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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12화 (12/152)
  • 아이템 온 더 빌런 (2)

    진영은 가벼운 고양감과 함께 2층에 발을 디뎠다.

    1층 미션 클리어의 결과로 300코인을 추가로 받았다.

    미소가 지어질 수 밖에 없었다.

    [ 소지 코인 갯수 : 561 개 ]

    이 모든 게 0층에서 가디언을 쓰러뜨리면서 시작됐다.

    한 번 눈덩이를 굴리기 시작하니, 계속해서 이득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여기서도 상태창의 존재를 모르는 플레이어가 대부분이다.’

    극 초반부에는 운좋게 상태창의 존재를 깨달은 사람들이 주도권을 쥔다.

    진영은 굉장한 양의 코인을 손에 넣었으니 그들보다도 앞서 있는 셈이었다.

    ‘2층의 히든피스······. 아니 어쩌면 그 이상도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자신이 계획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강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부족했다.

    이미 이 탑의 최전선인 15층을 공략하고 있는 플레이어들 중에는 상상하기 힘든 힘을 가진 자들이 많았다.

    ‘하나, 하나 떠올리자니 숨이 턱 막힐 지경이군.’

    99층까지 살아남은 것은 최후의 6인뿐이었다.

    그러나 진영이 99층까지 올라 갈 수 있도록 활로를 개척한 것은 다른 플레이어 덕이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하늘의 별처럼 여겨졌던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모두 제치고 최강의 플레이어가 되는 게 내 목표다.’

    신화준 또한 최강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는 다수의 사람과 협력하기 보다는 항상 소수의 사람들하고만 움직였다.

    진영이 추구하는 바와는 거리가 있었다.

    ‘10년이란 시간이 지나면 그 때는 모든 게 늦는다.’

    이미 문명이 파괴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았는데, 멸망의 탑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킨다고 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꼬르륵.

    이리저리 생각하던 진영의 배에 허기가 느껴졌다.

    0층에서부터 움직이기는 엄청 움직였는데 먹은 게 없었다.

    ‘1층 숲에서 과일이나 동물로 배를 채우고 올라 오는 게 보통이긴 한데.’

    워낙 빠르게 2층까지 올라 온 탓에 식사를 할 시간이 없었다.

    어차피 허기와 피로는 2층에 올라오면 해결되는 문제였다.

    ‘이 분수대도 오랜만에 보네.’

    진영은 안전지대에 놓인 분수대로 다갔다.

    꿀꺽, 꿀꺽.

    물을 마시자 허기와 갈증이 시원하게 해소 되었다.

    피로가 풀리며 몸도 개운해졌다.

    이 분수대의 물은 고급 체력 포션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

    ‘들고 가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지.’

    분수대에서 벗어나면 그 효과가 사라지기에 가지고 나갈 수는 없었지만,

    2층에서는 목숨을 잃을 걱정은 조금 덜 해도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지금 나가려고 하는데 몬스터 잡으러 가실 분 계신가요?”

    “저랑 같이 가시죠.”

    분수대 근처에 모인 플레이어들 중 몇이 사냥을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진영은 동굴 윗부분에 떠 있는 익숙한 홀로그램 창을 확인했다.

    [ 2층 : 영혼의 쉼터 - 제비 뽑기 ]

    설명 : 안전 구역 밖에서 몬스터를 잡아 제비를 뽑으세요. 3층 진입 권한을 포함한 다양한 보상이 준비 되어 있습니다.

    탑이 내어주는 미션이니 보이는 글 그대로 믿어서는 곤란했다.

    다양한 보상 중에는 강한 폭발이 일어나거나, 치명적인 독을 내뿜는 ‘벌칙’도 포함 되어 있었다.

    몬스터를 잡고 얻은 쪽지를 열 때는 운에 맡기고 여는 수 밖에는 없었다.

    ‘지훈이하고는 다른 구역으로 이동한 건가.’

    2층의 동굴 안에는 총 4곳의 안전지대가 있다.

