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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3화 (3/152)

도둑이 양심이 없음(2)

“뭐, 뭐야?”

“갑자기 지진?”

멀쩡히 서있기도 힘들 정도의 진동에 사람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대체 뭐야?”

남자도 지진에 놀랐는지 진영에게 달려드는 대신 진동의 원인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그 사이 진영은 쓰러진 남학생에게 손을 뻗었다.

손을 붙잡은 남학생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가, 감사합니다.”

학생은 부러진 안경을 주머니에 집어 넣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

일방적인 폭력에 겁먹을 법도 했지만 학생은 금새 침착한 목소리를 되찾았다.

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아주었다.

진영과 남자 사이의 실랑이는 벌써 잊혀진 듯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게 뭐야?”

“갑자기 저런 게 왜 튀어 나오는 거야?”

진동과 함께 공터 중앙에서 솟아난 것은 거대한 석상이었다.

10m 크기의 장승에 돌로 만든 갑주를 씌워 놓은 듯한 기괴한 모습에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꼈다.

“거 참 무섭게도 생겼네.”

다행히 공터의 중앙을 뚫고 나온 석상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멈춰 있었다.

사람들 사이로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 때에, 눈썰미 좋은 누군가가 소리쳤다.

“저기 좀 봐봐! 저거 코인 아니야?”

그의 말대로 석상의 갑주 안쪽으로 새하얗게 빛을 내는 코인뭉치가 보였다.

딱딱한 갑주와 달리 장승의 몸은 하얀 코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사람들의 안색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뭐야, 우리끼리 싸울 필요 없었잖아?”

“괜히 걱정했네.”

튜토리얼은 100개의 한정 된 코인을 걸고 싸우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었다.

공터에 등장한 몬스터를 처리하면 충분한 코인을 얻을 수 있는 게임이었다.

안도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석상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설마 움직이지는 않겠지?”

석상은 미동도 없었지만 그 외관과 크기에 압도된 사람들은 쉽사리 석상 근처로 다가가지 못했다.

진영과 실랑이를 벌였던 남자는 진영과 남학생을 번갈아 보았더니 혀를 찼다.

“쳇, 운좋은 줄 알라고.”

그는 석상을 향해 달려갔다. 사람 한 명 패서 코인을 얻는 것보단 석상이 품고 있는 코인을 얻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형은 안가셔도 되나요?”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 남학생이 진영에게 물었다. 대답 전에 진영은 학생의 상태를 살폈다.

‘좀 두들겨 맞기는 했지만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군.’

코인을 주으러 가지 않아도 되냐는 학생의 말에 진영은 고개를 저었다.

혼자서는 석상이 가지고 있는 코인을 얻을 수 없다.

‘우선은 사람들이 석상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걸 막아야 해.’

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들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시도는 해봐야했다.

크게 경고하기 위해 진영이 목에 힘을 주는 순간, 건너편에서 어떤 여자가 크게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다가가면 안되요! 석상이 움직여서 사람들이 죽을 거에요!”

불행히도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눈 앞의 코인에 눈이 멀어 있던 탓이다.

그들은 탑에 막 발을 들인 아무것도 모르는 햇병아리.

그 중에서도 의심이라는 걸 모르는 멍청한 사람들이었다.

“무슨 소리야? 누가 봐도 석상인데. 저게 어떻게 움직인다고 그러는 거야.”

탑에 들어 온 플레이어치고는 너무도 무식한 소리를 하며, 남자는 누구보다 빠르게 석상 근처로 다가갔다.

상황을 파악하자 마자 남학생에게 주먹을 날렸던 남자였다. 그의 이름은 박동식. 그는 지역 일대를 주름 잡던 조직폭력배 중 하나였다.

거칠게 살아 온만큼 이런 상황에서 누구보다 빠릿빠릿하게 행동할 줄 알았다.

‘여기엔 겁쟁이 뿐이구만.’

자신이 남학생을 패는 것을 막았던 남자도 그렇고, 다들 행동이 너무 느렸다.

오래 고민하거나, 생각을 길게 끌면 그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세상은 결국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의 문제였다.

‘좋아, 가장 먼저 이곳을 탈출해 주겠어.’

무엇보다 겁 먹어서 석상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떨고 있는 떨거지들과 자신은 달랐다.

누구보다 가장 빠르게 0층의 튜토리얼을 클리어하고 1층으로 올라가리라.

탑에서 능력을 각성하고 밖으로 나와 헌터로서 인생의 2막을 열리라.

그런 기대와 함께 박동식은 석상을 붙잡고 올라가기 위해 몸을 던졌다.

콰앙!

그 순간, 바위처럼 굳어 있어 움직일 것 같지 않던 석상이 움직였다.

