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이 품은 다섯 가지 보물(3)
[ 이계의 존재들이 당신의 히스토리를 탐색합니다. ]
새롭게 진영의 존재를 확인한 이계의 존재들이 진영이 지금껏 지나온 족적을 살핀다.
회귀 전 탑에 들어왔던 진영의 삶 그리고 기적적인 회귀 이후의 활약까지.
[ 이계의 존재들이 당신의 히스토리에 경악을 금치 않습니다. ]
0층부터 진영이 이뤄온 일들은 그들이 놀랄만한 가치가 있었다.
무한한 회귀를 가지고 있음에도, 단 한 번의 회귀로 이뤄낸 성과.
경악하지 않고 배길 수 없었다.
[ 이계의 감시자가 당신의 장래성을 높이 삽니다. ]
[ 이계의 감시자가 ‘적절한 보상’을 제공합니다. ]
진영의 앞으로 금빛 무리가 모여들었다.
역시 염태준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
빛 속으로 손을 넣자 딱딱한 무언가가 잡혔다.
‘이건···.’
[ 아이템 설명 ]
이름 : 특별한 이계 스킬석 - 3위계
효과 : 클래스에 걸맞은 새로운 스킬을 획득한다.
금색을 띠는 보석은 이곳저곳이 삐죽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기본 스킬석과 비교해 변이종이라도 보는 기분이었다.
‘3위계라···.’
멸망의 탑에는 위계라는 단위가 없다.
그러나, 이계의 존재들에게 있어 위계란 그들을 가늠하는 척도와도 같을 것이다.
그렇기에 근원과 본질도 기를 쓰고 자신에게 선택 받고자 했다.
“고맙다. 잘 쓰도록 하지.”
“어? 그래. 내 아이템이니까 성능은 당연한거고, 조심해서 쓰라고.”
엉뚱하게도 염태준이 진영의 혼잣말을 듣고 대답했다.
진영은 피식 웃으며 손에 쥔 보석을 깨뜨렸다.
파삭.
[ 이계 주시도가 상당합니다. ]
[ 현재 당신의 존재를 알아차린 이계의 존재가 많아 특별 보너스가 추가 됩니다. ]
[ 당신을 직접 주시하는 이계의 존재 : 5 ]
진영의 첫번째 스킬은 기본 스킬인 스틸.
두번째 스킬은 아이템을 숨기게 해주는 절대 은폐였다.
그때까지 진영의 직업은 그저 도둑일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스킬석을 사용하는 진영의 클래스는 무려 EX급.
클래스의 성격과 등급에 따라, 스킬의 강력함도 달라진다.
그런 불합리함을 탈피한 지금.
진영의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두근 두근.
빛이 잦아들기 직전, 정보창 하나가 떠올랐다.
[ 스킬 ‘절대 일격’을 획득하셨습니다. ]
진영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좋아, 일단은 공격 스킬인 것 같네···.’
정확한 정보는 설명창을 확인해 봐야겠지만, 공격 스킬일 확률이 컸다.
‘일격’이 공격이 아니라 버프일리는 없으니까.
제대로 된 전투 스킬이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원이 다르다.
탑에서 전투 클래스가 각광 받는 것도 이유가 있다.
같은 무기를 들고 싸우더라도, 스킬 하나에 그 위력의 차이가 무시무시하기 때문이다.
[ 스킬 설명 ]
이름 : 절대 일격
등급 : EX (3위계)
기본 효과 : 자신보다 약한 상대에게 표식이 드리워집니다. 표식이 드리워진 상대를 일격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소모값 없음, 쿨타임 없음.)
사용 효과 : 이 스킬로 약점 공격시 5배의 데미지를 줍니다. (막대한 기력을 소모합니다.)
스킬의 설명을 읽어나가는 진영의 얼굴 위로 환한 미소가 번졌다.
‘미친 거 아니야?’
멸망의 탑, 전무후무할 정도의 성능을 가진 스킬이었다.
사용효과도 그렇지만, 주목할 것은 기본효과였다.
‘나보다 약한 상대를 무조건 일격에 처리한다···.’
약한 상대라는 판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진 알 수 없지만, 이 스킬이 있다면 진영 혼자서 수 십, 수 백 마리의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 이계의 근원이 당신의 행운에 놀랍니다. ]
[ 이계의 감시자가 새로운 스킬에 만족합니다. ]
[ 이계의 본질이 강한 스킬에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
‘아직 등급에 달린 위계가 무엇인지 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 충분하지.’
스킬을 당장이라도 사용해 보고 싶은 맘은 굴뚝 같았지만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염태준, 내려가자.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까.”
“언제 내려가나 했네, 그래 가자고. 근데 아까 시작 전에 마셨던 물약은 뭐냐? 싸움 도중에 갑자기 능력치가 상승하는 느낌이던데···. 그것 때문이야?”
