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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22화 (22/152)

이계의 근원(1)

전투에 들어가자마자 메시지 창이 또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 이계의 근원이 당신의 선택을 주시합니다. ]

그러나 메시지를 확인할 틈은 없었다.

달려드는 뱀 형상의 보스를 피해 진영 일행이 몸을 던졌다.

쿠과과과과!

보스는 숲 일대의 나무를 뒤엎으며 거세게 몸부림 쳤다.

나무들이 이쑤시개처럼 부러지며 흙먼지가 솟아 올랐다.

일행이 공격을 피한 것을 확인한 진영이 소리쳤다.

“다 괜찮으시죠?”

“네, 형!”

“멀쩡하기는 한데······.”

뱀의 돌진을 피해 낸 진영 일행의 앞으로 누군가가 나타났다.

“드디어 왔군. 파트너.”

어느샌가 뱀의 머리 위에서 뛰어내렸던 주오령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주오령의 눈이 붉게 변해있었다.

베르세르크 클래스의 특성 광폭화 상태에 들어갔다는 증거였다.

‘주오령은 광폭화 상태에서도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게 확실해.’

하지만 더 이상 움직이는 건, 위험할 가능성이 컸다.

외관은 멀쩡했지만, 광폭화 상태에 들어 갔다는 것부터가 체력이 많이 바닥났다는 의미였다.

체내에 누적된 피해가 클 터.

진영은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주오령, 코인 강화라는 걸 알려주지.”

“그게 뭐지?”

불행히도 길게 설명할 틈이 없었다.

쿠오오!

타겟이 사라진 것을 눈치 챈 보스가 몸을 비틀며 괴성을 질렀다.

나무 줄기 사이로 보석처럼 박힌 뱀의 눈이 진영 일행을 향했다.

“지훈아, 주오령한테 코인 강화를 알려줘. 체력이랑 힘 스탯 올리라고 해.”

“네. 사실 미리 알려주려고 했는데, 말도 없이 뛰어나가서······.”

“그럼 부탁한다. 아영씨는 저를 따라 오세요. 딜러 역할을 맡아주셔야겠습니다.”

“네? 설마 지금 저걸 잡자는 거는 아니죠?”

“설명할 시간 없습니다. 따라오세요.”

보스의 몸에 올라타고도 멀쩡히 내려오는 주오령과 그런 상황을 태연하게 보는 진영.

그리고 상황은 당연하게 보스를 처치한다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민아영은 경악했다.

‘저 정도 보스는 제대로 된 파티가 있어도 잡을까 말까인데, 저걸 잡겠다는거야 지금?’

헬게이트에 겁도 없이 들어 온 건 다름 아닌 민아영 자신이었다.

레이드를 포기하고 도망친다는 선택지는 없는 건가 이 사람들?

“뭐해요?!”

진영의 일갈에 민아영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멍하니 서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짜악.

민아영은 양손으로 자신의 뺨을 세게 때린 뒤, 달려나가는 진영의 뒤를 따랐다.

진영과 주오령이 양쪽으로 갈라지자, 보스의 타겟은 자연스럽게 한 쪽으로 기울었다.

보스는 방금 전까지 자신을 괴롭혔던 주오령을 향해 달려 들었다.

콰과과과!

보스의 주된 공격 패턴은 거대한 몸통을 이용해 들이박는 게 첫번째였다.

위협적이지만 피하기 어려운 공격은 아니었다.

보스가 다른 쪽을 향해 달려들자, 진영과 민아영은 자연스럽게 보스의 옆 쪽을 공략할 수 있게 되었다.

“민아영씨, 지금입니다!”

주오령이 피지컬이 대단 하다고는 하나, 3페이즈에 들어간 헬 난이도의 보스를 잡는 건 불가능했다.

마력이 깃든 줄기로 단단히 감싸인 외피를 부수기 위해서는 무기가 필요했다.

“알았다구요!”

채찍을 쥔 민아영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클랜의 헬퍼로 클랜원을 영입하러 왔을 뿐인데, 어쩌다가 무리한 보스 토벌까지 하게 된 건지.

여기까지 왔으면 어차피 물러날 수도 없었다.

‘마스터 브레이크(Master break)’

파지직.

