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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51화 (51/152)

너희는 내 밑이다(4)

체이서 길드, 교육 담당 이중훈.

그가 소리치자 그 자리에 있던 교육생들과, 클랜원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훔쳐가다뇨, 혹시 어디 잘못 두신 거나 떨어뜨리신 거 아닙니까?”

“누굴 멍청이로 아나. 조금 전까지 내 손에 멀쩡히 있던 반지가 사라졌다고!”

그렇다면 더더욱 누가 훔쳐가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라는 말을 클랜원들과 교육생들은 굳이 내뱉지 않았다.

이중훈의 심기를 거슬러서 좋을 게 없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갑작스레 아이템이 사라진 이중훈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반지가 없으면 자신의 세뇌 스킬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1주일 걸릴 정신 개조가 보름으로 늘어난다.

‘이러면 일정에 못 맞추잖아.’

레드 리버에서 내려 온 지령이 물거품이 되게 생겼다.

그렇게 생각하자 더욱 이가 갈렸다.

거친 숨을 몰아쉬던 이중훈이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소리쳤다.

“범인이 나올 때까지 한 사람씩 이야기 좀 나눠야겠습니다! 나머지는 이 근처를 수색합시다.”

부정하기는 했지만 어딘가에 흘렸을 가능성도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이중훈의 마력이 담긴 지시에 따라, 교육생들이 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명씩 심문해보고 반지가 어디로 갔는지 알아내면 되겠지.’

세뇌 능력이 약해졌다고는 하나, 이미 교육생들은 어느 정도 세뇌가 된 상황.

사람을 바꿔 놓는 완전한 정신 개조까지는 아니더라도 반지의 행방을 캐묻는 것 정도는 쉽다.

“앞에 있는 교육생부터 한 명씩 차례대로 오십쇼.”

이중훈은 교육생 하나와 함께 자신이 생활하는 텐트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뒤를 진영이 은밀하게 따랐다.

아무도 침입자의 존재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진영이 활개 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상황이었다.

* * *

세뇌 스킬의 무서운 점은 시전자가 죽거나, 사라진다고 해서 스킬이 해제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머릿속에 깊숙히 새겨진 명령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디버프 해제류의 마법이나 축복을 받으면 벗어날 수 있지만, 세뇌에 당한 사람은 애초에 그런 축복을 피하도록 암시받는다.

‘생각보다 세뇌가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어.’

정신을 완벽히 갈아 치우는 정신개조 수준에 이르면, 그 뒤로부터는 지속적인 세뇌가 없더라도 세뇌된 자신을 진짜 자신이라고 믿으며 행동한다.

그것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 축복으로도 풀리지 않는 단계에 이른다.

물론 이곳의 교육생들은 아직까지 세뇌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아 중간단계에 머물고 있다.

‘구해낼 여지가 있다.’

텐트에 있는 플레이어들의 눈을 피해 숨어든 진영이 이중훈의 텐트 안으로 잽싸게 들어갔다.

“응?”

순간 인기척을 느낀 이중훈이 뒤돌아보았지만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절대 은폐로 이미 몸을 완벽히 숨긴 뒤였으니까.

남은 건 상황을 지켜보는 것뿐이다.

“좋아. 일단 너부터 시작하도록하지.”

“네, 알겠습니다.”

이중훈은 교육생에게 강한 암시를 걸며, 반지의 행방을 물었다.

반지를 가지고 있는지에서부터 비슷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까지.

이중훈과의 마력의 차이는 교육생이 저항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몽롱한 상태의 교육생이 질문에 전부 대답했다.

당연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래. 이제 너는 됐고, 다음으로 김영훈 불러와.”

“넵. 알겠습니다.”

진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생각보다 일이 빨리 처리 될 것 같았다.

잠시 기다리자 김영훈이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그래, 여기 앉아.”

“네.”

다수를 한 세뇌보다 개인을 상대로 한 세뇌는 더욱 효과가 강력하다.

김영훈이 기계 같은 움직임으로 자리에 앉았다.

김영훈이 가진 클래스는 ‘빛의 사제’.

디버프를 해제와 치유 능력까지 있는 희소 클래스였다.

때문에 이번 교육생들 중에서도 집중해서 세뇌하는 중이었다.

“그래. 반지에 대해서 몇 가지 물어볼게 있어서 말이야.”

