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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153화 (15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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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끝으로

마리아는 아직 셸키에게 받았던 키스를 손등에 남겨두고 있다. 이전에, 안개의 미아가 망가졌을 때 가르시아 해로 넘어가서 손을 물에 담굴 계획이었지만. 머맨의 도움으로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즉...

가르시아 해에 도착한 우리는 곧바로 마리아가 물에 손을 집어넣는 것을 확인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마리아의 손등에 하얗게 빛이 잠깐 일어나다가 사라졌다.

잠시 뒤에, 배 위로 무언가가 튀어올라왔다. 바닷물을 머금고 있는 백발. 얼음처럼 새하얀 피부. 셸키가 눈 앞에 등장하자. 일단 내 옆에 있던 미나가 경악을 하면서 내 눈을 가려버렸고. 마리아는 재빠르게 자신의 코트를 벗어서 셸키에게 던졌다.

"일단, 입고 이야기해!"

으부붑, 하는 소리가 저 너머에서 들리고 있지만 나는 아악... 아악?! 하는 소리만을 내고 있을 뿐이었다.

"미나! 미나! 나 눈깔 빠진다! 힘 조금 풀어어어어!"

눈에 가해지고 있던 압력이 약간 약해지고. 나는 후우, 하고 숨을 내쉬었다. 잠시 뒤에, 미나의 손이 치워지고. 거기에는 아직 젖은 머리카락으로 마리아의 코트를 입고 있는 셀키가 서 있었다.

- 안녕하세요, 간만이네요.

옆에서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있는 마리아가 인사를 하는 그녀를 보면서 말했다.

"가능하면 배 위로 갑자기 날치처럼 튀어오르고 그러지 말아라. 깜짝 놀랐잖아."

미안해요, 라고 말하고는 셀키가 마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 배는 멀쩡하고, 이전에 고쳐 드린 기억도 있는데...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배를 고치는 거랑, 마리아의 손 등에 있는 문양을 담구었을 때 셀키가 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니까.

마리아는 별 말 없이 그녀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가리비를 셀키에게 건네주었다. 그녀는 그 가리비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자신의 가슴 앞으로 가져갔다.

... 보노보노냐? 저러고 서 있는 자세가 굉장히 익숙해 보이는데. 게다가 셀키 자체가 바다표범 요정이니까 해달이랑 비슷한 것들이잖아. 셀키가 그 가리비를 손으로 툭툭 건드리다가 입을 열었다.

- 어른들에게 들은 적이 있어요. 머메이드에게 건네주었던 물건...

마리아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말했다.

"이걸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아서."

셀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우리를 보며 말했다.

- 음, 함께 가보시겠어요? 아마, 우리의 섬에 발을 딛는 인간은 여러분이 처음일텐데.

그 말에 우리는 그녀를 잠깐 바라봤다. 그리고 마리아가 약간 애매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녀를 바라봤다.

"마음은 고마운데... 지금 상황이 영 좋지 않아서 말이지. 관광을 할 만한 여유가 없어."

마리아가 셀키에게 상황을 설명해주기 시작하고. 그녀가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 번 쓸어내리고는 우리를 바라봤다.

- 그렇군요... 그럼 최대한 빨리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말을 전달해 드릴게요.

셀키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다시 자신이 입고 있던 마리아의 코트를 벗기 시작했고. 다시 나는 미나에 의해서 눈이 가려져버렸다. 젠장, 안타깝다! 미나의 손이 치워졌을 때, 눈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귓가에서 미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쉽나?"

아니요. 그 살벌한 목소리를 들으니까 아쉬운 마움이 싹 사라지네요. 나는 한숨을 푹 쉬고 나서 마리아를 바라봤다.

"일단, 이대로 기다리는 수 밖에는 없겠지."

마리아는 말하고 나서 하품을 한 번 하면서 일렁거리는 물방울 너머의 바다를 바라봤다.

"진짜, 더럽게 추워보이네. 바깥은."

왠만해서는 겨울의 가르시아 해에는 배를 띄우지 않는 이유를 알 만하다. 이 정도의 추위라면 물에 젖을 일이 많은 선원들은 대부분이 동상에 걸려서 발가락 몇 개는 잘라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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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 공화국 군함, 32척.

게르하르크의 군함 56척, 카멜롯의 군함 37척.

그랜트는 전력 차이가 분명히 보이는 그 보고를 받으면서도 담담했다. 일단, 37척 중에서 대부분은 다시 그랜트와 함께 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현재 아이리 공화국에는 네 척의 더 쉽도 자리잡고 있다.

방랑자, 싸늘한 앤, 검은 어금니, 안개의 미아. 네 척의 배가 있다고 한다면 그랜트의 계산으로는 최대 4배 정도 차이가 나는 해전도 승산이 있을 정도니.