    주오령도 그렇고 각자 다른 곳으로 이동한 모양이었다.

    진영은 분수대에 적혀 있는 글귀를 확인했다.

    - 처음으로 마시는 샘물에 축복이 있기를.

    ‘운이 좋네.’

    4개의 구역에 있는 분수대의 물을 순서대로 마시는 게 히든 피스 지역으로 입장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시작 장소의 물은 마셨으니 이제 다음 분수대로 이동하기만 하면 된다.

    진영은 가볍게 몸을 풀고서 안전지대 밖으로 발을 내딛었다.

    1층과 마찬가지로 2층에도 히든피스가 존재했다.

    지금부터 2,3,5,7,11······. 소수로 이루어진 층에는 모두 히든피스가 존재한다.

    이 중 3층과 5층의 히든 피스는 신화준이 아닌 다른 플레이어가 이미 획득한 상태.

    ‘이런 페이스대로만 가면 충분하다.’

    회귀하며 신화준도 사라졌을 확률이 높았다.

    정확히 존재하기는 하겠지만, 진영이 아는 신화준은 아닐 거다.

    즉 나머지 히든 피스가 존재하는 위치와 공략 방법을 아는 건 진영이 유일하다는 말이었다.

    ‘물론 얻는 방법을 아는 거랑 실제로 얻는 건 다르지만.’

    능력치 뿐만 아니라 운도 받쳐줘야했다.

    2층에서 히든 피스를 획득 하려면 미리 능력치를 투자해 놓는 게 좋았다.

    ‘스탯을 올린 뒤, 빠르게 2층의 미션을 클리어하고 히든 피스 지역으로 이동해야겠어.’

    진영은 현재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스탯 정보창을 열었다.

    [ 스탯 정보창 ]

    * 체력 - 0단계 : 인간(人間)

    * 힘 - 3단계 : 인외(人外)

    * 민첩 - 2단계 : 철인(鐵人)

    * 기력 - 0단계 : 인간(人間)

    * 마력 - 0단계 : 인간(人間)

    ‘2단계까지 전부 올려 놔야겠다.’

    코인은 스탯 말고도 다른 사용처가 많다.

    고작 2층에서 스탯에 코인을 다 써버리는 건 보통 손해 였다.

    평소대로였다면 아껴두었겠지만.

    ‘1층에서 추가 코인을 받았으니 아껴둘 필요가 없지.’

    1단계 강화에 필요한 코인 10개.

    2단계 강화에 필요한 코인 50개.

    ‘모든 스탯을 2단계까지 만드는데 필요한 코인은 180개.’

    진영이 지금 가지고 있는 코인은 561개.

    여기서 코인을 아끼는 건 오히려 멍청한 짓이었다.

    [ 코인을 더 투자해 스탯 등급이 상승할 확률이 올라갑니다. ]

    [ 총 200 코인을 소모해 민첩, 기력, 마력, 체력의 등급이 2단계까지 올라갑니다. ]

    [ 성공 확률 97% ]

    성공 확률이 97%라는 건 실패확률이 3%라는 거였다.

    실패하면 코인이 증발한다.

    급한 게 아니라면 100%를 채워서 하는 게 보통이었다.

    ‘코인 20개를 추가하겠다.’

    [ 스탯 강화에 코인을 20코인 추가합니다.]

    [ 성공 확률 100% ]

    ‘가디언을 잡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쏟아 부었지만, 가능하면 도박은 안하는 게 좋다.’

    진영은 1층에서도 제단에서 히든피스를 뽑아내느라 식은땀을 흘렸던 걸 떠올렸다.

    강화 하기를 선택하자 빛무리가 솟아올랐다.

    화아악!

    주변이 밝아지며 능력치가 상승하는 게 느껴졌다.

    [ 강화 성공! 목표 스탯이 모두 2단계(철인)에 도달했습니다. ]

    지금껏 느꼈던 묘한 이질감이 사라졌다.

