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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37화 (37/152)

10층을 향해서(1)

“크헉!”

“사, 살려줘!”

“괴물, 괴물이야!”

압도적인 힘의 차이 앞에 일행을 포위했던 플레이어들이 하나 둘 씩 쓰러져나갔다.

그들이 약해서가 아니었다.

8층에 올라왔다는 것만으로도 실력은 충분히 증명 되었다.

그러나 진영 일행이 가진 무력이 일반적이지 않았다.

베르세르크 클래스 주오령, 그랑블루의 민아영 그리고 이번에 합류한 염태준.

단언컨데 그들은 10층 이하에 존재하는 최강의 파티였다.

“다, 드리겠습니다! 살려만 주세요!”

대장을 잃고 와해 된 플레이어들은 제대로 된 반항조차 못했다.

도망치는게 불가능하단 걸 깨닫자, 가지고 있던 코인과 아이템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이템과 코인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빈털털이가 된 플레이어들을 놓아주고, 일행은 아이템을 정리했다.

“헹, 순 쓰잘데기 없는 것 밖에 없구만. 자, 여기 받아.”

“아, 네.”

염태준이 불평과 함께 아이템들을 골라내며 김지훈에게로 넘겼다.

김지훈이 멋쩍어하면서도 받은 아이템을 인벤토리에 보관했다.

갑작스레 합류하긴 했지만, 염태준은 팀이 되면 협력할 줄 아는 놈이다.

민아영이나 김지훈은 아직 껄끄러운 모양이었지만, 어차피 10층까지만 함께 하면 된다.

“근데 저 사람들 그냥 다음층으로 올려보내도 되는 거에요?”

민아영이 걱정스러운 투로 물었다.

8층의 미션은 ‘원 코인 원 라이프’.

입장시 개인 지급 되는 토큰을 두 개 모아야 다음 층으로 넘어갈 수 있다.

“아이템과 코인을 전부 뺏었으니, 올라가더라도 다른 플레이어의 먹이가 될 겁니다. 어쨌든 저희도 하나씩 챙기기는 했으니까 여차하면 올라 갈 수도 있고요.”

“그러면 얼른 올라가자고. 너무 오래 끌면 내가 배신한 걸 레드 리버에서도 알아챌테니 빨리 빨리 움직이는 게 좋잖아?”

아이템과 코인을 정리를 마친 염태준의 말에 진영이 답했다.

“아니, 우리는 8층에서 10층으로 올라가는 지름길을 사용할 거야.”

지름길.

그 한마디에 염태준과 민아영의 얼굴이 사색이되었다.

“지금 떠오르는 게 하나 있는데 말이야, 거기가 지름길이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8층에 지름길이라면, 설마···.”

아마 그 설마가 맞을 거다.

두 사람의 반응을 본 김지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름길이 왜요? 그런 곳이 있으면 빨리 가면 좋은 거 아닌가요?”

“올라갈 수만 있다면 상관 없다.”

불안한 기색을 내비치는 둘과 달리 탑을 처음 오르는 김지훈과 주오령의 반응이 다를 수 밖에 없었다.

그곳의 악명에 대해 모르면 그런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진영이 태연하게 말했다.

“거기 맞아요. 기계 장치 던전.”

8층은 산맥 근처의 숲으로 이루어져있다.

이곳을 탐사하던 플레이어들이 우연히 숨겨진 장소를 발견하는데, 그게 기계 장치 던전이다.

악명 높은 함정 때문에 현재 방치 되듯한 던전이다.

현 시점에서 그 난이도는 15층 클리어와 비견 되는 수준.

“아무리 진영씨가 회귀자라고는 해도 거기는 너무 어려워요.”

회귀자의 강점은 정보.

신체 능력이 뛰어나서 함정을 돌파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염태준이 있으니 괜찮습니다.”

“내가? 난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

염태준이 팔짱을 낀 채 중얼거렸다.

“일단 얻은 코인부터 분배하고, 얻은 아이템 중에서 쓸만한 건 착용하죠.”

“형, 저 이거 써도 돼요?”

