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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64화 (64/152)

훔치는 자와 도둑 맞는 자(3)

레드 리버의 탐사대 김신원은 웃고 있었다.

관리자를 맞닥뜨려 급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고로 위장하기에 딱 좋은 상황이야.’

그건 그가 탐사대가 아닌, 진영을 처리하기 위해 파견된 간부진이었기 때문이다.

“관리자도 생각보다 싸워 볼만한데?”

“오케이, 그대로 오른쪽 막아!”

“오랜만에 몸을 직접 움직이니까, 재밌기는 하네!”

다른 간부들은 관리자의 등장과, 의도한 대로의 상황에 흥분하고 있었지만, 그는 냉철했다.

‘무슨 목적이었는지는 몰라도 제 손으로 가고일을 부를 줄이야.’

이진영은 자기가 직접 미로의 벽을 부숴 관리자를 불렀다.

지금 이 상황은 레드 리버의 간부들에게 지극히 유리한 상황.

이들에게 있어 최적의 결과는, 관리자의 손에 진영이 죽는 것.

그리고 그 모습을 증언해 줄 랭커 백성현까지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최악의 경우 이진영과 백성현 모두 처리하고, 박헌구만 남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최상은 아니야.’

김신원이라는 이름을 가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그는 간부들 중에서도 가장 이성적이었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이상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의 특기였다.

“그 쪽은 괜찮습니까?”

김신원이 진영 일행을 향해 소리쳤다. 돌아오는 대답은 퉁명스러웠다.

“지금 배신하려고 했으면서, 안부 걱정하는 겁니까?”

가고일 가일의 공격을 힘겹게 막아내던 백성현의 목소리였다.

미로를 부수자고 독촉했으면서, 이제 와서 걱정하는 척이라니.

까아앙!

무언가 이상할 법도 했으나, 그런 생각을 꺼낼 여유가 백성현에게는 없었다.

‘강하다. 여지껏 싸워왔던 어떤 적보다 강해.’

단순히 절대적인 힘을 넘어 몰아붙이는 기술과 타이밍이 압도적이었다.

백성현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이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그런 백성현을 서포트하는 건 진영이었다.

“성현씨, 발을 뒤로 빼고 마력을 옅게 해주세요.”

랭킹 4위의 백성현이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는 건 이상한 상황이었지만, 진영의 조언은 놀랄 만큼 딱 들어 맞았다.

“가고일의 특성 때문에 마력 농도를 높게 하면 반발력이 생깁니다.”

카앙!

진영의 말을 따르자, 가일의 공격을 받아치기 훨씬 쉬워졌다.

[ 호오?! ]

간신히 공격을 받아내던 백성현의 검이 날렵하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발톱과 검을 맞부딪힐 때마다, 가고일 가일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했다.

“왼쪽입니다!”

카아앙!

신호에 맞춰 검격을 막아낸 백성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돋아났다.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

진영도 입으로만 말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보조를 맞추며 가일을 위협하고 있었다.

[ 그래, 이 정도 반항은 해줘야 사냥할 맛이 나지! ]

마수와의 싸움이었으나, 누가보더라도 수준 높은 전투임에 틀림이 없었다.

스파이 박헌구는 멀찍이 떨어져서 입을 벌리고 감탄하는 게 고작이었다.

“자, 장난 아닌데.”

그가 끼어들 틈은 어디에도 없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공방을 눈으로 쫓는 것조차 힘들었으니까.

슬쩍 시선을 돌려 뒤를 보자, 그곳에서는 레드 리버의 간부들이 검은 가고일 마일을 압도하고 있었다.

“이 새끼야, 타이밍 좀 맞춰!”

“저거 실력 다 죽었네.”

“오른쪽 치고, 왼쪽 빠져!”

관리자를 상대로 이만한 접전을 벌인다는 것은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일이었다.

“좋았어!”

푸욱!

치명적인 상처와 함께 검은 가고일의 가죽을 뚫고 푸른 피가 뿜어져 나왔다.

검은 가고일 마일이 괴성을 토해냈다.

[ 크윽! 인간들 주제에 굉장히 성가시군요. ]

시간을 벌고 도망치려던 속셈의 간부들은 자신들의 힘이 통하는 걸 느끼자, 오히려 공격을 해대고 있었다.

이진영이라는 특수한 회귀자가 아니었다면 모일 일이 없던 그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그 시너지가 굉장했다. 무엇보다 관리자를 쓰러뜨릴 기회는 흔히 오는 게 아니었으니까.

임무를 잊지 않은 건 그들의 우두머리인 김신원뿐이었다.