    스탯은 하나만 비정상적으로 강한 것보다 모든 스탯을 고루 올렸을 때 효과가 극대화 된다.

    ‘이제야 좀 밸런스가 맞는 느낌이네.’

    힘이 아무리 강해도 신체가 버텨 주지 못하면, 오히려 공격이 몸을 망가뜨린다.

    아무리 민첩해도 기력이 부족하면 몇 발자국 뛰고서 한계에 다다른다.

    전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게 가장 좋았다.

    [ 플레이어 평균 스탯 : 2.2단계(철인+) ]

    이제 2층에서 진영과 견줄 수 있는 플레이어는 아무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진영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한 명 있을지도 모르겠네.’

    주오령이 아니다. 녀석은 아직도 코인 쓰는 방법을 모른다.

    진영의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남아 있는 남성.

    ‘이름이 뭐였더라. 오동 뭐시기였는데.’

    회귀 전 진영이 처음 2층에 올랐을 때였다.

    안전지대의 폭군으로 군림하는 남자 하나가 있었다.

    그 사람의 클래스는 ‘감정사’.

    ‘쪽지의 내용을 미리 알 수 있다는 걸로 이득을 불리는 놈이었지.’

    불합리하기는 하나 말만 잘 들으면 다음층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해준다.

    문제는 그 불합리함이 도를 넘는다는 것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굉장한 악당처럼 느껴졌었는데 생각했었는데, 지금 시점에서는 조금 다르군.’

    상태창도 모르고, 코인의 사용법도 모르던 과거의 진영에게 오동성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사람을 죽이고, 마음대로 이용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코인과 아이템을 잔뜩 품은 보물상자.’

    그게 진영의 감상이었다.

    층마다 미션의 종류가 다르니 그때그때 유리한 클래스가 있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 유리함을 쥐고, 어떤 식으로 행동하냐는 개인의 선택에 달려있는 문제였다.

    ‘그러고보니 내 스킬도 2층에서 꽤 궁합이 잘 맞네.’

    그 때는 상태창과 스킬을 몰랐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자신의 스틸도 2층에서는 상당한 효율을 발휘 한다.

    ‘한 번 볼까.’

    진영은 한 층 가벼워진 몸으로 한달음에 안전지대 밖의 고블린을 향해 달려들었다.

    강화된 능력치에 적응도 할 겸, 방향을 틀어 가볍게 고블린을 터치하며 지나쳤다.

    “키엑?”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진영에게 고블린은 반응도 제대로 못하고 눈을 껌뻑였다.

    진영의 손에는 어느새 쪽지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이걸 진작에 알았더라면 2층에서 고생을 덜 했을텐데.’

    물론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말이다.

    진영은 씁쓸한 웃음을 한 번 짓고서 쪽지를 주머니에 넣었다.

    ‘쪽지 감별은 역시 감정사한테 맡겨야지.’

    굳이 스스로 열어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다.

    동굴 어딘가에 있는 오동성이 이 쪽지를 대신 감별해 줄 거다.

    그가 원하건 원치 않던간에.

    ‘히든 피스를 얻으러 가는 김에 탈출권도 챙기고, 김지훈도 데려가면 되겠군.’

    “키에엑!”

    진영은 계속해서 움직이며 눈 앞에 보이는 고블린들을 처치했다.

    촤아악.

    일도양단.

    가볍게 휘둘러도 고블린의 머리가 몸과 분리되며 떨어져나갔다.

    장착한 히든 피스의 효과로 등급이 한 단계 상승된 덕분이었다.

    계속해서 달려 나가는 진영의 눈 앞으로 고블린 무리가 나타났다.

    ‘고블린 8마리.’

    새로 강화된 능력치 적응은 대충 끝났다.

    1층과 다르게 몬스터를 많이 잡는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없었다.

    이곳에서의 목적은 ‘보상 쪽지를 많이 모으는 것’ 이었으니까.

    “키륵!”

    “끼에엑!”

    “크륵!”

    동료의 피냄새를 이미 맡은 건지 고블린들이 발광하며 날붙이를 들어 올렸다.

