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23화 (23/152)
  • 이계의 근원(2)

    [ 이계의 근원이 당신의 행적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

    [ 이계의 규율에 따라 걸맞는 보상을 부여합니다.]

    주오령이 눈을 가늘게 뜨고 팔찌를 쳐다보았다.

    그와 동시에 내 눈 앞으로 또 하나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 이계의 스킬석을 획득하셨습니다. ]

    팔찌에서 흘러나온 빛이 허공에서 응어리 지더니, 곧 노란 다이아몬드가 생겨났다.

    “빛이나다니, 특이한 팔찌군.”

    주오령은 악수를 하던 손을 풀고서, 그 자리에서 가부좌를 틀었다.

    ‘이게 안 보이나?’

    주오령이 무심한 건가 싶어, 김지훈과 민아영을 번갈아 살폈다.

    그 둘에게도 놀란 기색은 없었다.

    찬란한게 빛을 발하는 노란다이아몬드.

    입이 떡 벌어질만큼 아름다운 보석은 아름다웠으나, 진영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듯 했다.

    진영은 곧바로 이 아이템이 특별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나도 처음 보는 스킬석이야. 이게 이계의 근원이 내 활약을 보고, 감명 받아 준 보상이라는거지······.’

    스킬석은 이름 그대로 플레이어에게 스킬을 부여해준다.

    멸망의 탑에서 새로운 스킬을 습득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였다.

    다만, 이번에 보상으로 받은 것은 그냥 스킬석이 아닌 ‘이계의 스킬석’.

    ‘당연하지만 평범한 스킬석일 리가 없겠지.’

    팔찌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받아서 생긴 추가 옵션이 모든 대상에게서 아이템을 훔칠 수 있게 해주는 ‘탐욕의 왼손’이었다.

    그 정도만 해도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좋은 성능이었는데,

    이번에는 이계의 근원이 직접 손에 쥐여준 스킬석이다.

    [ 이계의 근원이 당신이 보상을 사용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저 녀석의 의도를 알 수가 없으니······.’

    지금까지 최대한 회귀를 배제하고 행동해 왔다.

    그 이유인 즉슨 ‘이계 규율 - 절대 회귀’라는 이름의 팔찌가 가지고 있을 제약을 우려해서였다.

    ‘너무 과한 걱정이었던걸까.’

    우선 지금까지 팔찌가 진영에게 불이익이 되었던 적은 없었다.

    오히려, 좋은 영향만 끼쳤다는 게 사실이었다.

    첫번째로 진영을 죽음에서 회귀시켰다.

    두번째로 스킬 강화석에 관여해 치트급 옵션 ‘탐욕의 왼손’을 주었다.

    그 강화된 스킬 덕에 1층의 히든 피스를 얻고, 방금 전 보스도 처치하지 않았는가.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스킬석을 사용할지 말지는 조금있다가 결정하자. 먼저 해야할 일이 있어.’

    진영은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보석을 낚아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클랜과 통화를 하고 있는 민아영을 향해 다가갔다.

    * * *

    진영이 주오령과 악수를 하고 있을 때, 뒤쪽으로 밀려난 민아영은 곧장 통신 마석을 꺼냈다.

    그녀는 한껏 짜증 머금은 채 함께 통신이 연결 되길 기다렸다.

    ‘처음부터 제대로 알아보고 지령을 주던가, 덕분에 망신만 당했잖아.’

    헬 난이도 게이트를 우습게 보고 들어갔다가, 레드 네펜데스에 붙잡혀 허무하게 죽을 뻔했던 걸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했다.

    ‘저 남자가 아니었으면 난 진짜 죽었을지도 몰라······.’

    같이 들어 온 남자가 회귀자인 것도 못 알아보고 무시하다가, 눈물까지 흘려가며 살려달라고 했던 걸 떠올리자, 그녀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죽고싶다···. 그 모습도 위에서 다 보고 있었겠지? 에라이···.’

    평소 클랜에서 얕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다 물 건너갔다 싶었다.

    “하여튼, 그 새끼들 일처리 진짜로 마음에 안들어.”

    이 생고생을 하는 동안 위쪽에서는 편하게 구경하고 있었을 걸 생각하니, 짜증이 날 수 밖에 없었다.

