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6화 (6/152)

스틸빨로 최강 플레이어(1)

[ 기여도 최상위 플레이어 : 이진영 ]

[ 압도적인 성적! 특별 보상이 지급 됩니다. ]

[ 히든 미션 최초 클리어! 특별 보상이 지급됩니다. ]

두근, 두근.

계속해서 떠오르는 홀로그램창을 확인하는 진영의 가슴이 두근대고 있었다.

처음이었다. 회귀 전 그의 역할은 팀원을 뒷받침하는 데까지, 미션을 클리어하고, 보상을 쓸어담는 것은 다른 이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튜토리얼 클리어의 스포트라이트가 오롯이 진영을 향해 있었다.

머리가 짜릿해질 정도로 솟구치는 희열감. 자신이 해냈다는 성취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즐거웠다.

‘굉장해. 신화준 그 녀석도 이런 감각 속에서 매일을 보냈던 거겠지.’

하지만 감정에 취해 처음의 다짐을 잊어서는 안된다.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앞으로 4년 안에 탑을 공략하지 못하면 바깥 세계는 황폐화 된다. 사람들이 살아갈 수 없는 지옥으로 변하고 만다. 그렇게 두지는 않겠다.

[ 최다 기여도 특별 보상을 획득해 주세요. ]

진영의 눈 앞으로 아이템 하나가 두둥실 떠올랐다.

섬세하게 조각된 붉은 보석. 바깥이었다면 그 모습만으로도 수 백 억에 거래되었을 보석이었지만, 진짜 가치는 그곳에 있지 않았다. 이 보석은 스킬의 효과를 강화 할 수 있는 특수한 보석이었다.

‘0층 보상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굉장한데.’

스킬 강화석은 99층까지 계속해서 사용되는 중요한 아이템이다. 초반에 얻을 수록 그 효과가 극명한 건 말할 것도 없었다.

탁.

진영이 허공에 떠올라 있던 보석을 움켜쥐자, 계속해서 다음 홀로그램 창이 떠올랐다.

[ 압도적인 성적을 거둔 이진영 플레이어에게 특별 보상이 지급됩니다. ]

[ 200코인과 ‘전용 계좌’를 획득하셨습니다. ]

촤르르륵!

공중에서 생성된 200개의 코인 세례가 쏟아져 내리며 진영에게 흡수되듯 사라졌다.

[ 소지 코인 : 200개 ]

전용 계좌의 효과였다. 플레이어들은 별도의 스킬이 없다면 코인을 직접 소지하고 다녀야했다. 계좌에 코인을 저장할 수 있는 전용 계좌의 가치는 코인으로 300개였으므로, 진영은 500개의 이득을 본 셈이었다.

[ 플레이어 전체에 히든 미션 최초 클리어 보상 10코인이 지급됩니다. ]

알림과 동시에 모든 플레이어들의 앞으로 코인이 떠올랐다.

그들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었다. 사람들은 망설이지 않고 코인을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얼추 보상 지급이 끝난 것 같네.’

사람들은 앞에 떠오른 코인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디에 쓰는지는 모르더라도 눈치가 있다면 이게 중요하단 건 알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보상 하나가 남아 있었다.

바로 석상이 몸에 가지고 있던 나머지 코인들.

진영이 회수하려고 하는데 코인들이 옆으로 빨려 들어가버렸다.

슈르르륵!

이번 작전에 큰 도움을 준 김지훈이었다.

지훈은 스킬을 써서 끌어모은 코인을 당연하다는 듯이 진영에게 내밀었다.

“형, 이미 제가 모았어요. 300코인이에요.”

눈 앞의 수 많은 코인을 보고도 전혀 욕심내지 않는 올곧음.

지훈의 생각에는 처음부터 작전을 지시하고 마지막에 석상을 부순 진영이 코인의 주인이 맞았기에 거리낌이 없었다.

진영조차 알고 있었음에도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그런데 플레이어들의 생각은 좀 다른 모양이었다.

“어이! 아무리 그래도 다같이 석상을 잡았는데, 거기서 나온 코인을 너희끼리만 꿀꺽하겠다고?”

슬슬 개별로 지급된 코인을 획득하고, 진영과 지훈을 지켜보던 플레이어들이 다시 목소리를 냈다.

그렇다고해서 코인을 넘겨 줄 생각은 털 끝만큼도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강해져야했기에.

‘앞으로 상대해야 할 것은 마수나 탑 뿐만이 아니야. 강력한 클래스나 능력을 가진 플레이어들도 포함된다.’

