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28화 (28/152)
  • 레드리버(4)

    “누나, 조심해요!”

    스윽-!

    사각에서 날아드는 오크의 도끼를 민아영이 허공으로 뛰어 오르며 피해냈다.

    “두 마리도 벅찬데, 세 마리는 너무 하잖아!”

    불평할 틈이 없었다. 진영과 주오령이 숲 반대편으로 사라지자, 오크 한 마리가 늘어났다.

    오크들의 눈이 붉게 변해 있었고, 전투 능력도 보통 오크와는 달랐다.

    콰아아앙!

    마력이 담긴 도끼가 바닥을 갈라냈다. 땅을 굴러 도끼를 피해냈다 싶으면 사선으로 그어 들어오는 또 다른 도끼가 날아들었다.

    도끼에 담긴 마력의 여파에 민아영의 팔 위로 잔상처가 늘어가고 있었다.

    “크윽···.”

    거리를 벌리지 못하면 민아영이 들고 있는 채찍이 무의미하다.

    채찍으로 도끼의 파괴력을 받아 내다간 몸이 쪼개질 게 분명했다.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오크들은 마치 먼저 처리해야할 상대를 알아차린 듯 집요하게 민아영만을 공격했다.

    김지훈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었지만, 그런다한들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퍼억!

    오크 하나가 불현듯 내지른 주먹이 민아영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아악!”

    민아영이 비명과 함께 허공으로 떠올랐다.

    세 마리의 오크가 동시에 허공을 향해 도끼를 휘두르기 위해 준비 자세를 취했다.

    민아영은 공중에서 무방비하게 공격에 노출된 상태.

    ‘지금이다.’

    적절한 타이밍이 찾아오기만을 노리고 있던 김지훈이 눈을 반짝였다.

    민아영에 비해 전투 능력이 떨어진다는 건 김지훈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건 발목을 잡아끄는 일.

    때문에 민아영이 오크들의 주의를 끄는 동안, 김지훈은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가지고 있던 아이템을 바닥에 뿌려두었다.

    몽둥이, 화살, 석궁, 생명의 핵, 잡다한 장비 몇 개 등···.

    김지훈은 세 마리의 오크가 있는 중심을 향해 미끄러져 들어가며 속으로 외쳤다.

    - 아이템 저장!

    슈우우-!

    바깥에 뿌려져 있던 소유권 없는 아이템들이 김지훈을 향해 일제히 모여들었다.

    “취익?”

    “?”

    오크들에게 타격을 주기 위함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난입한 김지훈과 날아드는 아이템들은 오크들의 주의를 끌기에 충분했다.

    ‘빈틈이 생겼어!’

    민아영은 김지훈이 만들어 놓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김지훈의 기지에 감탄하며 민아영이 공중에서 채찍을 휘둘렀다.

    촤아악!

    아까 전과 마찬가지로 오크는 도끼를 들어 민아영의 공격을 막으려했다.

    하지만 민아영은 공격하는 대신 채찍으로 도끼를 휘감았다.

    파앙!

    “꾸에엑!”

    채찍을 잡아당김과 동시에 민아영의 발차기가 오크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김지훈도 멍하게 있지 않았다. 2층에서 얻었던 몽둥이를 들고, 민아영이 공격했던 오크의 주먹을 강하게 내리쳤다.

    녀석의 손이 도끼를 놓쳤다.

    “누나, 잡으세요!”

    “저걸?”

    엉겁결에 민아영이 채찍을 들지 않은 왼손으로 오크의 도끼를 쥐었다.

    나머지 두 마리의 오크가 민아영을 막기 위해 황급히 달려들었다.

    “자, 잠깐만?!”

    갑작스런 공격이었다. 양 손에 어울리지 않은 무기를 든 민아영으로서는 당황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왼손에는 오크 도끼를 오른손에는 채찍.

    깜짝 놀란 민아영이 아무렇게나 무기를 휘둘렀다.

    콰앙!

    왼손에 들린 오크의 도끼가 다른 오크의 도끼 손잡이를 일격에 날려버리고.

    콰아앙!

    오른손에 들린 채찍이 나머지 오크의 얼굴을 뭉개버렸다.

    “누나, 뒤에 조심해요!”

    발차기로 쓰러뜨렸던 오크가 일어나 민아영의 뒤를 노리고 있었다.

    이성보다 본능이 먼저 움직였다.

    채찍이 뒤로 휘둘러지며 오크의 발목을 붙잡고, 몸을 회전시킴과 동시에 그녀 손에 들린 오크 도끼가 오크의 몸뚱이를 베어냈다.