비정상적으로 빠른 움직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놀라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석상을 향해 달려 들던 박동식만이 곧장 자신의 몸에 생긴 변화를 알아챌 수 있었다.

“어? 왜 갑자기 내가 넘어진······.”

투웅.

박동식의 시야가 뒤집혔다. 그는 바닥에 떨어지고 나서야 자신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하반신이 사라져 있었다.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었다.

“으아아악!”

그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움직이기 시작한 석상의 눈은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녀석은 다음 목표를 찾아 고개를 돌렸다.

콰앙!

석상은 자리에서 일어나 순식간에 다른 플레이어를 공격했다.

근처에 서 있던 플레이어 하나가 목숨을 잃는 건 순식간이었다.

피를 뒤집어 쓴 다른 플레이어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도, 도망쳐!”

“살려줘!!!”

콰앙, 콰앙!

석상이 팔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어김없이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끔찍한 살풍경 속에서 사람들은 정신 없이 도망쳤고, 석상은 육중한 몸을 이끌고 사람들을 쫒았다.

석상과 거리를 유지하고 있던 진영은 주먹을 꽉 쥐었다.

탑에 들어 온 뒤로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무의미하게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은 결코 익숙해지 않는다.

“너 이름이 김지훈이라고 했지?”

“네? 아, 네. 맞아요. 어떻게······.”

“지금부터 내 설명 잘 들어.”

진영은 아까 구해줬던 남학생과 함께 석상과 거리를 유지한 채 움직이고 있었다.

그에게 간단한 지시를 내린 뒤, 진영은 점점 빠르게 달리기 속도를 올렸다.

멸망의 탑 0층 공략법은 간단하다.

‘3개의 코인을 모아 다음층으로 넘어 갈 것.’

석상이 움직이기 시작한 지금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였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코인 세 개를 뺏어 이 층을 탈출 할 것인가.

아니면 저 괴물 같은 석상을 쓰러뜨리고 코인세례를 맞을 것인가.

패닉 상태인 사람들에게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코인 내놔!”

“죽기 싫으면 비켜!”

“나한테 맞아 죽던가, 코인을 내놓던가!”

사람들은 주변에 있는 플레이어의 코인을 뺏어 한시라도 빨리 탈출하기를 바랬다.

그 모습을 지켜 보던 진영이 쓴 웃음을 삼켰다.

‘역시 난장판이군······.”

한 쪽에서는 석상이 사람들을 무참히 뭉개 죽이고, 다른 쪽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공격하는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었다.

어쩌면 있을지도 모른다는 협력이라는 답을, 사람들은 결코 생각해 내지 못했다.

콰앙! 으직.

“으아아악!”

“코, 코인이다!”

“내놔, 이 자식!”

약삭 빠른 이들은 뭉개진 시체 속에서 하얀 코인을 주웠다.

다른 사람의 목숨 따위에 신경 쓸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목숨을 부지해 다음 층으로 넘어가는 의외에는 생각할 여념이 없었다.

“살려줘요! 제발!”

“미, 미안해요. 때리지마세요!”

“어딜 이 자식이!”

“으으윽······.”

석상과의 거리가 있는 곳에서 플레이어들은 서로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쏟아냈다.

폭력은 특히 약자들을 향해 쏟아졌다.

멍청한 짓었다.

‘이런 식으로 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건 고작해야 33명.’

100명의 플레이어에게서 나올 수 있는 코인의 수는 당연히 100개.

탈출에 필요한 갯수는 3개이니, 살아남는 건 최대 33명이었다.

만약 누군가가 코인에 욕심을 낸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의 수는 더욱 줄어든다.

“석상을 쓰러뜨려야겠어.”

회귀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생각이 진영의 입에서 나왔다. 진영이 처음 0층에 들어왔을 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저 운이었다.

그 당시 진영은 죽은 사람이 가지고 있던 코인을 주워 간신히 1층으로 올라왔었다.

‘결국 다 해봤자 20명 정도 살았었을까.’

탑에 들어 온 사람들은 탑에게 메세지를 받고 들어온 사람들이었다.

메시지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고, 정부에서는 탑에 들어가는 일이 헌터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광고했다.

바깥에 있는 헌터의 삶이 너무나도 화려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의심 없이 탑으로 향했다.

혼자서 1층으로 넘어가는 건 간단하지만, 모두를 개죽음 당하게 두고 싶지는 않았다.

합리적이지 않은 생각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선의 결과를 위해서는 사람들을 살려야했다.

‘내가 석상을 이길 수 있을까?’

진영은 팔에 있는 회귀 아이템을 보았다. 영원한 회귀를 보장하는 아이템.

하지만 이런 아이템에는 으레 알 수 없는 패널티가 붙기 마련이었다.