탑의 정점에 서는 걸로 끝이 아니었다.

탑 공략은 혼자하는 게 아니었으므로.

모두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힘이 필요했다.

그걸 위해서라면 독식은 불가피한 법.

회귀 전 진영의 성격대로였다면 적절하게 사람들에게 코인을 분배했을지도 모른다.

더 나은 방법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진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말했다.

“제가 아니었다면 여기 있는 사람 모두 죽었거나, 간신히 탈출하는 게 전부였을텐데요. 지금 들고 있는 10코인이 어디서 나왔는지 생각해보시죠.”

진영의 말에 따지던 사람들이 다시 입을 다물었다.

“······.”

“스읍······.”

반박은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금방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손바닥 뒤짚듯이 행동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이었다.

한 때는 자신도 그들 중의 일부였으니까.

잘 알고 있었기에 단호해 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훌쩍, 이름 좀 알려주세요!”

진영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보내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솔직히 그들 중 몇 명이나 얼마나 살아남을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이번 층에서 모두를 살린 일이 그다지 의미 없는 일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살리려고 했기 때문에 가디언을 물리칠 수 있었다.’

진영은 여기 있는 사람들의 코인을 모두 훔쳐 올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기에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플레이어들을 한 바퀴 둘러 본 진영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러면 모두 끝까지 살아남아서 헌터가 되기를 바랍니다.”

원래대로였다면 서로를 죽이고, 죽는 것을 기회로 삼아 빠져나가야 했을 0층의 튜토리얼.

지금은 불평하는 사람들도 조금만 지나면 깨닫게 될 것이다.

진영이 얼마나 그들에게 온정을 베풀었는지를, 그들이 겪은 일이 멸망의 탑에서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이었는지를 말이다.

* * *

파아앗.

[ 1층으로 이동합니다. ]

순식간에 시원한 공기와 함께 어둡고 답답했던 하늘이 뻥뚤렸다.

푸른 하늘과 울창한 숲. 이곳은 1층이었다.

[ 1층 : 태고의 숲 - 더 헌트 ]

설명 : 마수를 처치해 포인트를 모을 수 있습니다.플레이어를 사냥하면 해당 플레이어가 소유한 만큼의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100포인트를 모으면 다음 층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보상 : 2층 입장 권한

거대 홀로그램창만 아니었다면 더욱 쾌적한 하늘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녹림이 우거진 시원한 숲 속에서 진영은 깊이 호흡을 들이마셨다.

“저···. 같이 왔네요?”

얼떨결에 진영과 함께 1층으로 올라와 어리둥절해하던 지훈이 물었다.

신체를 접촉하거나 팀으로 맺어진 상태라면 함께 다음 층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진영에게는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지훈에게는 하나하나가 신기해 보였다.

“너한테 나눠줘야 할 게 있을 것 같아서.”

진영은 자신의 코인 계좌에서 절반인 250코인을 꺼내 지훈에게 건네주었다.

지훈이 없었다면 0층에서 플레이어들을 설득하는 일은 불가능했다.

코인을 본 지훈은 손사래를 치며 뒤로 물러났다.

“아뇨, 필요 없어요! 다 형 덕분에 잘 풀린건데요.”

“네가 없었으면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었어.”

중요한 순간에 코인을 모아준 덕에 안정적인 클리어가 가능했다.

모두 지훈이 한 번에 코인을 모아주지 않았다면 어려운 일이었다.

코인에 눈이 먼 플레이어들이 마구 날뛰었을테니.

“저, 코인은 안 받을래요. 대신······.”

단호하게 코인을 거절한 지훈은 다른 안을 제시하려 했다.

지훈은 진영의 행동에 상당히 감동한 상태.

코인을 받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 형은 보통 사람이 아니야.’

양아치가 자신을 공격할 때 나서 준 것만해도 감격스러웠다.

은혜를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진영이 서로 다투기 시작한 플레이어들을 중재하고, 어마무시한 석상을 쓰러뜨리고 모든 사람들을 구해냈다.

지훈 자신도 구해진 사람들 중 하나였다.

“형을 따라가도 될까요?”

그리고 지훈이 가슴 깊이 새기고 있는 신념에 따르면 은혜는 죽어서라도 갚아야 했다.

따라다녀야 은혜를 갚던가, 말던가 할 거 아닌가.

“······.”

진영은 지훈을 빤히 바라보았다.

‘내가 아니었어도 김지훈은 살아남았을텐데······.’

짐꾼 클래스의 김지훈은 탑 최전선에서 30층까지 공략해내는데 성공한다.