    지이잉-.

    짧은 진동과 함께 그랑블루 클랜 관측소와의 통신이 연결됐다.

    “여보세···.”

    - 와아! 미쳤습니다, 진짜 대박! 아무리 회귀자라지만 가능한겁니까?

    민아영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통화 상대가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쳤다.

    - 주오령 플레이어 무조건 데려오세요! 맨 몸으로 대체 어떻게 보스를 막았답니까? 물어 볼 게 산더미에요.

    “아뇨, 저기···.”

    - 그리고 방금 전에 관측 보고 들어갔으니까, 민아영씨 도울 헬퍼가 몇 명 더 내려갈겁니다.

    민아영은 통신 마석을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아냈다.

    주오령은 회귀자가 아니다.

    물론 그의 능력이 기상천외 한 것은 맞지만, 클랜에서는 완전히 헛다리를 짚고 있었다.

    ‘관측을 어떻게 하길래 저런 결론이 나오는거야?’

    관측 스킬이 만능은 아니란 건 민아영도 알고 있었지만 이건 심했다.

    - 잠깐만, 나도 말 좀 하자. 아영아, 이 놈들 말로는 너도 잘했다고 하던데. 헬 난이도 게이트 공략하느라 고생했고, 다른 헬퍼들 내려가면 넌 곧장 교대해서 올라와.

    굵은 목소리의 주인은 그랑블루의 간부 중 하나인 고정민이었다.

    사실상 그랑블루의 실세.

    방금까지 삐딱하게 서 있던 민아영이 깍듯하게 자세를 고친 채 대답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드릴 말씀이······.”

    툭툭.

    그때였다. 누군가가 민아영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자신을 회귀자라고 밝힌 남자였다.

    그러고보니 아직까지도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

    그가 조용히 자신의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댔다.

    ‘회귀자라는 걸 말하지 말라는 건가?’

    그 정도 눈치는 있었다.

    하지만, 민아영 자신은 그랑블루의 클랜원이었다.

    잘못된 정보를 정정할 필요가······.

    스윽.

    진영이 붉은 보석이 박힌 귀걸이 하나를 들어 올렸다.

    목숨을 구해 준 대가로 가져갔던 유니급 귀걸이였다.

    입을 다물어 준다면 귀걸이를 돌려주겠다는 건가?

    저 귀걸이는 현금으로 수 십억원의 가치를 지닌 아이템이다.

    하지만 단순히 가격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 말단 헬퍼 역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저 아이템이 꼭 필요했다.

    민아영의 눈이 흔들렸다.

    - 응? 무슨 일인데?

    “······. 혹시 관측자분들이 다른 말은 안하셨나요?”

    - 없어, 없어. 다들 칭찬 일색이야. 걱정말고 몸 조심히 올라와. 왜? 무슨 일 있어?

    다행히 자신이 울고불고하는 장면은 못 본 모양이었다.

    민아영은 안심한 기색과 함께 전화를 마무리 했다.

    “아뇨, 없습니다. 주오령 플레이어 설득해서 올라가겠습니다.”

    뚝.

    전화가 끊기고 민아영이 불만스런 표정으로 진영을 향해 한 손을 내밀었다.

    “시키는대로 했으니까 귀걸이 돌려주세요.”

    “아뇨, 돌려준다고 한 적 없습니다. 그냥 자랑한겁니다.”

    “으······.”

    옆에서 통화 내용을 전부 듣고 있던 진영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주오령을 회귀자로 착각한다 싶더니, 상황이 재밌게 돌아가고 있었다.

    본래는 단순하게 회귀자라는 것을 교섭 재료로, 그랑블루의 전폭적인 지원을 끌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통화 내용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충분히 착각할만한 상황이긴 했어.’

    관측 스킬은 기본적으로 하위층 밖에 확인할 수 없다.

    또한, 탑 내부의 게이트처럼 공간이 중첩 되면 더 큰 제약이 생긴다.

    방금 전 보스 사냥도 활약이 두드러지는 이를 꼽으라면 단연 주오령이었다.

    진영은 마지막 순간에 보스의 생명의 핵을 빼낸 게 전부.