‘이 정도면 관리자가 발목을 잡는 일은 없을 테고, 슬슬 움직여야겠군.’

그의 고개가 이진영을 향해 돌아가는 그때였다.

“크아아아악!”

다른 간부의 비명이 미로에 울려 퍼졌다. 잠시 눈을 떼었을 뿐이다. 엄살이 심하다고 생각하며 팀을 향해 고개를 돌린 순간.

[ 이제 놀이는 끝났습니다. 가일, 힘을 개방하도록 하십시오. ]

검은 거죽 위로 붉은 선이 이리저리 뻗은 가고일 마일이 간부 하나의 팔을 들고 있었다.

팔이 잘린 간부가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마수를 노려보았다.

“젠장, 저 새끼 힘을 숨기고 있었잖아.”

“아까랑 비교도 안 되게 빨라.”

“역시 관리자는 관리자라는 거군.”

김신원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아무래도 간단하게 끝내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 * *

관리자에게서 도망치는 방법은 많지 않다.

그중 가장 효과적인 것을 뽑자면, 다른 층으로 이동하는 것.

검은 가고일 마일에 이어 회색 가고일 가일의 몸에도 붉은 선이 도드라졌다.

“커헉!”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충격과 함께 백성현이 쓰러졌다.

[ 꽤 재밌었다만, 다른 곳에서도 또 일을 벌이는 놈들이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

가일이 볼썽사납게 이죽이며 진영 일행을 바라보았다.

진영은 백성현을 일으켜 세웠다.

‘이제 어떻게 나올거냐, 레드 리버.’

가고일이 힘을 숨기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면 레드 리버도 어떤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도망친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그게 레드 리버의 룰이었다.

적어도 진영을 처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김신원은 고민하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관리자가 강하다. 정체를 완전히 숨긴 채로 상대하는 건 불가능 해.’

스킬이나 특성 없이 버텨 온 것도 대단했지만, 힘을 개방한 관리자를 상대로는 스킬과 특성이 필요했다.

문제는 백성현과 이진영의 의심을 사게 된다는 것.

이상적인 결과를 내기가 힘들어진다.

콰아앙!

- 야, 빨리 결정해! 더 이상은 못 버텨!

- 그냥 정체까고 다 죽이자니까?

간부들의 독촉이 이어졌지만, 쉽사리 결정하기 힘들었다.

그때, 진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탐사대분들 혹시 공략대도 겸하고 계신건가요? 사실 그 쪽분들 중 한 분의 얼굴을 알고 있거든요. 그냥 탐사대라고 하기에는 미래에서 워낙 유명하신 분이셔서.”

레드 리버는 현재 자신들의 특성과 스킬을 사용하지 못해서 고전 중이었다. 그걸 사용하는 순간 평범한 탐사대가 아니라는 증거가 되버리니까.

그렇기에 진영은 먼저 판을 깔아주었다.

“스킬이나 클래스가 누설 될까봐 곤란해 하시는 것 같은데, 저희는 입 다물기로 합의했습니다.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야죠!”

클래스와 스킬의 정보 유출.

랭커들이나 간부들이 자신의 정체를 쉽사리 공개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플레이어 간의 싸움에서는 클래스, 특성, 스킬이 무엇인지에 따라 대처 방법이 뚜렷하다.

그러한 정보를 숨기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심지어 공략대 정도의 위치에 있는 최상위권 유저라면 더더욱.

랭커 백성현만 해도 아직 비장의 수는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상태.

“그렇게까지 말씀해 주신다면···. 알겠습니다!”

김신원은 미끼를 덥썩 물었다. 나중에 정보를 말하고 다니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탐사대인척 힘을 숨긴 것에 대한 변명거리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걸 먼저 납득해 준다면 충분했다.

- 특성, 스킬 숨기지 말고 상대해.

- 오케이, 뒤졌다 가고일 자식.

허가가 떨어지자 간부들은 신이나서 스킬을 펼쳐대기 시작했다.

간부들이 가진 클래스와 스킬은 플레이어 중에서도 최상위권.

슈슈슉!

A급 다크 어쌔신의 뒤로 검은 그림자가 다섯 개 정도 솟아나더니 가고일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어 팔라딘이 만들어낸 빛의 고리가 검은 가고일 마일을 속박.

파가가각!

그대로 어둠의 사제의 검은 마력이 가고일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스킬과 특성을 개방한 간부들의 협공은 한 치의 오차 없이 강력했다.

[ 크아아아악! ]

[ 마일! 이 새끼들이 감히! ]

쏴아아-!

