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항해 뜻밖의 해적-142화 (142/159)

0142 / 0160 ----------------------------------------------

멋진 징조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그냥 얌전히 머리통이나 데굴데굴 굴려봐야지.

"우리가 그 악마인지 뭔지를 만난 곳은..."

둘 다 같은 장소다. 구슬이 있는 섬 근처.

게다가 엘론델이 보여준 영상에는 공통적으로, 그 악마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 뭐. 문어 쫄따구로 보이는 것들이랑 녹차라떼 쫄병으로 보이는 것들이 돌아다니는 것은 봤지만.

한 방에 함대 하나를 먹어치울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는 새끼들이. 도대체 어디에서 뭘 하고 있을까?

머메이드나 머맨이 무서워서?

그럴리가. 방금 전에 탑블레이드 돌릴 때에 만들어진 소용돌이의 크기는 머메이드 쪽이 열세였다. 물론, 엘론델이 만들어낸 소용돌이도 굉장한 크기였지만. 타코야끼 새끼가 머메이드보다 힘이 강하다는 건 확실하다.

그럼 뭐, 우리가 무서워서?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럴리가. 씨팔 그 회오리랑 녹차라떼 생각해보면 지금도 소름이 다 끼치는데? 우리 완전 한입 거리 였는데?

근데 뭐가 쫄리는게 있어서 이 새끼들이 보이지를 않는 걸까.

왜 바다 위를 돌아다니는 새끼들의 숨통을 조르는 건 쫄따구들에게만 맡겨놓은걸까. 한 방에 수십척의 배를 모두 물 아래로 묻어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치고는 생각보다 너무 조용한데.

아니,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는게 아니라. 꿀리는게 없는데 왜 모습들을 드러내지 않느냐는 말이지.

안 심심한가?

더 빨리 일을 끝내고 싶지 않은건가?

...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뭔가 켕기는게 있어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거란 말이야.

우리는 악마와 똑같은 장소에서 두번 마주쳤고, 거기에는 항상 구슬이 있었다.

난 그 구슬이 되게 중요할 것 같아. 엘론델과 상어 대가리가 말할 때 항상 부모님의 유물이라고 했으니까. 분명히 그건 나가의 물건이지 지네들 물건이 아닌데.

왜 그걸 끼고 도는 걸까. 의심스러운게 그냥 내 GBT(기분탓) 인가?

"굉장히 높은 확률로. 그 구슬은 해로운 구슬이야."

그 새끼들한테.

게다가 아마 파괴하는 것도 불가능한 모양이다. 파괴가 가능했으면 굳이 거기에 둥지 틀고 앉아서 누구 오나 호시탐탐 지켜보고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진작에 박살내고 다른 곳으로 갔겠지.

더 쉽 다섯 척 만큼이나... 어쩌면 그 구슬들이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던 선원들과 엘론델.

뭘 보냐, 구경났어?

나는 아직 남아있는 엘론델을 확인하고 나서 말했다.

"다른 구슬들은, 멀쩡합니까?"

그 말에, 엘론델이 어두운 표정을 하고 말했다.

- 하나 남았어요. 나머지는 네 악마들이 습격을 하는 바람에. 나머지 구슬들은 모두 그들에게 오염되었고. 남은 하나는 저희와 머맨들이 지키고 있는 중이지요.

그래...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구슬들을 확보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 내 생각을 풀어놓자. 엘론델이 대답했다.

- 구슬들, 그렇군요.

엘론델이 뭔가를 떠올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그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어요. 안에 들어있는 힘은 강력하니.

엘론델은 그렇게 말하면서 약간 희망적이고, 또한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 그 구슬들에게서 힘을 끌어내면. 일정한 범위 안에 거대한 힘의 장벽이 형성되고, 안에 있는 것들은 외부로부터 보호받아요. 하지만, 그 안에 바다의 악마들이 들어간다면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 힘이 크게 약해질 거에요. 분명히, 가두기만 한다면 한 개체 정도는 저희와 머맨들의 힘으로 이길 수 있겠죠.

그런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왜 곤란한 표정을 하고 있는거니. 엘론델.

- 발동시키려면, 다섯 개가 다 필요해요.

그럼 그렇지. 너무 행복해서 미치겠네! 일이 쉽게 풀리는 경우가 없어요 하여튼.

존나 모순되잖아 그거.

구슬 다섯 개가 있으면 머맨과 머메이드들이 악마를 이길 수 있다.

근데 그거 중에 네 개가 지금 악마들이 옆에 끼고 돌고 있다. 그럼 구슬의 비호 없이 달려들어서 녀석들을 하나씩 도장깨기 해야 하는데. 다 깨고 나면 그 구슬 필요 없잖아!?

아니 이게 무슨 상황이야.

마왕을 잡고 싶으면, 열쇠가 필요한데. 그 열쇠는 마왕이 지키고 있네?

나는 고민하다가 한숨을 쉬었다.

"어쩌겠나. 끌어내야지."