    취이이익!

    모든 동료가 죽자, 분노한 오크가 죽기 살기로 빠르게 달려들었지만 민아영의 공격에는 공백이 사라졌다.

    양 손에 든 무기를 자유롭게 휘두르면서부터 그녀의 공격에는 빈틈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촤아악.

    마지막 공격을 끝으로 달려들던 오크가 허무하게 쓰러졌다.

    “하아···. 하아···. 내가 뭘한거야?”

    민아영의 클래스 A급 웨펀마스터 특성 ‘올 웨펀’에 의해 그녀는 손에 쥔 모든 무기를 최대치의 숙력도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무기가 어떤 것이더라도, 그것이 왼손이던 오른손이던 관계 없다.

    ‘손’에 쥐기만하면 발동하는 사기적인 특성이 바로 ‘올 웨펀’.

    [ 특성의 숨겨진 비밀을 해금하셨습니다. ]

    [ 특성 : 올 웨펀의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합니다. ]

    본래 그녀가 이 사실을 알아채는 건 3년 뒤.

    강해지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끊임 없이 연구하던 그녀가 우연히 발견한 능력이었다.

    그녀의 관념에 따르면 한 사람이 사용하는 무기의 종류는 일반적으로 하나.

    쌍 검까지는 어찌저찌 양보한다고 쳐도 종류가 다른 무기를 드는 건 그녀의 상식 밖이었다.

    ‘이런 게 가능할 줄이야. ’

    무기는 한 손에 쥐거나 양 손에 쥐어야 하는 줄로만 알았기에 사용할 수 없었던 특성의 진면모였다.

    그녀의 상식이 가로막고 있었던 특성의 발전이 불리한 전투속에서 이루어진 셈이었다.

    “누나 멋졌어요!”

    “그, 그래? 고맙긴한데 어서 저쪽으로도 가보자.”

    분명 김지훈이 오크의 도끼를 손에 쥐라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물어 볼 틈이 없었다.

    이진영과 주오령이 사라졌다.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는 건 분명했다.

    김지훈과 민아영은 그들이 사라진 숲 쪽을 향해 달려 나갔다.

    * * *

    주오령을 조금 떨어진 장소까지 데려온 레드리버의 암살자 둘이 숨을 몰아쉬었다.

    “아, 주오령씨. 잘 들으세요. 저흰 당신을 해치고 싶지 않습니다.”

    이성철은 상처 때문에 바닥에 쓰러진 주오령을 꽉 누른채 말했다.

    주오령은 계속해서 일어나려고 시도했지만, 극명한 스탯차 때문에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랑블루에 들어가는 대신, 레드리버에 들어오시죠.”

    사람을 억지로 칼로 찔러놓고, 협박하며 하는 회유.

    막상 회유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한 순간의 변심일 것을 이성철도 알고 있었다.

    “그랑블루에서 제시한 계약금의 세 배 드리겠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100억인데, 저희는 세 배인 300억 드리겠습니다.”

    민아영은 아직 꺼내지도 못한 계약금 이야기였다.

    그랑블루에 있는 스파이를 통해 그 쪽에서 제시할 금액까지 이성철은 미리 알고 있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매력적인···.”

    그 때, 주오령의 상반신이 이성철을 들어올렸다.

    몸이 휘청이기 직전에 옆에 있던 윤기윤이 주오령을 누르지 않았더라면 속박이 풀릴 뻔했다.

    “깜짝이야!”

    “뭐, 뭡니까? 대체 어떻게···.”

    이성철의 스탯은 근력이 자그마치 4단계.

    단계 간의 격차가 최소 1.5배 임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후, 놀랐네요. 일단 대답부터 주시죠. 300억입니다. 10층까지 바로 올려드리고, 원하신다면 후에 헌터가 될 수 있도록 탑에서 내보내드리겠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으드득.

    주오령의 팔뚝으로 거센 핏줄이 도드라지며, 근육이 팽창되었다.

    “어어?”

    주오령의 눈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체력이 떨어지자, 광폭화 모드에 돌입했다.

    모든 스탯이 2단계 상승해, 지금 주오령의 근력은 4단계였다.

    이성철의 속박을 풀어내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콰아아!

    속박에서 풀려난 주오령이 휘두른 주먹이 공기를 가르며 기괴한 굉음을 발생시켰다.

    제대로 맞았다면 그대로 치명상을 입었을만한 강력한 공격.

    이성철이 놀란 표정과 함께 공격을 피해냈다.

    “뭐야. 어디서 갑자기 이런 힘이 난거야? 야, 윤기윤. 뭐냐, 저거?”

