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69화 (69/152)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자(4)

목성교의 창시자 김목성은 웃고 있었다.

‘몇 가지 걸리는 점을 제외하면 순조로워.’

이번 16층에서 이루어지는 집회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15층이 공략되고 16층에 대한 정보가 널려지지 않은 지금,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플레이어들을 미혹하기에는 최적기였다.

김목성은 미리 세미나에서 골라낸 12인의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예언 능력을 사용할 작정이었다.

‘사람이란 게, 겉으로는 복잡한 척하지만 그만큼 다루기 쉬운 것들도 없지.’

멸망의 탑에 들어오기 이전, 김목성의 직업 또한 사이비 주교였다. 자신이 만들어낸 종파를 통해서 사람들을 현혹하고, 그들의 부와 재산을 뜯어먹는 일을 하던 그였다.

‘이건 하늘이 내게 내린 기회야.’

멸망의 탑에 들어온 후, 그가 손에 넣은 클래스는 ‘예언’.

거짓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미래를 본다고 주장하던 그가 진짜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은 손에 넣은 것이다.

그 효과는 대단했다.

사이비가 더 이상 사이비가 아니게 된 것이다.

아무런 능력이 없었을 때도 사람들을 미혹시키던 그가, 예언이라는 딱 맞는 능력을 얻었을 때의 시너지란 상상을 초월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탑에서 예언이란 능력 자체는 특별하지 않아. 내가 특별해지기 위해서는, 특별한 종교가 필요하다.’

김목성은 탑에 존재하는 전설을 통해, 자신만의 종교를 창시했다.

마침 딱 맞는 전설과 신화가 존재했다.

‘탑이 품은 다섯 가지 보물’

탑 곳곳에 흩뿌려져 있는 전설은 그것을 종교로 승화시키는 김목성에게도 강력한 믿음을 심어주었다.

다섯 가지 보물을 모두 모으면 초월의 좌에 오른다.

상상이나 지어낸 것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탑의 전설.

거기에 더해 김목성이 만든 종교 목성교는 그 스스로조차 얽매이게 하였다.

이제 그의 목적은 신도들을 이용해 탑에 흩뿌려진 보물들을 찾아 자신이 진정한 ‘신’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위대한 발걸음의 초석을 다지는 공간은 16층, 바로 이곳이다.’

예언 능력을 통해서 확인한 이곳에서, 목성교를 이끌 ‘구세주’가 나타난다.

그것을 위해 죽어 있던 관리자까지 살려냈다.

남은 건, 극도의 위기 상황에서 플레이어들이 구해지는 것뿐.

진짜 기적을 체험한 플레이어들은 목성교에 몸을 담을 수밖에 없다.

인간들이란 보이지 않는 미래를 두려워하며, 확정된 미래를 가지길 원하는 자들이니까.

그러한 힘을 김목성은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자신만만한 걸음의 이유였다.

‘몇 가지 걸리기는 하지만···. 예언 능력을 활용하면 상정 가능한 수준이다.’

예를 들면 이진영이라는 플레이어.

세미나에서 추려 온 강자들 중에서도 특이했다.

‘직접 예언 스킬을 사용할 수 없을 줄이야.’

특수한 아이템이라도 가지고 있는 모양인데, 예언을 사용해도 그 아이템의 출처나 이진영의 삶을 읽어내기가 불가능했다.

마치 무언가가 이미 그의 삶을 훑고 있는 느낌.

사용중인 자리를 차지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하는 수 없이 주변부의 인물을 통해 읽어내는 정보가 전부였다.

‘나머지는 사소한 근심에 지나지 않으니, 집회는 이대로 속행해야 하겠지.’

계속해서 걸어가자 예언으로 미리 봐두었던 미로의 중심이 나왔다.

체력을 회복 시켜주는 분수대와, 식용 가능한 나무 열매가 자라 있는 장소였다.

레이어들은 놀란 표정으로 웅성거렸다.

“16층은 아직 대형 클랜에서 탐사도 못 끝낸 곳 아니야?”

“이 미로를 한 번에 뚫어내는 걸 보니까, 분명 무슨 능력이 있기는 한가 본데.”