“당연하지.”

김지훈이 내민 건 붉은 창이었다.

레어급 무기인데, 나보다는 김지훈이 쓰는 게 낫다.

‘다재다능’ 특성이 있어 모든 무기를 잘 다룰 수 있기도 했고.

주오령은 여전히 아이템에 관심이 없었다.

원래부터 그랬으니 그러려니 했다.

‘코인이 꽤 많이 모였어.’

코인 분배가 끝나고 진영은 코인 계좌를 확인했다.

[ 소지 코인 갯수 : 1321 개 ]

초반부에 얻을 수 있는 것치고는 상당히 많은 코인이 쌓여 있었다.

스탯에 사용했다면 모든 등급을 3단계로 올릴 수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아껴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드디어 쓸 수 있겠어.’

스틸 스킬에 부가 효과가 붙은 뒤로부터

진영의 계획은 정해져있었다.

기계 장치 던전의 내부 장소에서 코인을 사용할 장소가 나온다.

“자, 그러면 출발하죠.”

8층 에리어 서쪽의 기계 장치 던전을 향해 일행이 발걸음을 옮겼다.

* * *

숲을 벗어나자, 기괴하게 조각 된 던전의 입구가 나타났다.

입구에서 아무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게 오히려 스산한 느낌을 준다.

꿀꺽.

굳게 닫힌 주황 돌문을 바라보며 염태준이 침을 삼켰다.

스탯 등급이 4단계 영웅에 달하는 그가 생각하기에도 이곳으로 뛰어드는 건 자살이었다.

“정말 들어갈거냐?”

염태준이 던전 입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14층 파밍 지역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들도 이곳에는 접근하지 않는다.

내부에 있는 기계 장치들은 최소 인류가 20층에는 도달하고 해결 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지배적인 평이었다.

근데 겨우 8층에 막 올라 온 플레이어를 데리고 여기를 지나가려고 하다니.

“어이, 아가씨도 뭐라 한 마디 좀 해 봐.”

“저요?”

불안한 표정으로 서 있던 민아영이 자신을 가리켰다.

“위험할 것 같기는한데, 진영씨가 된다고 하니까···. 이유가 있겠죠.”

진영의 말을 따라서 결과적으로 잘 못 되었던 게 있었던가.

딱히 없었다.

헬 게이트 난이도를 클리어하고, 레드 리버의 암살자들을 막아냈다.

결과적으로 염태준도 동행하게 될 정도니.

이미 민아영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여기 기계 장치 던전은 알면 쉽고, 모르면 어려운 던전입니다. 고민할 거 없이 바로 들어가죠.”

진영의 태도는 마치 소풍이라도 가듯 편안했다.

99층까지 올라가며 겪었던 던전들에 비하면 이런 던전은 정말 쉬운축에 속한다.

그런 태도가 일행들을 오히려 안심시켰다.

‘뭔가 있기는 있나보네.’

염태준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면 이제 저녁까지 기다리면 되는거지?”

기계 장치 던전의 입구가 열리는 달이 뜬 저녁이 되어서다.

8층에 뜬 달빛의 마력을 흡수해 던전을 작동시키는 에너지로 사용한다.

물론 그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진영이 입구로 다가가 문 근처에 왼손을 가져다댔다.

‘관리 톱니 바퀴.’

샤아아.

진영의 눈에만 보이는 푸른 이펙트가 빛을 발했다.

[ 이계 주시도가 상승합니다. ]

두려운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기도 하다.

철커덕, 철커덕.

진영의 손에서 나오는 빛이 멎음과 동시에 내부의 장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직후 육중한 문이 서서히 움직였다.

쿠구구구구-.

“뭐, 뭐야? 어떻게 연거야?”

“오.”

진영은 입구에서 스틸한 톱니바퀴를 자연스럽게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기계 장치 던전의 입구 내부에 있는 ‘관리 톱니바퀴’가 사라지자 문이 열렸다.

‘해체자 클래스인 플레이어한테 들었던 게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되는군.’

던전 내부의 함정을 해체하고,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클래스가 따로 있다.