다만 공략을 대가로 목숨을 잃고 만다.

범생이 같은 외관이지만, 그는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사람이다.

죽어가는 순간에도 다른 팀원을 위해 희생했다고 할 정도니까.

거기까지 생각한 진영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배신 당할 일이 없는 동료라. 좋네.’

탑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동료가 필요했다.

99층, 신화준에게 죽음을 당하면서도 진영을 위해 나서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자리에 지훈이 있었다면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좋아.”

지훈과 함께하는 건 진영에게도 이점이 있었다.

짐꾼은 여러모로 생존에 있어 최적화 된 클래스였다.

먹을 것을 저장할 수도 있고, 아이템을 다 들고 다닐 필요도 없어진다.

물론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는 없었기에 진영이 뒤에 말을 덧대었다.

“대신 우린 5층에서 헤어진다. 거기서부터는 네가 알아서 해야 돼.”

“알겠어요.”

아쉽다는 표정을 하면서도 지훈은 눈을 빛냈다.

“근데 혹시 5층에서 헤어져야하는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이 탑에는 0층보다 심한 곳이 많아. 서로를 죽여야 하는 상황은 없는게 좋으니까.”

납득한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영은 역시 이 탑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분명 자신과 같은 시기에 0층에 들어온 사람일텐데도.

‘물어봐도 될까······.’

잠시 고민하던 지훈이 고개를 저었다.

조금 더 친해 진 뒤에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후 통성명을 한 진영과 지훈은 근처의 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제한시간이 있던 0층과 달리 1층은 비교적 느긋하게 클리어가 가능한 플로어였다.

방금 전까지 긴장 했던 탓인지 지훈은 곧바로 잠에 들었다.

‘이 타이밍에 아이템을 사용해둬야겠다.’

진영은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붉은 보석을 꺼냈다.

스킬 강화석.

석상을 쓰러뜨리고 특별 보상으로 얻은 아이템이었다.

‘이게 지금 시점에서는 1천 코인 정도려나.’

탑에서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희귀한 아이템이었다.

힘들여 석상을 잡은 보람이 있었다.

진영은 스킬창을 불러왔다.

[ 스킬 목록 ] ::D급 1/4 ::

- 스틸 Lv.1 : 접촉한 상대의 아이템을 훔친다. 상대와의 격차가 클수록 실패 확률이 상승한다.

‘썰렁하구만.’

D급 플레이어가 가질 수 있는 스킬의 갯수는 총 네 개.

클래스 등급이 높을 수록 스킬을 많이 가질 수 있었다.

네 개는 그 중에서도 적은 편에 속해 있었지만, 회귀 전에는 그 네 개가 꽉 차 있었기에 지금이 유난히 텅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스킬은 차차 채워가면 되는 거고.’

우선은 스킬 강화가 먼저였다.

도둑 클래스의 핵심이 되는 스킬 ‘스틸’.

0층에서도 이 스킬이 있었기에 다소 강압적이긴하나 사람들을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죽어가는 진영을 회귀 시킨 게 바로 이 스틸이었다.

‘투자할 가치는 여전히 충분해.’

진영은 망설임 없이 들고 있던 스킬 강화석을 사용했다.

[ 스킬 강화석을 사용해 ‘스틸 Lv1’을 강화하겠습니까? ]

강화석은 스킬의 레벨을 올려 주는 게 아니라, 부가적인 효과를 더한다.

그것도 랜덤하게. 때문에 좋은 효과가 붙느냐 마느냐는 순전히 운이었다.

예를 들면 ‘휘두르기’ 스킬에 파괴력 50% 추가 같은 옵션이 더해지는 방식이다.

‘정확도나, 속도가 붙으면 좋을텐데.’

운에 의존하는 대신 효과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다만 쓸 데 없이 파괴력이나 힘이 붙으면 낭패다.

데미지를 주는 스킬이 아니므로 무의미하게 강화석을 사용하는 꼴이니까.

파아앗!

진영이 사용하기를 선택하자, 붉은 보석이 빛을 발하며 에너지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 때였다.

“!”

빛나는 강화석이 스킬을 강화하기 직전, 팅하는 소리와 함께 진영의 앞으로 처음 보는 정보창이 떠올랐다.

[ 이계의 규율에 종속된 플레이어가 강화석을 사용했습니다. ]

[ 이계의 규율이 스킬 강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뭐야, 팔찌가 갑자기 왜?’

진영이 손에 차고 있던 팔찌가 진동하듯 떨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팔찌에 새겨진 글자들이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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