    민아영이 헬 난이도 게이트를 얕잡아 보고 있었던 것만 봐도, 관측 플레이어의 수준이 뻔했다.

    ‘지금 시점에서 3층의 헬 게이트는 공략된 적이 없으니, 보스의 강함도 알려지지 않았을테고, 주오령이 보스를 잡았다고 보는 것도 그럭저럭 타당할 수 있겠네.’

    맨몸으로 보스를 받아치는 주오령의 임팩트가 상당히 컸을 거다.

    생각을 정리한 진영이 입을 열었다.

    “민아영씨, 솔직히 저는 지금 조금 화가 난 상태입니다.”

    “네?”

    화가 났다는 말에 민아영이 눈을 깜빡였다.

    “회귀자는 저인데, 그 쪽은 게이트 입구에서부터 저를 무시하지 그랑블루에서는 주오령을 회귀자라고 착각하지. 이 정도면 화가 날법하죠.”

    “그 쪽을 무시한 건 그러려고 한 게 아니라 진짜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였어요. 그리고 회귀자인 건 방금 그 쪽이 말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녀의 대답에 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한테는 레드리버로 간다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그건······.”

    진영의 한마디에 민아영은 심장이 내려 앉는 것 같았다.

    레드리버.

    멸망의 탑 1위 클랜인 그랑블루의 뒤를 바짝 쫒아 오고 있는 제 2위의 클랜.

    그랑블루와는 완벽한 라이벌 구도에 있으면서도 사이가 굉장히 좋지 않기로 유명했다.

    진영은 그곳으로 넘어가겠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회귀자를 빼앗기는 건 클랜에게 있어 지대한 손실이었다.

    민아영이 받은 지령은 ‘회귀자 주오령을 영입할 것.’이다.

    중요한 건 회귀자였다.

    즉 영입해야하는 건 주오령이 아니라 이진영이었다.

    “······진심인가요?”

    민아영이 입술을 깨물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 중요한 임무를 자신의 무례함 때문에 망치게 된다면, 그녀가 클랜에서 방출 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

    “아뇨, 진심이 아닙니다.”

    “네? 그게 무슨······.”

    “민아영씨의 목표는 그랑블루의 최정상 간부. 맞죠?”

    “그, 그걸 어떻게······.”

    그렇게 내뱉고서야 민아영은 자신이 말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

    회귀자 앞에서 어떻게 알고 있냐는 말이 의미가 있을까.

    휘익.

    민아영을 향해 유니크급 귀걸이가 날아왔다.

    진영은 그녀가 귀걸이를 낚아 챈 것을 확인하고 말을 이었다.

    “거래하시죠. 저를 도와주시면, 민아영씨를 그랑블루의 부마스터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네?”

    그랑블루의 2인자.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지금의 민아영이 가늠하는 것 이상이었다.

    바깥의 세상에서는 계속해서 몬스터가 쏟아질 수록 길드와 클랜의 힘은 커지게 된다.

    아포칼립스 이전의 혼란한 세계에서 그랑블루라는 이름이 가지는 영향력은 거대한 국가에 비견될 정도다.

    그런 자리를 진영은 민아영에게 제안하고 있었다.

    “하실겁니까?”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릴만도한 이야기였으나, 진영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게이트 안에서 본 진영의 실력은 회귀자가 아니고서야 설명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는 분명한 회귀자.

    미래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민아영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좋아요. 하죠, 거래.”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진영의 미소가 한 층 더 진해졌다.

    이 거래로 인해 그랑블루는 진영의 손아귀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 * *

    이진영은 제안한 것은 우선 다음과 같다.

    주오령, 김지훈에 자신을 포함해 총 세 명을 10층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도울 것.

    그리고 진영이 스스로 말할 때까지 그가 회귀자라는 것을 밝히지 말 것.

    간단한 내용이었지만,

    한 번 트여진 거래의 물꼬는 민아영이 그랑블루의 부마스터 자리에 오르고 나서도 계속 될 것이다.

    그렇게 엮일 수 밖에 없다.

    ‘유니크급 귀걸이가 아쉽긴하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이게 가장 베스트야.’