    “내가 알겠어? 저기 주오령씨. 일단 300억도 필요 없고 레드리버 영입도 거절하신 걸로 알겠습니다. ”

    거절 의사를 확인하자마자 그들은 본색을 드러냈다.

    “······.”

    비틀거리며 일어선 주오령의 눈에서 붉은 안광이 안개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저건 광폭화 아니야? 내가 오크들한테 입혀 놓은 버프랑 같은 계열인 것 같은데.”

    “멍청아, 회귀자 클래스는 특성이 ‘회귀’야. 근데 어떻게 광폭화 모드에 들어가냐? 숨겨 놓은 아이템이라도 있던 모양이지.”

    이성철과 윤기윤이 각자 품에 숨기고 있던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이성철의 클래스는 어둠 소환사였지만, 스탯이 높고 전투 센스가 뛰어났다.

    “니 말이 맞다. 그냥 죽여서 끝내자. 빨리 끝내고, 민아영까지 처리해버리자.”

    “그래, 역시 이게 편하단 말이야. ”

    그들은 멸망의 탑에 내에서 암살과, 현장을 지우는 역할을 도맡아하는 프로 킬러다.

    어줍잖게 협상하는 것보다는 이 방식이 잘 어울렸다.

    그렇게 당장이라도 전투가 시작 될 것 같은 찰나.

    주오령이 예상 외의 말을 내뱉었다.

    “잠깐, 그 제안 받아들이지.”

    * * *

    진영은 그들의 뒤를 쫒으며 주오령의 상태를 살폈다.

    ‘지훈이한테 전해 둔 대로만, 민아영이 하면 오크 세마리 정도는 간단할거고.’

    주오령 또한 칼에 찔리긴 했지만, 문제 없었다.

    광폭화 모드에 들어가면 모든 스탯이 2단계 상승한다.

    이 때 올라가는 건 체력 스탯을 포함한다.

    ‘저 놈들 목적은 확실하게 알았으니,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처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녀석들은 위층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코인만 있다면 언제든지 위층으로 도망칠 수 있었다.

    그렇게 될 경우가 가장 귀찮아진다.

    놈들이 착각하고 있는 중 가장 큰 부분은 진영의 존재를 그저 얹혀 올라가는 플레이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기습으로 정확하게 끝낸다.’

    이성철과 윤기윤이 주오령을 내려놓고, 주오령이 광폭화 모드에 들어가는 순간에도 진영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절대 은폐

    새롭게 얻은 스킬로 구역을 지정한 뒤 보이지 않게 숨어 있는 걸로 충분했다.

    ‘이번에는 이계의 근원이 날 주시하고 있지 않았나보군.’

    항상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보다 중요한 건 눈 앞의 두 명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어림잡아 암살자 둘의 평균 스탯은 3.2.

    대부분이 3단계 스탯이고, 한 두 개 정도가 4단계 일것이다.

    스탯 4단계 영웅(英雄).

    3단계 인외는 괴물을 의미한다. 그러나 4단계에 이르면 플레이어의 능력치는 그러한 인간 외의 괴물조차 찢어 발기는 영웅의 단계에 들어선다.

    여기에 필요한 코인 자그마치 1천개.

    현재 진영이 가지고 있는 코인이 602개인 걸 감안하면 상당한 차이였다.

    ‘스탯차가 날 수 밖에 없지만 충분히 할만 해.’

    주오령이 이성철을 밀쳐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금방이라도 전투가 시작 될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

    진영이 은폐 구역에서 앞으로 한 발자국 내딛었다.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라고 말해.’

    소리 없이 입을 움직여 주오령을 향해 의사를 전달했다.

    주오령이 입술만으로 소리를 알아듣는 독순술을 할 줄 알 것 같지는 않았기에,

    시험삼아 던져 본 것인데 주오령은 곧바로 진영의 말을 받았다.

    “뭐? 갑자기? 그러면 또 어쩔 수 없긴한데. 진심이냐?”

    지금까지 적대감을 표하던 주오령이 긍정의 표시를 하자 이성철의 의외라는 표정을 했다.

    당황스럽긴하지만 회귀자를 영입할 수 있으면 좋은 일이었다.

    방금까지는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은 짐승이란 느낌이었는데, 의외로 말이 통하는 것 같기도 했고.

    “그래, 삼백 엉을 받고 레드 리버로 넘어가 도로카지.”

    주오령의 독순술은 완벽하지 않았다.

    진영이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 정도는 생각을 해서 말을 좀 하지 그러냐.’

