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7화 (7/152)
  • 스틸빨로 최강 플레이어(2)

    [ 스킬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

    성공을 알리는 알림창이 떠오르자.

    팔찌에서 솟아 났던 빛이 서서히 잦아 들었다.

    마지막으로 팔찌가 짧게 진동하는 걸로 움직임은 사라졌다.

    마치 진영에게 무언가를 전하려고 하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이 팔찌는 대체 뭘까.’

    스킬 강화석을 사용할 때도 영향을 끼칠 정도로 강력한 아이템.

    다른 아이템에 간섭을 한다는 현상 자체가 진영에게는 처음이었다.

    ‘우선은 강화된 스킬부터 확인해 보자.’

    처음 겪는 일이 었기에 팔찌가 가진 힘이 스킬 강화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쳤을지 진영도 짐작하기 어려웠다.

    직접 살펴 보는 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잠깐만······.’

    스킬창을 불러와, 찬찬히 읽어 내려가는 진영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스킬 설명 ]

    - 이름 : 스틸

    - 레벨 : Lv.1

    - 숙련도 : 1%

    - 설명 : 접촉한 상대의 아이템을 훔친다. 상대와의 격차가 클수록 실패 확률이 상승한다.

    - 부가 효과

    + 탐욕의 왼손 : 왼손으로 스킬을 사용할 경우, 모든 대상에게서 3% 확률로 원하는 아이템을 훔칠 수 있다.

    정보창에 새겨진 ‘탐욕의 왼손’이라는 글자에서는 은은한 은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효과를 설명하는 단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모든 대상’.

    만약 이 효과가 진영이 생각하는 것과 같다면, 그 효과는 가히 치트급.

    ‘이런 게 특수 옵션으로 붙는단 말이야?’

    이 효과가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상대가 탑을 쥐락펴락 하는 성좌이건, 격을 달리 하는 초월자이건 상관 없이 아이템을 가져올 수 있단 말.

    심지어 3%라는 확률이 붙어있었다.

    ‘보기에는 별 거 아닐 수도 있지만, 탑을 올라 본 사람이라면 알 수 밖에 없어.’

    스틸 스킬은 능력치 격차가 크면 실패하기 쉽다.

    가령 지금 능력치로 99층의 보스에게 스틸을 사용한다면 성공할 확률은 단언컨데 0%.

    그러나 이 부가 효과는 엄청난 차이를 가진 상대로도 3%의 확률을 보장한다는 것이었다.

    ‘무엇을 상대로도 무조건 3%······.’

    하나만 얻어걸려도 보스나 상위 플레이어가 가진 강력한 아이템을 빼앗을 수 있다.

    회귀 전에는 없었던 특수한 능력.

    진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막혀 있던 숨통이 화악 트이는 기분이었다.

    ‘만약 내가 생각한대로라면 회귀 전 신화준보다 훨씬 강해질 수도 있다.’

    모든 대상에게서 아이템을 훔칠 수 있다는 능력은 크나큰 잠재력이었다.

    이걸로 탑 공략이 수십 배 수월해졌음은 당연했다.

    부가 효과에 치트급 능력이 붙은 만큼, 그걸 가능하게 해준 팔찌에도 눈이 갔다.

    ‘대체 이 팔찌는 뭐길래 이런 능력을 붙여주는 거지?”

    스킬 강화석을 사용하는 순간 떠올랐던 정보창.

    - 이계의 규율이 스킬 강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계 규율 - 절대 회귀’가 지금 끼고 있는 팔찌의 이름이었다.

    아무래도 회귀만이 이 아이템의 능력이 아닌 듯, 팔찌가 강화에 효과를 미친 게 분명했다.

    하지만 팔찌를 이리저리 살펴봐도, 방금 전과 같은 기색은 없었다.

    ‘이계 규율이 뭔지를 알아내려면, 신화준이라도 찾아서 물어봐야하는 건가.’

    회귀와 함께 녀석의 머리도 새하얗게 초기화 됬을 것 같으니 의미 없는 짓이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걸 가지고 있으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거라는 것이었다.

    * * *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멸망의 탑 10층. 플레이어 거주 지역.

    최전선에서 탑을 공략하는 대형 클랜들 중에서도 1위의 자리를 차지한 ‘그랑블루’.

    “설마······.”

    길드 사무실에 앉아 아래 층을 내려다보던 사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매만졌다.

    그의 클래스는 A급 ‘탐색자’.

    탑의 아래 층을 자유롭게 관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내였다.

    “오, 이번에 탑에 들어 온 플레이어 중에 쓸만한 인재라도 있는겁니까?”