민아영의 채찍으로 강력한 마력 솟아나오며 전투 계열 스킬의 준비를 알렸다.

그녀의 평균 스탯은 3단계 인외.

더불어 클래스는 전투 계열 최상위 ‘웨펀 마스터’.

콰아아아!

곧게 뻗어 나간 채찍이 빠르게 돌진하는 보스의 외피를 갈갈이 부수기 시작했다.

카가가가각!

채찍에 갈려나간 수 천 개의 나무 줄기 파편이 하늘 위로 솟구쳤다.

‘그래, 이 정도는 해줘야지.’

민아영의 진짜 솜씨를 확인한 진영이 미소를 지었다.

속도를 주체하지 못한 거대 나무 뱀은 상당한 데미지를 입으면서도 숲을 휩쓸며 지나갔다.

“형! 이제 어떻게 하면 되요?”

멀리서 지훈의 외침이 들려왔다.

주오령, 어차피 저 놈은 말해 준다고 알아듣는 놈이 아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무슨 행동을 할지 예상이 갔다.

“주오령 마음대로 하라고 그래!”

크아아아아!

반대편 숲으로 들이 박은 보스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민아영의 채찍 때문에 외피에 치명적인 일자 상처가 남아 있었다.

“곧 다시 올 겁니다. 이번에는 공격하는 대신 피하시면 됩니다.”

“근데, 저거 잡을 수 있는 거 맞기는 해요?”

“네. 잡을 수 있습니다.”

민아영의 표정은 여전히 걱정스러웠다.

진영도 알고 있었다.

외피를 벗겨내는 것까지는 가능하다.

하지만 다르게 말하면 이 중에서 가장 강한 공격력을 가진 민아영의 스킬에도 고작 외피 밖에 벗겨내지 못했다는 의미였다.

보스를 처치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그럼 꼭 피하세요.”

“네?”

진영은 민아영을 놔두고 반대편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 사이 정신을 차린 보스가 다시금 돌진할 준비를 했다.

콰과과과!

거대한 뱀은 꼬리를 용수철처럼 말더니, 민아영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사색이 된 민아영이 최선을 다해 뱀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너무 빨라!’

보스는 방금 전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피할 수 없다. 부딪힌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누나, 이 손 잡으세요!”

열심히 달려 온 김지훈이 민아영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아슬아슬하게 민아영이 공격 범위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붉은 안광이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

콰아아앙!

귀가 찢어지는 격돌음과 함께, 보스의 꼬리가 하늘 위로 솟구쳐 올랐다.

최고 속력으로 돌진하던 기차가 벽에 충돌한 것처럼, 반동을 이기지 못한 뱀의 꼬리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으으!”

그 시작점에는 주오령이 서 있었다.

코인으로 능력치를 강화한 그가 보스의 머리를 붙잡은 채 버텨내고 있었다.

“어?”

“허억!”

민아영과 김지훈조차 그 모습을 보고 기겁을 했다.

그그그극···.

뒤로 수 십미터 밀려난 주오령의 발 아래로 긴 선이 생겼다.

그러나 쓰러지지 않았다.

거대한 보스의 돌진으로 그대로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잘했어, 주오령!”

진영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보스의 위로 뛰어 올랐다.

식물형 환상종 ‘기가 트리 플랜트’.

까다로운 상대였다.

본래 땅속에 박혀 고정되어 있는 이 놈은,

자신의 생명 핵을 땅 속 깊히 숨겨두고 있다가 데미지가 누적되면 침입자를 물리치기 위해, 거대한 뱀의 형태로 변한다.

‘몸이 완전히 밖으로 나와 있는 지금, 생명핵은 이 몸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

악질인 것은 몸을 마디 단위로 나눠, 자신의 핵을 숨겨 놓는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제대로 공략하려면, 이 뱀을 한 마디씩 잘라 낼 정도로 많은 데미지를 입혀야했다.

‘우리 네 명이선 하늘이 쪼개져도 처리가 불가능한 놈이지만.’

현 시점 대형 클랜에서 마음 먹고 세 개의 파티가 공략 가능한 보스였다.

하지만 진영은 이 놈을 공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이 녀석의 생명 핵은 아이템이다.’

주오령이 보스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동안 진영은 생명핵이 있는 위치로 다가갔다.