진영은 포기하고 다른 작전을 생각해냈다.

‘어차피 몇 번을 되살아난다고 해도 나 혼자서는 안된다. 사람들이 필요해.’

심지어 회귀하며 진영의 스킬과 능력치는 초기화 되었다.

1대1로 석상과 붙어서는 당연히 승산이 없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듣도록 해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에 대한 답을 진영은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내 스킬이면 충분히 가능해.’

진영은 석상을 피해 돌며 계속해서 달렸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스쳐지나가도록.

계속해서 사람들은 줄어들었고, 어떻게든 코인 세 개를 모아 탈출하는 사람도 적지만 몇 있었다.

그렇게 정확히 5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 * *

덜컥. 구구궁···.

이곳 저곳을 헤짚으며 사람들을 학살하던 석상이 갑작스레 한 자리에 멈춰섰다.

“머, 멈춘거야?”

“살았다······.”

“하아······.”

곳곳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한 석상은 5분이 지나면 멈춘다.

튜토리얼을 처음 경험했던 진영은 이 직후 코인 세 개를 주워 0층을 벗어났었다.

그 뒤의 상황은 알지 못하지만 얼추 예상은 할 수 있었다.

‘살아남은 사람끼리 코인을 얻으려고 싸움을 벌이겠지.’

석상을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은 플레이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서로의 코인을 갈취하는 것 뿐.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플레이어들은 두리번 거리며 먹이감이 될 사람을 찾고 있었다.

‘지금쯤 나서면 되겠어.’

진영은 망설이지 않고 당당하게 사람들 앞으로 걸어나가며 소리쳤다.

“모두 제 말을 들어주세요!”

당연하지만 사람들이 쉽사리 진영에게 주목할 리가 없었다. 그들의 목적은 한시라도 빨리 0층을 벗어나기 위해 코인을 찾는 것이었으니까. 그러자 진영은 석상을 향해 다가갔다.

“저 사람 석상한테 가는데?”

“뭐하는 짓이야!”

“야, 이 새끼야!”

그제서야 사람들이 하나, 둘씩 진영을 향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 된 걸 확인하고서 진영은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을 들어주셔야겠습니다.”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은 약 70명. 석상이 난리를 친 것에 비해 꽤 많은 사람들이 남아 있었다.

미친 사람 보 듯 진영을 바라보는 플레이어들을 향해 진영은 다시 한 번 크게 소리쳤다.

“우리는 지금부터 이 석상을 사냥할 겁니다.”

곳곳에서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진영의 말은 플레이어들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방금 그 참상을 봐놓고 다같이 석상을 쓰러뜨리자니. 심지어 그들은 모두 맨손이었다. 정신이 나간게 아니고서야 할 수 있는 주장이 아니었다.

“지랄하지마! 내가 왜 너 같은 정신병자 말을 들어야하는 건데!”

“닥치고 너도 니가 가진 코인이나 내놔!”

“코인이요?”

쏟아지는 욕을 무시하고 진영은 주머니에 넣은 손을 움켜쥐었다.

진영이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자 그 위로 새하얀 코인이 한가득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의 눈이 경악으로 커져기 시작했다.

“뭐야? 코인이 왜 저렇게 많아?”

“저게 다 어디에서······.”

“내 코인! 내 코인 어디갔어!!”

그제서야 플레이어들은 허둥대며 자신의 주머니를 확인했다.

그들의 주머니는 텅텅 비어 있었다. 품 속 깊이 잘 숨겨 둔 코인조차 어딘가로 사라져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진영이 가지고 있는 동전 더미를 향했다.

“여러분들의 코인을 제가 훔쳤습니다.”

모두가 석상 때문에 겁에 질려 도망다니는 사이 진영은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그가 가지고 있는 스킬 ‘스틸’로 모든 플레이어들이 가지고 있는 코인을 자신의 주머니로 옮겼다.

그 결과가 대량의 코인이었다.

“이 도둑놈이! 죽고 싶어서 환장 했나!”

“뺏어버려!”

“저런 양심 없는 새끼를 봤나.”

“미친 놈 아니야?”

쏟아지는 비난에도 진영은 섣불리 대응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천천히 그를 포위하며 다가오려는 기색이 보이자 진영은 담담하지만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가오지 마시죠. 한 걸음만 더 오면 석상을 깨우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곧바로 이 모든 코인을 가지고 다음 층으로 넘어갈겁니다.”

그 말에 안색이 새파랗게 변한 플레이어들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코인이 없다면 이 모든 게 무의미하다. 공터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섣불리 움직였다간 최소한의 희망조차 사라지고 만다.

“······지금 협박하는 겁니까?”

무리에서 한 사람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진영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협박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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