    다행히 이성철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잠깐, 그러려면 아까 너랑 같이 올라 온 일행을 배신해야되는데 그것도 괜찮겠어?”

    “얼마든지. 레드 리버 헬퍼들은 너희만 인는 건가?”

    “아, 둘 밖에 없어서 좀 그런가. 두 명이면 충분하지.”

    “야, 잠깐만 근처에 뭐가 있나본데?”

    뭔가 낌새를 느낀 윤기윤이 고개를 획 돌렸다.

    당연하지만 아무것도 고개를 돌렸을 때 이미 진영은 은폐 구역 안으로 모습을 감춘 뒤였다.

    “아, 착각인가. 계속 해, 계속. 잠깐 보고 올 테니까.”

    윤기윤은 어디선가 느껴진 기척을 찾아 움직였다.

    저벅.저벅.

    그의 감은 꽤 정확한 편이었다.

    은폐 구역 안에 숨은 진영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스으-.

    진영이 꺼낸 나이프에 예리한 마력이 서렸다.

    윤기윤의 클래스가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스킬을 사용하기 전에 끝장낸다면 굳이 알아낼 필요가 없었다.

    진영이 그들을 모르는 만큼, 그들도 진영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그가 바로 코 앞에 있다는 사실 마저도.

    스윽.

    두리번 거리는 행동과 함께 은폐 구역 안으로 윤기윤이 발을 들이는 순간.

    “!”

    날카로운 나이프가 윤기윤의 심장을 꿰뚫었다.

    진영의 정확한 일격이 단숨에 급소를 일직선으로 잘라냈다.

    “커헉?”

    윤기윤의 눈이 자신을 공격한 상대를 찾았지만, 그의 시야에는 푸른 숲의 모습 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절대 은폐의 공간.

    이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은 진영이 유일하다.

    구역 안으로 들어 온 상대조차 무엇이 있는지, 가늠할 수 없는 비밀의 공간이었다.

    레드 리버의 암살자 하나가 그렇게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 * *

    윤기윤이 잠시 주변을 살피러 간 뒤부터, 주오령이 입을 다물어버렸다.

    이성철은 답답한 노릇이었다.

    “뭐, 더 질문할 거 있나?”

    갑자기 입을 꾹 닫고, 아무 말도 없으니.

    “···. 질문은 그게 전부인가 보군. 그럼 여기 싸인해. 우리는 말로 하는 계약은 안하거든.”

    이성철이 품 안에서 낡은 두루마리 하나를 꺼냈다.

    ‘계약의 두루마리.’

    멸망의 탑 안에서 절대적인 효력을 가지는 계약 아이템이었다.

    두루마리를 내미는데, 주오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

    “시간 좀 끌어라.”

    “응? 뭔 소리야. 여기 피로 지장이나 찍어.”

    슬슬 짜증이 치밀어 오를려 할 때.

    후웅! 퍼억!

    어떠한 전조도 없이 주오령의 발차기가 이성철의 얼굴을 강타했다.

    “크악! 이, 이게 무슨?”

    코에서 쏟아져 나오는 피를 부여 잡은 이성철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 새끼, 처음부터 시간을 끌 생각으로! 야, 윤기윤!”

    후웅!

    주오령의 발차기가 연달아 이성철을 향해 날아들었다.

    “윤기윤! 뭐해!”

    처음 만났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신체 능력 앞에서 이성철은 뒷걸음질치며 공격을 피하기 바빴다.

    후웅! 후웅!

    윤기윤은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성철이 뒤를 돌아보았다.

    퍼억!

    뒤를 돌아 볼 정도로 주오령의 발차기는 만만치 않았다.

    흔들리는 시야에도 불구하고 가까스로 무게 중심을 잡은 이성철은 발차기를 피해 계속 움직였다.

    터억.

    누군가의 등이 느껴졌다.

    오랜 시간 등을 맞댄 동료였기에 바로 알 수 있었다.

    윤기윤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이성철의 어깨에 손을 올리기까지 했다.

    “야! 윤기윤 뭐하고 있어! 빨리 저 새끼 조져!”

    “······.”

    대답은 없었다. 등을 맞댄 건 윤기윤이 맞았다. 정확히는 그의 시체였다.

    다만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린 건 윤기윤이 아니라 진영이었다.

    “윤기윤이 아니라 미안하게 됐네.”

    진영의 양손이 이성철의 어깨를 꽈악 붙잡았다.

    “?!”

    윤기윤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처억.

    주오령은 발바닥을 지면과 이어 가벼운 준비 동작을 취했다.

    그의 발이 재빠르게 붉은 호선을 그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