이 던전이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는 것은 플레이어들이 충분히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높은 등급의 해체 관련 클래스가 있다면, 클리어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인류가 등반한 탑의 높이는 낮다.

그건 플레이어들의 성장이 제한 되어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높은 등급의 특수 클래스가 부족한 것도 당연하다.

‘탑 공략 의지 자체가 별로 없으니, 모든 게 정체 되어 있는 것도 당연하긴하다만.’

다들 헌터가 되고 싶어하지, 멸망의 탑에서 평생 구르고 싶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현재 탑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돈 때문이거나,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이다.

“뭐해요? 다 같이 들어가죠.”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는 염태준을 두고 진영이 앞장섰다.

* * *

던전 내부로 주홍빛 암석으로 이루어진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 던전은 달빛의 마력을 받아 작동하는 공간.

8층 에리어가 낮인 시간에 입장한다면 함정은 작동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거랑 조금 다른데? 함정이 하나도 없잖아?”

“저도요. 뭔가, 듣기로는 더 다양한 함정이 있다고 했는데.”

민아영과 염태준은 무엇이 튀어나올까 연신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알고 있던 사실과 다르게 그들을 막는 장애물은 하나도 없었다.

고오오-.

차가운 바람이 일행의 등줄기를 훑고 지나갔다.

일행 모두가 그 안에 담겨 있는 마력을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데요···. 진영씨, 저희 그냥 이렇게 가기만 하면 되나요?”

민아영이 진영의 뒤로 바싹 따라 붙었다.

“앗, 누나 치사해요. 혼자만 살려고.”

“아니, 그럴려던 건 아니었는데···.”

김지훈은 가장 안전한 건 진영 근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 쯤인가.’

이만큼 이동했으면 모습을 드러내도 이상하지 않았기에, 진영이 일행을 향해 경고했다.

“슬슬 나올 겁니다. 자리에서 움직이지만 마세요.”

“나와? 뭐가?”

퉁! 퉁! 퉁!

일행이 이미 지나온 입구 쪽에서부터 바닥이 튀어오르기 시작했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 대체 어떤 미친 놈이 대낮부터 여기를 들어오고 난리야! ]

소리가 최대에 이르렀을 때 모습을 드러낸 건 붉은색의 악마였다.

쏜살 같이 던전 안으로 날아 들어 온 녀석은 진영 일행의 앞을 가로막았다.

“관리자 아몬···!”

“왜 여기에?”

[ 왜냐니, 내가 6층부터 8층까지가 내 관리 영역이니까 그렇지. ]

당연한 사실을 이야기하며 아몬은 팔짱을 꼈다.

[ 흐음, 너희는···. 6층에서 봤었던 놈들이네. 더럽게 재미 없는 놈들. 다른 둘은 어디가고 새로운 놈이 파티에 꼈네? 뭐, 아무래도 좋아.]

아몬은 진영 일행을 기억하고 있었다.

녀석은 플레이어들이 고뇌하는 걸 즐기는 놈이다.

6층 제물 의식 미션에서 플레이어를 희생 시키지 않았다고 성을 냈었으니 기억할 법도 했다.

[ 내가 두고보라고 했었지?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오는 건지 참말로. 그래 마침 잘 됐다. ]

아몬이 가볍게 팔을 휘두르자, 녀석의 주변으로 붉은 마력이 세차게 뿜어져 나갔다.

[ 원래 여기는 낮에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아니야. 그런 편법은 내가 용납 못하지. ]

쿵! 쿵! 쿵!

일행의 앞쪽으로 땅이 솟아 오르며 멈춰 있던 던전 구석구석으로 마력이 공급되고 있었다.

쿠구구구···.

방금 전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외벽이 솟아나고, 숨겨져 있던 톱니바퀴가 드러나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비활성화 되어 있던 던전의 함정이 모두 활성화 되었다.

[ 하려면 해봐. 못하겠으면 이대로 돌아가도 좋아.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면 말이야. 킥킥. ]

아몬이 비웃어댔다.