그랜트는 거대한 테이블에 펼쳐져 있는 지도 위에 나무토막들을 응시했다.

"좀, 어떻습니까?"

로만의 말에 그랜트가 입을 열었다.

"어려울 것은 없네. 부탁한 일은, 준비가 되었나?"

그 말에 로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레 중으로 전단지를 실은 배가 보급선들과 함께 도착할 예정입니다."

그래, 그랜트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바리스를 바라봤다.

"검은 어금니를 전방에 배치한다."

"예...?"

그 말에 바리스가 의문을 표시했다. 사거리가 긴 검은 어금니는 굳이 다른 함대들과 함께 행동할 이유가 없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배니까. 그랜트가 자신의 수염을 한 번 쓰다듬고는 말했다.

"규모가 큰 해전이다. 검은 어금니의 넓은 시야는 그것의 사거리 이상으로 중요하지. 나는 검은 어금니를 기함으로 삼는다."

사거리가 곧 시야인 검은 어금니는. 다른 배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다른 배들이 볼 수 없는 넓은 범위를 알아챌 수 있다. 그것이, 시야가 기본적으로 상당히 제한되는 해전에서 가지고 있는 가치는 엄청나다.

"선장들의 교육은...?"

그랜트가 로만을 보면서 말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요 며칠 동안은 거의 그것에만 몰두했으니."

그 말에 그랜트는 한숨을 쉬고는 의자에 앉았다.

"그렇다면 크게 걱정할 것은 없구나."

있는 더 쉽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그건 제독으로서 빵점이겠지. 안개의 미아가 만들어내는 안개는 검은 어금니가 상대를 파악하는 데에 어떠한 제한 요소도 되지 않는다. 원래대로라면 안개에 휩싸인 적에게 포격을 하는 것은 대다수의 포탄을 그냥 바닷물 속으로 밀어넣는 어리석은 행위겠지만.

검은 어금니가 대상의 위치를 확인하고, 북이나 나팔의 신호를 활용해서 배들의 위치를 알린다. 다른 군함들은 그곳을 향해서 포격한다. 방랑자도 검은 어금니와 마찬가지로 안개에 의해서 시야가 제한되지 않기 때문에 마음껏 상대의 아래에서 날뛸 수 있을 것이다.

그것 만으로도 녀석들에게 충분한 피해를 줄 수 있겠지.

사흘 정도 뒤에는 녀석들이 이 해역을 지나가게 된다. 그리고, 이곳에서의 해전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녀석들은 그대로 아이리 공화국으로 치고 들어올 것이다. 그것은 다만 아이리 공화국의 위험이 아니라. 카멜롯 왕의 교지를 받은 그랜트에게 있어서도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가르시아 해에 마리아 해적단이 도착했겠군."

그 말에 바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다의 날개라면 지금 즈음이면 가르시아 해에 도착했을 것이고. 아마, 셀키와의 접촉도 끝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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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하르크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서류를 보면서 픽 웃었다.

"전단지라, 하찮은 계획을."

카멜롯의 왕이 그랜트에게 교지를 내렸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고. 녀석들이 그걸 활용해서 자신과 함께 가고 있는 카멜롯의 전함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한다는 것도 짐작하고 있었다. 그는 히죽 웃으면서 자신의 주변에서 울렁거리면서 흔들리는 검은 기운을 바라봤다.

"내 능력을 알고 있으면서도 할 줄 아는 생각이 고작 그 정도라니."

이미, 자신과 함께 이동하고 있는 카멜롯 함선의 선장들은 더 이상 카멜롯의 군인이 아니라고 봐도 좋았다. 그랜트에게 가지고 있던 충성심, 자신들이 군인이라는 것에서 오는 책임감과 자부심 같은 것들은 게르하르크가 독약처럼 풀어놓은 탐욕에 의해서 산산히 찢어졌다.

"준비해라, 마침내 아이리 공화국의 모든 것을 손에 넣을 때가 다가왔다."

게르하르크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 앞에 서 있는 남자에게 서늘한 웃음을 지었고. 그는 경례를 하고 나서 선장실을 나섰다.

"탐욕은 위장과도 같아."

채워넣으면 잠깐의 포만감이 오고. 이내 다시 더 채워주기를 갈망한다. 그 때에는 이전에 채웠던 양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조금 더... 조금더... 그렇게 점점 더 많은 것들을 원하게 되고. 그것은 이내 자신을 노리는 칼날이 되어서 스스로를 먹어치우게 된다.

"이 삽질을 하는 동안 녀석들이 잘 해주어야 할 텐데 말이지."