“뭐, 별 거 있어? 예언가 클래스니까 당연한 거겠지.”

종교 지도자로서는 아니더라도 그를 실력있는 플레이어로서 인정하고 있었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김목성이 플레이어들의 앞으로 나섰다.

“여기까지 왔으면 슬슬 말씀드려도 될 것 같군요. 오늘 저희들의 목표는 16층을 공략하는 것입니다.”

그 말에 플레이어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제 예언 능력은 여러분의 생각보다 훨씬 강력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더 강하게 해주는 아이템이 하나 있죠.”

김목성은 자신의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거기에 걸린 붉은 색의 고리가 반짝였다.

“영원 불멸의 고리라고 부르는 이 아이템은 평범한 아이템이 아닙니다. 탑의 진기가 담겨 있는 보물이죠. 이것을 통해 오늘 저희가 16층을 공략하게 된다는 것을 예언할 수 있었습니다.”

붉은 색의 고리에서 밝은 빛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그 분위기가 상당히 성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시련을 넘어야합니다. 그 시련이란, 앞서 말했듯이 관리자입니다. 쌍둥이 관리자 중 살아남은 하나. 녀석이 우리를 덮칠 것입니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구세주께서 우리를 구해 주실테니까요.”

허무맹랑한 소리에 플레이어들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의 예언 능력만큼은 진짜라고 믿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플레이어들이 분수대의 물을 마시며, 김목성의 이야기를 진심 반, 흥미 반으로 듣고 있을 그때였다.

김목성이 천천히 분수대에 앉아 있는 사람의 손을 이끌었다.

“아, 거기 계시면 위험합니다. 지금부터 시련이 시작될 테니까요.”

김목성의 손에 이끌려 플레이어가 분수대에서 일어나는 순간.

콰아아앙!

물이 솟구치며 분수대가 터져나갔다.

부숴진 구멍에서는 붉은 형체가 단숨에 날아 올라왔다.

“허억!”

“뭐야?”

괴기스런 모습에 자리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숨을 들이켰다.

[ ······. 누가? ······? 누가? ]

펄럭!

온 몸에 피칠갑을 한 것처럼 붉게 물든 가죽을 가진 가고일이 일행을 노려보고 있었다.

가고일 가일.

쌍둥이 형 마일을 잃고, 죽음에서 살아 돌아 온 가일이 눈을 번뜩였다.

* * *

‘S급 클래스 죽음의 왕’

진영은 가일이 살아난 형태를 보자마자,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목성교가 커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군.’

랭커에 비견 될 정도의 힘을 가진 자들이 처음부터 목성교와 함께 하고 있었다.

신화준은 15층을 공략한 뒤, 계속해서 탑을 오른다. 그 사이에 다른 플레이어가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

‘16층을 깨고도 남겠어.’

즉 신화준이 아니었다고 해도, 누군가는 탑을 클리어했을 거란 말이다.

‘근데 저걸 살려서 어쩌겠다는 거지?’

죽음의 왕 클래스는 네크로맨서와 다르다. 죽은 마수를 살려내는 대신 ‘미치광이’ 상태가 되고, 제어도 불가능하다.

미치광이 상태의 마수는 능력치가 30% 가량 상승한다.

즉, 관리자를 살려내는 건 그야말로 미친 짓.

“여러분 당황하지 마십시오! 우선 김명원씨, 가고일을 향해 실드를 펼쳐 주십시오.”

“내 클래스를 어떻게 알고···.”

예언자에게 일일이 놀라고 있을 틈은 없었다. 지목 받은 남자가 실드를 펼치자마자 가고일의 브레스가 뿜어졌다.

콰아아아-!

푸른 실드와 검은 브레스가 만나며 충격파가 일었다. 실드 내부에 인데도 마력에 피부가 아려왔다.

“다음으로 구상군씨, 앞으로 걸어나가면서 대지의 공명을 사용해주세요.”

“뭔지는 몰라도, 알겠습니다.”

예언가 김목성은 이미 주변에 있는 플레이어들의 능력과 스킬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자신의 예언을 바탕으로 플레이어들을 적재 적소에 배치하는 능력 또한 대단했다.