자신의 형제가 당하는 것을 본 가일은 쏜살같이 마일의 근처로 날아갔다.

지나간 자리에서 강력한 바람이 일었다.

진영은 일부러 가일을 가로막지 않았다.

‘16층 관리자의 진가는 두 녀석이 힘을 합칠 때부터지.’

판은 깔아졌다. 남은 건 적절한 타이밍을 노리는 것뿐.

[ 감히 마일을? 이 갈아먹어도 시원치 않을 놈들이! ]

관리자의 입장에서도 플레이어에게 당하는 건 처음 겪는 일이었다.

분노한 가일이 연거푸 입에서 충격파를 쏘아냈다.

“피해!”

콰아아아!

간부들이 충격파를 피해 도망치는 사이, 마일과 가일은 양옆으로 서서 공격 태세를 가다듬었다.

[ 빠르게 배제 하죠.]

[ 찢어 죽여주겠다. ]

간부들이 준비하기 전에 가일과 마일이 먼저 달려들었다.

날개를 펄럭이며 한 녀석은 전기를 쏘아대고, 다른 하나는 마력이 담긴 발톱을 휘둘렀다.

콰앙! 콰앙!

때로는 그 순서를 바꾸면서, 간부들이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하나만 있어도 강력한 녀석 둘이 힘을 합치자, 아예 파고들 틈 자체가 사라졌다.

간부들의 상처만 누적되는 상황.

- 장난 아닌데?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하겠어.

- 대충 임무만 마치고 튀자.

- 플랜 D로 가는 건 어때?

패색이 짙어지자 간부들이 소란스러워졌다.

꿀꺽.

김신원이 침을 삼켰다. 생각을 마친 김신원이 스파이 박헌구에게 신호를 보냈다.

- 박헌구, 이진영을 이쪽 전투에 참여하도록 유도시켜라.

수신호를 받은 박헌구가 당황스런 얼굴을 했다.

‘무슨 수로?’

하지만 까라면 까야지 어쩌겠는가. 박헌구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 진영씨 저희도 저쪽 전투에 참여해야하지 않을까요?”

“안됩니다. 저쪽은 위급한 때에 저희를 버리려고 했습니다. 저희는 이 틈에 후퇴하죠.”

백성현은 레드 리버에서 미로를 부순 일을 떠넘기려고 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잠시 고민 하던 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뇨, 저 쪽에서는 정보 유출을 각오하고 함께 빠져나가기로 했습니다. 그냥 갈 수는 없죠. 저희가 위험할 일은 없을 겁니다.”

진영의 대답에 박헌구가 곧장 수신호를 통해 보고 했다.

- 전투 참여할 것 같습니다!

- 잘했다, 박헌구.

물론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향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검을 빼어든 진영이 소리쳤다.

“저희도 가세하겠습니다. 공격력이라면 밀리지 않거든요. 다만 그쪽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주시죠.”

“예?”

“S급 불사자 시잖아요? 마침 가고일의 약점도 알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움직여주시면, 다 같이 살 수 있을 겁니다!”

회귀자 진영이 얼굴을 알고 있는 플레이어는 S급 불사자 김신원이었다.

발뺌은 불가능하다. 탐사대가 아니라 공략대를 겸하고 있다고 공언한 이상, 불사자의 존재는 부정할 수 없었다.

심지어 얼굴을 알고 있다고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름은 나중에 개명하실 건가봐요?”

진영은 태연한 얼굴로 전투에 뛰어들었다.

* * *

작전 자체는 어그러지지 않았다.

이진영과 랭킹 4위의 백성현이 끼어들자, 전투에 한층 여유가 생겼다.

‘S급 게이트를 공략했다는 게 거짓이 아니었던 게 확실하군.’

회귀자 진영의 움직임은 압도적이다 못해 아름다웠다. 지극히 숙련된 그의 검 놀림은 그의 실력이 진짜임을 의미했다.

‘여기서 처리하는 게 맞다.’

살려두기에는 레드 리버에게 너무나 큰 위협이 될 것이 뻔했다. 지금은 잠시 협조하지만, 레드 리버가 진영을 습격했던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앞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주시죠. 가고일의 약점이 드러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둘이서 강력한 공격 하나를 내뱉을 겁니다. 그 직후, 근접해 있을 때 달려들어야합니다.”

한마디로 범의 아가리로 들어가란 말이었다.

그게 가능한 플레이어는 불사자 플레이어 밖에 없기도 했고.

‘그래, 그렇게 하면 되겠군.’

진영의 설명을 들은 김신원이 눈을 반짝였다. 설명을 듣는 순간 최상의 시나리오가 짜여졌다.