게르하르크는 그 자체로 이미 탐욕의 화신이었고. 그는 더 강한 힘을 원하고 있었다. 악마를 먹어치워서 더 강해질 수 있다면. 게르하르크의 눈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처음에 잡아내는 한 마리는 레인의 몫이다. 게르하르크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참기로 했다.

"그 녀석이 강해져야 다음 녀석을 더 쉽게 잡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게르하르크의 몫이다. 처음에 잡아내는 것은 레인이 가져가고, 그 다음 녀석은 레기온이 가져간다. 세 번째 녀석을 게르하르크가 가져가고... 마지막 남은 한 마리를 에밀이 가져간다.

지금이면 이미 결과가 나왔으리라. 최초의 사냥이 어떻게 끝났는지.

"원래대로라면 그 재수없는 새끼가 하는 말에 신뢰 따위는 없었겠지만."

스스로 가장 마지막에 힘을 가져가겠다고 했으니. 정 안되겠다 싶으면 자신이 힘을 가져가고 난 다음에 에밀을 손보면 될 것이다. 에밀과 레기온의 힘은 자신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탐욕에 물들게 해서 조종한다.

스스로가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에밀이 자신보다 강해져도... 레기온이 게르하르크를 자신과 똑같은 정도의 힘을 가지도록 끌어내린다고 해도. 그걸로는 게르하르크가 조종하고 있는 수많은 군함들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계속해서 세를 불리는데 성공한다면. 결과적으로는 녀석들의 힘으로는 게르하르크를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문제가 되는 건 레인인데...

그 자식은 어차피 복수에 미친 새끼니까. 그게 끝나고 나면 게르하르크를 위협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는 의자에 기대어 있을 때에, 다른 계약자들은 자신들이 맡은 일을 하는 중이었다.

시뻘건 하늘, 검게 물든 태양. 그 아래에서 에밀과 레인, 레기온이 바다에서 머리를 들어올리고 자신들을 바라보는 거대한 뱀의 머리를 마주했다. 머리가 거의 섬 만한 크기. 저 정도 크기의 머리통을 가지려면 도대체 얼마나 몸이 커야 하는걸까.

- 무엇이냐.

그 말에 에밀이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거, 자기 하인한테 너무 싸늘하게 대하는 거 아닌가?"

쓸데없는 소리.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치켜든 뱀의 눈초리가 그들을 향했다.

-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어떤 불안감 같은 것이라도 느끼고 있는 걸까. 에밀은 그를 바라보면서 어깨를 으쓱 했다.

"별건 아니고... 그, 얼마나 살았다고 했지, 당신?"

그 말에 시뻘겋게 물든 하늘로 거대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살아온 세월은 따로 계산하지 않았다.

그 말에 에밀이 픽 웃었다.

"어이구, 오래 사셨겠네. 이제 그만 후진 양성에 힘을 쏟고. 은퇴하시는게 어떨까 싶은데?"

그 말과 함께, 에밀의 뒤에 서 있던 레기온의 등에서 수십개의 사슬들이 튀어나와서 거대한 뱀의 머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시뻘겋게 물들어 있던 하늘에 얼음이 깨지듯이 금이 쩍쩍 가기 시작하며 그 사이로 새파란 하늘이 비쳐들어오기 시작한다.

- 무슨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거냐! 네놈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것은 우리다!

그 말을 하는 동안에, 검게 물들어 있던 태양의 색이 조금씩 옅어지면서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에밀은 사슬에 묶인 상태로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그를 보면서 말했다.

"그 기회를 활용하고 있는 거잖나! 병신 같은 새끼! 크하하하하하하하하!"

거대한 뱀의 몸에서 검은 기운들이 아지랑이처럼 일어나더니, 천천히 에밀의 주변을 휘감기 시작한다. 이걸로 저 사슬에 묶인 상태 녀석보다는 에밀이 조금 더 강해졌다.

"그럼, 만찬을 시작해 볼까! 사람 고기 말고 다른 건 내 입맛에 잘 맞지 않던데, 이번처럼 기대되는 동물 고기는 또 처음이잖아! 아하, 으하하하하하하하!"

- 어리석은 종놈들이!

그리고, 바다가 일제히 출렁거리고, 뱀의 아가리가 쩍 벌어진다. 그 너머로, 하나가 배 한 척 보다 더 거대한 독니 한 쌍이 드러난다. 몸을 한 번 꿈틀거리는 것 만으로도 거대한 해일 서너개가 일어나서 세 명의 계약자들을 덥쳐온다. 점점 다가오는 그 파도의 모습이 뱀의 머리통 모양으로 변해 아가리를 쩍 벌리고 그들을 향해 돌진한다.

