 들어갈 수 있는 플레이어는 단 두 명.’

다른 플레이어들은 호실을 하나 하나 공략하면서 저택 힘을 약화시켜야했다.

그러다보니 자원하는 이들이 없었다.

바깥의 플레이어들이 조금이라도 실수한다면, 복도 끝으로 들어간 플레이어는 곧장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물론 신화준은 그런 상황이 펼쳐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겠지만.’

시간을 끌던 신화준은 영웅처럼 저택으로 들어가며 공략을 성공해낸다.

‘이번에는 내가 해낼 차례다.’

진영은 각 호실에 대한 설명을 마쳤다.

“이렇게만 하면 호실 공략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저택 내부 공략이란 거군요.”

“그 부분은 제가 알아서 할테니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백성현이 불안한 눈길로 진영을 바라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털어 지웠다.

“그럼 저희는 저희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모두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진영은 일행을 두고 복도를 향해 걸어나갔다.

그 때 갑자기 염태준이 뒤에서 소리쳤다.

“야, 이거 가져가!”

유리병 하나가 호선을 그리며 날아왔다.

투욱.

고급 엘릭서였다. 체력과 마력을 60% 채워주는 지금 시점에서는 가장 좋은 물약.

“네 놈이 죽으면 보물도 다 못 모으니까 말이야. 내가 초월자가 되면 네 놈도 한 자리 정도는 해 줄테니까 죽지 말아라.”

“그거 고맙네.”

그 말에 진영이 피식 웃고서 복도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어둠을 뚫고 복도 끝에 도달하자, 호실이 없는 길이 쭉 나타났다.

그리고 그 앞을 지키듯 서 있는 유령 하나.

녀석에게 표식은 없었다.

‘나보다 강한 놈이라는 건가.’

진영은 단검을 꺼내들어 마력을 둘렀다.

자신보다 강하다고해서 이기지 못하란 법은 없었다.

지금껏 처리해 온 마수들도, 단순히 약하고 강하고를 따지면 자신보다 강한 경우가 많았으니까.

스스스···.

유령의 형체가 더욱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으로 변한 그녀는 강한 마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 잠시만요···.

말을 할 수 있는 종류인가.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유령의 입에서 뒤이어 나온 말이 놀라웠다.

- 잠시만요···. 이계의 규율에 따르는 자에게 거스를 생각은 없습니다.

유령은 이계의 규율에 관해 알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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