기가 트리 플랜트를 사냥 해 본 사람만이 내피에 새겨진 생명핵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다.

‘여기군.’

벗겨진 외피의 안쪽으로 단단한 원목으로 이루어진 내피가 보였다.

특유의 무늬가 새겨진 내피를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진영은 자신의 왼손을 그곳에 가져다 댔다.

‘탐욕의 왼손.’

본래 스틸 스킬은 보스를 상대로는 발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계 규율에 의해 부여된 이 특수 효과에 의해서,

진영은 접촉한 상대에게서라면 3% 확률로 아이템을 훔쳐 낼 수 있다.

‘아이템이라면 얼마든지 훔칠 수 있어.’

그리고, 보스의 심장이자 동력원인 생명의 힘은 아이템이었다.

팅!

[ 이계 근원이 당신의 책략에 눈을 떼지 못합니다. ]

[ 이계 주시도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

이계 근원이 보내온 새로운 메시지.

진영의 행동에 더욱 확신이 실리는 순간이었다.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갔다.

‘좋아.’

남은 건 연속해서 스틸 스킬을 사용하는 것 뿐.

사아아-.

스킬을 시전하는 진영의 손으로 푸른색 빛이 하염 없이 뻗어 나왔다.

* * *

10층 그랑블루 클랜의 관측소.

긴급 회의 소집이 끝난 이후, 관측자 김영훈은 회귀자의 흔적을 뒤쫒았다.

헬 게이트 내부로 들어간 주오령과, 김지훈.

그 중에서도 주오령을 관측하는데 집중하고 있었다.

“어때, 확실히 회귀자가 맞던가?”

“게이트 안이라 대화는 안들립니다. 그래도 거의 맞는 것 같습니다.”

“흐음. 거의라.”

주오령을 관측 중인 김영훈의 뒤로 중후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랑블루의 간부였다.

그는 테이블 위에 발을 올린 채, 회귀자의 동향을 파악하고자 했다.

“지금 3층에서도 헬 난이도 게이트에서 보스와 상대중입니다.”

“혼자서? 그게 가능한가?”

“글쎄요, 저 보스는 저도 처음보는 놈이라. 어려울겁니다. 회귀자라고 해도 헬게이트에 들어가는 건 무슨 자신감인지.”

“선배님, 민아영 헬퍼님하고 통화 끝내고 복귀 했습니다.”

통신석을 통해 민아영과 전화를 마친 후임 관측자가 자신의 전용석에 착석했다.

“뭐야, 저 남자는 또 왜 헬게이트로 들어와. 오늘 왜 이러는거야?”

“저 사람은······.”

“뭔데?”

“아닙니다.”

주오령 회귀자와 함께 있던 남자인데.라는 말을 후임 관측자는 목구멍으로 삼켰다.

“야, 주오령 회귀자 쪽 봐봐.”

“오우, 맨 손으로 보스를 후드려 패는 겁니까?”

그들은 온통 주오령에게 정신이 팔려 있었다.

때문에 민아영과 한 남자를 확인한 건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였다.

“역시 민아영 헬퍼님. 실력이 확실하시네요.”

“잘 하고 있나 보네. 그래, 아영이 실력은 내가 보증한다고 했잖아.”

헬 난이도 게이트를 척척 뚫고 나가는 모습이 둘의 눈에는 민아영의 독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굉장한데? 아무리 회귀자라곤 해도 지금 시점에서 어떻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거야?”

선임 관측자가 탄성을 내뱉자, 뒤에 있던 간부가 궁금한 얼굴을 했다.

“궁금하게 하지말고 중계를 좀 해줘.”

“지금 주오령 회귀자가 보스를 거의 다 잡은 것 같습니다. 민아영 헬퍼랑도 접촉 됐고요.”

주오령의 압도적인 퍼포먼스.

관측자 둘은 그 앞에서 탄성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저게 사람이야?”

“와······. 보스를 농락하는데요?”

사람보다는 짐승을 닮은 움직임, 한 번 문 먹잇감은 놓치지 않는 집요함까지.

이어서 민아영이 채찍을 휘둘러 보스의 외피를 벗겨내는 장면이 관측됐다.

“민아영 헬퍼님이 지금 막 보스에게 치명상을 입혔습니다.”

