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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59화 (59/152)

절대자의 비밀창고(2)

[ 시련에 도전하시겠습니까? Y / N ]

스크롤을 사용하자 떠오른 정보창.

진영은 곧바로 시련에 도전하지 않았다.

시간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아직 좀 더 이곳을 둘러 볼 필요가 있어.’

진영이 붉은 열쇠를 사용해서 입장했던 곳은 ‘절대자의 비밀 창고’였다.

그렇다면 그 창고를 나와 이동한 이곳은 대체 어디일까?

‘99층까지 오르면서 단 한 번도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 장소다.’

그 숱한 신화준의 자랑 속에서도 이런 곳은 없었다.

탑에 넘쳐 흐르는 무수한 소문 중에서도 이런 장소는 없었다.

‘비슷한 신전이라면 몰라도···.’

정보창을 띄운 채로 진영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오면서 보았던 이름 없는 여신의 조각상 말고도 다양한 존재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름 없는 여신의 조각상을 중심으로 다른 것들은 벽면에 전시되어 있었다는 것 정도.

‘웅장하기는 한데, 내가 가져갈 만한 아이템이 있어 보이지는 않아.’

진영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이곳에 하나 있는 사제에게로 돌아갔다.

흰색 로브를 걸친 그는 사소한 움직임 하나에도 짙은 마력이 배어 있었다.

슥, 슥···.

그는 비밀 창고의 앞에 놓인 종이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출입 사항을 적어두는 모양이었다.

그러고는 다시 창고 앞으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

‘창고를 지키고 있는 게 확실하군.’

진영은 신전의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반대편으로 이어진 길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신전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절대 은폐와 은신을 번갈아가면서 사용한다고 해도 시간이 너무 걸렸다.

은신으로 사용한 마나를 회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도저히 엄두가 안 났다.

‘일단은 눈앞에 있는 사제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가져가는 것 정도로 만족해야겠어.’

눈에 보이는 사제의 새하얀 로브만 해도 상당히 높은 급의 아이템인 것 같았다.

적어도 그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 중 하나만 가져와도 괜찮았다.

- 절대 은신

창고를 나오면서 마력을 소모한 터라 남은 은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진영은 빠르게 달려 사제의 근처까지 다가갔다.

타악.

사제의 어깨에 진영이 손이 올려졌지만 모르는 눈치였다.

진영이 창고에 도착한 것만으로 기척을 느낄 정도로 예민한 감각이었지만, 지금은 올곧은 자세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확실히 은신의 효과가 대단해.’

그냥 은신이었다면, 지금쯤 진영은 공격을 받아 바닥에 누워있을지도 몰랐다.

- 스틸

어깨에 올린 왼손으로 계속해서 스틸을 시도했다.

[ 대상과의 격차가 지대해, 스틸 실패 확률이 매우 상승합니다. ]

진영이 노리는 것은 10% 확률로 무조건 아이템을 훔쳐오는 ‘탐욕의 왼손’.

시간이 부족하지만 10%면 충분히 시도해 볼 만 했다.

푸른빛과 함께 연거푸 스틸이 사용되었다.

절대 은신의 소모값으로 사용되는 마력이 계속해서 줄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5초 가량.

‘제발 되라···.’

3초 정도는 여유를 두고 싶었다.

진영이 간절함과 함께 스틸을 사용하는 다음 순간.

[ 부가효과 ‘탐욕의 왼손’의 효과로 대상의 아이템을 훔쳐옵니다. ]

진영의 손에 푸른 액체가 담긴 유리병이 쥐어졌다.

액체에서는 오색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성공했다.’

진영은 곧바로 뒤로 물러나 은폐 구역을 설정했다.

벌떡.

그런데 그와 동시에 사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제는 몹시 당황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뭐, 뭐지?!”

* * *

사제 류크는 기척 감지에 뛰어나고, 주변의 변화에 민감한 자였다.

그가 절대자의 비밀창고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분명히 무언가가 달라졌다.