    본래 민아영은 미래에 그랑블루의 핵심 간부가 된다.

    사실상 진영이 아무일도 안해도, 그녀의 자리는 확정 되어 있는 셈이었다.

    ‘괜히 귀걸이를 빼앗아서 변수를 만드는 일은 없어야하니까.’

    애초에 유능한 사람이니, 진영이 등을 떠밀어주는 것으로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 저는 그랑블루 클랜에서 내려 온 헬퍼 민아영이라고해요.”

    그녀는 우리 일행에게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주오령이 이해를 했는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김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그러니까 10층까지 누나가 버스 태워주신다는 거잖아요.”

    “버스?”

    “그 게임에서 쓰는 말인데, 쉽게 말하면 고수가 초보 도와준다는 거에요.”

    “저 여자가 고수처럼은 보이지 않는다만.”

    주오령을 무시하고 민아영이 설명이 계속 이어갔다.

    “그래서 이제 이동할거에요. 신체를 접촉한 채로 다음층으로 넘어가면 같은 장소로 이동할 수 있으니까, 아무데나 잡으세요.”

    클랜의 헬퍼로 활동하면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10층까지 많이 올려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상당히 능숙한 진행이었다.

    모두가 다음 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동의함과 동시에 보상창이 나타났다.

    [ 헬 게이트 클리어 보상이 지급됩니다. ]

    [ 각 플레이어에게 200 코인이 지급 됩니다. ]

    [ 플레이어가 갖추어야 할 지식이 상당량 제공됩니다. ]

    3층의 핵심 보상은 상태창과 스킬, 코인의 사용법에 대한 정보였다.

    익숙한 정보가 진영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알고 있는 정보지만, 주오령과 지훈이한테는 도움이 되겠네.’

    안전을 택하고, very easy 난이도의 게이트를 공략한 플레이어는 이러한 정보의 극히 일부만을 얻게 된다.

    보상의 수령이 끝나자, 새하얀 빛무리가 일행을 감싸기 시작했다.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 4층 : 퍼즐 던전 - 보물 찾기 ]

    설명 : 다양한 방식으로 던전에 숨겨진 다양한 아이템을 손에 넣으세요. ( 5층 입장 권한 포함 )

    “와, 여기는······.”

    “신기한 분위기군.”

    돌 벽 위로 기하학적 무늬가 잔뜩 새겨진 던전의 내부.

    누군가가 섬세하게 조형해 놓은 듯한 광경이었다.

    민아영이 자연스럽게 가이드를 시작했다.

    “다음층 입장 권한은 던전에 있는 마수를 잡아서 보상을 얻거나, 장애물 넘어에 있는 보상을 얻어도 돼요.”

    길은 사방으로 이어져있었고, 친절하게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 어떤 곳으로 이어지는지도 표시해주고 있었다.

    “그럼 이쪽으로 가볼까요.”

    시험삼아 이동한 장애물 방으로 이동하자, 가파른 낭떠러지 위로 좁은 길이 이어지는 게 보였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보상이 담긴 주머니가 하나 놓여 있었다.

    “흠.”

    의외로 주오령이 곧장 달려들지 않고 길을 주시했다.

    민아영이 설명을 시작했다.

    “보기에는 쉬워보이지만, 길을 건너려고하면 마법이나 무기가 쏟아지거든요. 저런 걸 노리는 것보다는 정직하게 몬스터를 잡는 게 나아요.”

    보기에는 단순하지만, 실제로 좁은 길을 움직이며 그 많은 함정을 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평균 스탯 3단계인 민아영에게도 위험성이 컸다.

    주오령이 뛰어들지 않는 것만 봐도 무언가 있다는 의미였다.

    “그럼 다른데로 갈까요.”

    어깨를 으쓱인 민아영은 몸을 돌려 다른 방으로 향하려 했다.

    그때 진영이 그녀를 멈춰세웠다.

    “민아영씨, 잠시만 기다리시죠. 저거 얻고 가죠.”

    “아뇨,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진영은 손을 저었다.

    “제가 아니라 지훈이가 얻어줄 겁니다.”

    “······형? 제가 잘못 들은 거죠?”

    놀란 지훈의 두 눈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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