콰앙! 쿠웅!

- 박헌구, 신호하면 실수한 척 공격 범위 안으로 들어와라.

이진영이 박헌구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면, 죽게 내버려 둘 리가 없다는 계산이었다.

실제로 이진영은 박헌구에게 향하는 충격파를 계속 막아주고 있었다.

‘S급 게이트를 공략하면서 정이라도 든 모양인데, 덕분에 계획이 딱 들어맞겠어.’

가고일 두 마리의 협공에 간부들은 버티고 서 있는 게 고작이었다.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곧 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간부들도 이진영의 신호를 들으며 움직였다.

회귀자인만큼 정보에는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 슬슬 지친 것 같은데, 너희들이 이걸 막을 수 있을까? ]

[ 이제 끝내겠습니다. ]

승리에 차 뻔한 대사를 내뱉은 가고일 두 마리가 위 아래로 합쳐져 입을 벌렸다.

그 두 개의 입에 검푸른 마력이 맺혀 공명하기 시작했다.

김신원은 본능적으로 진영이 말한 타이밍이란 걸 알아챘다.

- 지금이다, 박헌구.

“나머지는 모두 도망치세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김신원은 가고일 두 마리를 향해 올곧게 달려갔다.

불사자인 그는 죽어도 곧장 몸이 재생된다.

강력한 마력 공격이 끝나는 순간, 가고일의 몸에 검을 꽂아 넣는다.

그리고.

“크윽, 사, 살려주세요!”

“이런!”

도망가던 박헌구가 우연히도 바닥에 넘어진다. 그 모습을 본 진영이 몸을 돌려 달려간다.

‘멍청한 놈. 다 작전인 줄도 모르고.’

가고일에 앞에 선 김신원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영이 박헌구를 공격 범위 바깥으로 던져냈다.

그러나 도망갈 시간이 없었다.

김신원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완벽한 성공이군.’

파아아아아-!

두 마리의 가고일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강력한 마력의 파동!

직선상의 바닥을 녹이고, 미로의 벽면을 일제히 관통해 미로의 끝에 닿는다.

자신들이 지키는 규칙조차 무시할 정도의 분노.

콰가가가각!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 살결이 타들어 가는 마력의 파동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크으윽!”

백성현과 간부들은 마력을 둘러 최대한 피해를 덜 받고자 했다.

그럼에도 살결이 아려올 정도로 강한 마력이었다.

스스스···.

미로를 뒤덮는 섬광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간부들은 미소를 지었다.

- 이거 상황이 아주 좋은데?

- 리더가 말한 대로 됐네.

- 후, 나이스.

하얗게 질린 백성현이 마력 파동이 지나간 자리의 하얀 연기를 멍하니 응시했다.

전투 중에 생긴 참사. 말 그대로 사고.

그것을 증언해 줄 완벽한 증인까지.

레드 리버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최상의 시나리오.

스으으···.

미로를 가득 채웠던 연기가 서서히 걷히고, 가고일의 두 마리에게는 머리를 관통하는 커다란 검 하나가 박혀 있었다.

간부들이 일제히 들썩였다.

- 이렇게까지 잘 풀릴 줄이야.

- 다들 고생했구만.

성공을 자축하는 수신호가 터져나가는 도중이었지만, 뭔가가 이상했다.

- 근데 리더는 어딨냐?

- 그러게, 왜 아무도 없지?

불사자 특성은 신체가 사라져도 일제히 복구될 정도로 사기적인 특성이다.

기억을 조금 잃는다는 패널티가 있지만 문제 될 건 아니었다.

지금 문제는 그들의 리더가 온데간데없다는 것.

간부들이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였다.

서걱-.

그들 중 하나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스슥.

이윽고 진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 뭐냐? 왜 살아 있는거야?”

“너, 뭐야?!”

“지, 진영씨! 대, 대체 어떻게?”

질리기 시작하는 간부들과 달리, 하얗게 질렸던 백성현의 얼굴색은 돌아오고 있었다.

진영이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훔친다.

남의 물건을 몰래 가져가는 행동.

가져간 물건은 본래 주인의 손에서 사라진다.

김신원의 특성은 진영의 스틸에 의해 사라졌다.

사라진 특성은 진영이 소유하게 되었다.

[ 불사자의 특성 ‘불사의 몸’의 효과로 죽음에서 복귀합니다. ]

특성이 사라진 김신원은 죽고, 진영만이 죽음에서 살아 돌아왔다.

귀신이라도 본 듯한 간부들의 표정 앞에서 진영이 능청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 운이 좋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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