“이야아, 민아영 헬퍼님. 보면 볼 수록 감탄만 나오네요. 미모도 그렇고 실력도 진짜 제대로네요.”

그리고 그 클라이막스는 주오령이 돌진해 오는 거대한 보스를 맨 몸으로 막아냈을 때 찾아왔다.

“와아아! 진짜 미쳤다.”

“이런 미친!”

“뭐야, 뭔데? 소리치지 말고 나한테도 알려줘.”

이 회귀자는 달라도 크게 달랐다.

지금까지 보아 온 어중이 떠중이들과는 궤를 달리했다.

“무조건, 무조건 영입해야합니다!”

“역대급입니다.”

두 관측자는 확신에 차 있었다.

주오령의 뛰어난 능력이 회귀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진영이 보스의 등에 올라타는 순간.

파직.

“뭐, 뭐야?”

“으윽, 눈 아픕니다.”

강한 스파크와 함께 무언가에 방해 받은 듯 관측이 불가능해졌다.

헬 게이트 안의 주오령 일행을 보려고만 하면 노이즈와 함께 스파크가 발생했다.

“한창 중요한데, 어떻게 된거야? 이런 경우 없지 않았어?”

“스킬이 맛탱이가 간 것 같은데요?”

다행히 그런 현상이 오래가지 않았다.

“오, 됩니다.”

시간이 잠시 흐르자.

3층의 모습이 드러났다.

힘 없이 늘어져 썩은 나무 줄기로 변한 보스와 우뚝 서 있는 주오령.

그들의 눈에는 이미 주오령 밖에 들어 오지 않았다.

“근데······. 상황 끝난 것 같은데요. 중요한 장면을 놓쳤네요.”

“쓰러뜨렸잖아, 진짜로 헬 게이트 클리어 했는데 이 사람들?”

민아영이 있었다곤 하나 주오령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다른 둘은 적당히 버스를 탄 것 같았고.

관측자들의 호들갑을 지켜보던 간부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헬 게이트 공략······. 간만에 슈퍼스타가 등장했군.”

그들의 오해가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 * *

[ 이계 주시도가 낮아집니다. ]

[ 이계 근원이 진영의 활약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

그 시각 진영은 영롱하게 빛나는 A급 생명의 핵을 들고 보스에게서 내려왔다.

“형! 무슨 마법을 부린 거에요?!”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에요?”

김지훈 뿐만 아니라 민아영의 눈도 보름달처럼 커져있었다.

진영이 올라가자마자 보스가 순식간에 생명력을 잃고 썩은 나무 더미로 변해 버렸다.

“보스가 가지고 있던 코어를 꺼냈을 뿐입니다.”

“지금 그 단단한 내피를 뚫고 그걸 꺼냈다는 건가요?”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진영의 담담한 대답에 민아영이 경악했다.

자신도 겨우 외피를 깍아내는데서 그쳤는데, 이 사람은 도대체 무슨 수로?

투욱!

“아, 깜짝이야!”

주오령이 진영의 지척까지 단숨에 뛰어왔다.

여전히 붉은 눈은 그대로였지만, 손을 뻗어 진영의 어깨에 얹었다.

“역시 파트너군. 내 상상 이상이야. 정상이 아니군.”

주오령에게 칭찬을 듣는 진영의 기분도 미묘했다.

미친놈한테 듣는 칭찬이라. 이걸 칭찬으로 받아들여야할까.

‘정상이 아닌게 누군데···.’

광폭화 모드가 되었다고 한들 맨몸으로 보스를 받아치다니.

주오령이 진영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파트너, 네 이름이 뭐지? 말했었지만 나는 주오령이다.”

3층을 잘 공략하면 파트너로 인정해 주겠다는 진영의 말을 잊지 않은 모양이었다.

진짜 종잡을 수 없는 놈이었다.

진영은 헛웃음과 함께 주오령의 손을 맞잡았다.

“이진영이라고 한다.”

이상한 놈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소문처럼 그저 미친놈도 아니었다.

차차 알아 가면 될 일이었다.

그때였다.

악수를 하는 주오령이 중얼거렸다.

“······. 파트너. 네 팔찌가 빛나고 있다만.”

[ 이계의 근원이 당신의 활약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

[ 이계의 규율에 따라 ]

[ 걸맞는 보상을 부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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