돌아갈 수도, 앞으로 나갈 수도 없는 상황.

염태준이 시험 삼아 돌멩이를 앞으로 던졌다.

콰과과과!

눈 깜짝할 사이에 수 십개의 톱날이 호쾌하게 돌멩이를 분쇄했다.

아무리 스탯이 높아도, 저 정도 공격에 제대로 걸리면 치명상이다.

“이야, 이건 좀···.”

“그러면···. 이제 어쩌죠?”

일행의 시선이 진영을 향해 모였다.

[ 이계의 근원이 당신의 해결책을 기대합니다. ]

[ 크큭, 머리 굴려봐도 소용 없어. 그 자리에서 굶어 죽던가, 이동해서 함정에 죽던가 선택해야지! ]

아몬의 윽박에도 불구하고 진영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여기까지 왔으면 다 온거라, 더 갈 필요가 없습니다.”

[ 어? ]

싱글벙글 일행을 지켜보던 아몬의 표정이 굳어졌다.

녀석이 주로 활동하는 지역은 6층이다.

플레이어 중 하나를 제물로 바쳐야하는 상황이 녀석에게는 최고의 구경거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리자도 의지를 가진 생명체.

놀 거 다 놀고 나면 돌아와 쉴 장소가 있어야 했다.

그게 바로 히든 플레이스였다.

2층의 관리자 블랙 슬라임이 자신만의 장소를 가지고 있듯.

6,7,8층의 관리자 아몬에게도 자신의 장소가 존재했다.

철컥.

진영이 한 쪽 벽에 손을 가져다대고 잠시 있자, 자물쇠가 풀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문을 여는 방식은 입구와 같았다.

[ 너, 너, 너! 회귀자구나! 아니, 그래도 어떻게?! ]

당황한 아몬이 말을 더듬으며 주위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고오오···.

녀석의 주위로 붉은 마력이 불덩이로 변했지만, 진영은 움츠러들지 않았다.

“염태준, 성스러운 마력의 반지를 발동시켜.”

“그거야 어렵지 않은데···.”

쿠구구구···.

진영이 힘을 주자 숨겨진 방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저 놈 상대로 싸워서 이길 수가 있냐?”

“공격 한 번 빗나가게 할 정도면 충분해.”

[ 아이템, 성스러운 마력의 반지의 전용 스킬이 발동 됩니다. ]

[ 악마계 NPC의 스킬에 간섭합니다. ]

콰앙! 콰앙!

날아오는 불덩이들이 아이템의 영향을 받아 비틀거렸다.

쏘아진 불덩이들은 진영 일행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 엉뚱한 곳에서 폭발했다.

“후, 역시 내 아이템이야.”

염태준이 자신의 반지에 입을 맞췄다.

반면 아몬은 필사적이었다.

[ 들어가지마, 이 빌어먹을 인간들아! ]

다시 한 번 아몬의 근처로 붉은 마력이 충전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틈새는 사람이 들어가기 충분할만큼 열렸으므로.

“모두 이쪽으로!”

진영의 외침에 따라 일행 모두가 방 안쪽으로 들어섰다.

[ 히든 플레이스 : 관리자 아몬의 방 ]

방 내부의 모습을 확인한 일행들의 눈이 서서히 커졌다.

눈을 의심케할 정도로 산더미 같은 보물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무데서나 한 주먹 쥐어도 수 천만원 어치가 손에 잡힐 정도였다.

“야, 꼬맹아. 니 인벤토리에 이거 다 주워담아라. 나도 내꺼 챙길테니.”

“혀, 형, 저희 부자된거에요?”

보물을 보자 한껏 들뜨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기뻐하기엔 일렀다.

화가 난 아몬의 마력이 뒤쪽에서 흉흉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일행을 향해 진영이 소리쳤다.

“파밍할 시간 없습니다. 뛰세요!”

멍하니 서 있을 때가 아니었다.

콰아앙!

외침과 동시에 돌문이 산산 조각이 나며 부숴졌다.

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붉은 악마.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아몬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 이, 이 벌레 같은 새끼들!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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