    옆에 앉아 큐브를 조작하던 후배가 흥미를 띄었다.

    하위 층에 있는 플레이어들을 관측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재능이 있거나 유용한 클래스를 가진 플레이어를 데려오기 위함이었다.

    “그런게 아니라······. 시간표 좀 줘봐.”

    영훈의 말에 후배가 근처에 널부러진 종이 하나를 집어 건네었다.

    탑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들어오는 시간이 적힌 종이었다.

    시간표를 확인한 영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이 시간에 1층으로 올라 오는 건 0층 D구역 밖에 없을텐데. 어떻게 된거지? 살아남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최근 영훈이 관측하고 있던 건 1층이다.

    1층에서 활동하는 집단이 문제를 일으킬까봐였는데, 그보다 더 놀라운 일이 생겼다.

    “에이, 몇 명이나 된다고 그럽니까? 33명? 코인도 공평하게들 사용하셨네. 가디언한테서 잘 도망쳤나보죠.”

    0층에서 나오는 플레이들이야 뻔했다. 서로 죽이거나, 죽은 사람 코인을 주워서 1층으로 올라오는 것.

    한 사람이 수 십개를 모아 나오는 건 화제거리가 되어도 여러 명이 살아남는 건 흔히 있는 일이었다.

    “틀림 없이 70명이야. 이거 시간표 정확한거 맞아?”

    “7, 70명? 잘못 본 거 아닙니까? 시간표는 확실하니까 다시 한 번만 확인해주십쇼.”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김영훈은 무언가 착각이겠거니 하고 1층으로 새롭게 올라 온 사람들의 수를 다시 한 번 찬찬히 세어봤다.

    그 시도자체가 웃기는 일이었다. 12명, 15명도 아니고 70명이나 되는 수는 굳이 세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33명 밖에 살아나올 수 없는 0층에서 70명이라니.

    “지금 당장 길드 상부에 연락해서 회의 소집해.”

    김영훈은 옷걸이에 걸려 있던 외투를 급히 챙겨 입었다.

    갑작스런 이야기에 당황한 후배가 허둥지둥 수화기를 들었다.

    “그, 그 안건은 뭐라고 합니까?”

    김영훈이 외투의 단추를 채우다가 말고 후배의 질문에 손을 멈추었다.

    아마도. 자신의 짐작이 맞다면, 아니 틀릴 수가 없다.

    “일곱 번째 회귀자가 나타났다고 말해.”

    * * *

    진영이 탑에 처음 들어왔을 때, 그러니까 지금 인류는 고작 탑 15층에 막혀 고전하고 있었다.

    이후 1년 동안 그들이 공략하게 되는 층수는 고작 하나.

    ‘정체 되어 있었던 탑 공략이 신화준의 등장으로 다시 시작된다.’

    탑 공략에 회의적인 여론이 대세가 되어가던 그 순간, 신화준이 혜성처럼 등장한다.

    그의 활약에 힘 입어 플레이어들은 탑을 공략해나가기 시작한다.

    1년 동안 신화준은 어디서 뭘하고 있었냐고?

    탑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탑 곳곳에 위치한 히든 피스나 아티팩트를 쓸어담았다고 했다.

    - 1층 그리고 2층, 3층, 5층, 7층, 11층···. 1층과 나머지 소수로 이루어진 층에는 히든 피스가 반드시 숨겨져 있단 말이야. 강력한 마수가 있거나 힘든 미션을 클리어 해야하지만 내가 누구겠어. 신화준이잖아. 저기, 누나 그 때 내가 얻은 히든 피스 구경 좀 시켜줄까?

    녀석은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기 좋아하는 오만하고 겸손을 모르는 성격이었다.

    그 당시에는 허풍이 좀 심하다고만 생각했었다.

    녀석이 자랑처럼 늘어놓는 말 중에는 앞 뒤가 맞지 않는 말도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회귀를 여러 번 거치느라 기억이 오락가락했던 거였네.’

    어쨌든 잘 된 일이었다.

    ‘쓸데 없는 줄 알았던 자기 자랑이 도움이 되는군. 이런 점에서는 고맙네.’

    신화준도 자신이 나불 거린 이야기를 진영이 이용하게 될 거라곤 생각치 못했을거다.

    솔직히 말해, 그 당시만해도 진영 또한 신화준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다.

    진영이 신화준이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거다.

    “형, 저희 잘 가고 있는 거 맞나요?”

    뒤따라오던 김지훈이 주변 나무의 모습이 바뀐 걸 보고 물었다.

    진영과 지훈은 히든 피스가 숨겨져 있는 장소를 향해 이동 중이었다.

