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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뜻밖의 해적-126화 (126/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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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 down

어두워지는 바다 위에서, 로제가 나를 바라봤다.

"여기까지."

이 이상 배를 움직이기는 곤란해. 그랬다가는 아마 다음날 돌아가기 힘들지도 모르니까.

여기까지라는 나의 말에 로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차가운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럼, 다녀 올게요."

로제는 말을 마치고, 그대로 배 뒤편으로 보이는 커다란 암벽을 향해 아대를 겨누었고, 잠깐 뒤에 그녀는 그대로 날아가듯이 그 암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암벽을 타고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보면서 나는 감탄했다. 저건, 그냥 절벽을 질주하고 있잖아. 로제의 모습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나는 배를 돌려서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크게 문제가 생길만한 일은 없었다. 나는 일부러 바람이 거지같이 불어서 해군이고 상인이고 다니지 않는 곳을 통해서 여기에 왔고, 다시 그 길을 거슬러서 바다의 담요로 향하고 있다.

아마, 바다의 날개가 돌아다니는 것을 발견한 해군들은 없을 것이다. 저 멀리에서 푸르스름하게 밝아오던 여명이 이내 아침으로 바뀌고 나서야. 나는 바다의 담요에 돌아올 수 있었다.

피곤하다. 피곤하지만 피곤하지 않은 척 하는게 좋겠지. 나는 털썩 숙소의 아래 소파에 주저앉아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시팔, 왠만하면 천장에 거미줄 생기면 좀 치우지.

뭐 드시겠습니까. 라는 점원의 말에 나는 멍하니 대답했다.

"맥 엔 치즈."

잠시 시간이 지나자 점원이 접시 위에 마카로니를 녹은 치즈로 범벅시킨 걸 담아서 내 앞에 놓았다. 심플하고, 간단하고, 느끼한 음식. 베이컨이나 야채 같은 것은 전혀 넣지 않은 말 그대로 마카로니랑 치즈만 들어있는 접시가 내 앞에 놓이고. 나는 그걸 바라보았다.

"아침 댓바람부터 그런 걸 먹으면 속 버린다."

그 말에 나는 한숨을 쉬었다.

"괜찮아. 지금 속이 아니라 몸이 지쳤으니까."

내 앞에 미나가 앉고, 달걀 프라이랑 베이컨을 주문한다. 그리고 나서 나를 보며 미나가 말했다.

"남자가 하루 종일 여자랑 같이 잠자리를 하면 그렇게 되기 마련이지."

...?

뭔소리를 하는...

나는 이마를 탁 짚은 상태로 어허허 하고 웃었고, 마침 내가 어이 옆구리 터진 웃음을 흘리게 만든 원인이 계단을 걸어서 내려왔다.

"여, 좋은 아침. 저건 표정이 왜 저렇게 멍하냐."

그러게, 나는 마리아를 노려봤고 잠깐 생각하던 마리아가 히죽 웃으면서 미나 뒤편에서 미안하다는 손신호를 보낸다. 진짜로 그 사랑의 춤인지 뭔지 하는 믿을리 없는 개소리를 한 거냐?

그리고 미나 웨스트우드는 또 그 말을 믿었고? 무슨 생각들을 하고 사는 거냐.

나도 이제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나는 마리아를 바라봤다.

"답장 보내고, 2주 뒤에 만나기로 하지요."

어차피 녀석들에게 편지가 가는 시간과 지정한 장소에 오는 시간을 생각해 본다면 그 정도가 적절할 것 같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편지에 절대로 더 쉽 끌고오지 말라고 넣죠."

그 말에 마리아가 나를 바라봤다.

"그럼 우리도?"

이번에는 범선을 쓴다. 녀석들은 싸늘한 앤이 있고, 우리가 태연하게 바다의 날개를 타고 약속 장소에 갔다가 싸늘한 앤을 만나면 그대로 사망행 특급열차다.

"그리고 군함은 금지, 타고 오는 배는 갤리온 한 척. 포 선적 금지. 배에 타는 사람들은 항해사와 선장 같은 사람들까지 싸그리 포함해서 딱 16명. 이거 지키지 않는 거 확인되면 저희는 그대로 발 뺀다고 말해주세요."

우리도 썩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저쪽도 그렇게 여유로운 상태는 아닐 것이다. 그게 아니면 그 게르하르크와 카멜롯 왕국의 연합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이쪽으로 연락을 넣지도 않았겠지.

편지를 보내고 나서 우리는 바로 출발할 것이고, 우리가 먼저 그 장소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거기에서 계속 지켜보다가, 다가오는 배가 영 수상하다 싶으면 그대로 돛 올리고 튀어버리면 된다.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편지를 쓰고, 그걸 들고 밖으로 나갔다.

"..."

"..."

침묵 아래에 식사는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저녁에 먹어도 속이 느글거리는 맥 앤 치즈로 아침 식사를 하기 시작했고, 미나는 그걸 바라보면서 묵묵히 자기 앞에 있는 달걀과 베이컨을 먹기 시작한다.

"어제는 뭐했어?"

나의 물음에, 미나가 대답했다.

"주사위 놀이 하고, 술을 마셨다."

그 말에 나는 마카로니들을 포크로 학살하면서 말했다.

"주사위 놀이라면, 그 도박 말하는 건가보네. 꽤 잃었겠구만."

돈을 딸 수가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게 도박이니까. 나의 말에 미나가 약간 어깨에 힘을 넣고 턱을 약간 들었다.