    진영은 달려가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타닥, 탓, 타!

    진영은 고블린 무리의 사이를 스쳐가며 빠짐 없이 녀석들을 모두 터치했다.

    그리고 그 결과, 8개의 쪽지가 진영의 손에 들어왔다.

    “키륵?”

    “쿠, 쿠륵······.”

    진영이 동굴 저 편으로 사라지고 나서까지 고블린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알아채지 못했다.

    알아 냈을 때는 이미 분풀이 대상이 사라진 뒤였다.

    “키, 키륵······.”

    “키엑?”

    쪽지를 잃어버렸다는 걸 깨닫자 고블린들이 새하얗게 질린채로 몸을 떨기 시작했다.

    오들오들.

    2층에서의 몬스터의 존재 의의란 바로 쪽지.

    쪽지를 가지지 못한 몬스터는 2층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키, 키르륵!”

    거대한 그림자가 고블린들에게 드리워졌다.

    이미 녀석들은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멍하니 자신의 최후를 직시할 뿐이었다.

    터업.

    그림자의 주인이 쪽지를 잃어버린 고블린들은 한 입에 삼켰다.

    * * *

    탓, 탓, 탓.

    스탯이 상승한 만큼 몸놀림이 가벼웠다.

    99층에 있었을 때에 비하면 진영은 몸이 무겁다고 느꼈기에 조금이나마 스탯이 상승한 걸로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달리는 게 기분 좋을 줄이야.’

    자신은 운동을 싫어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계속해서 보이는 몬스터들의 쪽지를 훔치고, 달려나가다보니 다음 분수대가 눈에 보였다.

    들어 본적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잘했네. 세 개나 가져올 줄이야. 너는 금방 다음 층으로 갈 수 있겠네. 거기 앉아서 물 마시고 좀 쉬고 있어라.”

    격려의 말이었지만 어째 기분이 나쁜 이 목소리.

    오동성은 쪽지를 모아 온 김지훈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지훈은 기분 나쁘다는 듯이 노려보고 있었지만 별 말은 하지 않았다.

    “어? 뭐야. 새로운 사람이네. 어이, 거기 멍청히 서 있지 말고 이리 들어오지 그래?”

    오동성이 안전지대 밖에 서 있는 진영을 발견하곤 손을 까닥였다.

    노란 머리에 껄렁이는 말투.

    보니까 기억이 좀 더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형!”

    진영을 발견한 지훈이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인사를 받고서 진영은 안전지대 안으로 들어왔다.

    “아, 그러죠. 제가 여기가 처음이어서 그런데, 뭐하는 곳인지 몰라서요. 잘 부탁드립니다.”

    “형?”

    자연스러운 연기에 지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영이 형은 분명 모를 리가 없을텐데?’

    2층으로 넘어 오기 전에 똑똑히 들었다. 회귀자라고.

    그렇지만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았다.

    눈치 있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게 바로 자신이었으므로.

    “손 떨어질 것 같은데 악수 안받아주시나요?”

    진영은 오동성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오동성은 기가 차다는 듯이 코웃음 치고선 진영의 손을 붙잡았다.

    분위기를 못 읽는데도 정도가 있었다.

    늦게 들어왔으면 적당히 고개를 숙이고 들어와도 모자른 판에 악수라니.

    “아, 그래. 악수 좋지.”

    자리에서 일어난 오동성이 진영의 손을 맞잡았다.

    찌부러뜨릴 생각으로 말이다.

    꽈악.

    진영과 손을 맞잡은 오동성이 손바닥에 힘을 주었다.

    그의 힘 스탯은 ‘철인(鐵人)’.

    일반적인 사람이었다면 순식간에 손가락이 아작나는 악력이었다.

    그런데.

    ‘뭐야?’

    진작에 아드득 소리를 내며 부숴졌어야할 진영의 손이 너무 멀쩡했다.

    힘이 잔뜩 들어간 오동성의 얼굴만이 새빨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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