“잘 알고 있네.”
“대체 그런 건 어디서 났냐···.”
진영은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특성을 훔친다거나, 스틸 스킬이 있다는 것을 굳이 밝힐 필욘 없었으니까.
“내려갑시다.”
* * *
“오셨군요!”
착실하게 생긴 청년. 김영훈이 나와 염태준을 맞이했다.
0층부터 함께 했던 지훈이의 형.
김영훈은 얼마전 체이서 클랜으로부터 구출된 뒤 김지훈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아뇨, 간단했습니다. 지훈이가 거의 다하고, 저는 뒤에서 버프만 건 수준입니다.”
이번 목성교를 처리하는데 이 둘의 도움이 필요했다.
집회에서 진영이 김목성과 간부를 처리하는 동안, 목성교의 본진을 습격할 사람.
그게 김지훈과 김영훈 형제였다.
“본관에 들어 간 뒤로는 그렇게까지 위협이 되는 인물은 없었습니다. 제압하는 것도 간단했고요.”
김영훈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이 둘은 목성교에 직접 관심이 있는 척하며, 본진까지 구경 받을 수 있었다.
둘 다 그랑블루의 S급 지원 프로그램을 받은 상태이니, 걱정할 것도 없었다.
“꼭 목성교에 들어가고 싶다고하니까, 완전 경계가 풀리던데요?”
아직 소규모에 불과한 단계고, 사실상 불법적인 일은 시작하지 않은 상태이니 그들이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세미나의 형태를 취한 것도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니.
“하여튼 뭔가 있어 보이는 건 다 가져왔어요.”
김지훈의 클래스는 ‘짐꾼’.
무엇이든지 인벤토리에 넣을 수 있다.
지훈의 품 안에서 하얗게 칠해진 금고 하나가 나왔다.
머리통만한 크기였다.
“이 정도는 간단하지.”
뒤에서 구경하던 염태준이 주머니에서 열쇠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게 만능 열쇠 아이템이라는 건데, 한 번 봐봐.”
“이거 다이얼로 여는 것 같은데요.”
“······.”
김지훈의 말대로, 열쇠가 들어갈 구멍이 없었다.
염태준이 뒷머리를 긁었다.
“뭐, 오히려 쉽지.”
녀석은 열쇠를 주머니에 넣더니, 직접 다이얼을 돌리기 시작했다.
일반인이었다면, 금고에서 나는 미묘한 소리의 차이를 알아낼 수 없다.
그러나 플레이어의 인간을 뛰어넘은 인지 능력은 다이얼 따위를 무용지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철커덕.
반가운 소리와 함께 금고의 문이 열렸다.
“귀걸이······?”
김지훈 형제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염태준은 눈이 돌아가기 직전이었다.
“하, 하나가 더 있잖아! 이것도 숨기고 있었던거야? 이 미친놈들 어떻게 찾은 거지?”
흥분한 염태준이 말까지 더듬어가며 귀걸이를 집어 들었다.
육망성의 귀걸이.
탑이 품은 다섯 가지 보물 중 하나였다.
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1년 뒤 목성교는 이 두 개의 보물을 성물로 내세우며 교세를 확장하지. 혹시나해서 살펴보라고 한건데, 의외의 소득이 있네.’
다만 귀걸이는 팔찌처럼 특수한 힘을 가지고 있거나 하지 않았다.
“그러면 이제 하나 남았군.”
순식간에 네 가지의 보물이 모였다.
그랑블루 창고에서 발견한 파쇄자의 투구.
15층에 숨겨져 있던 창조자의 걸쇠.
목성교가 가지고 있던 영원 불명의 고리와 육망성의 귀걸이.
이렇게 총 네 개.
덕분에 수고를 덜었다. 진영 또한 모든 보물의 위치를 알고 있던 것은 아니기에.
“이진영···. 마지막 하나의 위치. 알고 있냐?”
“17층. 타이탄의 창은 17층에 있어.”
그러나 마지막 보물의 위치는 잘 알고 있었다.
진영은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그건 뭡니까?”
“마지막 보물을 찾을 수 있는 일종의 열쇠입니다.”
체이서 클랜을 털 때 얻었던 천상의 뿔피리.
이게 있다면 마지막 보물을 손에 넣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근데, 형···. 보물은···.”
염태준의 눈치를 보느라 말을 하진 않았지만, 김지훈이 알기로는 보물은 쓰레기나 마찬가지였다.
진영도 그렇게 알고 있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보물은 진짜야. 그러니까 이번 17층 공략을 도와줄 수 있겠어?”
“······. 알겠어요. 저희 형도 저랑 같은 마음일 겁니다.”
“돕겠습니다. 지우지 못할 은혜를 입었으니까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염태준이 미간을 좁혔다.
