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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70화 (70/152)

탑이 품은 다섯 가지 보물(1)

이진영과 주오령의 눈이 마주쳤지만, 인사를 나누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주오령이 깔고 앉은 가고일이 입에 거품을 물고, 어거지로 일어나기 시작했으므로.

크르아아아!

심장이 떨려오는 괴성과 함께 가고일이 주오령을 밀쳐냈다.

콰아앙!

주오령은 그대로 거대한 굉음과 함께 미로의 벽에 처박혔다.

미치광이 상태의 가고일 관리자에게선 더 이상 이성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오로지 눈앞에 존재하는 플레이어를 죽이기 위해 행동할 뿐.

콰가가각!

마력이 실린 발톱이 땅을 파고 들었다. 플레이어들은 겁에 질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구, 구세주 아니였냐고!”

“거기 가면 쓴 놈들은 안 도와주고 뭐 하는 건데?”

김목성의 친위대이자, 목성교의 핵심 간부들은 김목성에게 철저히 감화되어 있었다.

그가 죽으라고 하면 죽으라고 할 정도로 충성스런 자들.

“저 분은 구세주가 맞습니다.”

그들은 구세주의 등장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기대대로 주오령은 피 섞인 침을 뱉어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 성가시군.”

낮게 중얼거린 주오령이 땅을 내딛었다.

쿠웅.

도움 닫기 한 번에 강한 충격파가 터져나왔다.

다음 순간, 주오령의 주먹은 가고일의 머리를 내리치고 있었다.

투쾅!

가고일은 머리가 꺾였음에도 지지 않고 자신의 발톱을 뻗어 응전했다.

그러나 주오령의 피부를 뚫을 수는 없었다.

투쾅!

일방적인 주먹질 앞에서 가고일의 저항은 무의미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기 시작한 플레이어들이 모두 입을 벌린 채 아무런 말을 잇지 못했다.

염태준만이 옆에 서 있는 이진영에게 말을 걸었을 뿐이다.

“야, 저 녀석 너랑 같이 있던 그 놈이잖아. 관리자를 어떻게 저렇게 일방적으로 패는 거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한테 쨉도 안되던 놈이···.”

“글쎄, 원래 저런 놈이어서.”

진영은 당연하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주오령도 그랑블루의 S급 지원 프로그램을 받았다. 물론 코인만 받고 사라지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코인을 잘 투자했다면 그의 평균 능력치는 진영과 마찬가지로 4단계.

베르세르크 클래스의 광폭화 특성을 더하면 지금 녀석의 능력치는 6단계 역사(歷史).

거기에 더해 주오령 특유의 신체 능력을 생각하면 관리자가 쪽을 못쓰는 것도 당연했다.

“구세주시여!”

김목성은 주오령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며 외쳤다. 그런 그를 이진영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주오령을 이용하려는 것 같은데···.’

주오령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존재이던가? 지금까지 봐온 바에 따르면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주오령을 이용하려다 목성교가 박살나지 않으면 다행이다.

주오령의 압도적인 공격은 계속됐다.

투쾅! 투쾅!

철을 패대기치는 것 같은 충격음이 연달아 터졌다.

이것은 전투가 아니라, 한 존재가 다른 연약한 존재를 공격하는 사냥에 지나지 않았다.

투쾅!

그리고 마지막 공격이 끝났을 때.

가고일 가일은 관리자의 위엄조차 잃고 차가운 바닥에 축 늘어졌다.

“······.”

플레이어들 사이로 쥐죽은 듯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그 찰나의 순간을 비집고 들어 온 것은 아니나 다를까 김목성이었다.

“제 예언대로···. 저희를 구해주신 구세주가 나타나셨습니다.”

그 말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실제로 위기의 순간 목숨을 구해준 것은 맞았기에.

김목성은 옆에 있던 간부에게서 옷가지를 넘겨받았다.

그들의 구세주는 바지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기에.

김목성의 예언에 따르면, 구세주에게 옷가지를 넘겨주고 그의 힘을 빌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김목성은 예언을 따랐다.

“여기 당신을 위한 옷이 몇 점 있습니다. 편한대로 골라 입으시죠.”

구세주가 가진 힘은 목성교의 부흥에 필시 도움이 될 터.

옷가지를 내미는 김목성의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필요 없다.”

툭.

주오령은 옷가지를 바닥에 내던졌다. 마치 쓰레기라도 보는 양 그의 붉은 두 눈이 찌푸려졌다.