질문은 조금 전과 비슷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마력이 더 짙게 실려 있었다는 것 정도.

물론 이중훈이 원하는 대답은 없었다.

‘아, 진짜 어디서 잃어버린 건가?’

이중훈이 머리를 긁적이는 그때였다.

“어, 뭐야?!”

갑자기 자신의 갑옷이 벗겨졌다.

사람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처하면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게 되는 법이었다.

당황한 이중훈이 눈이 커졌다.

그리고 계속해서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이 하나씩 사라졌다.

“뭔데? 뭐냐고!”

벨트, 신발, 팔찌 그리고 무기까지 순식간에 없어졌다.

“이중훈님, 괜찮으신겁니까?”

그걸 지켜보던 김영훈이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눈 앞에서 갑자기 아이템이 하나둘씩 벗겨지기 시작하는데,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사라진 아이템들은 모두 진영의 아이템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었다.

‘원거리 스틸은 하루 한 번 밖에 안되지만, 이렇게 하면 상관없지.’

이중훈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진영은 절대 은폐 구역을 전진시켜 이중훈의 자리까지 다가갔다.

은폐 구역 내에서는 절대로 상대가 자신을 눈치채지 못한다. 심지어 신체 접촉이 있어도 말이다.

“씨발! 이게 무슨······!”

이윽고 이중훈은 완전한 알몸이 되었다.

이중훈의 머릿속에 이러한 기현상을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남은 건 완벽히 무장해제가 된 이중훈을 인질로 붙잡는 것.

‘세뇌 스킬로 다시 세뇌를 덮어 씌우게 한다.’

터억!

진영이 이중훈의 발을 걸어 바닥에 넘어 뜨렸다.

“크악! 뭐야?!”

영문을 모른 채 바닥에 넘어진 이중훈이 눈살을 찌푸렸다.

진영이 이중훈을 붙잡고 일으켜 세우려고 할 때였다.

“아, 악령 마수의 저주에 걸린 거 아닙니까?”

김영훈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갑자기 옷이 벗겨지고, 아무것도 없는데 이중훈이 바닥에 쓰러졌다.

충분히 악령의 소행으로 보일만 한 상황이었다.

“제가 당장 스킬로 정화하겠습니다!”

그 말에 이중훈의 안색이 새하얘졌다.

“아, 아니야! 이 새끼···.”

진영이 옷가지로 이중훈의 입을 틀어막았기에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지독한 저주가 틀림없습니다. 전에 다른 플레이어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바로 해제하겠습니다.”

“끄으읍!”

붙잡힌 이중훈의 눈에 핏줄이 도드라졌다.

진영은 김영훈의 말을 놓치지 않았다.

‘정화한다고?’

김영훈의 클래스는 잘 모르지만, 만약 세뇌를 풀어낼 수 있는 스킬이 있다면 훨씬 수월해진다.

“걱정마십시오!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세뇌 당한 플레이어는 자신의 세뇌를 풀 수 있는 행동은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김영훈도 자신을 향해 디버프 해제 스킬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면 할 수 있었다.

“이 근처를 전부 정화하겠습니다!”

“끄읍!”

진영이 입을 막고 있어 어쩌지도 못한 채 이중훈은 몸부림칠 뿐이었다.

그 모습은 김영훈의 의심에 확신을 더하는 행동이었다.

보이지 않는 적. 기이한 일의 연속.

악령 계통의 마수밖에 없지 않은가?

순식간에 성스러운 기운이 텐트 안을 가득 채웠다.

“빛의 축복 - 디스펠 필드!”

주변을 정화하고 모든 나쁜 효과를 제거하는 빛의 사제의 스킬이 발동되었다.

그 범위 안에는 김영훈도 포함 되어 있었다.

세뇌에 틈이 있었던 것이다.

김영훈은 스킬을 사용하면서도 자신이 영향을 받을 거란 인식 자체가 없었다.

그저, 악령에게 고통 받는 이중훈을 구하기 위해 스킬을 사용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으윽···. 내가 여기서 뭘하고 있던 거지···?”

김영훈이 자신의 머리를 붙잡고 비틀거렸다.

세뇌가 풀린 후유증이었다.

진영은 은폐 구역을 해제하고 이중훈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으읍?!”

여전히 입이 막힌 채인 이중훈이 눈이 튀어나올 듯했다.