“어이, 어쨌거나 보물은 모으면 다 내 것이니까 눈독 들이지마. 알았지?”
“그래, 맘대로 해라.”
진영이 손을 저었다.
아마 모든 보물이 팔찌처럼 해방되지 않으면, 다섯 개를 다 모아도 기대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회귀 전의 목성교가 그랬으니까.
그때였다.
[ 16층이 공략 되었습니다. ]
탑 전체로 누군가가 16층을 공략했다는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메시지를 확인한 진영이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주오령이군.’
반면 길거리의 사람들과 클랜들은 난리가 났다.
“대체 누가 공략한 겁니까?”
“그랑블루나 레드 리버에서 공략 예정 있었나요?”
“방금 막 관리자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받은 참인데, 벌써 공락이라뇨?”
“미로가 사라졌다고요?”
남은 일은 준비가 되는 대로 17층에 오르는 것뿐이었다.
* * *
“이진영씨가 공략하신 게 아니라고요?”
고정민이 벌어진 입이 닫아질 줄을 몰랐다.
“저와 같이 다니던 주오령이라는 녀석이 한 일일 겁니다. 클랜원들에게 주오령을 마주치면 엮이지 말라고 전달만 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네, 꼭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그 분이 얼마나 강력한지는···. 처음부터 봤으니까요.”
“이제 본론으로 돌아오죠.”
고정민은 침을 꿀꺽 삼킨 뒤 입을 다시 열었다.
“그러니까 찾아 오신 이유가 바로 17층 공략에 들어 갈 건데, 지원이 필요하시다는 거죠.”
“맞습니다.”
“저희야 언제든지 진영님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진영이 가지고 있는 정보로 이미 많은 덕을 보았다. 15층을 주도해서 공략한 대형 클랜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고, 레드 리버와의 격차도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었다.
마정석 추출지나 파밍 장소의 확보는 물론, 바깥에서의 그랑블루의 위상도 높아졌다.
전체 수익이 40% 상승하고, 더 많은 바깥 길드들과 계약을 체결했다.
세간에서는 그랑블루야 말로 탑을 공략할 유일한 클랜이라고 소리 높여 이야기한다.
이것 모두가 진영의 덕이었으니 지원을 끊을 이유가 없었다.
‘물론 17층 이후로는 지원의 양을 줄이려 하겠지.’
17층에서 회귀했다고 이야기해 놨으므로, 그랑블루의 공격적 투자는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다.
“이번에는 저희 쪽에서도 아끼지 않고, 진영님을 따라갈 수 있는 인원들을 준비해두겠습니다.”
17층 공략.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그랑블루의 이익은 막대했다.
고정민의 눈이 번뜩였다.
“3일 뒤에 뵙죠.”
* * *
그리고 17층 공략 당일.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오고 가고 있었다.
먼저 목소리를 높인 건 파견된 그랑블루의 5인 공략대였다.
“당신들이 왜 여기에 있어?”
“그건 우리 마음이지.”
“얹혀서 득이라도 볼 생각인가 본데, 어림도 없지.”
그 반대편에서는 레드 리버의 5인이 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진영이 손을 저었다.
“여러분 레드 리버 분들도 저희를 도와주러 오신 겁니다. 17층 공략은 쉽지 않습니다. 두 클랜이 힘을 합쳐야 할 겁니다.”
이번 레드 리버의 파견은 진영이 부탁한 일이었다.
레드 리버는 양지에 있는 마지막 전력을 짜서 보냈다. 회생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이번 공략은 사람이 많아야 한다.
“흐음···.”
“진영씨가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렇게 해야죠.”
“맞습니다.”
진영이 관리자를 쓰러뜨렸다는 건 그랑블루 내에서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진영의 한마디에 그랑블루 일행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레드 리버와 싸우는 것을 멈추었다.
"......"
레드 리버도 진영의 말을 무조건 따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온 차라 조용해졌다.
[ 17층 : 잃어버린 혼의 절규 - 죽음의 저택 돌파 ]
“그러면 출발하기 전에, 김영훈씨 부탁드리겠습니다.”
“넵, 알겠습니다.”
김지훈의 형 김영훈의 클래스는 빛의 사제.
영혼 계열 마수가 나오는 이 플로어에서 그의 존재는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홀리 인챈트!”
샤아아..
김영훈의 몸에서 뻗어 나간 빛줄기가 15명의 무기에 머물렀다.
준비가 마쳐진 것을 확인한 진영이 말했다.
“그럼 출발해 봅시다.”
그때였다.
그랑블루 공략대 중 하나가 멀리 떠 있는 무언가를 보고 소리쳤다.
“저, 저거 뭡니까!”
공략대에 들어갈 정도로 뛰어난 인원이 기겁할만한 존재.
피 칠갑을 한 무언가가 그들의 앞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