내가 도둑놈이야, 꼭 훔쳐야 하는 물건이 있는데 집주인이 나갈 생각이 없어.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

집주인 끌어내고 몰래 들어가야지.

마리아가 나를 한 번 보고 나서 다시 엘론델을 바라봤다.

"저희 쪽에서도 계획을 짜 볼게요. 그것보다... 저희가 당신들과 연락을 할 수단이 필요해요."

동감, 맨날 지들 좋을 때만 툭 하고 나타나고!

우리의 말에 엘론델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우리에게 익숙한 물건을 하나 건네주었다. 바다의 날개를 얻고 나서 엘론델을 만날 때 사용했던 소라 나팔.

- 사용법은 알고 계시죠?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엘론델이 인사를 하고 나서 조용히 사라졌다.

"... 자 여기서 문제가 하나 있지?"

마리아가 그렇게 말하면서 난간에 기대어 나를 바라봤다.

"로만이 우리를 믿을까?"

나는 그 말에 어깨를 으쓱했다.

"뭐, 저 같으면 안 믿겠지만요."

그냥 믿어라! 라고 하면 로만이 우리의 말을 믿어줄 리가 없지. 우리 때문에 멀쩡하게 앉아있던 제독 자리에서 쫒겨난 사람이니까.

"하지만, 녀석도 확실하게 계약이 지켜진다는 신뢰가 있다면야 우리와 함께 할 겁니다."

이게 우리한테만 해당되어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 악마 친구들이 국적 따져가면서 공격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 엘론델이 우리에게 보여줬던 영상들 중에 일부는 아이리 공화국일 것이다.

정체 불명으로 마을에 있던 사람들이 슥슥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에. 우리가 그 해법을 알고 있다고 하면서 함께 해결하자고 하면...

"당연히 꺼지라는 소리가 나올 것 같은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나는 로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럴 때야말로 필요한게 서로간의 깊은 신뢰와 믿음으로 형성된 약속 아니겠어?"

나의 말에 로제와 마리아가 동시에 애매한 표정을 짓는다.

"배신과 음모의 대표주자가..."

할 말이 없어지진다. 그리고 옆에서 미나도 한 마디를 거들었다.

"로만 제독은... 글쎄, 잘 모르겠지만 아직 앙금이 남아있을텐데. 네가 말을 한다고 해도, 그 말이 얼추 맞는다고 해도 아마 함께 일하는 것은 꺼릴거다."

그래, 나도 알아. 내가 로만한테 조금 못할 짓을 하기는 했지. 그때는 나름대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해.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세 사람을 보며 히죽 웃고는 엘론델이 우리에게 주고 간 나팔을 가르켰다.

"선장님이 말 안했으면 제가 달라고 했어야 할 물건입니다."

저게 로만과 우리의 공고한 연대를 만들어 줄 키워드니까요.

나의 말에 마리아가 나팔을 한 번 바라본다.

"뭔 소리야?"

나는 그 나팔을 한 번 쓰다듬고 나서 말했다.

"이전에, 진주를 얻기 위해서 엘론델과 했던 약속 기억하십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곰곰히 생각하다가 약간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 확실히 그거라고 한다면 로만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바다에다가 새기고, 약속을 어긴 새끼는 다시는 바다에 발을 붙이지도 못하게 하는 계약. 나는 그 때 엘론델이 바닷물에다가 글자를 새기는 걸 되게 인상깊게 봤거든.

로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엘론델을 불러서 우리와 아이리 공화국 해군에 관련된 약속을 바다에 새기면.

그렇게 까지 한다면 로만은 우리와 아마 함께 할 것이다.

신뢰와 믿음은 우정이나 세월 비롯될 수도 있지만. 강제성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미나가 어리둥절 하다가 로제에게 설명을 받고 나서 가볍게 턱을 쓰다듬었다.

"그 정도라면, 아마 가능성이 있겠는데."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말했다.

"그럼, 저는 항해사실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미나는, 속도 변경 필요할 것 같으면 부르고."

나의 말에 미나가 나를 바라봤다.

"어디 가나?"

어디 가기는. 내가 지금 어딜 가겠냐. 낮잠 자러 가겠냐.

... 계약서 만들어 놔야지. 최대한 공정하게. 이번에는 당신들을 속일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라는 느낌이 팍팍 들게끔.

그나저나, 로만은 그렇게 끌어들이고 도리안도 정 불안하다고 하면 계약서를 나누어서 함께 한다고 쳐도.

카멜롯의 바리스는 도대체 어떻게 구워 삶아야 하는 거냐.

대가리 깨지겠네. 바리스도 나에 대한 이미지는 로만과 그렇게 다르지 않을 거고. 게다가 그 자식이랑 나는 안면도 전혀 없잖아.

지금 카멜롯의 제독이 그랜트고... 바리스도 카멜롯의 해군인 이상에는 그랜트에 대한 존경심이 꽤 있을테니까 차라리 그랜트 쪽을 어떻게든 구워 삶아봐야하나.

============================ 작품 후기 ============================

좋은 하루 되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