"80달란트를 땄다."

나는 그 말에 마카로니 학살을 그만두고 그녀를 멍하니 바라봤다.

"주사위 놀이 해본 적 있냐?"

"그때가 처음이었다."

맙소사, 나는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휘휘 저었다. 뭐 운수가 대통했나보지. 그리고 나서 술을 마셨다고. 나는 흠 하고 턱을 쓰다듬었다.

"그래서, 좀 친해졌나?"

라고 말하고 있는 동안에 뒤편에서 문이 열리고 선원 몇 명이 들어오며 미나에게 인사를 했다.

"여, 항해사님! 좋은 아침이외다!"

그 말에 미나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다. 그 모습을 보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원래 사람들 친해지는데에는 술 한 잔 하는게 최고라고들 하지. 미나가 그들이 시켜 먹는 것들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아침부터 술 마시면 속 버린다."

그 말에 선원들이 하핫,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사실 저희는 이게 저녁이라서."

그 말에 미나가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 왠만하면 밤되면 자도록."

알겠습니다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선원들이 손을 흔들었고, 미나는 한숨을 쉬고 나서 다시 자신의 식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적응 잘 했잖아. 뭐야, 이 캐릭터는. 해적들 사이에 선도부원 하나가 껴들어가 있는 기분인데.

"맘에 안드나 보네."

그 말에 미나가 넵킨으로 입을 닦으면서 말했다.

"해적들은 자기파괴적인 행동들을 자주 한다.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건강한 생활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법이니까. 가능하면 조절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 엄마. 미나가 포크로 나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너도, 자기 파괴적인 성생활은 삼가도록 해."

저기요, 나는 어젯 밤에 여자가 아니라 배를 타고 있었어요. 이거 참, 말할 수도 없고 억울해 죽겠네. 차라리 진짜로 하루 종일 침대 위에서 바운스를 하다가 왔으면 내가 억울하지는 않지. 하지도 않은 일을 한 걸로 오해받으니 기분이 묘하네.

식사를 마치고 나서 조금 시간이 지나자, 마리아가 문을 열고 이쪽으로 와서 말했다.

"편지는 보냈다."

그럼 이제 타고 갈 수 있을 만한 배를 하나 구해야 하는데...

"이미 구했어 등신아. 갤리온 하나. 안에 들어있는 포들을 다 빼야하기는 하겠지만 말이지."

그 말에, 나는 마리아를 바라봤다.

"돈이 충분합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대답했다.

"뭐, 이번에 에밀의 배를 털면서 꽤 괜찮은 것들을 건졌으니까. 갤리온 하나 잠깐 빌리는 건 일도 아니지. 다만... 이거 끝나고 한 번 정도는 상선을 더 털어야겠는데."

라면서 마리아가 슬쩍 미나를 바라봤다. 그래, 그 때 시킬 생각인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마리아를 바라봤다.

"그럼, 갑판장에게 말해서 준비시키게 하겠습니다."

점심 먹고 나서는 출발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마리아는 말을 마치고 나서 점원을 보고 말했다.

"여기, 빵이랑 버터."

마리아는 말하고 나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고, 약간 시간이 지나자 마리아가 미나를 보면서 말했다.

"지금 쯤이면 갑판장이 선원들 끌어모아서 이동하고 있을거야. 미나는 바다의 담요 입구로 가서 녀석들이랑 만나."

그 말에, 미나가 마리아를 바라보았고 마리아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뭐, 원래 우리는 일을 대충하는 느낌이기도 하니까. 가서 지켜보고, 고칠 것 있으면 말하고, 지적할 거 있으면 그 자리에서 지적하고. 다만."

항해사로써의 권한을 넘어가지 않게 조심해. 물건 올리는 대에서는 갑판장의 권한을 중시해 달라고.

그 말에 미나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코트를 입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미나가 옷을 챙겨서 나가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곧바로 마리아를 바라봤다.

"오늘 돌아와보니, 저는 어제 하루 종일 로제를 끼고 광란의 파티를 벌인 호색한이 되어있더군요."

미안~ 이라면서 전혀 미안하지 않은 표정으로 마리아는 빵에 버터를 발랐다.

"나중에 복수할겁니다."

어떻게? 라는 마리아의 말에 나는 대답했다.

"진짜로 로제랑 하루 종일 침대에서 뒹굴겁니다."

그 말에 마리아가 히죽 웃었다.

"그럴 정력은 되냐?"

...

절로 한숨이 나오고. 마리아가 그걸 보면서 키들거리며 빵을 씹는다.

"뼈 삭는다 새끼야. 로제는 잘 도착 했냐?"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멀리까지 보내주었습니다."

좋아, 남은 건 로제를 믿는 수 밖에 없겠네. 마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말했다.

"좀 자둬, 그럼 어제 하루 종일 바다 위에서 배 조종한거 아니야. 잠도 안자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올라가려다가 말했다.

"미나가 저 찾으면 어떡합니까?"

그 말에 마리아가 씨익 웃으면서 왼손으로 고리를 만들고 오른손 중지를 그 고리에 통과시켰다.

"또 한다고 할까?"

이번에도 그딴 핑계를 대면 진짜로 파업할겁니다! 라고 나는 말한 다음에 하품을 하면서 방으로 돌아가서 이불을 덮고 그대로 잠들었다.

============================ 작품 후기 ============================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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