투쾅!

높게 솟아난 대지의 벽에 가고일이 튕겨져 나갔다.

싸움을 구경하는 염태준이 혀를 내둘렀다.

“이거, 그냥 단순한 사이비 종교가 아니었나본데. 예언가 클래스가 저렇게 대단한 거였던가?”

“······. 뭔가 이상한데.”

진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김목성을 관찰하는 중이었다.

다시 부활한 가일을 상대로, 김목성의 지시가 너무 잘 맞아떨어졌다.

‘직접 김목성의 전투를 본 건 아니었지만, 소문보다 능력이 너무 좋군.’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 자체가 능숙할 뿐 아니라 유연하기까지 했다.

순간순간, 새로운 예언을 확인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수준.

유일하게 특이한 점이 있다면 김목성이 손목에 찬 ‘영원 불명의 고리’가 중요한 순간마다 빛나고 있다는 것.

진영의 눈빛이 깊어졌다.

* * *

‘역시 보물이 가진 힘은 틀림없이 진짜야.’

이번 집회에 참여한 플레이어들의 능력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이 정도의 대치가 가능한 이유는 팔찌의 각성 덕분이었다.

예언 능력을 사용해 팔찌를 처음 찾는 김목성은 실망을 금치 못했었다.

‘쯧, 보물이라더니 평범한 아이템보다 못하다니. 역시 다섯개를 전부 모아야하는 건가? 어쨌든,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데는 쓸만하겠어. ’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난 뒤, 김목성은 영문 모를 메시지를 받았다.

[ 해당 시간축에 이계의 시선이 충분히 모여 보물의 능력이 활성화 됩니다. ]

[ ‘영원 불멸의 고리’의 숨겨진 힘이 해방 됩니다. ]

그때부터였다.

김목성은 팔찌의 힘을 활용해, 순식간에 예언을 할 수 있었다.

원래 예언 스킬을 사용하면, 그에 해당하는 시간만큼을 소모해야 했지만.

더 이상 그가 보는 예언은 시간을 소모하지 않았다.

실시간으로 예언을 하고, 그에 맞춰서 대응할 수 있었다.

심지어는 바뀌는 미래까지 다시 확인해서 대응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무적.

‘하지만 슬슬 위기를 줄 때가 되었어.’

계속해서 승승장구하기만해서는 자신에 대한 위엄이 서질 않는다.

완벽한 승리도 좋지만, 진짜 목적은 목성교의 예언을 성사시키는 것.

그 첫번째가 ‘구세주’의 강림이었다.

‘예언을 통해 확인한 바, 구세주만 있으면 우리 목성교의 전력은 대형 클랜도 가뿐히 압살할 수 있다.’

콰콰과과!

가고일의 발톱이 바닥을 찌르자, 땅이 부숴지며 허공으로 튀어올랐다.

“크아악!”

“으윽, 너무 강해!”

그 공격에 플레이어 몇 명이 상처를 입고 쓰러졌다.

이 또한 김목성에 의해 의도 된 바.

“아직 괜찮습니다. 저를 믿고 따라 주십쇼! 유형명씨 왼쪽으로 절명의 파도! 나머지 분들은 가고일의 시선을 끕시다!”

의도적인 실패.

그러나 플레이어들은 거스를 수 없었다.

자신의 스킬 하나하나까지 잘 알고 있는 김목성.

그는 예언가였다.

실패하더라도,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건 그 뿐이라는 생각이 플레이어들의 뇌리를 가득 채웠다.

김목성의 눈빛이 번뜩였다.

‘슬슬 구세주가 나타날테니, 여기서 하나 정도는 죽어야 위기감이 살겠군.’

“힘이 되시는 분은 가고일의 날개를 맡아주십쇼! 떨어뜨려야합니다!”

다시 한 번 잘못된 작전이 내려졌다.

자신을 따라 온 가면을 쓴 간부들은 그저 김목성의 예언에 방해되지 않도록 움직일 뿐.

“제가 가겠습니다!”

앞으로 나선 사람을 확인하며 그가 비릿한 비소를 지었다.