- 더 이상 필요도 없는 것들을 귀찮아서 살려두었더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어오르는군. 주제를 알아라.

그때, 에밀의 손이 그대로 앞으로 쭉 내밀어지고, 마찬가지로 거대한 해일이 일어나, 뱀의 머리통 모양으로 바뀌더니, 악마가 만들어낸 뱀의 머리통을 물고 그대로 함께 형체가 무너진다. 에밀은 자신을 노려보는 뱀을 보면서 어깨를 으쓱 했다.

"뭐하냐? 식전의 운동은 입맛을 돋구는 편이니, 나도 반기는 편이지만. 이래서는 준비운동 거리도 못되는구만!"

그 말에 크아아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뱀이 온 몸을 뒤틀어서 자신을 묶어놓고 있는 레기온의 사슬을 끊어내려고 하지만. 점점 더 레기온의 몸에서 뻗어나오는 사슬들의 숫자는 많아지고. 점점 더 뱀의 움직임이 둔해지기 시작한다. 계속해서 거대한 해일들과, 회오리들이 계약자들을 노리고 쏟아지지만. 그 힘은 방금 전과 비교해보면 눈에 띄게 약해져 있었다.

"더 해봐! 더 해보라고! 꼴랑 그거 가지고 무슨 지가 바다의 신이라도 되는 양 뽐낸 거냐?! 바닷 속에서 살려고 꿈틀거리는게 소금물에 담군 지렁이 같구만?! 으하, 아하... 큭크극..."

에밀은 이마로 흘러내리는 땀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로 광기어린 웃음소리를 흘리며 그 공세를 막아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슬에 묶인 상태로 악마가 샛노란 눈을 빛내면서 말했다.

- 어차피, 시기의 능력은 출력을 제한하는 것이지. 힘의 총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더 나를 붙들고 늘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구나!

그 말대로, 레기온의 몸은 벌써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었고. 그의 등 뒤에서 쏟아져 내려 뱀을 묶고 있는 사슬들은 위태롭게 삐걱거리고 있었다. 에밀도 자신의 힘을 유지할 수 있는 한계가 다가오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입을 열었다.

"레인! 최종악장이다!"

그 말에 등 뒤에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그 말과 함께, 레인이 양 손을 그대로 들어올리자. 바다와 하늘을 잇기라도 할 기세의 거대한 용오름 두 개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레인의 얼굴과 몸의 형상이 흐물거리며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레인의 꽉 다물린 입에서 빠그그극, 하는 이 갈리는 소리가 들린다.

두 개의 용오름이 천천히 움직이면서 뱀을 사이에 끼고 서로 좁아지기 시작한다. 에밀이 후우, 하고 숨을 깊게 내쉬고는 비웃듯이 입을 열었다.

"자아아아아아아! 경험 많은 늙은 뱀아! 한 번 보여달라고, 힘의 출력이 제한된 상태에서... 저걸 어떻게 막아낼 생각인지? 응? 대답해보라고!"

사슬이 몸에 감긴 뱀이 계속해서 미친 듯이 몸부림을 치고, 그 용오름을 향해서 자신이 만들어낸 용오름과, 해일들을 부딪쳐 보지만. 레인이 만들어낸 거대한 용오름 두 개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계속해서 악마를 향해서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뱀의 머리통이 그대로 갈려나가기 시작하면서, 레인이 만들어낸 용오름이 그대로 시뻘겋게 물들었다.

"아, 역시 하늘을 파란 색이 개인적으로 좋단 말이야."

에밀은 말하면서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하늘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내려서 다시 바다를 키들거리면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없어진 채로 바다 아래에 잠겨 있던 긴 몸이 펄떡거리면서 거대한 해일과 소용돌이들을 만들어내다가, 이내 축 쳐져서 통째로 바다 위로 떠오른다. 그걸 보던 에밀이 웃음을 멈추고 입맛을 쩝 하고 다셨다.

"몸뚱아리만 더럽게 크구만. 덩치 값도 못하는 새끼."

에밀이 말을 마치고 뒤를 돌아본 다음에 이야, 하는 감탄사를 한 번 내뱉었다.

거의 다 녹아내린 얼굴은 빼가 보일 지경이고, 눈알 하나는 눈두덩에서 빠져나와 시신경에 의지한 채로 덜렁거린다. 몸도 정상이 아니다.

"약속, 지켜."

레인의 말에 에밀이 길게 휘파람을 한 번 불고는 손을 들어서 바다 위로 떠오른 거대한 시체를 가리켰다.

"자, 네 몫이다. 레인. 앞으로 남은 세 마리. 잘 부탁하지."

============================ 작품 후기 ============================

좋은 하루 되세요!

저는 좋은 하루를 보내고 있지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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