문제는 그 변화가 무엇인지까지는 알아채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확히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아이템이 사라졌다는 것인데, 아이템 주머니 안에 숨겨져 있던 아이템인만큼 무게 변화가 느껴질 리 없었다.

“그래, 내 촉이 틀릴 리가 없지. 분명히 뭔가가 있어!”

실제로 그가 무언가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진영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가 떼어내며 생긴 자국 때문이었다.

그러나 류크가 확신을 가지기에는 충분했다.

파지직!

류크는 허공을 향해 마력이 담긴 주먹을 휘둘렀다.

전격이 담긴 강력한 일격에 근처의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서 나와라!”

진영이 있는 곳과는 완전한 반대 방향을 향해 류크가 소리쳤다.

그 모습을 확인한 진영의 눈이 커졌다.

‘굉장한데.’

진영도 절대 은신 스킬이 들킬 수 있다는 걸 생각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물건을 훔쳤을 때의 이야기였다.

상대에게 접촉해야 하는 스킬의 특성상, 가벼운 흔적은 남길 수 있었다.

혹은 아이템이 사라질 경우에는 그만큼의 무게가 줄어들 게 되니, 예민한 자라면 충분히 아이템이 사라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이템을 확인하고 있지는 않은 걸 보니, 어깨에 손을 올렸던 것 때문인 것 같지만.’

사제는 계속해서 허공을 향해 주먹질과 발차기를 하며 진영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은폐 구역 안의 진영을 알아낼 방법은 없었다.

“허억, 허억···.”

한동안 헛발질을 하던 사제 류크가 숨을 몰아쉬었다.

“이상하네, 분명히 뭔가가 있는데.”

창고에서 느껴졌던 기척까지 생각하면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문제는 마력을 흩뿌리며 주변의 파장을 읽어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침입자의 위치를 알아낼 수가 없었다.

“몇 번만 더 확인해 볼까.”

류크는 마력을 모아 다시 주변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더 이상 볼 것도 없다고 생각한 진영 또한 이곳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손을 들어 올렸다.

그때였다.

허공에 검은 균열이 생겨난 것은.

쩌저적···.

균열 속에서 사람 하나가 나올 만큼의 공간이 생겨났다.

저벅. 저벅.

밖으로 걸어 나온 것은 검은 로브를 걸친 여성이었다.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사제를 바라보았다.

“류크···.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발길질을 하던 류크가 돌처럼 굳어졌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싶은 표정이었다.

“······.”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다.

류크는 해명하는 대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오셨습니까. 이계 규율을 따르는 고귀하신 존재여.”

“무슨 일을 하고 있었냐고 물었는데.”

“아, 그것이···.”

류크의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섣불리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칩입자가 있는 것 같은데, 정말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말을 이계의 창고지기가 할 수 있는 말이던가?

절대로 아니었다.

“침입자에 대비해 실력을 점검하는 중에 있었습니다.”

“흠···. 뭐, 좋아. 창고만 잘 지키고 있었으면 문제 없지.”

“저, 최근 주시자들은 잘 활동하고 있습니까?”

검은 로브의 여성은 류크를 추궁하지 않았다. 창고지기는 원래 특이한 놈이었기에.

류크가 살며시 주제를 돌렸다.

“그놈들이야 평소랑 같지. 아무것도 안 하고, 제 자리에 앉아서 멸망의 탑이 공략되기만을 바라는 어처구니없는 녀석들.”

그 말에 은폐 구역에 있던 진영이 눈빛이 깊어졌다.

주시자들이라는 건 진영을 바라보고 있는 이계의 존재들을 말하는 것 같았다.

‘들어 볼만하겠는데.’

이곳에서 나서려던 진영이 손을 거둬들이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죠. 주시자들은 그런 녀석들이니까요.”

“그건 그런데, 최근 한 놈이 심상치 않단 말이야. 너도 알지 모르겠군. ‘본질’이라는 녀석인데.“

“아, 잘 알고 있습니다.”

“본래 주시자들 성격이 하나의 필멸자를 바라보는 경우는 없잖아? 그 놈이 이번에는 어디 한 곳에 꽂힌 모양이던데.”