김명원의 죽음을 통해 사람들은 더욱 발악하며 살고자 할 것이다.

카가각!

돌 파편과 붉은 마력이 흩날리는 가운데, 김명원이 앞으로 나서는 순간.

“제가 대신 가겠습니다.”

누군가가 김명원을 대신해서 앞장섰다.

‘어?’

흩날리는 흙먼지 때문에 누구 때문인지 보이지 않았다.

김목성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뭐지?’

바뀐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어 예언을 다시 할 수가 없었다.

대상을 모르면, 예언은 어렵다.

‘왜 갑자기 예언이 바뀐거지?’

예언은 순식간에 할 수 있어도, 생각을 길게 할 여유는 없었다.

김목성은 다시 한 번 진형을 바꾸도록 소리쳤다.

“앞이 안보입니다! 다들 지금 있는 자리에서 두 걸음 멈춰 서시죠!”

촤락-! 촤락-!

가고일은 계속해서 주변을 돌며 흙먼지를 일으켜 플레이어들의 시야를 차단했다.

플레이어들에게도 위기가 고조되는 순간이었다.

김목성은 침착하게 숨을 내뱉었다.

‘······. 이걸로 됐어.’

스르륵···.

흙먼지가 걷히자, 예언대로 바닥에 쓰러진 네 사람이 드러났다.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멀쩡한 가고일 관리자.

미치광이 상태의 녀석은 이빨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공격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 ······! 죽어. ······. 죽여 버리겠어···. ]

“아, 안되겠어.”

“여길 따라오는 게 아니었어.”

플레이어들의 얼굴은 공포로 질려있었다.

그러한 공포 속으로 김목성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여러분 진정하십시오!”

당장이라도 도망가기 직전의 플레이어들.

그러나 그들도 알고 있었다.

도망가도 소용 없다는 것을.

앞서 가면을 쓴 플레이어들의 활약이 너무 도드라졌기에, 16층이 안전한 곳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가고일과의 일전을 통해 그들은 절절히 깨달았다.

‘이길 수 없다.’

떨리는 다리는 그들이 도망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절망 뿐인 이곳에서 다시 한 번 비명이 울려 퍼졌다.

“끄아악!”

가고일 하나가 빠르게 달려 들어 플레이어 하나의 목을 뜯어냈다.

피가 낭자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

“당신! 당신이 오자고 했잖아! 이게 뭐야!”

“니 새끼 때문에! 우리 다 죽게 생겼어!”

그들의 추궁에도 김목성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이 말을 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분 진정하십시오. 여러분이야 말로 선택 받은 자! 때를 기다리는 겁니다! 여러분은 죽지 않습니다!”

그때였다.

슈우우-!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관리자들이 금지하고 있었던 저 위쪽.

미로벽의 가장 위에서 누군가가 떨어져 내렸다.

“구세주가 오십니다!”

김목성의 표정이 환해졌다. 예언에 따르면 하늘에서 떨어진 이 자가 가고일을 처치해 줄 것이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자신을 따르게 될 것이다.

예언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구세주는 땅에 거대한 균열을 남기며, 가고일의 몸통을 향해 떨어졌다.

그 사이로 정적이 흘렀다.

정말로, 김목성의 말대로 구세주가 나타난 것만 같았다.

마지막 희망.

그 희망에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의 시선이 모두 모였다.

“이 자가···. 구세주?”

“정말로 도와주러 왔네?”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

그러한 확신이 김목성에 대한 충성으로 변해가는 순간이었다.

“······.”

구세주의 모습은 상당히 특이했다.

곱슬거리는 머리카락, 맹수와 같은 눈빛은 붉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바지를 제외한 그 어떤 것도 걸치고 있지 않다.

심지어 온 몸은 마수들의 피로 번들거리기까지 했다.

크르륵···.

가고일의 목을 부여 잡은 구세주는 무감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침묵하는 가운데에, 구세주가 입을 열었다.

“오, 파트너. 여기에 있었군.”

"주오령?"

진영이 커진 눈으로 대답했다.

김목성이 애타게 기다리던 구세주는 바로 주오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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