    “그래, 지금부터는 마주치는 몬스터도 사냥하고 넘어갈거야.”

    히든 피스를 얻기 위해서는 1층의 보스와 필연적으로 마주쳐야했다.

    비상상황을 대비해서라도 100포인트를 미리 모아두어야했다.

    위험 할 때 여차하면 2층으로 도망쳐야 하니.

    “일단은 너도 코인을 사용해서 능력치를 강화 해두는 게 좋아.”

    진영은 허공에 떠오른 계좌에서 코인을 뽑아 진영에게 나누어 주었다.

    정확히 100코인.

    “받아. 주는 거 아니고 빌려 주는거니까.”

    그제서야 머뭇머뭇 김지훈이 코인을 받아 들었다.

    100코인만해도 따지고보면 굉장한 양이었다.

    0층에서 가디언을 사냥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코인의 개수가 최대 100개였으니까.

    ‘김지훈은 계산적인 타입이라기보단 감정적인 타입이지. 지금 상황까지 고려해서 나중에 이자까지 쳐서 갚을 녀석이니 투자하는 셈 치면 되겠군.’

    진영의 속에선 그런 이윤타산적인 계산이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김지훈은 그런 진영을 보고 눈물을 글썽 거렸다.

    “형······. 진짜 고마워요.”

    “능력치는 체력을 두 개 올리고, 나머지는 마음대로 해.”

    지훈에게 투자하는 건 아깝지 않았다.

    그가 확실히 갚는다는 확신은 둘째치고, 팀원으로서 충분히 역할을 할 만한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영이 미래를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지훈에게 100개를 주고도 남은 코인이 412개.’

    이제 막 1층에 진입한 시점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갯수였다.

    심지어 사용한 코인의 갯수만해도 190여개였으니 말이다.

    “그럼 슬슬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움직일까.”

    지훈이 능력치를 올리는 걸 도와준 뒤, 출발하려던 그 때.

    쉬익!

    화살 하나가 진영을 향해서 날아왔다. 화살은 아슬아슬하게 옷자락을 스치고 바닥에 꽂혔다.

    그게 신호가 되었는지 숲 안쪽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나오기 시작했다.

    “아, 아쉽네. 맞출 수도 있었는데.”

    모습을 드러낸 사람의 수는 총 5명.

    석궁을 든 한 명을 제외하면 그들은 모두 몽둥이 같은 둔기를 손에 들고 있었다.

    당황한 지훈이 무리를 향해 말했다.

    “저기, 저희는 아직 사냥을 시작도 안했거든요. 아직 0포인트에요.”

    1층의 첫번째 규칙은 몬스터를 사냥해 100포인트를 모을 것.

    문제는 두 번째 규칙이었다.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를 죽이면 죽은 플레이어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전부 획득한다는 것.

    “아, 그건 우리도 알지. 근데 우리는 포인트가 필요한 게 아니야.”

    진영과 지훈을 습격한 사람들은 1층에서는 구할 수 없는 무기를 손에 들고 있었다.

    이들의 목적은 간단했다.

    “험한 꼴 보기 싫으면 가지고 있는 코인 전부 내놓는 게 좋을거야. 아, 우리 쪽에는 가지고 있는 코인을 확인할 수 있는 스킬이 있거든. 거짓말 할 생각은 하지말고.”

    0층을 경험한 플레이어들은 진작에 깨닫는다.

    바깥에서의 법이나 윤리가 이곳 탑 안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힘이 진리이며, 폭력이야말로 길이다.

    이렇게 생각한 자들 중 몇몇은 실제로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한다.

    “지금 돌아가면 서로 좋을 것 같은데.”

    진영은 질린 듯한 목소리로 눈 앞의 남자들에게 경고했다.

    뻔하디 뻔한 놈들이었다. 시간이 아까웠다.

    당연하지만 돌아오는 건 비웃음 소리였다.

    “푸하하, 저 놈 정신 이상한 거 아니야?”

    “우리가 말하는 게 거짓말처럼 보여? 야, 코인 갯수 확인해. 보니까 몇 개 꿍쳐 둔 게 분명하네. 아까 그 놈들도 10개씩 가지고 있었잖아.”

    “오케이. 그럼, 왼쪽에 저 놈부터······. 잠깐 412코인?”

    “······? 정말이야?”

    “진짜 412코인 맞아.”

    리더로 추정 되는 남자는 감추는 기색도 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412코인이라니! 0층에서 갓 올라왔을 녀석이 무슨 수로 코인을 412개나 가지고 있는 거지?

    대박도 이런 대박이 없었다. 무리의 대장격인 남자가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더니 말했다.

    “야, 그냥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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