진영이 그의 귀에 나지막이 말했다.

“살고 싶으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좋을 거야.”

끄덕끄덕.

알몸이 된 상태에서 이중훈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개를 끄덕이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김영훈씨. 지훈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네? 지훈이라면, 제 동생 김지훈이요?”

“맞습니다.”

정신을 차린 김영훈의 얼굴에 예상치 못한 당혹감이 서렸다.

“그 녀석이 왜 여기에···.”

“이야기는 만나서 나누시죠. 그리고 힘을 조금 빌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끄으읍···.”

* * *

“여러분 주목해주세요!”

진영이 소리치자, 숲을 수색하고 있던 교육생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이, 이중훈님!”

“침, 침입자다!”

“진정해!”

시선이 모이자, 알몸 상태의 이중훈이 치욕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렸다.

진영은 그대로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별일 없었나 보군.’

숲 안쪽에서 김지훈이 모습을 드러냈다.

김영훈의 모습을 보고 얼굴이 밝아졌다. 옆에 있는 김영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까지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됐다.

‘형제 상봉이라는 기쁜 순간이기는 하지만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어.’

김지훈의 역할은 이곳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시간을 끌도록 하는 것이었다.

혹시나 모를 연락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교육생들은 상관없고, 클랜원들도 별도 임무 중이 아니라면 통신석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까.’

진영은 체이서 길드원들을 불러 보았다.

“이 녀석이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체이서 길드원은 왼쪽으로 교육생들은 오른쪽으로 서라. 수상한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이 녀석은 죽는다.”

이중훈이 죽으면 임무 자체가 틀어진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으므로.

“끄으읍!”

입이 틀어막혀진 이중훈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길드원들이 마지못해 명령에 따랐다.

“김영훈씨, 세뇌가 풀린지 얼마 안되서 정신이 없으시겠지만. 저기 있는 교육생들에게도 디스펠 스킬을 사용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 몰래요.”

“알겠습니다.”

진영의 말에 김영훈이 교육생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야, 무슨 일이었던 거야?”

“저 사람은 뭔데 너는 멀쩡해?”

말을 걸어오는 교육생들을 김영훈이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들 모두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체이서 길드에 있었다.

클랜을 찾다가보니 이곳으로 흘러들어오게 된 것이다.

탑의 시련을 뚫고 간신히 10층까지 올라왔더니 그 앞에 기다리고 있던 것이 길드의 꼭두각시로 키워지는 일이었다.

김영훈은 말 없이 자신의 스킬 디스펠 필드를 발동시켰다.

화아악-!

김영훈을 주변으로 빛이 솟아오르며 15명의 훈련생들을 감쌌다.

“으윽, 뭐야?”

“어?”

“······. 잠깐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체이서 클랜원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굳어갔다.

“김영훈 세뇌가 풀려 있었던 거야?”

“이중훈님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진영이 팔로 강하게 이중훈을 옥죄었다.

“끄윽!”

이중훈은 마력 스탯은 4단계:영웅이었지만 이외의 것은 별 볼 일 없었다.

진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 클랜원들한테 세뇌를 걸어서 저항하지 못하도록 해.”

세뇌 스킬은 말을 통해서 전달 된다.

입에 물려 있던 옷가지를 빼내는 순간, 이중훈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멍청하긴, 세뇌 스킬로 당장 너부터 세뇌해주마.’

세뇌 스킬은 다수에게 걸 때보다 한 명에게 걸 때 그 효과가 더욱 강력했다.

정신 계열 공격은 방비 수단이 없다면 아무리 강자여도 당할 수밖에 없다.

이중훈이 진영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빌어먹을 자식, 당장 바닥에 엎드려라!”

그오오-!

강력한 마력이 파장이 오롯이 진영을 향해 쏟아졌다.

그리고 다음 순간.

[ 히든피스 ‘진실을 밝히는 샘물’에 의해 정보 간섭 스킬의 영향력이 약화 됩니다. ]

“뭐하냐?”

머리에 마력을 두른 진영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뇌 공격에 대비하는 건 당연했다. 마력을 두르는 방법은 현시점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방법이었다.

이중훈이 자신만만한 것도 이유가 있었다.

푸욱.

이중훈의 목으로 칼날이 조금 파고들었다.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의 얼굴이 공포로 새하얗게 질렸다.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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