“예?”

김목성의 예언이 완벽히 빗나가는 순간이었다.

* * *

멸망의 탑에 존재하는 예언들은 완벽하지 않다.

사소한 사건에 의해서 바뀌거나, 자신의 부주의로 바뀌기도 쉽상이었다.

그러나 보물 ‘영원 불멸의 고리’를 통해서 행한 대예언만큼은 틀린 적이 없었다.

저벅, 저벅.

주오령은 가고일의 시체 위에서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그 앞에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김목성이 굳은 듯 서 있었다.

“목성님, 괜찮으십니까?”

간부 하나가 조심스레 묻자 김목성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안 괜찮다. 이 무슨···.”

팔찌를 통해 내려진 대예언만큼은 바뀌지 말았어야 했다.

그 가장 중요한 예언이 바뀌어 버렸다.

거기까지였다면 괜찮았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

바뀌었다면, 바뀐 것에 맞춘 새로운 예언을 내리면 된다.

어려울 것은 없었다.

바뀐 상황에 따라 행동하면 될 뿐이었다.

‘말도 안돼···.’

진짜 문제는 예언이 계속해서 가로막힌다는 것이다.

그것도 단 한 사람에 의해서.

‘대체···.

느릿하게,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김목성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의 시선이 진영에게 고정되었다.

저도 모르게 존댓말이 터져나왔다.

“대체 당신은 누구십니까?”

예언가 김목성의 예언 스킬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동영상처럼 미리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지금부터 그가 확인한 모든 미래에서 김목성은 눈앞의 이진영에게 죽게 된다.

‘이럴 리가 없어···.’

속으로 말도 안 된다고 되뇌면서도 김목성은 최선의 수를 찾아내려 하고 있었다.

“대체, 누구시길래···. 제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으신겁니까?”

구세주가 될 예정이었던 주오령은 어느새 이진영의 옆에 서 있었다.

간부들은 영문을 몰라, 김목성과 이진영을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확실히 예언 능력이 대단하기는 한 모양이군.”

진영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김목성을 바라보았다.

‘목성교’는 탑의 보물을 모으기 위해 살인과 고문을 마다치 않고, 광신적인 신도들을 앞세워 음지와 양지 모두에서 해악을 일으키는 존재이다.

뿌리를 없앨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없애는 것이 맞았다.

그 생각을 정확하게 읽어낸 것은 다름 아닌 김목성 본인이었다.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대체 어떻게 예언을 바꾸시는 겁니까?”

김목성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 **

당황한 김목성은 감히 이진영에게 덤벼들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그 미래가 뻔하기 때문이었다.

이진영은 달랐다.

예언이 통하지 않고 있었다.

단순히 무력만 본다면, 지금 김목성은 절대로 밀리지 않았다.

그에게는 4인의 간부들이 있으니까. 이들은 랭킹에 등록되지 않은 숨겨진 강자.

그러나 반항할 수 없었다.

모든 미래가 그에게 패배를 안겨주고 있었으니까.

[ 이계의 존재들이 현재의 상황에 통쾌해 합니다. ]

여지껏 상황을 구경하던 이계의 존재들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 이계의 근원이 당신의 존재는 이계의 시간축에 속한다고 이야기합니다. ]

[ 이계의 본질이 이계의 규율에 따르는 자는 모든 시간축에 우선한다고 말합니다. ]

완전무결 스크롤의 시련을 통과한 뒤로, 녀석들이 진영에게 공개할 수 있는 정보도 늘어난 듯했다.

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언류의 스킬을 파훼할 수 있다는 건가.’

원래 예언 자체가 불안정하긴하다만, 김목성의 얼굴을 보니 무언가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그 확신은 분명 그가 가진 보물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미래를 볼 수 있다면, 내가 원하는 것도 알고 있겠군.”

회귀 전과 달리, 김목성이 사용하는 ‘영원 불멸의 고리’에는 어떤 힘이 숨겨져 있는 듯 했다.

김목성의 능력도 과거에 들려온 소문과는 확연히 달랐다.

“······.”

지금껏 두려운 듯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던 김목성의 눈빛이 변했다.

그가 자신의 팔찌를 뒤로 숨겼다.

“이것만큼은···. 드릴 수 없습니다.”

이미 미래의 수 많은 예언들이 김목성의 패배를 보여줬음에도, 김목성은 고개를 저었다.