“확실히···. 근데 그 녀석은 원래 별난 놈이라고 알려졌었어요. 크게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듣던 진영의 눈이 의외의 단어에 커졌다.

‘본질?’

진영을 주시하고 아이템을 주는 이계의 존재는 둘이었다.

근원과 본질.

그중 하나인 본질의 이름이 거론된 것이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려던 찰나, 여성이 손을 저었다.

“그런가···. 참고하지.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오래 했군. 그보다 준비해두라고 했던 건 어떻게 됐지?”

“제가 잘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드리겠습니다.”

류크가 자신의 아이템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뒤적뒤적.

“······.”

아이템 주머니를 샅샅이 찾는 류크의 손길이 점점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이게···. 어디에 뒀더라···. 잠시만요.”

없었다.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류크의 얼굴색이 하얘 지기 시작했다.

결국, 찾아내지 못한 류크가 입을 열려는 찰나, 여성이 선수를 쳤다.

“미리 준비를 해두라고 했더니, 게을러 빠져서는. 당장 창고부터 열어. 이번에는 절대자님께서도 직접 언급하신 물건이다.”

“아뇨. 그게 아닙니다. 분명히 준비해 놨는데, 사라진 거로 봐서···.”

꿀꺽.

말하지 않아도 곤란하고, 말해도 곤란했다.

류크는 스스로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는 기분으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도둑맞은 것 같습니다.”

* * *

진영은 우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창고에서 아이템을 하나 훔쳤을 때 생긴 권한을 사용했다.

바깥의 해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창고로 향했을 때와 정확히 같은 시간이었다.

‘그곳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 건가.’

여러모로 신기한 장소이기는 했다.

[ 이계의 존재들이 당신의 귀환을 환영합니다. ]

[ 이계의 존재들이 당신이 가져온 아이템에 관심을 가집니다. ]

진영이 비밀 창고에 있는 동안은 이계의 존재들의 메시지가 없었다.

무엇을 훔쳤는지도 보지 못한 모양.

“글쎄···.”

훔친 스크롤은 이미 찢어져서 빛과 함께 사라진 상황이었다.

남아 있는 것은 정보창뿐이었다.

[ 시련에 도전하시겠습니까? Y / N ]

비밀 창고에서 들었던 정보에 따르면, 이계의 본질은 지금 하나의 필멸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 필멸자는 진영 자신인가?

아마도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물어봐도 될 거다.

“이계 완전무결 스크롤. 내가 훔친 건 그거야.”

[ 이계의 본질이 당신이 훔친 물건에 경악합니다. ]

[ 이계의 근원이 예상치 못한 아이템의 등장에 놀랍니다. ]

간접 메시지만을 통해서 소통하니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이걸 지금 사용해도 되는 거야?”

[ 이계의 본질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

[ 이계의 근원이 당신의 행운에 놀랍니다. ]

정확히는 행운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해 보이는 물건을 들고 왔을 뿐.

‘원래대로라면 금고 안에 들어 있어 가져올 수 없는 물건이었겠지만.’

진영이 도둑이기에, 탐욕의 왼손이 있었기에 가져올 수 있었던 아이템이다.

“그렇다면 사용해도 된다는 말이지.”

오히려 사용하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었다.

‘시련이라···. 기대가 되는데.’

[ 시련 결과에 따라 절대자의 권한을 초월한 보상을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최소 25층 권장) ]

충분히 도전해 볼법한 난이도였다.

그리고 그 보상은 절대자의 권한을 초월한다고 나와 있다.

‘과연···.’

진영은 길게 고민하지 않고 정보창을 눌렀다.

그러자 여러 개의 정보창이 떠올랐다.

[ 시련 도전을 결정하셨습니다. ]

[ 당신은 이계의 규율을 따르는 존재 입니다. ]

[ 당신을 주시하는 이계의 존재 : 2 ]

[ 이계 시간축 최초의 업적 : 2개 ]

[ 회귀 횟수 : 1 ]

[ 완전무결한 시련이 시작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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