이 보물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고작 여기서 자신이 무너질 수는 없다. 김목성 또한 예언을 모두 믿는 자는 아니었다. 모름지기 예언은 사람하기 따라 바뀔 수도 있는 법.

그렇게 생각한 김목성이 이진영과의 거리를 벌렸다.

그는 간부들을 향해 외쳤다.

“급작스럽지만 목성교의 최대의 시련이 도래했습니다! 아직은 우리의 때가 아니었나 봅니다.”

스릉-.

그 말을 기점으로 옆에 서 있던 간부들이 하나 둘씩 무기를 꺼내 들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살아남은 5명 정도의 플레이어는 어리둥절한 상태.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좀 이상한데···.”

푸슉!

간부들 중 하나가 던진 단검에 다른 플레이어의 목이 꿰뚫렸다.

간부들은 신속하게 집회에 참여했던 플레이어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이번 집회는 포기하겠습니다, 전력으로 우리 앞에 찾아온 고난을 헤쳐나가죠.”

김목성은 보물을 얌전히 넘기는 대신 진영과 싸우기로 결정했다.

보물을 위해서라면, 목숨조차 불사를 각오가 되어 있었다.

“이 보물만 있다면, 새로운 예언을 창조해내는 것도 가능할 겁니다.”

자신의 스킬로 본 예언은 모두 절망뿐이었다.

그렇다면 팔찌의 힘으로 다시 한 번 대예언을 만들어낸다는 게 그의 선택이었다.

샤아아-!

김목성의 팔찌가 빛나며, 그의 스킬과 함께 새로운 대예언을 만들어냈다.

그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 예언대로라면···.”

그러나 그가 확인하는 예언의 막바지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그의 표정이 점차 변해갔다.

“바뀌지가 않는데···. 근데 왜인지 아까부터 눈이 아픈 듯한···.”

과하게 사용한 팔찌 탓일까 그의 눈에서 새하얀 빛이 솟아나고 있었다.

간부들 또한 그의 변화에 놀라며 한 걸음씩 물러났다.

“김목성님···. 역시 선택 받으신 자로군요!”

“초월의 좌에 오르시는 중이신겁니까?”

그들의 반응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평소 김목성이 쌓아온 교리대로 간부들의 눈에 김목성은 인간을 뛰어넘은 존재로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에게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눈에서 느껴지던 고통은 점차 쾌감이 되어가고 있었다.

“오오오···. 보인다, 보여!”

미래에 일어날 모든 것들이.

원인과 결과.

시작과 끝.

멸망의 탑에 대한 감춰진 진실들과 이계의 너머의 것들이 김목성에게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내가! 내가! 오르고 있다! 초월의 좌에! 인간을 뛰어넘은 존재로!”

진영은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파트너, 어떻게 할 셈이지?”

바로 뛰어나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물어볼 줄이야.

어쩌면 그만큼 눈앞의 상황이 심각한 것일 수도 있었다.

주오령은 감만큼은 뛰어난 녀석이다.

“어쩌긴 팔찌를 뺏어야지.”

어떤의 이유로 회귀 후의 세계에서는 팔찌에 초월적인 힘이 깃들어 있는 모양.

염태준 또한 입맛을 다시며 입을 열었다.

“저게 진짜 보물의 힘이란 말이지. 역시 탐나는데.”

진영은 아이템 주머니에서 적당한 포션 하나를 꺼내 들었다.

실제로는 체력 회복력을 미세하게 회복시켜주는 아이템이지만.

염태준의 앞에서 섣부르게 스틸 스킬을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뭘 마시는거야?”

“보고 있으면 알아.”

상대를 속이려면, 아군까지 확실하게 속여야 한다.

나중에 얼버무릴 군데를 만들어두는 것이었다.

준비를 마친 진영의 눈빛에 이채가 서렸다.

김목성이 내뿜는 새하얀 빛은 심상치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초월의 좌에 오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보물의 힘이 진짜라는 것은 다섯 개의 보물을 모두 모아야 초월의 좌에 오를 수 있다는 전설 또한 진실일 것이므로.

진영은 그대로 손을 앞으로 뻗었다.

탑의 품은 다섯가지 보물들.

솔직히 지금까지는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모두 진짜 보물이었다면, 전부 훔쳐주마.’

제스처를 취하는 진영의 앞으로 네 명의 간부가 달려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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